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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련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한 F급 헌터는 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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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련
작품등록일 :
2020.12.13 20:58
최근연재일 :
2021.01.07 12:3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0,948
추천수 :
195
글자수 :
131,087

작성
21.01.0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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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유아독존

DUMMY

“C급 몬스터인 블러드 베어입니다! 제가 공격을 막을 테니 차홍과 다현 씨께서 엄호해주시죠!”


앞쪽의 선발대가 흘린 C급 몬스터.

블러드 베어의 등장에 찬성이 긴장하며 검을 쥐었다.


“크워어어어!”


콰앙-!


육중한 거구에서부터 휘둘러지는 앞발.

체중이 전부 실린 블러드 베어의 공격은.

검으로 막아내어도 딛고 있던 땅이 움푹 파일 정도였다.


“지금입니다!”

“네!”


찬성이 묶어두는 동안 쏘아지는 다현의 화살과.


“손맛이나 한번 느껴보자고!”


너클로 인정사정없이 패기 시작하는 차홍.

각자의 역할을 지킨 채 사냥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전투를 이끄는 게 능숙하다. 꽤 오랜 시간 합을 맞춘 것 같고. 이대로면 큰 이상은 없겠어.’

“저기. 수, 수현 님? 뒤에...!”


무리에서 벗어난 블러드 베어 한 마리가 침을 흘려대며 아가리를 벌렸다.


“크워어어!!!”


푹. 푸슉-


“크, 크워어....”


목덜미에 정확히 꽂힌 단검.

녀석은 자신이 무엇에 당한 것인지도 눈치채지 못한 채.

피를 흘리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앞쪽도 전투가 끝난 것 같습니다. 가서 한 번 봐 드리죠.”

“네? 아, 네네!”


꿀꺽.


혜지는 일격에 쓰러진 블러드 베어의 시체를 보며 침을 삼켰다.


‘여, 역시 꿈이 아니었어.’


분명 보지도 않고 단검을 던졌다.

보지도 않고 급소를 한 번에 노린 것이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왜 실력을 숨기고 있는 걸까?

의문을 가진 채 혜지는 힐러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스킬을 시전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세분의 관계에 대해서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원래 친분이 있다기에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최근에 알게 된 사이인 것 치고는 합을 오랫동안 맞춰본 흔적이 보이고.


“원래는 고용주와 용병의 관계였습니다. 지금은 때놓을 수 없는 가족이 되어 버렸지만.”


찬성의 대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한 가지 의문인 건.

용병이라는 시스템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값이 천문학적이라는 것.


‘자신과 비슷한 랭크의 용병을 구한 건, 도련님이 모험이라도 떠나보겠다는 심정인 건가.’


고가의 아이템을 쉽게 건네준 점과 용병을 고용한 점.

이 두 가지를 떠올렸을 때.

찬성은 꽤 유망한 집안의 자식일 가능성이 컸다.


‘도련님치고 성격이 괜찮네. 책임감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고.’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집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예린이와 알렉스가 떠올랐다.


‘밥은 잘 챙겨 먹고 있으려나. 목소리라도 듣고 싶지만 전화가 되질 않으니.’


이곳으로 떠나기 전날.

알렉스가 드디어 볶음밥을 내려놓겠다 선언했다.

새롭게 도전하는 음식은 찌개류.

처음으로 맛본 예린이가 너무나도 고통스럽다며 두려운 눈빛으로 봤던 게 생생하다.


“정비도 마쳤으니 대열을 따라 이동할까요.”


이미 선발대는 2일 차의 목표 지점에 거의 도달한 상태.

수집한 아이템을 가득 실은 마차가 산맥을 따라 움직였다.


***


“키에에엑!!”

“전군. 전진하라.”


수백이 넘는 몬스터와 격돌하는 헌터들.

붉게 물든 산맥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영역을 지키려는 놈들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침범하는 인간의 전투가 이어졌다.


“물러나지 마라! 그저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녀석들의 머리를 부수고, 심장을 뜯어 메마른 목을 적셔라!”


전장의 선두에서 자신의 붉게 물든 머리칼보다 더욱 짙은 붉은색을 뒤집어쓴 채.

포효하는 이동석의 기백에 몬스터들이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켄타로우스의 약점은 다리다. 지금부터 우리 레이븐이 전장의 길을 뚫는다.”


승철의 지휘하에 물결치는 금색의 파도.

켄타로우스의 다리를 절단하며 최전방을 맡은 레이븐의 헌터들 뒤로.

작은 물결이 일렁였다.


“일검-해일.”


해일을 갈라버리며 쏟아지는 검격.

승철의 가르침을 받아 성장한 유한의 검이 전방에 있는 녀석들의 균형을 무너트렸다.


“플라잉. 라이트닝 스톰.”


쿠릉. 콰과아아앙!


후방 부대를 쓸어버리는 전격의 폭풍.

서아와 헌터 정보부의 헌터들이 가세하며 몬스터들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크, 크륵.”

“감히 어딜.”


콰직-!


도망쳐 나오는 임프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으깨버린 이동석.

S급 헌터들의 막강한 화력 앞에.

