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역련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한 F급 헌터는 왕이 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역련
작품등록일 :
2020.12.13 20:58
최근연재일 :
2021.01.07 12:3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0,950
추천수 :
195
글자수 :
131,087

작성
21.01.06 12:35
조회
210
추천
6
글자
12쪽

그 광경

DUMMY

“...왜.”


유나는 고개를 숙인 채 피가 흐를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대체 왜.”

“부길드장님!”


승철이 말릴 새도 없이 그대로 달려들어 서아의 멱살을 움켜쥔 유나.


“대체 왜 아저씨가 여기 있는 건지 설명해.”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상처를 받는 것도, 죽이기 위해 검을 휘두른 것도 나여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 매일 손이 찢길 정도로 검을 휘두르고 전장에 나섰는데 어째서.


“내가 결정한 일이야.”


멱살을 쥔 손을 떼어놓은 채.

옷깃을 찢어 지혈해주는 수현.


“제가 못 미더우신 건가요. 저한테는 얘기도 안 하셨으면서.”


왜 몇 번 보지도 않은 저 여자의 손을 잡고 들어오신 건가요.


“중요한 사람이니깐.”

“저 여자가 그정도로.”

“유나, 네가 말이야.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면서도 못 본 채 놔둘 수가 없었어. 걱정할까 봐 서아 씨한테 미리 얘기한 거고.”


본인이 중요하다는 말이 통한 듯 한껏 누그러진 유나의 얼굴.


“그, 그래도 위험하잖아요. 다음부터는 미리 얘기라도 해줘요. 제가 곁에서 지킬 수라도 있게.”


알겠다고 대답하자 유나는 서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무례를 범해서 죄송합니다!”


S급 헌터끼리 고개를 숙이는 건.

자존심은 물론 긍지를 내려놓는 것이었다.


“괜찮아요. 오히려 제가 더 죄송한걸요.”


끌어들인 건 본인이다.

수현의 변호가 아니었더라면 멱살뿐만 아니라 뺨까지 맞았어도 유죄인 상황.


“크, 크흠.”


달아오른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리하자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승철.


“그래서 수현 님이 정보의 제공자라는 말씀입니까?”

“맞습니다. 저를 찾는다고 하시기에 왔는데.”


고개를 살짝 틀어 보니 이동석이 시답잖은 듯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정말 이 녀석이 정보의 제공자라고? 이런 애송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마력과 계집에처럼 생겨 느껴지지 않는 기백.

이런 약골이 A급 몬스터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등급이 어떻게 되먹은 거야? A급 몬스터들의 약점을 파악할 정도면 최소 A급 이상이라는 건가.”

“F급입니다.”

“뭐?”


F급 헌터가 상대 조차 할 수 없는 A급 몬스터의 정보를 들고 왔다?

그것도 발견되지 않은 미확인 몬스터의 정보를?


“헛소리도 적당히 해야.”

“수현 님의 정보라는 건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아저씨가 가져온 정보라는 건 제가 보장하죠.”


동시에 말하는 레이븐의 S급 헌터들.

그리고.


“저도 보장하겠습니다.”


헌터정보부 소속 S급 헌터 류서아.

친분이 있다고 해도 거짓을 고할 위인들은 아니었기에 동석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 정보는 어디서 구한 것이지?”

“제가 대답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탁을 받아서 이곳에 온 것이지, 해명하기 위해 온 게 아니니깐.”

“하하! 쪼만한 새끼가 깡은 확실히 있네. 좋아. 류서아 헌터. 지금 상황에 관해 설명해주시게.”


서아는 던전의 지형을 옮긴 지도를 펼친 뒤.

3일 차의 안전지대라 적혀있던 곳을 가리켰다.


“이곳은 사전 탐사 당시 몬스터가 발견되지 않았던 안전지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태블릿을 통해 나타난 사진 한 장.

그 속에는 자신들의 영역임을 선포한 채.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거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 녀석들이 현재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우회할 루트도 마땅치가 않아 전투를 피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죠. 혹시 이놈들의 정보도 알고 계실까요.”

“헬 자이언트라고 불리는 용암 지대의 거인입니다.”


단단한 내구도와 더불어 초고속 재생이라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다.


“녀석들을 처치하기 위해서는 5마리의 핵을 동시에 파괴해야 합니다. 마력 공유를 통해 서로의 회복을 돕는 놈들이라 순차적으로 파괴할 수는 없죠.”

“그럼 핵은 어디에.”

“랜덤입니다. 모든 기체가 각기 다른 곳에 핵을 보유하고 있어요.”

“그럼 핵의 위치를 전부 파악할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건가요?”


예상치 못한 난이도에 서아는 마른 침을 삼켰다.

녀석들의 예상 등급은 A.

마냥 버티기에는 피해가 속출할 것이 분명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핵은 결국 마력의 집합체. 저희는 그것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가지고 있죠.”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서아의 눈을 응시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속성 마법 스킬 마스터. 소서러라고 불리시는 분이니 타겟 마크 정도의 스킬은 가지고 계실 겁니다.”


녀석들을 처치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서아가 관찰안을 통해 핵의 위치를 파악한 뒤.

