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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님의 서재입니다.

주식 천재 김민재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weto0703
작품등록일 :
2021.07.03 19:35
최근연재일 :
2021.08.19 00:3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9,423
추천수 :
237
글자수 :
269,869

작성
21.07.29 21:30
조회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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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27 화 진심

DUMMY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배양된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병리학적 특성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감염된 동물의 행동 특징을 규정하고요."


"다 할 수 있겠어요? 동물실험은 지난번이랑 똑같은 거 같고...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특성에 관해선 그다지 내용이라고 볼 게 없네요? 이렇게 해서는 김민재 투자자님께 제가 낯을 들 수가 없네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인데요? 이유가 있나요? 일의 진척이 이렇게 늦어진 이유?"


"책임지고, 이번 연말까지 특성을 모두 확인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김민재 투자자님. 이거 제가 면목이 없네요. 이렇게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데.. 그렇죠? 민정 씨? 아니 이 박사님?"


민정이는 이사를 보고는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떨구었다. 이승욱과 민정이를 곤란하게 하려고 온 게 아닌데. 역시, 이사는 내가 무슨 생각인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미리 꿰뚫고, 모두 선수쳤다.


지금도 그들을 질책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들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과 방어를 쳐주는 느낌이었다. 무언가, 그들끼리 숨기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이 박사님 모두 오늘 급하게 준비하시느라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다음엔 잘 준비 부탁해요. 김민재 투자자님, 다음번엔 결과를 좀 더 보실 수 있도록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저녁 약속 없으시면, 식사 어떠세요?"


"좋습니다. 그런데, 두 연구원분들도 고생하셨는데... 다 같이 식사하는 건 어떨까요?"


이승욱과 민정이는 다소 난감해 하는 눈치였다. 아마도 자신의 회사 이사 와 식사한다는 것이 그리 편한 일은 아닐 것이니.


"그럼요. 우리 두 분도 같이 식사해야죠. 같이 식사하러 가시죠. 두 박사님? 시간 괜찮으시죠?"


이사의 말이 끝나고, 민정이의 표정을 보자, 민정이는 원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민정이와 이승욱은


"이사님, 저희 모두 저녁식사 괜찮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연구소 근처 한정식집으로 갔다.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외관에 3층까지 홀과 룸이 완비된 곳으로, 우리는 3층의 작은 룸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작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룸이었다.


"여기가, 제가 자주 오는 한정식집입니다. 음식이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그럼, 편히 식사하시죠."


식사 내내 김두형 이사가 분위기를 리드했다. 그는 현재, 프로젝트 진행에 대해 회사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한테 이번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이승욱과 민정이가 이 프로젝트 외에도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이야기했다.


아주 눈치가 빠른 사람 같았지만,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는 기본적으로 수다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술이 들어가면 사람이 180도 달라진다는 것. 그렇게 용의주도하던 사람이 술이 몇 잔 들어가면, 술에 취해 자신의 속 이야기를 모두 말했다. 오늘은 그의 가정사를 들을 수 있었다.


김두형 이사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자, 우리는 대리를 불러 그를 집으로 보냈다. 김두형 이사가 가고, 이승욱은 민정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이야기를 했고, 나는 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거리를 좁혔다.


"누나, 괜찮아요? 어제 많이 불편했죠? 제가 집을 잘 안 치워놔서. 오늘도 갈 거죠?"


"응.. 괜찮을까?"


"뭐 괜찮아요. 거기 평소엔 제가 잘 안 쓰니까. 있고 싶은 만큼 있어도 돼요. 그나저나 누나 여기 목이 많이 뻐근한 거 같네. 잠시만."


갑자기 이승욱이 민정이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피가 거꾸로 솟았다. 나는 억지로 감정을 눌러가며 그들에게 말했다.


"두 분 박사님들, 어떻게 가실 거세요?"


"아~ 저는 사무실로 다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이사님께서 말씀하신 게 있어서요."


"그래요. 그럼 이민정 씨는?"


"김민재 씨, 그런데... 누나한테 갑자기 왠 존댓말을 하세요? 두 분 친구... 아... 여기 회사 근처죠 참. 김민재 씨 보기보다 꽤 용의주도하시네요. 그럼, 전 이만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누나, 그럼 밤에 연락할게요."


이승욱이 회사로 다시 돌아가고, 민정이와 나만이 식당 앞에 서있었다. 나는 민정이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아니 도대체 이승욱하고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한 건지 물어보고 싶었다.


"저 민정.. 아"


"민재야, 괜찮으면, 우리 2차 갈래?"


나는 고개를 들어 민정이의 얼굴을 보았다. 민정이는 바닥을 보고 있었다.


