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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벤 님의 서재입니다.

밤의 왕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헤르벤
그림/삽화
@L280_V6ER1
작품등록일 :
2019.04.02 00:09
최근연재일 :
2020.05.11 17:29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6,831
추천수 :
56
글자수 :
581,379

작성
19.06.01 18:30
조회
77
추천
0
글자
8쪽

마녀의 숲(3)

DUMMY

카튼은 벽돌을 어깨에 인듯 걸리적거리는 몸을 질질 끌다시피 움직여 숙소로 돌아왔다. 다리에 모래 주머니를 단듯 어딘가 어색한 걸음과 휑한 눈으로 그가 움직이자 마중을 나온 로아가 물었다.


“카튼 아저씨, 베이즌 형은요?”


카튼의 얼굴에 무거운 그림자가 내려앉자 로아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가 죽었나봐요? 괜찮으니 그만 들어와요, 카튼.”


그를 향해 손짓하는 소년의 표정에는 어떤 슬픔도 심지어 약간의 당혹스러움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모습에 그를 두고온 카튼은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그가 문지방에 가만히 서있기만 하자 소년이 다시 말했다.


“밤이 오면 밤의 왕자가 깨어나고, 그럼 그 역시 깨어나겠죠. 그러니-.”


소년의 말에 분노를 감추지 못한 카튼이 소리쳤는데 그것이 단순히 청년의 죽음에 무감각한 로아를 향한 것만은 아니라는걸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다시 깨어나, 그를 다시 보게 된다고 해도. 그가 죽지 않는것은 아니네!”


‘그를 두고오는게....그를 두고오는게 아니었어....! 그가 그리 말한다고 그대로 행동해선 안 됐는데.’


자괴감에 고개를 떨구던 카튼은 그가 다시 깨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그때의 순간이 그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초조함을 느꼈다.


“아저씨 얼굴을 보라고, 당신을 진정시키기위해 한 말이었어요.”


카튼의 좌절에도 로아는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귀찮다는 넌더리가 난다는 표정이 돼 말하곤 홀로 숙소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고통이 두려워 죽음을 두려워지 않아요. 누군가에게나 되돌이키고 싶은 순간과 선택이 있지만 그에게는 그 기회가 많은 것뿐이고.”


혼자 남은 카튼은 다시 후회를 중얼거렸고 그것은 흐느낌으로 변질돼 버렸다.


* * *


그들은 다수의 인원이 수용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허름한 여관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지붕이 허름해 비오는 날이면 물까지 새는 그 여관의 주인장이 나름 특실이라 부르는 곳은 문달이 지내고 있었고 다른 일행들은 사방이 탁 막히고 빛도 잘 들지않는 방에서 휴식을 취해야했다. 그 마저도 부족해 돌아가면서 방들을 사용했기에 그곳이 잠을 자는 용도로 사용됐다기보단 잠시 눈붙이는 용도에 불과했다.


여관에 들어가면 온갖 오물과 가축의 변냄새가 그의 코를 쑤셨는데, 이젠 그마저도 익숙했기에 카튼은 피곤한 걸음으로 잠을 청할 빈방을 찾아다녔다. 여관의 중앙에 위치한 나무탁자에는 그의 일행들이 모여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고 그들 중 어느 아낙이 그에게 식사를 권하자 카튼은 고개를 내리저었다. 카운터에는 여관의 주인인 혹부리가 아니라 그의 딸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카튼은 그것이 다행이라 느껴졌다. 동네사람들에게 붉은 혹이라 불린다는 그 여관은 나그네들에게 잘곳을 빌려준다기보단 본래 마을사람들이 애용하는 술집에 가까웠는데 낯선 이방인들이 그곳에 오래 머물면서 마을사람들은 점점 그곳에 가는 일을 기피하게 됐다고 한다. 이에 주인장은 그의 가게가 적자가 된 것이 전부 그들의 탓이니 더 많은 값을 치뤄야한다고 지속적으로 압박을 넣어왔다. 그러나 매주에 한번씩 저작거리의 의사를 불러들여 그 치료비와 출장비까지 대야하는 카튼과 베이즌에게는 그럴 여력이 없어 이를 묵과했었다. 그런 상황 속에도 그들이 그곳에서 쫓겨나지 않은건 혹부리의 못생긴 딸 때문이리라 카튼은 짐작할 수 있었다.


“벤은요?”