기세는 이미 인간 쪽으로 기울어버린 상태였다.


‘순조롭다. 하지만 내일은 그러지 못하겠지.’


3일 차에 점령해야 할 고지.

저곳을 피해 없이 지나가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다.


‘난감하군. 기다리라니.’


이동석은 공중에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서아를 바라봤다.

정보의 제공자를 찾는 물음에 그녀가 내린 대답은 대기.

어딘지 모르게 조심스러운 그녀의 태도는 분명 이질적이었다.


“S급 헌터, 그중에서도 자존심이 센 류서아가 눈치를 보는 상대라니. 거 참 누군지는 몰라도 대단하군.”


세간에 알려지지 않는 강자는 분명 존재한다.

마치,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고고히 서 있는 공허라는 인물처럼.


“기회가 된다면 붙어보고 싶군.”


강함은 신뢰며 절대적이다.

손에 묻은 피를 털어내는 이동석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오늘의 저녁 메뉴는 뭐지?”

“차, 차홍 씨. 침 흘러요. 일단 그것부터 닦고.”

“아, 미안하다.”


차홍은 사실 저녁을 맛있게 먹기 위해 일부러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의 음식에 대한 집착은 광적이었다.


“오늘 저녁은 카레입니다.”

“카레?”


미리 썰어둔 채소와 함께 특제 카레가루를 냄비에 넣었다.


“고, 고기는 없는 건가.”

“물론. 준비했습니다.”

“그, 그건.”


아이스 박스에 넣어둔 고깃덩어리를 꺼내자 차홍의 눈이 반짝 빛났다.


“낮에 잡았던 블러드 베어의 고기가 아닌가!”

“맞습니다.”

“몬스터의 고기인데 괜찮을까요?”


걱정스러운 찬성의 물음에 괜찮다며 고기를 후라이팬에 올렸다.


“몬스터의 사체에는 대부분 독성이 있어 위기 상황이 아니면 먹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의 독성은 대부분 쓸개에 몰려있죠.”


쓸개를 제거한 뒤.

독성을 억제하는 약초로 고기를 감싸두면 독성이 전부 흡수되어 먹을 수 있다.


‘블러드 베어는 이곳에서 신규로 발견된 몬스터다. 약점과 같은 정보도 겨우 얻었다고 들었는데 이런 사실을 어떻게.’


의문인 것들 투성이었지만 왠지 모를 기대감이 분명 존재했다.

여태껏 겪어보지 못할 일들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은 벅참.

독립을 선언한 지 3년 만에 다시 느낀 모험의 욕구였다.


“안녕하세요. 옆 텐트인데 고기 냄새가 너무 좋아서요. 실례가 되지 않으면 저희 음식과 교환하시지 않겠어요?”

“저, 저희도요!”

“블러드 베어의 고기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 독성은 전혀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냄새를 맡고 어느새 모여들기 시작한 인파.

특유의 고소함이 존재하는 부위였기에 굽는 냄새만 맡아도 침이 저절로 삼켜졌다.


“좋습니다. 고기는 많이 있으니깐요.”


몬스터에게서 나오는 아이템은 토벌대에 반납하여 정산해야 하지만 사체는 다르다.

도축부터 해체까지의 과정이 복잡했고.

식용으로도 큰 쓸모가 없기 때문이지만 지금만큼은 창조 경제의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저는 아이템으로 드릴게요! D급 장신구인데 최소 30만 원이에요.”

“저, 저도 그럼 아이템으로!”


소소하지만 따스한 분위기.

각자가 생을 걸고 느꼈던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저벅. 저벅.


“죄송하지만 고기를 얻으실 거면 뒤에서부터 줄을 서....”


고기를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던 남성의 얼굴에 사색이 드리웠다.


“블러드 베어의 고기라. 맛있겠네요.”

“류, 류서아 헌터님!!!”

“뭐? 류서아 헌터님이라고?”


생긋. 하고 웃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줄을 서 있던 남성들이 넋을 놓았다.


“무슨 볼일로 찾아오신 건지.”

‘두 분이 아는 사이신 건가?’

‘예쁘다. 스승님과 아는 사이는 아니겠지?’


찬성과 다현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다.

S급과 F급의 어울리지 않는 만남.

심지어 둘의 관계는 상하구조가 아닌 대등한 관계처럼 보였으니깐.


“식사 중에 찾아뵈어서 죄송해요.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서아 씨는 매번 저를 곤란하게 만드시는 재주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의뢰를 받아들였을 때 건넨 말.

이 의뢰를 받는 건 F급 헌터인 김수현이다.

그 말의 뜻은 정보만 제공할 뿐.

던전 안에서 정체를 드러내지 않을 것을 의미하는 바였다.


‘보통 S급이 F급 헌터를 찾는 일은 없다.’


위험한 상황이라면 직접 나설 생각이었지만.


“잠시 기다리시죠. 정리한 뒤에 따라가겠습니다.”

“무례한 부탁에도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아는 그저 미안했다.

자신으로 인해 가뜩이나 피곤한 삶을 살고 있는 그에게.

