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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련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한 F급 헌터는 왕이 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역련
작품등록일 :
2020.12.13 20:58
최근연재일 :
2021.01.07 12:3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0,949
추천수 :
195
글자수 :
131,087

작성
20.12.22 11:10
조회
449
추천
10
글자
12쪽

기사는 왕을 기다린다

DUMMY

“게이트가 묻혀 있는 건 처음 보는데. 이거 꽤 위험한 거 아닌가?!”

“괜찮겠지. S급 헌터가 두 분이나 계시잖아. 세련 님도 계시고.”

“히끅!”


부담감에 연신 딸꾹질을 해대는 세련을 뒤로.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고한 석훈이 게이트 앞에 토벌대 인원들을 정렬시켰다.


“잠시 후 돌입할 예정이지만 이 안에 얼마나 강한 몬스터가 있는지, 어떤 구조인지조차 전혀 알지 못한다.”


지금부터는 미지의 구간으로.

이 안에 많은 함정이 설치되어 있을 수도.

혹은 여태껏 상대하지 못했던 강한 몬스터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심지어 땅속에 게이트를 숨겨둔 것을 보면 지능 또한 높을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언제나 겪어왔던 일들이고. 늘 그랬듯이 살아 돌아갈 테니깐.”


두근.


마력이 실린 석훈의 목소리는 단순히 귀에서 맴도는 것이 아닌.

듣는 이들의 심장 박동을 거칠게 만들었다.


“그러니 긴장 좀 풀라는 얘기지.”


전장에 나서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한순간에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예측할 수 없는 곳이니깐.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모두가 한 가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저 사람과 함께라면 돌아갈 수 있다.’


두려움 대신 사기가 가득 채워진 채.

비장한 모습으로 게이트를 향해 나아갔다.


[S급 던전 ‘기다림의 유적’에 입장하였습니다.]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로.


***


사태는 최악으로 흘러갔다.

숨겨진 던전의 난이도는 B급이 아닌 S급.

급하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남은 시간이 촉박해 어떻게든 공략을 진행해야만 했다.


“딱. 따닥!”

“1열의 탱커들은 뒤쪽으로 이동해 재정비한다. 2열의 탱커들과 교체해!”


통로가 좁고 미로같이 얽혀있는 구조.

몬스터는 전부 스켈레톤이었지만.

몸집이 크고 방패를 든 워리어가 탱킹을 하고 아처나 메이지가 뒤쪽에서 저격하는 등.

신체와 공격 방식에 따라 나눈 체계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딱, 따아악....”

“전투 종료되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스켈레톤이 숨을 거두자 다들 한숨을 돌렸다.


“답답하네.”

“어쩔 수 없죠. 저희와는 구조가 상극이니.”


긴 창을 휘두르는 석훈과 범위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서아.

좁은 길에서 두 사람의 공격은 동료들까지 휘말릴 수가 있었기에 나설 수가 없었다.


“다음 길은?”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거기서 우측으로 가야 해요.”


그나마 다행인 건 서아의 관찰안을 이용해 막힌 길을 미리 알 수 있다는 것.


“앞쪽 바닥에 함정이 설치되어 있어요. 여기로 가는 게 제일 빠르니 제거해야 할 것 같아요.”

“슬슬 짜증이 나는걸.”


미로 같은 구조부터 다양한 함정들까지.

시간을 지체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훤히 드러나 기분이 더러웠다.


“이제 여기서 우측으로만 꺾으면.”


서아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과연.”


여태까지와 다르게 넓어진 길목.

그 넓은 공간을 가득 메운 스켈레톤들.

진형까지 갖춘 채 기다리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인간과 전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저 뒤에 있는 건 대체.’


스켈레톤의 산 뒤에 보이는 거대한 문.

그 안에서 터져 나오는 마력은 피부를 찢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전 인원 전투 준비.”


현재 전투가 가능한 수는 약 30명.

반면 스켈레톤은 그 5배에 달하는 수.


“전진.”

“딱. 따다다닥!!!”


앞쪽에 거대한 방패를 들고 있는 스켈레톤과 탱커들이 부딪혔다.

스켈레톤 워리어는 시간만 벌려는 듯.

방패만 내세운 채 공격하지 않았고.

그 틈을 노려 뒤쪽에서는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스킬을 준비하고 있었다.


“젠장. 이 녀석들 뭐 이리 단단해!”

“뒤쪽으로 빠져 다시 내가 앞으로 갈게.”


던전의 난이도를 B로 상정하여 만든 토벌대.

이들만으로 S급 던전을 공략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은 채.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목숨을 걸었다.


“선배. 이게 정말 몬스터와의 전투가 맞는 건가요.”

“인간을 따라 하는 것이라면 인간을 상대하듯이 다뤄야지.”


백색의 창에 흘려보내기 시작한 푸른 마력.


“늘 하던 대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기에 서아는 고개를 끄덕인 채.

천장을 향해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딱?!”