몸에 표식을 남기는 타겟 마크를 이용해 표적을 지정.

나머지 인원들이 신호에 맞춰 핵을 파괴하면 된다.


“참고로 이 녀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건 S급의 헌터 뿐입니다. 마침 이곳에 계신 S급 헌터의 수와 녀석들의 수가 맞지만.”


이번엔 모두의 시선이 말없이 서있는 김신에게로 향했다.


‘저 녀석은 누구의 지시를 들을 놈이 아니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두 마리를 동시에 쳐야.’

“알겠다. 한 마리는 내가 맡도록 하지.”


예상외로 쉽게 승낙하는 김신에 놀란 헌터들.

그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게 아무리 부탁해도 그는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로 이리 쉽게 승낙한단 말인가.


“녀석들의 핵이 파괴되는 순간. 핵에 담겨 있던 마력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위에 있던 몬스터들이 몰려들 겁니다. 여러분들이 거인을 상대하는 동안 나머지 헌터들이 이를 대비해야 하죠.”

“알겠습니다.”


파훼법을 확실하게 알자 가능성이 보였다.

희생 없이 베히모스에게 도달하는 극악의 루트에 도달하는 길이.


“하지만 전장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입니다. 여력이 남으신다면 수현 님께서 잠시라도 지휘를 맡으시는 건 어떠신지.”


승철의 제안에 유나가 칼같이 반응했다.


“절대 안 돼요. 전장에 직접 나서서 지휘하라고요?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고.”

‘역시 부길드장님은 수현 님의 정체를 모르고 계시는 건가.’


답답한 표정으로 승철이 바라봤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기에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애송이가 짊어질 위치가 아니다.”

“글쎄. 당신보다는 강할 텐데.”


대놓고 무시하는 동석을 향해 감정을 내비치는 김신.

애송이와 비교되는 게 어이가 없던 동석은 주위를 둘러봤지만.

전부 그 발언에 동의하는 듯 입을 열지 않았다.


“하. 어이가 없을 지경이군. 좋다. 해당 작전에 한하여 지휘권을 넘기겠다. 대신 있다가 나랑 따로 얼굴 좀 보지.”

“제 의견은 없는 겁니까. 거절이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네놈은 거절하지 않을 거야. 이익을 확실하게 따지는 놈인 것 같으니까. 그리고 여기 있는 인원들은 전부 이익이 되는 사람들이고.”

“잘 보셨습니다. 일시적으로 지휘를 맡는 대신 여기 계신 분들은 저에게 빚을 지게 되는 겁니다. 동의하십니까.”

말없이 작게 끄덕이는 고개들.

이로써 차후에 이들을 움직일 명분이 만들어졌다.


“얘기가 끝났으면 밖에서 기다리도록 하지.”

“저도 가보겠습니다. 만나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수현 님.”


전부 퇴장하고 유나와 단둘이 남자 적막이 흘렀다.


“이번엔 정말 위험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도 지휘를 맡으실 생각이신가요.”

“알고 있잖아. 내가 F급임에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유를.”


최약의 힘으로 최강의 적을 무너트리는 전술.

전장에서의 지휘야말로 수현이 가장 빛났던 영역이었다.


“조금이라도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도망쳐요. 아니, 제가 바로 달려갈게요.”


딱-


“아야! 왜 자꾸 진지할 때 꿀밤 때려요!”

“기특해서.”


분하다며 방방 뛰는 유나를 두고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동석의 모습이 보였다.


“따라와.”


서아와 함께 걸었던 붉게 물든 숲길.

운치가 있다고 생각한 나무에서 왠지 피가 연상되었다.


“섭섭하게 굴지는 마.”


아무것도 없는 넓은 공간이 나오자 발걸음을 멈춘 이동석.


우드득-


손을 이리저리 풀며 그 괴력을 뽐냈다.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면 못맡기는 성격이라서 말이지.”

“어찌 범이 하룻강아지를 상대한단 말입니까.”

“그래도 자기 주제를 아는 놈일세.”


붉게 물든 머리칼보다 짙게 자리잡고 있는 호승심.

상대를 얕보지 않고 승리를 갈망하는 이동석은 주먹에 마력을 담아 전력으로 휘둘렀다.


“호권-파격쇄.”


호권(虎拳).

말 그대로 범의 형태를 띤 거대한 주먹이 주변의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덮쳐왔다.


콰앙-!


‘제대로 들어갔다. 분명 묵사발이 났을....’


자신의 거대한 주먹 뒤.

멀쩡하게 서 있는 사내의 모습.

이동석은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맷집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몸뚱어리인지. 좋다! 누가 부서질지 한 번 부딪쳐보자꾸나.”


쾅! 콰앙. 쾅-!


끊임없이 이어지는 난타.

감당해내기 힘든 공격의 파급으로 흔적조차 사라진 주변의 나무들.

한 번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오며 피가 공중에 흩뿌려졌다.


“피를 뒤집어쓴 모양이 네놈과 딱 어울리는구나.”


피칠갑을 한 채 우둑하니 서 있는 수현.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리는 혈류 사이로 번뜩이는 눈에는 어떤 동요도 일어나지 않았다.


