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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님의 서재입니다.

주식 천재 김민재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weto0703
작품등록일 :
2021.07.03 19:35
최근연재일 :
2021.08.19 00:3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9,427
추천수 :
237
글자수 :
269,869

작성
21.07.26 00:01
조회
78
추천
5
글자
12쪽

24 화 오해

DUMMY

"응. 리명이랑 장만위 나오는 영화인데. 멜로 영화야. 나 이 영화 엄청 좋아하거든."


"민정이 넌 이미 본 거야?"


"응. 예전에. 그런데 또 보고 싶어져서. 이 영화 대학생 때 한번 보고, 5년 전쯤 다시 봤는데. 볼 때마다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더라고.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여서 그런지... 처음에는 안 보이던 영화 속 사람들의 삶이 조금씩 다시 보인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난 봤던 영화 또 보는 거 좋아해."


"그래? 난 봤던 영화 또 본적 한 번도 없는데... 그럼 오늘은 우리 그 영화 볼까?"


"응."


민정이에게는 3번째, 나에겐 첫 번째인 틴밀밀이 스크린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를 향해 은은하게 내리쬐는 달빛 아래,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이집트 여신 같던 민정이는 어느새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고, 그런 모습이 마치 예술가처럼 보였다.


한 손으로 자신의 턱을 감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무척이나 지적으로 보였고, 이따금 자신의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길 때마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는 플로럴 향이 났다.


나는 플로럴 향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향이 너무 향기롭게 느껴졌다. 민정이의 머리카락에 코를 묻고 향기를 맡고 싶을 정도로.


긴장한 탓이었을까? 영화가 시작되고 20분도 채 안 돼서 갈증이 났다. 긴장도 풀 겸, 갈증을 풀기 위해 나는 1층으로 가 레드 와인 1병과 와인잔을 챙겨왔다. 그리고 민정이에게 와인 한 잔을 건넸다.


사실 나는 레드 와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뭐랄까? 뭔가 입에 착 감기는 레드 와인은 힘들게 헤어진 연인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잘 마시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민정이와 함께 있을 때면 나는 레드와인을 찾았다. 처음 그날도 그랬고.


레드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눈이 뚫어져라 영화를 보고 있는 민정이를 바라보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민정아~ 이 영화 3번째 보고 있는 거지?"


"그런데 매번 볼 때마다 새롭네."


"그래? 그 전에 봤었을 때는, 무슨 생각 했었는데?"


시선은 영화에 고정한 채, 민정이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처음 이 영화를 본건 20살 때였는데. 그땐, 고등학교 졸업하고 연애, 사랑, 낭만 뭐 이런 거에 엄청 관심이 많았었거든. 그래서 그런지 그냥 저런 사랑 한번 해보고 싶다? 영화 속 저 두 사람처럼? 그런데, 두 번째 봤을 때는 저런 사랑은 안 하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


"왜?"


"너무 마음 아프니까. 너무 아픈 사랑은 싫으니까. 그리고..."


"그리고?"


"그들의 다른 사랑도 보였고."


민정이는 말끝을 흐리더니, 다시 와인을 마셨다. 평소 민정이와 달리, 오늘은 영화에 심취한 탓인지 와인 한 잔을 마시고, 벌써 2번째 잔을 들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영화를 보며, 영화 속 주인공처럼 서로를 기다리고, 사랑하고, 그리고 다시 기다리며 한참을 있었다. 술기운 탓이었을까? 아니면 사랑하는 그들 때문이었을까? 나도 모르게 민정이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민정이의 손은 차가웠다. 그리고 까칠했다.


그러고 보니, 민정이는 가을만 되면 손이 텄다. 겨울이 되면 심하게 터서 피가 나기도 했었는데, 민정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핸드크림을 바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에 민정이에게 핸드크림을 선물했다. 그 후로 민정이는 봄이고, 여름이고 내가 준 핸드크림을 발랐었는데...


민정이는 내가 그녀의 손을 잡았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영화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녀의 볼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의 빨간 볼을 보는 순간,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서 보았던 아프로디테가 생각났고, 나도 모르게 그녀의 빨간 볼에 손을 갖다 대려고 손을 들었다.


"딩동딩동. 공동현관에서 호출이 왔습니다."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밤 11시 30분이었다. 이런 늦은 주말 시간에 집에 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잘못된 호출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무시하려고 했다. 그 순간, 다시 또 소리가 났다.


"딩동딩동. 공동현관에서 호출이 왔습니다."


"민재야, 누가. 왔나 봐."


나는 어쩔 수 없이 1층으로 내려갔다. 이 늦은 시간에 호출을 하다니, 예의 없는 그 사람을 향해 화를 낼 참이었다. 인터폰을 들어 누구인지 확인하려는데, 그곳에는 너무 뜻밖의 인물이 서있었다.


벙거지 모자를 푹 눌러쓰고, 검은색 마스크를 한 제이였다.


"도대체 지금 몇 시인데 여기에."


순간, 제이가 나를 확 끌어안았다.


"민재 오빠.. 나 오빠 말고는 연락할 사람이 없어서... 그래서 그래서 왔어. 정말 미안해. 그때 오빠한테 거짓말해서 오빠 부른 것도 미안하고. 지금 이렇게 불쑥 찾아온 것도 미안하고."


나의 품에 안긴 제이는 작고 가냘프다. 내가 조금이라도 꽉 껴안으면 부서질 것 같은. 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듯했다.


"무슨 일이야?"


"그게 말이야... 그게... 오빠, 아무래도 나 다 끝인 것 같아."


제이에게서 독한 술 냄새가 났다.


"오빠..."


제이는 갑자기 두 팔로 내 목을 감싸더니, 자신의 입술을 내 입술에다 갖다 댔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제이.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정신을 차린 나는 제이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2층에서 탁탁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보았다.


