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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님의 서재입니다.

주식 천재 김민재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weto0703
작품등록일 :
2021.07.03 19:35
최근연재일 :
2021.08.19 00:3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9,425
추천수 :
237
글자수 :
269,869

작성
21.07.25 06:00
조회
89
추천
5
글자
12쪽

23 화 꿈속처럼

DUMMY

"출퇴근이 좀 힘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믿을 만한 남자랑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 민정이 너 출퇴근할 때, 내가 당분간은 같이 다니는 게 좋을 것 같고 말야. 그놈이 니 주변에 얼쩡거릴 수도 있고..."


"흠..."


"민정이 너 부모님 두 분 다 서울에 안 계시잖아. 같이 있을 사람도 없고. 부담 갖지 말고."


"그래도 너한테 너무 신세 지는 것 같은데..."


"야! 친구 사이에 신세 지고할게 뭐 있냐?! 일단, 지금 집에 가서 싸올 짐은... 아니다. 오늘은 일단 우리 집으로 바로 들어가고, 내일 가지러 가자."


민정이는 대답 없이 서 있었다.


"가자. 응?"


"그래도, 이건 좀..."


"오늘은 일단 우리 집으로 가자. 응?"


"하지만..."


민정이는 고민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빌라로 다시 돌아가는 건 너무나도 위험한 생각이었다. 그 2층 놈이 보복할지도 모르고.


"민정아. 지금은 니 생각만 해. 너 오늘 엄청 위험할 뻔했어. 그 자식이 너네 집 앞에 서 있었다고.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일단, 우리 집으로 가자."


민정이는 마지못해 차에 탔고, 집에 도착해서도 쉬어야겠다고 말하고는 게스트룸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일어났을 때, 민정이는 회사에 출근하고 없었다. 부엌에는 민정이가 만들어 놓은 스크램블과 쪽지가 있었다.


'민재야~ 아침 잘 챙겨 먹어. 그리고 어제는 고마웠어. 당분간만 신세 질게. 그리고, 오늘 반차쓰려고 해. 짐 챙겨서 갈 건데, 평소보다 조금 일찍 도착할 것 같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민정-'


혼자서 짐을 챙겨서 온다고? 나는 민정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민정이는 받지 않았다. 오전 11시. 나는 민정이가 살았던 문제의 빌라로 향했다. 그리고 민정이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민정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민정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민정아~ 절대로 집에 들어가지 마. 집 앞에 기다리고 있어. -민재-'


나는 빌라 앞에 주차를 하고, 빌라 앞 공동현관에 서서 민정이네 집으로 호출했다. 하지만, 호출음만 갈 뿐이었다. 나는 공동 현관문을 두드리며, 민정이를 불렀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는데, 누군가가 내 등을 톡톡 두드렸다. 민정이였다.


"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 어? 여기가 어디라고 혼자서 올 생각을 한 거야?!"


"집도 그렇고, 어제 일도 그렇고... 너무 민폐 끼치는 것 같아서."


"야! 너 내가 어제 그랬지. 우리 친구라고. 그놈 집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혼자 올 생각을 어떻게 했어? 진짜 간도 크다."


나는 민정이에게 친구가 아니라 이제는 특별한 사이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왠지, 지금은 친구여야만 민정이 옆에 계속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민정이와 함께 집으로 들어가 짐을 챙겨 바로 나왔다. 2층 놈이 집에 있는지 없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언제 그놈이 나타날지 몰라 계속 찜찜했다. 검정색 뿔테안경에 하의 실종으로 다니는 그 2층 놈을 생각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차를 타고 더 하우스 인 청담으로 가는 동안 민정이는 자신이 계약했던 부동산 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간의 이유 때문에 집을 나가야겠다고 말했고, 부동산 업자는 집주인에게 그 이야기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네. 참."


"그래도 다행이지. 아무 일 없어서."


"그러게. 민재 너 아니었으면 어쨌을까? 휴~"


"뭐 하러 그런 생각 해. 내가 있는데. 오늘은 아무 걱정 말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맛있는 거 사 먹고 들어가자.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따뜻한 국물."