"어... 좋지."


나는 민정이를 따라 회사 근처 바(bar)로 갔다. 민정이를 따라 간 그곳은 어둡고, 사람이 별로 없었다. 우리는 그 바에서 가장 구석진 자리로 갔고, 자리에 앉자 민정이가 말했다.


"이곳은 우울하면 가끔 오는 곳. 혼자 오면, 저기 저 바텐더 앞자리에 앉아서 바텐더랑 이야기하면서 한잔하기도 하는데... 이 자리 괜찮지?"


"응.. 조용하고 좋네."


"그래? 다행이네."


"그런데, 민정아, 저기 말야. 왜 내 전화 안 받았어?"


민정이는 내 물음에 아무 말이 없었다.


"너 어제 이승욱 집에서 잔 거야?"


역시, 민정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괜한 말을 한건 아닌지, 애가 타기 시작했다. 그렇게 긴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 앞에 칵테일이 놓였다.


"여기 주문하신, 핑크레이디. 이건 여기 신사분께. 그리고 이건 마티니. 칵테일의 왕이라고 불리는 거죠. 그리고 이건 여기 숙녀분께. 이 핑크레이디는 연극 '핑크레이디'의 주연 여배우에게 바친 칵테일로 알려지면서 핑크레이디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해요. 색감이 아름답고, 단맛이 강하죠. 그리고 보기엔 은은한 분홍빛이지만 실제론 알코올 성분이 높죠. 보기와는 좀 다르죠? 그런데, 두 칵테일이 마치 서로를 가리키고 있는 거 같네요. 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


핑크레이디? 내가 주문한 칵테일이 아니었다. 아니, 애당초 주문 자체를 하지 않았다. 칵테일을 두고 간 종업원을 향해 손짓하려는 순간 민정이가 말했다.


"내가 주문했어."


"니가?"


"응. 들어오면서, 사장님께 바로 주문했어."


핑크레이디. 한 번도 마셔 본 적 없는 칵테일이었다. 은은한 분홍 빛깔이 이쁘긴 했지만, 왠지 내가 마시기엔 위화감이 들었다.


"왜? 별로야? 바꿔 마실까?"


"흠..."


"내 거 마셔 그럼."


민정이가 자신의 마티니를 내게 내미는 순간, 갑자기 핑크레이디를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이거 한번 마셔볼게. 갑자기 궁금하네."


"그럴래?"


나는 핑크레이디를. 민정이는 마티니를. 칵테일을 마시고 잔을 내려놓는데, 민정이가 내게 말했다.


"어제. 승욱이 집에 있었어."


그랬었다. 역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승욱이 오피스텔에서 잤고, 승욱이는 다른 오피스텔이 하나 더 있다고 해서 거기에 가 있었어."


아마, 그 철제문으로 된 곳. 그곳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


"응. 그리고, 연락은 받아야지 받아야지 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미안해. 연락 안 받아서."


"앞으로 계속 이승욱 집에 있을 거야?"


"아니... 어젠 경황이 너무 없었고.. 오늘까지만 묵고, 근처에 회사 비즈니스호텔로 가려고.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뭐 월급으로 충당할 수 있겠더라고. 직원 할인도 되고."


"그냥 같이 있으면 안 돼? 우리 집에서? 너무 멀어서 그래?"


"아니.. 내가 널 방해할 순 없으니까. 집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내가 있음 불편할 거 아냐."


"뭘 방해해?"


"너랑. 제이."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설마 제이가 나한테 그런 거 보고, 그러는 거야? 너도 봤잖아. 걔 완전 술에 취해서 사리분별도 제대로 못하고 있던 거."


"넌, 여자 마음을 잘 모르는구나."


"뭐?"


"제이가 술에 취해서 왜 너한테 온 거 같아?"


"민정아, 걘 걘 달라. 걔는 여자이기 전에 연예인이라고. 걔 입장에서는 안전한 곳이 없으니까. 그래서 나한테 온 거야. 내가 연예인이 아니니까. 요즘 제이가 힘든 일이 있었어. 그래서 그것 때문에 상의할 사람이 없어서.. 그래서 나한테 와서 그 이야기하려고 온 거고.


그리고, 걘 원래 술만 마시면 주변 사람들한테 약간 그래. 지난번엔, 아니다. 됐다. 아무튼, 아니야. 우리 둘. 진짜 그런 사이 아니야."