민정이였다.


나는 술에 취한 제이를 떼어낸 뒤, 소파에 앉혔다. 제이는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민정이의 표정을 보니, 조금 놀란 눈치였다.


"민정아, 저기..."


"아니. 나한테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 없어. 우리 아무 사이 아니잖아. 그런 이야기 주고받을 이유 없어."


나도 모르게 그 순간 화가 났다. 이제까지 내가 한 모든 행동들이 그녀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일까?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래. 너한텐 아무것도 아니지. 그럼 잘 자."


나는 소파에 누워있는 제이를 두 손으로 끌어안아 내 침실로 데려갔다. 내 침실엔 그 어느 누구도 들어온 적이 없었다. 그 어떤 여자도 내 방 침실엔 들어온 적이 없었는데... 민정이도 늘 게스트룸에만 머물렀고. 물론 우리가 그렇게 가까운 스킨십을 한 적은 없었지만.


나는 제이를 내 방 침대에 눕혀두고 30분이 지나 방을 빠져나왔다. 나는 부엌 찬장 아래에 숨겨놓은 소주와 소주잔을 가지고 2층 테라스로 올라갔다. 소주와 소주잔. 정말 오랜만이었다. 사실 과거로 돌아온 이후, 소주를 마신적이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소주만 보면 특히, 이 영감이 그려진 소주만 보면 자꾸 옛날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 내 인생은 처절하게 망가져 있었다. 현실이 팍팍했던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이 무너지고 있던 게 더 컸다. 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 한국에 내가 설자리는 어느 곳에도 없었다. 취업이 되지 않아 하루하루 맘 졸이면서 지내던 내게 유일한 안식처가 돼준 건 주식뿐이었다.


주식을 시작하고, 처음엔 좋았다. 100만 원이 150만 원이 되고, 200만 원이 되고.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이지 막무가내였다. 초심자의 운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했으면서, 뭣도 몰랐던 나는 내가 주식 천재인 줄 알았다. 자신감이 붙은 뒤로, 전 재산 2000만 원을 모두 털어 주식을 했고, 어느 날 잔고를 보니 52만 원이 전부였다.


그때 취업이 되지 않았더라면, 나는 한강으로 달려갔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찌어찌 취업하고 난 뒤엔 회사 생활에 최선을 다했었는데. 세금과 의료보험, 연금을 제외하고, 실수령액으로 받은 380만 원으로 아껴가며, 적금도 붓고.


1년 동안 적금을 붓고 나자, 통장에는 1680만 원 하고도 이자가 약 33만 원 해서 1710만 원 정도가 있었다. 1710만 원. 이렇게 벌어서 언제 집사나 싶었던 나는 집값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회사 근처 25년 정도 된 아파트 20평대가 4억.


신용대출로 1억 5천 정도 가능했고, 주택 담보대출까지 하면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큰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한 나는 조금 더 돈을 모으기로 결심했다. 이듬해 4억짜리 집이 8억이 되기 전까진.


4억이 8억이 된 그 순간, 나는 들고 있던 적금을 해지하고 주식에 올인했다. 1710만 원 중 세금을 떼고, 1700 얼마를 받아 그 돈으로 주식을 시작했다. 예전처럼 무턱대고 하진 않으리라 결심했다. 퇴근 후면, 주실 창을 열어 열심히 공부했고, 때론, 일과시간 중에도 주실 창을 보고 또 봤다.


3개월 뒤, 1700만 원으로 300만 원을 벌었다. 주식 잔고 2000만 원. 은행에 1년 동안 적금 넣고 받은 이자가 33만 원, 주식으로 3개월 만에 300만 원. 수익률 차이 10배 이상. 운이 좋았다. 역시, 주식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었다.


나의 주식투자 방식은 주로 단타였고, 일정만큼 수익을 채우면, 바로 빠졌다. 물론, 자신 있는 종목은 몇 개월 묵혀 두기도 했다. 월급에서 남는 돈은 모두 주식으로 들어갔다.


내 예상대로만 흘러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비극은 늘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주식에 투자한지 얼마 되지 않아, 큰 비중으로 투자하던 종목이 거래정지가 되면서, 상폐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투자한 원금 2000만 원은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그때부터였다. 영감님이 그려진 독한 소주를 마시기 시작한 게. 영감님 소주는 독해서 빨리 취할 수 있었다. 나는 매일 밤 영감님 소주를 마셨다.


과거로 돌아온 뒤, 이 영감님 소주 병만 보면 그때가 떠올라서 쳐다도 안 봤었는데. 그래도 오늘만큼은 이 영감님을 만나야만 했다. 지금의 김민재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소주 병. 그리고 이 볼품없는 소주잔. 이 술병과 소주잔을 보는데, 과거로 돌아온 지금도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내 미래는 장밋빛이었는데... 마음속에 품고 있던 그토록 그리워하던 민정이도 다시 만났고, 내 이 장밋빛 인생에 민정이만 오면 되는데...


그런데, 바이러스로 활개치는 미래라니. 게다가... 민정이랑 잘 되려고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우리가 아무 사이 아니라니. 미래가 없다. 이번에도.


나는 소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또 들이켰다. 나는 그렇게 테라스 소파에서 잠들었고, 몸이 으슬으슬 추워 깼을 땐 새벽 5시였다. 열선을 켜지 않고 자는 바람에 내 몸은 얼어있었다. 입이 돌아가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소주 병과 소주잔을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부엌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파란색 셔츠에 하늘거리는 하얀색 정장 바지를 입은 민정이였다. 오늘따라 민정이의 뒷모습이 몹시 낯설었다.


"저..."


미안하다고, 어제 일은 오해라고. 나는 민정이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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