"민정이 너 매운탕 좋아하지?"


"어떻게 알아? 내가 예전에 한번 말했었나?"


"그냥 왠지 느낌에... 나온 김에 횟집 가서 회도 먹고, 매운탕도 먹고 들어가자."


민정이가 내게 매운탕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적어도 과거로 돌아오고 난 뒤로는.


과거로 오기 전, 나는 민정이와 함께 포항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여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쌀쌀했고,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계절이었다. 그날은 내가 약속시간에 늦는 바람에 타야 할 기차를 놓치게 됐고, 우리 일정이 모두 엉망이 된 날이었다. 점심시간도 한참 지난 3시가 돼서야 도착했던 죽도 시장의 늘 푸른 바다횟집.


한 가지 다행인 건 그 집에서 먹은 매운탕이 아주 맛있었다는 것.


그 뒤로, 서울로 돌아온 우리는 기분이 우울할 때면, 매운탕을 먹으러 갔다. 그러면 왠지 죽도 시장의 그날이 떠올랐다. 모든 게 엉망이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매운탕 하나는 기가 막혔던 그날.


그런데, 좀 이상했다. 민정이와 나는 그때 그 추억으로 매운탕을 좋아하게 됐었는데... 그렇다면, 민정이는 내가 아니어도 매운탕을 좋아하게 될 운명이었던 건가? 나는 민정이에게 어떻게 매운탕을 좋아하게 됐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왠지 자신이 없었다. 나와 함께 했어야 할 추억들이 혹시라도 그 전 남편과의 추억이 돼버린 건 아닌가 싶어서.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집 근처 횟집으로 가 모둠 회를 먹고, 매운탕을 주문했다. 연신 호호 불어가며 뜨거운 매운탕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민정이를 보자, 그때가 떠올랐다. 그때나 지금이나 먹는 모습은 똑같은데... 내가 바꾼 과거로 인해,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민정이의 매운탕 먹는 모습은 예전 그대로라는 게 신기했다. 앞으로 한동안은 이렇게 민정이 옆에 늘 함께 할 수 있기를.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민정이가 더 하우스 인 청담에 와서 생활하는 동안, 적어도 나에게는 행복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민정이가 아침 6시에 일어나 씻고 회사 갈 준비를 하고 있으면, 나는 민정이와 함께 먹을 아침을 준비했다.


6시 반쯤 우리는 함께 아침을 먹고, 7시엔 민정이와 함께 회사로 출발했다. 민정이의 회사에서 집까진 차로 1시간 정도 걸렸지만, 우리는 그 차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민정이가 좋아하는 음식, 민정이가 좋아하는 영화, 민정이가 좋아하는 음악, 민정이가 좋아하는 철학자, 그리고 민정이가 좋아하는 사람들, 민정이의 초등학교 때 별명, 중학교 때 가장 망친 과목. 그 과목은 가정이었고 76점이었다. 그리고 민정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영화 본 날.


과거로 오기 전 내가 알고 있던 민정이보다 지금 훨씬 더 민정이를 많이 알게 된 것 같았다. 나는 민정이가 어떤 철학자를 좋아하는지. 아니 철학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조차 몰랐었다. 그리고 민정이가 좋아하는 가수가 성식형인줄도 몰랐다. 그저 성식형 노래를 들으면 듣는 줄 알았고, 철학책을 읽으면 그냥 읽는 줄 알았다. 아니 그 책이 철학책인 줄도 몰랐다.


나는 왜 그때,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자를, 제대로 보지 못했을까? 민정이에게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점이 많다는 걸 왜 몰랐을까? 나는 민정이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랐다. 우리가 영원하기를. 내가 이 여자의 이야기를 영원히 들을 수 있기를.


민정이와 생활한지 1주일이 넘어갈 무렵, 민정이가 내게 말했다.


"민재야, 내가 집을 구하고 있긴 한데, 당장 보증금을 받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다고 대출을 내자니.. 그 집도 대출받아 간 거라서.. 그러니까 말인데"


"민정아, 걱정 말고 너 있을 만큼 여기에 있어. 1년이고 2년이고, 아니 10년이고."


