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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07 16:05
최근연재일 :
2024.05.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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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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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3화 꼬꼬 치킨

DUMMY

13화



어제 상한가인 18,700원으로 끝난 대림공업.

오늘은 장이 시작하자마자 예상대로 +800원 쩜상을 찍었다.

따라서 시초가는 19,500원.


으흐흐흐, 큰일 났다. 웃음 참기가 너무 어렵다.


‘매수가가 18,000원이니까 수익이 얼마나 되나~?’


난 이거 볼 때가 제일 기분 좋더라.

단말기의 계좌별 손익현황 버튼을 눌렀다.


1,800주 × 1,500원 = 2,700,000원


역시 투자금액이 크니까 수익도 짭짤하네.


대림공업에 상한가 잔량 쌓인 거 보니까 내일도 쩜상이 무난할 듯하다.

아침도 조금밖에 안 먹었는데 왜 이렇게 배가 부른지 원.


이왕 보는 김에 나의 두 분 고객님들 것도 살펴봐야지.

먼저 조대철 님.


동청건설

수량 3,700주

매수가 5,400원

현재가 4,850원(-200원)

손익 –2,035,000원(-10.19%)


사흘 만에 10% 넘게 손해 봤으니 속이 많이 쓰리시겠다.

현재가 뒤에 있는 건 당일 등락금액이다.


다음은 박영숙 님


일동종합상사

수량 5,800주

매수가 4,300원

현재가 4,050원(-150원)

손익 –1,450,000원(-5,81%)


대림공업

수량 270주

매수가 17,900원

현재가 19,500원(+800원)

손익 +432,000원(+8.94%)


합계 손익 –1,018,000원(-3.42%)


개잡허접쑤레기 주식만 산 조대철 님이야 그렇다 치지만.

박영숙 님은 대림공업으로 연속 상한가를 먹었는데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대림공업 매수금액이 적은 게 가장 큰 이유.

하지만 이 당시 상한가 폭이 워낙 작아서 그런 면도 있다.

두 번 상한가가 고작 8.94%라니.


평균 상하한가 폭이 4.6%고 비싼 주식일수록 그 폭은 작아진다.

주가가 400,000원~499,000원 사이라면 등락폭이 10,000원으로 2% 남짓이다.


500,000원 이상이면 일률적으로 12,000원이니 1백만 원짜리 주식(이 당시 이렇게 비싼 주식은 없었지만)이면 1% 정도.

진짜 병아리 눈물 만큼이다.


그건 그렇고.

나의 고객 전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에 대해 심심한 애도를 표하고 있을 때.


“아니, 대림공업이 또 상한가네요. 이게 웬일이래! 무슨 재료 나왔어요? 혹시 작전 걸렸어요? 아침에 신문 보고 깜짝 놀라서 달려온 거에요.”


박영숙 고객님께서 호들갑과 함께 등장하신다.

지점에 들어오자마자 전광판을 통해 대림공업의 현재 시세를 확인한 거다.

주식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한 행동이라고 봐야지.


“어서 오세요. 사모님.”


두 명밖에 안 되는 나의 관리고객 중 한 분이 오셨다.

반갑게 맞으면서 무려 무상증자 100% 공시가 떴다는 점을 얘기해 드렸다.


“어머어머어머! 100%나요? 아유~ 바쁘게 오느라 그건 확인 못했네!”


이 당시는 일간지에도 모든 주식의 전날 시세가 실렸다.

그리고 기업공시 사항도 함께 실리는데 너무 놀라서 그건 미처 못 보고 온 모양이다.

하긴 대부분의 종목에 (-) 표시가 달렸는데 대림공업 혼자만 뚜악 위쪽 화살표(상한가 표시)를 달았으니 얼마나 놀랐겠나.


“100% 무상증자면 엄청 쎈 재료잖아요? 그쵸?”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럼 내일도 상(上)칠 수 있겠네요?”


“일단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의 확률 99%지만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무조건 친다고 했다가 틀리면 어쩌려고.

주식은 아무도 모르니까.


“아유~ 그러면 좋은데···. 근데 일동종합상사는 오늘도 마이너스네. 쟤는 왜 저런데요?”


글쎄요, 그걸 저한테 물으시면···.

개잡주라서 그렇다고 할 수도 없고 참 곤란하지요.


“이럴 줄 알았으면 강 주임님이 추천한 대림공업에 다 박는 건데, 그랬으면 얼마를 버는 거야? 아유~ 아까워!”


하여튼 사람 욕심이란 게···.

원래 그런 거지 뭐. 이해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

주임이 아니라 주임님! 얘기가 아니라 말씀!

나에 대한 우리 박 여사님의 평가가 단숨에 수직 상승했다는 증거가 아니겠냐.