“전장을 지휘하는 자라면 혈기 정도는 억누를 수 있어야 합니다. 전장을 뒤덮은 피가 적군의 것인지, 아군의 것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한다면 결코 목숨을 맡길 수 없겠죠.”


그 말에 멍하니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는 이동석.

뼈가 드러날 정도로 갈라진 손에서 떨어지는 피가 땅을 적셨다.


“조금 머리를 식히시죠.”


후욱-


결코 빠르지 않지만 확실히 내지른 주먹.

자신의 눈앞에 멈춘 주먹으로 인해.

머리칼을 흩날리는 것을 느끼며 동석은 눈을 감았다.


“머리가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가끔은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정리에 도움이 되겠죠.”


더 이상 할말이 없다는 돌아서서 사라지는 수현.

이동석은 생채기 하나 없는 자신의 몸을 보며 고개를 돌렸다.


“하, 하하. 흐하하하하!!!!”


뒤를 돌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산의 일부.

광활하게 뚫린 산의 반대편을 보며 이동석은 호탕하게 웃었다.


“공허보다 더한 괴물이 있을 줄이야.”


세상은 넓고 괴물은 많다.

언젠가 그 벽을 넘어보리라 다짐하며 호승심을 키우는 이동석이었다.


***


“스승님! 피... 피!!!”


돌아오자마자 피를 뒤집어 쓴 모습에 울먹이는 다현.


“어떻게 된 거예요. 대체 어디서. 이럴 때가 아니지. 혜지 씨!!!”

“진정해. 내 피 아니니깐.”

“네?!”


그 말이 더욱 무섭게 느껴졌다.

그럼 대체 이 어마어마한 양의 피는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


“수현 님. 돌아오셨군요.”

“고기는 들고 왔어?”

“히이익. 피, 피! 잠시만요. 지금이라도 얼른 힐을.”


정신없이 맞아주는 네 사람을 보고 있자니 괜한 헛웃음이 나왔다.


“대체 뭐 때문에 스승님을 부른 거예요?”

“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궁금합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 찬성과 다현의 모습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내가 잡지식이 꽤 많은 편이잖아. 내일 선발대에 합류해서 도축이나, 몬스터의 사체를 식용으로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그, 그럼 스승님은 내일 바로 선발대에 합류하시는 건가요?!”


고개를 끄덕이자 놀란 듯 동공을 키우는 인원들.


“심상치 않은 분이라고는 생각했는데 선발대에 합류하실 줄은.”


이번 토벌의 선발대는 4대 길드 및 헌터정보부에서도 고심하여 뽑은 엘리트들이다.

최소 B급 이상이며, 전투 경험과 센스는 필수.

그런 곳에 간다고 하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역시 스승님. 진짜 멋있어요. 근데 잠깐만....”


무언가 좋지 않은 사실이 떠오른 듯.

다현이 다시 울먹이며 다리에 매달렸다.


“설마 또 저희를 두고 혼자 가시는 건 아니죠? 잠깐이었지만 진짜 막막했어요. 고기는 있는데 다들 요리는 못하고. 내일 던전에서는 또 어떻게 해야 할지.”

“안그래도 동행하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있는데.”


***


“그, 그래서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 건가요.”


선발대에 합류한 다현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스승님. 분명 잡지식을 알려주기 위해 왔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전투의 시작 지점이자 꽃.

최전방에서 바라보는 전장의 광경은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환한 F급 헌터는 왕이 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 21.01.31 34 0 -
공지 매일 오후 12:35분에 뵙겠습니다. (2020.12.29) 20.12.13 329 0 -
24 남은 것 +1 21.01.07 236 7 12쪽
» 그 광경 21.01.06 211 6 12쪽
22 유아독존 21.01.05 236 7 12쪽
21 의문 21.01.02 279 7 12쪽
20 던전식당 +1 20.12.31 279 6 12쪽
19 예고는 없었다 20.12.30 283 5 13쪽
18 규격 외의 헌터 20.12.29 302 5 13쪽
17 눈을 떠보니 20.12.28 328 5 13쪽
16 예상할 수 있는 정체 20.12.27 352 7 13쪽
15 질투 20.12.26 397 8 13쪽
14 뱀은 먹이를 유린한다 20.12.25 394 6 13쪽
13 첫 번째 서사 20.12.24 423 8 12쪽
12 구원 20.12.23 415 8 13쪽
11 기사는 왕을 기다린다 20.12.22 450 10 12쪽
10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 20.12.21 457 8 12쪽
9 분기점 20.12.20 467 9 12쪽
8 서사는 누군가에 의해 목격된다 20.12.19 488 8 13쪽
7 목을 조여오는 건 20.12.18 535 8 13쪽
6 길은 하나가 아니다 20.12.17 547 9 12쪽
5 재회는 기쁘지 않을 수도 있다 20.12.16 575 11 12쪽
4 시선이 끌리는 이유 20.12.15 654 11 12쪽
3 두려움 혹은 기대감 20.12.14 709 9 12쪽
2 기다리고 있는 것 20.12.14 895 12 13쪽
1 프롤로그 20.12.14 1,028 15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