"아니야~ 그렇게 오래 있을 생각은 없어. 계약까지 6개월 정도? 남아 있거든. 월세로라도 가려고 알아보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민정이와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민정이가 이렇게 말하면, 자꾸 나를 밀어내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화가 났다.


"야 이민정. 너 사람이 왜 그렇냐? 내가 왜 이러는지 너도 알면서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그냥 여기서 계속 같이 살자. 같이 밥 먹고, 같이 출근하고, 같이 영화 보고, 같이 요리하고, 지금처럼. 계속."


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말할 수 없었다. 아니 말하지 않았다.


"천천히 알아봐.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그나저나 저녁 테라스에서 먹는 거 어때? 베이컨이 들어간 크림파스타로? 저녁 먹고 난 뒤엔 영화 한 편?"


"춥지 않을까?"


"아직은 괜찮을 것 같은데? 소파에 열선도 있고."


"알겠어. 그럼 그러자."


"내가 요리할게."


"그럼 나는 민재 네가 좋아하는 에이드 만들게. 너 좋아하잖아. 자몽에이드."


"욜~ 그걸 다 기억하네. 자몽에이드 찐하게 그럼 한 잔"


나는 크림파스타를, 민정이는 자몽에이드를 만들기 시작했고, 다 만들어진 크림파스타와 자몽에이드를 들고 우리는 2층 야외 테라스로 갔다. 오랜만에 보는 보름달은 은은하게 우리를 비추었고, 우리는 테라스 끄트머리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오늘따라 민정이는 실크로 만들어진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 원피스는 민정이의 몸을 촤르르 감싸 민정이의 실루엣이 이따금 드러났다. 민정이가 일어나서 움직일 때마다 원피스는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움직였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치 지난번 미술관에서 봤던 고대 이집트 이시스 여신상이 생각났다.


가녀려 보이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긴 팔다리와 잘록한 허리. 그리고 가슴까지 내려오는 검은 긴 생머리. 민정이의 머리카락이 저렇게 검었던가? 원래 약간 갈색빛이 돌지 않았던가? 그리고 머리카락이 언제 저렇게 길었지? 원래 단발보다 조금 긴 정도였던 것 같은데... 나는 한참을 민정이의 머리카락을 쳐다보았다.


"왜? 내 얼굴에 뭐가 묻었어?"


"아니 아니. 머리카락이 원래 그렇게 검었어?"


"글쎄.. 머리카락이 검었나? 잘 모르겠네."


"진짜 새까맣다. 이집트 여신 같아."


"그래?"


"뭔가 신비롭네."


"내 피부색이 그렇게 하얀 편이 아니라서 이집트 사람처럼 보이나 봐."


"아냐아냐. 네 피부 건강해 보여. 보기 좋아."


"그러고 보니 민재 너는 머리카락이 약간 노란빛이 도는 건가? 곱슬이었네."


"난 염색했지. 약간 노란색으로. 지금은 곱슬이지만, 애기때는 완전 직모였는데.. 언제부턴가 이렇게 곱슬이 돼버렸지 뭐야."


"그래도 너랑 잘 어울려. 그런 곱슬머리. 볼륨감도 느껴지고."


"그런가?"


"응. 멋있어."


"멋있어? 여자들 원래 이런 머리 싫어하지 않나? 몰랐네. 곱슬머리 좋아하면, 계속 이렇게 둬야겠다."


"그냥 한 소리야. 여자들 그런 곱슬머리 안 좋아해. 우리, 영화 안 봐?"


"어어. 지금 준비할게."


곱슬머리 이야기에 미세하게 민정이가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내가 뭐 실수 한 건가? 일단, 나는 영화 이야기를 꺼내 분위기를 전환 시키기로 했다.


"뭐 보면 좋을까? 민정이 너 혹시, 홍콩 영화 좋아해? 액션? 막 이런 거? 나 엄청 좋아하는데."


"액션도 좋긴 한데... 혹시, 틴밀밀이라는 홍콩 영화 알아?"


"틴밀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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