“내일 상한가로 붙었다가 풀릴 기미가 보이면 바로 연락 주세요. 내일은 하루 종일 집에 있을 거니까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니, 아니야. 그럴게 아니라 상한가 무너질 것 같으면 일단 파시고 연락 주세요. 전화 하다가 팔 기회 놓치면 안 되잖아요.”


역시 왕년에 주식 좀 해본 분이라 다르네.


“그건 그렇죠. 알겠습니다. 사모님 말씀대로 일단 팔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관리자가 임의로 먼저 매도나 매수를 한 후 연락하는 것.

이걸 일임매매라 한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유용한 면이 있지만 영업직원이 약정용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문제 또한 많다.


“아유~ 일동, 저거 또 빠지네. 또 빠져! 아유~ 속 터져.”


대화하는 사이 일동종합상사가 10원 더 내렸다.

그 후로도 박 여사께서는 몇 번을 더 ‘아유~’를 외치더니 ‘아유~ 내 정신 좀 봐, 약속이 있는데 깜빡했네.’하면서 가셨다.


박 여사님이 퇴장하고 약 3초 뒤.

왼쪽 칸막이 위로 사람 모습이 쓱 올라왔다.

옆 부스의 박 차장이다.


“강 주임, 대림공업 샀어?”


박 여사님의 목소리가 좀 컸나 보다.


“아 예, 조금요.”


“야~ 어떻게 그걸 살 생각을 했어? 무슨 얘기를 들은 거야?”


어딘가에서 무상증자 정보를 얻었느냐는 물음.


“아니요. 제가 그런 걸 들을 데가 어디 있겠어요. 그냥 재무구조가 좋고 기술력도 있는 회사가 너무 빠진 게 아닌가 싶어서 약간 사본 거죠.”


“그런 거였어? 얼마나 샀는데?”


의외로 관심이 많으시네.

하긴 이 약세장에서 독야청청 연속 상한가를 쳤으니 당연한 건가.


“270주, 500만 원 어치요.”


“에게~ 겨우 500? 난 또, 아줌마가 엄청 좋아하길래 왕창 산 줄 알았지. 이왕 사는 거 제대로 지르지 그랬어?”


“제가 그럴 만한 계좌가 어디 있어요. 그거라도 산 게 다행이죠.”


“그런가. 그래도 좀 아쉽겠어.”


그러고는 스윽 모습이 사라졌다.


말로는 아쉽겠다고 했지만 박 차장의 표정에서는 왠지 안도감이 묻어 났다.

자기는 연일 죽 쑤는데 이제 겨우 영업 시작한 초짜가 대박을 쳐버리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겠지.


‘박영숙 고객님이야 조금밖에 못 사서 아쉽겠지만 나는 아니라네.’


모찌 계좌에 1,800주나 있다는 걸 알면 기절까지는 안 하더라도 좀 띵 하겠지.

사돈이 땅 사면 배가 아픈 법.

영업직원들끼리도 은근히 경쟁이 있다.

아무리 나한테 호감을 지닌 짬뽕 멤버라 해도 가급적 정보 누출이 안 되도록 조심해야겠다.


그런데 알람 소리가 안 난다.

그건 좀 아쉬운데.

일임매매까지 하게 됐는데 말이야.


〈고객의 신뢰를 얻은 기념으로··· 블라블라···〉


이런 멘트가 나오길 은근히 기대했거든.


‘혹시 박영숙 님 계좌의 대림공업을 팔 때 칩을 주려나. 처음으로 고객에게 돈을 벌어줬습니다. 어쩌고 하면서 말이지.’


칩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리진 않았다.

실험이 실패했다고 단정 짓기는 아직 이르잖아.

어차피 빠르면 내일, 늦어도 모레쯤엔 매도할 생각이다.

경제신문에 난 비슷한 공시 결과를 분석해보니 기대치는 3~4회 상한가더라.

곧 알 수 있겠지.


*****


오늘은 내가 실물 주식을 본사에 가져다주는 날.

증권출납업무를 할 때는 내가 도맡아 했지만 지금은 4명의 주임들이 순번을 정해 번갈아 한다.

6명의 주임 중 내년 대리 진급을 앞둔 김건무 주임과 가장 나이가 많은 김선희 주임은 열외.

어디 가나 고참에 대한 예우는 있으니까.


업무 마감하고 가는 거니까 본사 들렀다가 바로 퇴근하면 된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발이 공중에 붕 떠 있는 느낌이다.

여의도에 내려 본사까지 걸어가는 데도 발걸음이 너무너무 가볍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아직 안 걸어봐서 확실친 않지만.

원래 보유 주식이 상한가 치면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가 보다.


기분도 좋은데 오랜만에 가게에나 들러볼까.


일을 마치고 버스 타고 가다가 상도동 성대 시장에 내렸다.

시장 근처에 부모님이 하는 「꼬꼬 치킨」이 있어서.