그의 본명도 모르는 그녀는 베이즌과 비슷한 또래에 약간 통통한 몸에 주근깨가 자글자글하고 제 아비처럼 혹이 달리지는 않았지만 심한 주걱턱이었는데 카튼은 본래 그녀를 그다지 부정적으로 보지도 않았지만 그녀가 동갑이란 이유로 왕자에게 무뢰하게 굴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지곤 했다. 베이즌이 스스로를 용병 벤이라 소개한 것도 문제였지만 그녀는 베이즌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며 반말을 할뿐 아니라 계속해서 그에게 술을 권하거나 그의 팔로 팔짱을 끼는건 물론이고 그의 몸을 스스럼없이 만지며 끈질긴 추파를 보내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베이즌은 이곳 말고는 지낼만한 곳이 없다는 자신들의 상황을 지각해서인지 그녀의 무례를 적당히 받아주고 무시하거나 그녀가 선을 넘을 경우에는 그녀에게 화도 내지않고 조용히 자리를 피해버렸다. 그런 베이즌의 뜨끈미지근한 반응이 일전의 다른 사내들에 비하면 무척 긍정적으로 보였는지, 이젠 그 아비까지 딸과 합세해 다른 종류의 압박을 가해오고 있었다.


상황이 다른 만큼 그들의 횡포에 대한 벤의 대처는 왕자일때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겠지만 카튼은 그가 열차에서의 폭격을 경험한 이후로 지나치게 만사에 무감각해지고 무심해졌다는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가끔씩은 그가 아예 다른 사람이라 느껴졌는데 사실 사람이나,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까지 줬다. 카블과 에일과 헤어진 것 때문일까, 문달이 자기 때문에 크게 다치게 된 꼴을 직접 때문에, 그가 아니면 작은 제 정의가 완전히 좌절당해버렸기 때문일까. 카튼은 그 중 무엇 하나를 선택할 순 없었다.


방에 툭 도착한 카튼은 막스가 홀로 자고 있는 잠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누웠다.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띵한 두통과 함께 잠을 청했다. 본래 그는 사냥을 마치면 그 품값을 암거래 시장에서 팔고 돌아와 이를 로아에게 전해 문달이 호전여부를 묻곤 했는데 이젠 그 모든 과정이 전부 불필요했다. 그는 오늘 돈을 벌지 못했고 몇주동안 못 깨어나고 있는 문달이 오늘 깨어날 리 없으리란 직감이 온다. 선박대신 열차를 이용했기에 시간을 벌긴 했지만 그들은 슬슬 마을을 떠나야만 했다. 내일 베이즌을 만나면 징집소로 떠나야하는 얘기를 꺼내야겠다 생각하다가 까무륵 잠에 들었다. 그는 그날밤 꿈을 꿨다. 마물과 베이즌이 사투를 벌였는데 그 자신을 지켜준게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은빛 철퇴를 뿜어내는게 마물이었던가 베이즌이었던가.


“일어나, 카튼.”


익숙한 저음의 목소리가 그의 귓전을 때렸다. 카튼이 눈을 떴을때 그의 시선 앞에는 얼굴에 얕은 긁힌 상처가 난 베이즌의 얼굴이 보였고 그의 어깨 뒤로 온몸이 결박된 막스가 있었다. 막스의 몸에 돋아낸 은색 가시들을 보며 카튼은 비명을 지를뻔했고 베이즌이 그런 그의 입을 막았다.


“그를 자극하지마, 겨우 진정시킨 참이니까.”


목을 맞아 기절한 상태의 막스는 열병이 난듯 얼굴이 붉게 변해 식은땀을 흘리며 고통스러운 숨을 삼켰다.


“제게 도대체 어찌된.....?”


그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붉은 빛을 뿜는 작은 목걸이를 그에게 건냈다.


‘이건 군인 식별표?’


카튼은 베이즌이 설명대신 왜 이런 물건을 건내는지 알 수 없었다.


“어제 사냥했던 마물에게서 얻은거야.”

“그 괴물이 왜 그걸?”


청년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몸에 변형이 일어나고 있는 막스의 상태를 뜯어볼 뿐이었다. 카튼은 그제야 말도 안되는 예측하나가 떠오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디 제가 생각하는것이 제발 잘못된 예측이길 바랐다.


“카튼. 우린 숲으로 들어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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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그 악마의 과거(1) 19.08.14 73 0 16쪽
93 마법사와 주술사(6) 19.08.05 112 0 10쪽
92 마법사와 주술사(5) 19.08.02 61 0 8쪽
91 마법사와 주술사(4) 19.07.30 66 0 7쪽
90 마법사와 주술사(3) 19.07.26 78 0 10쪽
89 마법사와 주술사(2) 19.07.23 73 0 7쪽
88 마법사와 주술사(1) 19.07.19 97 0 10쪽
87 저놈 죽이고 천국가겠습니다.(2) 19.07.16 138 0 11쪽
86 저놈 죽이고 천국가겠습니다.(1) 19.07.13 128 0 9쪽
85 이방인(4) 19.07.09 87 0 7쪽
84 이방인(3) 19.07.05 87 0 8쪽
83 이방인(2) 19.07.02 65 0 8쪽
82 이방인(1) 19.06.29 84 0 8쪽
81 마녀의 숲(5) 19.06.25 81 0 9쪽
80 마녀의 숲(4) 19.06.23 67 0 11쪽
» 마녀의 숲(3) 19.06.01 7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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