"민재 너, 정말 모르는구나. 제이도 여자야. 연예인이기 전에 그냥 여자. 라스베이거스에서 제이가 너한테 말걸 때부터 알아봤어. 너한테 마음 있다는 거. 처음엔 나도 긴가민가했어. 저렇게 유명한 스타가.. 물론 알아. 너도 엄청 성공했고, 멋있고, 능력 있고, 자상하고, 마음 따뜻한 사람이라는 거.. 그걸 아니까 알겠더라고. 제이 마음. 제이, 너 특별하게 생각해."


"몇 번 안본 제이 마음은 그렇게 잘 알면서, 그럼 내가 너한테 마음 있는 건 왜 모르는데? 내 마음은 왜 모르는데?"


"너한텐 나보다 제이가 더 잘 어울려."


"이민정. 잘 들어. 나 제이 안 좋아해. 털끝만큼도 관심 없어. 그래 솔직하게 말할게. 예전엔 약간 관심 있었어. 그리고 몇 번 만났고, 파티에서 파트너로 부른 적도 있었고. 딱 그만큼이야. 그냥 제이. 예쁘고 잘나가는 여자 연예인."


"난, 너한테 안 어울려. 그냥 아무것도 가진 거 없는.. 너한테 너무 부족한 사람이야. 그리고, 니 마음은 알고 있었어. 라스베이거스 때부터. 하지만, 그 이상은 안돼."


"그런 게 어딨는데? 네가 왜 나한테 부족한데? 너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몰라. 하지만 난 아니야. 내가 너를 다시 만나서, 이렇게 다시 만나게 돼서 얼마나 기뻤는지 알아?"


"몰라서 묻는 거야? 민재야, 나는 그냥 평범한 연구원이야. 게다가 나 이혼녀야. 이혼녀.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나는 결혼에 한번 실패한 여자라고. 너는 대한민국 서울 강남에 수영장 있는 집에 사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잘나가는 제이랑 이야기하고 밥 먹고 그리고, 네 침실로 들어가는 사이라고.


그런 내가 너한테 무슨 의미가 있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너한테. 그냥 송충이가 솔잎을 먹고 살듯 나 같은 여자한테는 솔잎이 어울려. 너도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 그게 우리한테 좋아. 그게 나한테도 맞는 거 같아."


나는 민정이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절대 아니라고. 나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바로 너라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여자가 바로 너라고. 내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은 바로 넌데... 난 왜 이리 한 발짝씩 늦는 걸까? 내가 과거로 돌아와서 너를 바로 찾았더라면...


아니. 내가 그때 미희한테 한눈팔지 않았더라면, 유학을 가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내가 너를 계속 만났더라면, 내가 너의 소중함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우리는 지금쯤 행복한 해피엔딩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민정이에게 어떤 말을 해도 우리는 함께 할 수 없는 걸까? 나는 민정이의 눈을 쳐다봤다.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민정이가 저렇게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은 무너지는 듯했다.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을 알아줄까?


"민정아. 내가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을 너에게 전할 수 있을까? 나는 네가 평범한 연구원이라고 해도, 결혼에 한번 실패했다고 해도, 어느 순간부터 아니 네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너를 좋아하고 있었어... 민정아, 우리 다시 시작하자. 지금부터, 서로에 대해 천천히 알아가자.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이든 나한테 상관없어. 나는 네 곁에 있고 싶어."


민정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창밖의 풍경이 멈춘 듯, 이 바의 시간이 정지한 듯 그렇게 우리의 시간은 멈추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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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 화 어쩌면 해피엔딩일 수도 II 21.08.12 60 4 11쪽
41 40 화 어쩌면 해피엔딩일 수도 I 21.08.11 65 4 12쪽
40 39 화 소식 21.08.10 61 4 13쪽
39 38 화 다짐 +1 21.08.09 61 3 13쪽
38 37 화 절망 21.08.08 6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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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 화 일촉즉발 21.08.06 6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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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 화 바이러스의 비밀 I +1 21.08.03 70 5 12쪽
32 31 화 새로운 소식 21.08.02 65 5 12쪽
31 30 화 드러나는 진실 II 21.08.01 80 4 13쪽
30 29 화 드러나는 진실 I 21.07.31 74 3 12쪽
29 28 화 새로운 사실들 21.07.30 70 4 12쪽
» 27 화 진심 21.07.29 72 4 12쪽
27 26 화 만남 21.07.28 75 4 11쪽
26 25 화 주최 측의 농간 21.07.27 80 5 13쪽
25 24 화 오해 21.07.26 78 5 12쪽
24 23 화 꿈속처럼 +1 21.07.25 89 5 12쪽
23 22 화 위험을 알리는 신호 II 21.07.24 87 5 11쪽
22 21 화 위험을 알리는 신호 I 21.07.23 93 6 13쪽
21 20 화 양제균 21.07.22 9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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