자신의 밑에 깔리기 시작한 그림자에 고개를 든 스켈레톤 메이지.

녀석의 시야에는 이미 창에 번개를 두른 석훈이 천장에서부터 떨어지고 있었다.


“뇌전-격뇌.”


푸른 빛과 함께 땅에 꽂혀버린 백색의 창.

바닥에서부터 터져 나온 충격파에 스켈레톤들이 산산이 부서졌으며.

겨우 살아남은 녀석들도 창에서 쏟아진 번개에 재로 변했다.


“이제 큰놈들만 남은 건가.”


기습을 위해 천장에 쓴 텔레포트.

이후 반응할 새도 없이 일격에 분쇄.

몇 초밖에 되지 않은 장면이었지만 S랭크의 격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따, 따닥?!”


한순간에 뒤쪽 병력을 잃어버리자 당황한 스켈레톤 워리어들.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앞쪽에서도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지금이 기회에요!”


서아의 보조 마법과 토벌대 인원들의 공세.

첫 작전 투입이지만 본인의 장점인 속도를 살려 전장을 휘젓는 세련까지.

여러 이들의 활약으로 앞쪽 또한 수월하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앞쪽하고는 아직 거리가 되니 날뛰어주지.”


모여있는 스켈레톤 떼를 수놓는 백색의 선.

기세로 그 수를 빠르게 줄여나가며.

얼마 지나지 않아 앞쪽의 인원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호, 혼자 그 많은 몬스터를 처리한 거예요?!”


석훈의 활약에 놀란 세련은 자신도 모르게 대단하다며 엄지를 들어버렸다.


“놀랄 시간에 체력부터 보충해 둬.”

“네에.... 죄송합니다.”


세련은 전투 중이라는 것을 다시금 새기며 장비와 몸 상태를 체크했다.


“시간은 얼마나 남았지?”

“30분 정도 남았어요.”

“이제 마지막 관문인 건가.”


석훈은 거대한 문 앞에 서서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분명 쉽지 않겠어.’


마력의 크기를 보아 분명 S급.

아니 어쩌면 규격 외의 몬스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안에 있는 녀석의 목을 베고 돌아가는 것.

오로지 그것만 떠올리고 행하면 될 뿐이다.


“준비됐으면 돌입하도록 하지.”


쿠궁-


있는 힘껏 밀자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 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붉은색의 안광이 유유히 빛나고 있었다.


‘압도적이다.’


눈이 서서히 어둠에 익숙해지자.

그것이 의자에 앉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마리뿐인가.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딱!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

그것에 맞춰 조명이 하나둘씩 켜졌으며.

이윽고 빛이 모든 곳을 비추자 그곳에는.

각종 무기와 방어구로 무장한 수십 구의 데스 나이트가 부동자세로 가만히 서 있었다.


“매 순간이 예상을 뛰어넘는걸.”


무엇이든 벨 수 있어 보이는 장비들.

몬스터지만 마치 인간의 기사를 따라 하는 듯한 자세.

그리고.

그들을 휘하에 둔 압도적인 존재.


“네 녀석이 이곳의 보스 몬스터인가.”


해졌지만 기품이 살아있는 망토와 갑옷.

칠흑으로 물든 대검과.

왕좌에 앉은 채 자신의 머리를 한 손에 들고 있는 망령의 기사(騎士).


‘듀라한.’


한이 담겨 있는 녀석의 시선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냉소적이었지만.

더는 물러설 곳도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전투 준비.”


반드시 이곳에서 끝을 내야만 한다.

만약 저것들이 현실로 넘어가게 된다면.

단순한 피해를 넘어 학살이 벌어질 테니깐.


“스켈레톤 메이지와 아처는 없으니 후방보다는 전방을 주의한다.”


모든 인원을 앞쪽에 배치해 최대한 보스 몬스터 주변의 병력을 분산시킨 뒤.

빠르게 뒤쪽으로 침투해 녀석의 목을 꿰뚫어버리는 것.

그것이 석훈의 계획이자 전략이었다.


“전투 돌....”


주위의 정황을 살핀 뒤.

돌입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대단하구나.”


석훈의 말을 끊는 또 하나의 존재.


“시간 내에 도달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위압감과 여유가 묻어나오는 목소리에 그곳의 모든 인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몬스터가... 말을 한다고?”


소통의 수단이자 인간에게 주어진 또 다른 축복.

듀라한은 분명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대체 무엇이 그리 놀라운 것이지?”


고고한 모습으로 의자에서 일어난 뒤.

천천히 카펫을 밟으며 나서는 듀라한.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 혹은 지성을 갖춰 체계를 만든 것에 놀란 것인가.”


그것은 여유를 가진 채.

마치 당연하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대체 네 녀석의 정체가 무엇이냐.”

“베인. 한때는 누군가를 섬겼으며, 지금은 망령으로 전락해버린 타락한 자다.”


[S급 보스 몬스터 ‘베인’과 조우하였습니다.]