“어서 와라. 퇴근한 거야?”


엄마가 반갑게 맞아준다.


“그럼요.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증권사 지점은 칼퇴입니다요.


“아, 그렇지. 이 시간이면··· 너 배고프겠다. 치킨 먹을래?”


이런 엄마에 비해 아버지는 그냥 힐끗 한 번 보고는 하던 일에 몰두.

참 무뚝뚝한 양반일세.

아들이 모처럼 놀러 왔는데 좀 살갑게 맞아주면 어디가 덧나나.

그러니까 공장도 말아먹은 거겠지.

아무리 품질이 좋았다지만 제품을 팔려면 도매상들한테 영업 멘트도 좀 날려가며 싹싹하게 대해야 하잖아.

사고 싶으면 사고, 말고 싶으면 말아라는 식으로 했다고 하니 머.

안 망하면 그게 이상한 거지.


“배고파 죽겠어요. 빨리요.”


나는 프라이드치킨을 너무 좋아한다.

전생에 그렇게 먹었는데도 전혀 질리질 않는다.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배고프면 양배추하고 무하고 먼저 먹고 있어. 금방 줄게.”


엄마가 이것저것 뚝딱뚝딱 차려 주신다. 콜라까지.

아버지는 말없이 집게로 초벌 튀김 해놓은 걸 끓는 기름 속에 집어넣고.


아버지의 성격이 이렇기 때문에 치킨집은 철저히 분업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엄마는 고객님을 상대하고, 아버지는 치느님을 상대하고.


「꼬꼬 치킨」은 4인용 테이블이 3개밖에 없는 손바닥 만한 가게다.

따라서 주 대상은 포장 고객.

가게는 작지만 목이 좋아 장사는 그럭저럭 되는 편이다.

그러니까 먹고살고 아들딸 모두 대학까지 보냈지.

물론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한 번도 제대로 누려본 적 없지만.

동생도 나도 진짜 열심히 아르바이트 뛰어 학비에 보탰다.


“자~ 많이 먹어.”


갓 튀긴 치킨이 내 앞에 놓였다.

냄새 죽이네.

다리도 맛있고 날개도 맛있는데 뭐부터 먹을까.

잠깐 고민하다가 통통한 닭다리를 집었다.

그러고 보니 순살이 아니네.

전생에서는 순살 치킨만 팔았었는데.


‘순살은 전문업체에서 공급받았었지. 아직 그런 업체가 안 생겼나?’


직접 닭뼈를 제거하려면 손이 많이 간다.

염지(소금에 절이는 과정)까지 가게에서 직접 하려면 더욱 일이 커진다.

염지를 하지 않으면 고기가 팍팍해서 맛이 없기 때문에 필수적.

근데 그러려면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동네 치킨집도 업체에서 염지가 다 된 닭을 받는다.

체인점은 자체 공급이니까 말할 것도 없고.


입에 넣은 닭다리를 우아하게 한입 씹는 순간.


‘응? 맛이 왜 이래?’


혀에 느껴지는 이 이질감의 정체는 뭘까.

분명히 전생에 먹던 맛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일단 삼킨 다음.

이번엔 날개를 입에 넣고 가만히, 살살, 조심스럽게 씹으며 원인을 탐색했다.


‘아니야, 이 맛이 아니야. 너무 밍밍해. 별로 고소하지도 않고.’


나는 쟁반에 놓인 치킨을 째려보았다.

순살 치킨이 아니라서?

뼈있는 치킨도 맛있게 많이 먹었으니 그건 아닌 것 같고.


고심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아하!”


곧 이유를 알아냈으니까.


튀김옷에 물결무늬가 없었다.

더 결정적인 건 매운맛이 전혀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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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작전주 +11 24.05.09 9,195 244 11쪽
33 33화 투자대회 +11 24.05.08 9,282 243 12쪽
32 32화 나이키 +13 24.05.07 9,373 250 12쪽
31 31화 태진피혁 +10 24.05.06 9,563 264 12쪽
30 30화 성 대리 +11 24.05.05 9,801 257 12쪽
29 29화 조커 카드 +13 24.05.04 10,010 251 12쪽
28 28화 이지혜 +9 24.05.03 10,302 252 12쪽
27 27화 여동생 +14 24.05.02 10,794 257 12쪽
26 26화 1993 +14 24.05.01 10,776 257 12쪽
25 25화 단계 +10 24.04.30 10,661 279 12쪽
24 24화 대도건설 +11 24.04.29 10,739 261 12쪽
23 23화 관리자 변경 +12 24.04.28 10,879 265 13쪽
22 22화 행복 +9 24.04.27 10,928 259 13쪽
21 21화 오광유리 +11 24.04.26 10,904 261 12쪽
20 20화 약정 +6 24.04.25 10,971 25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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