다시 한번 무리한 부탁을 건네야만 했으니깐.


“스, 스승님. 대체 류서와 헌터와는 어떤 관계인 건가요?”


모두가 그 대답이 궁금한 듯 귀를 쫑긋 세웠다.


“별 사이 아닙니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기에 아직 스캔들의 주인공이라는 건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의문이 가시지 않은 듯.

집착에 가깝게 물고 늘어지는 다현.


“아무런 사이도 아니신 거죠? 저 막 버리시거나 그러시는 건 아니죠?”


S급 헌터에 비하면 자신은 쓸모없는 짐짝에 불과했다.

이대로 다시 버림받게 되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니 내가 스승님에게 도움이 되는 점이 있을까.


“걱정하지 마.”


익숙한 손길이 머리에서 느껴졌다.

잘했을 때도, 못 했을 때도.

변함없이 느껴졌던 그의 온기가.


“아마 이 고기의 출처에 대해서 물으러 왔겠지. 누가 몬스터의 고기를 구워 먹을 생각을 하겠어.”


그제야 안심한 듯 끄덕거리는 고개.

후드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표정이 한결 편안해 보였다.


“오래 기다리셨나요.”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는 류서아.

머리를 묶은 그녀의 목선이 달빛에 비쳐 반짝였다.


“아니에요. 다시 한번 불쑥 찾아와서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가면서 이야기하시죠.”


선발대의 막사로 이동하는 숲길.

붉게 물든 나무를 따라 걷는 길은 데이트처럼 느껴질 법도 했지만.

전시 상황이라는 점과 살짝 무거워진 공기 때문에 설렘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일전에 제가 건넨 서류는 토벌 전에 미리 투입된 정찰대에 의해 작성되었어요.”


출몰 몬스터에 관한 정보와 던전의 지형.

그것을 기반으로 수현에게 상세 정보와 전략을 얻은 것이었다.


“건네주신 정보에 대해서도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네요. 덕분에 최소한의 피해로 이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어요.”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선발대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그 정보도 빛을 발한 것이겠죠.”

“이대로면 최소한의 피해로 베히모스에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어요.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던전에 투입된 이후 추가로 보낸 정찰대가 전한 소식은 최악이었다.

3일 차에 반드시 지나가야 할 지점에 불특정 다수의 몬스터가 발견된 것.


“마력의 규모가 심상치 않아요. 여태까지는 B급 몬스터 다수와 A급 몬스터가 소수로 구성되어 큰 무리가 없었지만 아마도.”


A급 몬스터만으로 이루어진 집단일 가능성이 컸다.

S급 헌터가 다수 존재한다고 해도.

그들이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는 한정적.

어쩔 수 없는 피해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이번 토벌의 핵심은 최소한의 피해로 클리어하는 것이죠. 이미 놓쳤던 상대에게 다시 뼈를 내어줄 수는 없으니깐.”

“정보가 필요하다는 말입니까.”

“맞아요. 사실 수현 씨가 그들에 대한 정보를 가졌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지만. 유일한 희망이니깐요.”


던전은 서로의 목숨을 건 사투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전장.

희생자가 나오지 않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건 가능한 일이다.


“늘 저를 곤란하게 만드시네요.”


어느새 도착한 선발대의 막사.

안에서는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역시 그렇죠?”


어쩔 수 없다는 듯 쓸쓸히 웃어 보이는 서아.

그런 그녀의 손을 잡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


“자, 잠깐만요.”


당황한 듯 얼굴이 붉어지는 서아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S급 헌터들.

그리고.


“처음 뵙겠습니다. 몬스터들의 정보를 제공한 자를 찾는다고 하셨죠.”


푹 눌러썼던 후드를 벗자.

유나의 얼굴이 굳어버리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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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독존 21.01.05 236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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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던전식당 +1 20.12.31 279 6 12쪽
19 예고는 없었다 20.12.30 283 5 13쪽
18 규격 외의 헌터 20.12.29 302 5 13쪽
17 눈을 떠보니 20.12.28 328 5 13쪽
16 예상할 수 있는 정체 20.12.27 352 7 13쪽
15 질투 20.12.26 397 8 13쪽
14 뱀은 먹이를 유린한다 20.12.25 394 6 13쪽
13 첫 번째 서사 20.12.24 423 8 12쪽
12 구원 20.12.23 415 8 13쪽
11 기사는 왕을 기다린다 20.12.22 449 10 12쪽
10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 20.12.21 457 8 12쪽
9 분기점 20.12.20 467 9 12쪽
8 서사는 누군가에 의해 목격된다 20.12.19 488 8 13쪽
7 목을 조여오는 건 20.12.18 535 8 13쪽
6 길은 하나가 아니다 20.12.17 547 9 12쪽
5 재회는 기쁘지 않을 수도 있다 20.12.16 575 11 12쪽
4 시선이 끌리는 이유 20.12.15 654 11 12쪽
3 두려움 혹은 기대감 20.12.14 709 9 12쪽
2 기다리고 있는 것 20.12.14 895 12 13쪽
1 프롤로그 20.12.14 1,028 15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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