S급 헌터 넷을 포함한 토벌대도 사냥하지 못한 괴수, 레비아탄과 동급의 위압감.

아니, 마력량으로만 따졌을 때는 그 이상이었다.

즉. 녀석은 S급을 넘어선 규격 외의 존재라는 것.


“몬스터가 어떻게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고 지성을 가질 수 있는 건지를 묻는 거다.”

“세상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지. 네놈들이 스킬을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야. 아니. 어쩌면 필연적이라 해야 하나.”

“지금 무슨 소리를.”

“이번엔 내가 물어보지. 너희들은 여전히 무언가를 탐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인가.”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석훈의 시야.

2m가 넘는 키로 내려다보는 베인의 시선 속에는 싸늘함이 담겨 있었다.


“무슨 뜻이지?”

“내가 처음 눈을 떴을 때 보였던 건. 머리 없이 서 있는 나의 몸이었다.”


허름한 유적 안.

왜인지 모르지만 나를 따르는 스켈레톤과 데스 나이트들.

처음엔 정처 없이 유적을 떠돌며 이 상황에 대해 이해해보려 했었다.


“결국, 나는 그 무엇도 떠올릴 수 없었다. 내가 무엇인지, 왜 이곳에 있는 것인지. 어째서 죽지도 못한 몸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것인지.”


그러던 도중 유적으로 찾아온 인간들.

처음엔 그들에게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무차별적인 학살과 조롱뿐.


“인간들에게 물었다. 우리는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 대체 왜 공격을 하는 것이냐고. 그랬더니 뻔뻔하게 대답하더군.”


돈이 되니깐.

무기, 가죽, 마력석 등 죽은 뒤 남기는 값비싼 전리품부터.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스텟이나 스킬까지.

던전의 모든 것들이 인간들에게는 부와 명예로 연결되어있었다.


“우리는 그저 터전을 지켰을 뿐이다. 먼저 무기를 들고 이유 없이 죽인 것은 너희 인간들. 그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너희를 돌려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감정이 실려있지 않은 무미건조한 목소리.

그 자리에 있던 토벌대 인원 중 일부는 그 이야기에 빠져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지만.

석훈은 되려 분한 표정을 지으며 베인에게 창을 내세웠다.


“만약 우리가 네놈들을 먼저 공격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타났을까? 아니. 네놈들은 어쩔 수 없는 괴물이다. 욕구 앞에 모든 것을 내버린 짐승 같은 놈들.”


자신을 향한 분노를 무시한 채 베인이 뒤를 돌자.

서 있던 데스 나이트들이 석훈의 앞을 가로막으며 진형을 갖췄다.


“네 녀석의 증오도 나를 닮아있군. 내게 닿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베인이 착석하자 검을 들며 석훈을 덮치는 데스 나이트들.

전부 A급 이상의 고위급 몬스터로 금방이라도 석훈의 몸을 도륙을 낼 것 같았지만.


서걱-!


흰색의 궤도가 지나간 자리에 투구가 떨어지며 순식간에 셋의 목이 날아갔다.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네놈도 꿰뚫어줄 테니깐.”


여태껏 마주한 인간들과는 다른 분위기.

베인은 대검의 손잡이를 쥐며 낮게 읊조렸다.


“이번에야말로 해답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군. 하지만 결국 네놈들도 탐욕만 내세우는 존재일 뿐이겠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저 벗어날 수 없는 영겁의 시간 속에서 잠깐의 여흥이 되기를 바랄 뿐.

그렇게 눈을 감으며 자신에게 도달하기를 기다리던 중.


섬짓.


순간적으로 몸을 관통하는 거대한 마력.

베인은 무언가가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 공간에 존재하는 자가 아니다. 헌데 어째서 이 마력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거지?’


서사의 서막이 쓰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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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규격 외의 헌터 20.12.29 302 5 13쪽
17 눈을 떠보니 20.12.28 328 5 13쪽
16 예상할 수 있는 정체 20.12.27 352 7 13쪽
15 질투 20.12.26 397 8 13쪽
14 뱀은 먹이를 유린한다 20.12.25 394 6 13쪽
13 첫 번째 서사 20.12.24 423 8 12쪽
12 구원 20.12.23 415 8 13쪽
» 기사는 왕을 기다린다 20.12.22 450 10 12쪽
10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 20.12.21 457 8 12쪽
9 분기점 20.12.20 467 9 12쪽
8 서사는 누군가에 의해 목격된다 20.12.19 488 8 13쪽
7 목을 조여오는 건 20.12.18 535 8 13쪽
6 길은 하나가 아니다 20.12.17 547 9 12쪽
5 재회는 기쁘지 않을 수도 있다 20.12.16 575 11 12쪽
4 시선이 끌리는 이유 20.12.15 654 11 12쪽
3 두려움 혹은 기대감 20.12.14 709 9 12쪽
2 기다리고 있는 것 20.12.14 895 12 13쪽
1 프롤로그 20.12.14 1,028 15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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