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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련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한 F급 헌터는 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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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련
작품등록일 :
2020.12.13 20:58
최근연재일 :
2021.01.07 12:35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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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46
추천수 :
195
글자수 :
131,087

작성
20.12.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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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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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2쪽

재회는 기쁘지 않을 수도 있다

DUMMY

“이승철 헌터님께서 이곳에는 어쩐 일이실까요?”

“글쎄.”

“선배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업무와 관계없는 일이니깐. 너도 그만 신경 쓰지그래. 류서아.”


승철을 바라보던 낯선 두 개의 시선.

그중 한 명인 서아는 알겠다고 끄덕인 고개와 다르게 승철 쪽에 시선이 머물렀다.

정확하게는 승철의 시선 끝에 서 있는 한 남성을 향해.


‘익숙한 느낌인데. 어디서 봤더라.’


안개가 낀 것처럼 떠오르지 않는 기억.

답답함에 바라보다 수현과 눈이 마주친 순간.


섬짓.


온몸에 돋는 소름과 함께.

기억의 단편이 본능적으로 떠올랐다.


“선배.”

“또 무슨 일이야.”

“제가 얼마 전에 던전에서 마주한 신원미상의 헌터 있잖아요.”

“S급 몬스터를 일격에 처치했다던 그 헌터를 말하는 건가.”

“맞아요. 아무래도 이승철 헌터님 옆에 계신 분이 그 헌터 같아서요.”


헌터정보부 소속이자 S급 헌터인 한석훈.

그의 눈이 잠깐 수현을 향했지만.

곧바로 다시 들고 있는 서류로 이동했다.


“랭크를 측정해 보면 드러나겠지. 측정기의 신뢰도는 100%. 그것을 속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깐.”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거다.’


수현은 측정기의 정확도를 역으로 이용할 생각이었다.


‘랭크는 체내에 있는 마력에 따라 결정된다. 마력의 양이나 성질을 바꾸는 건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면 그만이니깐.


[곧 시험이 시작됩니다. 응시생분들께서는 랭크 측정실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때마침 울리는 안내 방송.

본격적으로 시험이 시작되자 응시생들이 일제히 분주하게 움직였다.


***


[김수현 님의 응시 번호는 247번입니다.]


랭크 측정, 필기, 실기, 모의 대련 순으로 진행되는 헌터 시험.

수현은 응시번호를 확인한 뒤.

앉아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눈에 띌 필요는 없겠지. 나한테는 예린이도 있으니깐.’


S급 헌터.

뛰어난 실력자.

모든 강함에는 꼬리표가 붙기 마련이다.

불필요한 시선들에 의해 예린이의 이름이 입방아에 오르는 건 원치 않았다.


‘누군가의 딸이 아닌 본인의 삶을 살았으면 하니깐.’


점차 밝아지고 있는 예린이를 떠올리자 지어지는 미소.


‘그러니깐. 지금 이 기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당히 기어올랐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적개심.

수현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발톱을 드러낸 놈을 응시했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오한이.’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낀 유한.

곧이어 자신의 번호가 호명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151번 응시생.”

“유한입니다.”


이름이 호명되자 술렁이는 장내.

각 길드에서 파견된 스카우터들은 물론.

경쟁 상대, 혹은 목표가 될 대상을 눈에 담으려 응시생들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소매 걷어 주세요. 측정 시작하겠습니다.”


마력을 분석하는 측정기의 푸른 빛.

곧바로 스크린에 출력된 유한의 랭크는.


[측정 결과 유한 님의 랭크는 A입니다.]


놀랍게도 상위 0.5%에 해당하는 A급.

그 결과는 거대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랭크 A라고? 고작 응시생이?!”

“길드장님. 측정 결과 A급이라고 합니다. 무조건 저희가 잡아야 합니다. 무조건.”

“모든 예산을 쏟아야 합니다. 비록 4대 길드에서도 노리고 있지만. 아니, 재능만으로 A급이라고요.”


평생을 바쳐도 A급을 달성하지 못하는 헌터가 태반인 것에 비해.

A급부터 시작하는 압도적인 재능.

그것은 4대 길드의 두 스카우터들에게도 흥미로운 결과였다.


“적절히 강하면서도 다루기에 무리가 없는 정도의 재능.”


빠르게 무언가를 적어 내리는 백기사의 스카우터 박상인.

손을 쉬지 않으면서도 틈틈이 옆을 힐끔 쳐다봤다.


‘이 정도면 흥미를 느낄 법도 한데 이승철 헌터가 기다리는 건 이쪽이 아니었나.’


랭크가 공개된 뒤에도 별 감흥이 없는 승철의 표정.

오히려 지루한 듯 하품을 연신 내뿜었다.


‘그럼 이곳에는 대체 무슨 일로.’


불필요한 곳에 시간을 할애할 만큼 S급 헌터는 한가로운 존재가 아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박상인의 의문이 커질 때쯤.

기다리던 수현의 랭크 측정이 다가왔다.


“다음 247번. 성함 확인 부탁드립니다.”

“김수현입니다.”


단단한 팔을 훑고 지나가는 푸른 빛.

유한 때와 마찬가지로 스크린에 랭크가 공개되는 순간.


“...?”


예상치 못한 결과에 승철과 박상인을 포함한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측정 결과 김수현 님의 랭크는 F입니다.]


‘하위 0.5%인 F급? 진짜 끔찍한 재능이군.’


수현에게 동정의 시선을 던지는 박상인을 뒤로.

승철 또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이 되지 않는다. F급이라니.’


수현의 강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더욱 크게 다가온 충격.


‘설마... 아니다. 아무리 수현 님이라도 그건 불가능할 텐데.’


이 상황을 가능하게 하는 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바로 마력의 성질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본래의 힘을 드러냈을 때부터 수현을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가.

승철은 혹시나 하는 가능성에 심장이 거칠게 뛰는 것을 느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편.


“착각이었나 봐요.”


예상치 못한 결과에 서아는 고개를 숙였다.


“찾아냈다고 생각했는데.”

“측정기는 틀리지 않아. F급이 S급 몬스터를 일격에 처치하는 건 불가능하고.”


일말의 가능성조차 허락하지 않는 단호함.

실망한 서아의 귀가 처진 것처럼 보이자 석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확신했었나 봐 너답지 않게.”

“눈을 마주친 순간 느낌이 왔어요. 저 사람이구나! 하고.”

“첫눈에 반한 건 아니고? 얼굴을 보니 꽤 반반하게 생겼던....”

“선배.”


한 마디에 싸늘해진 주변의 공기.

석훈은 시선을 돌리며 넌지시 물었다.


“그렇게 확신이 들면 직접 확인해 보는 게 어때. 네가 가진 스킬이라면 가능할 텐데.”


[스킬 : 관찰안(S)


만물을 꿰뚫어 보는 눈.


활성화 시, 마력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력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스킬이니깐.”

“...고민해보고요.”


기대감이 실망으로 변하는 건 아닐까.

서아는 괜히 자신의 눈가를 매만졌다.


***


필기시험까지 종료된 후.

실기 시험 전에 주어진 쉬는 시간.

응시생들은 저마다 모여 필기시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수능보다도 훨씬 어렵네.”

“어쩔 수 없잖아. 던전은 목숨과 직결되는데 우린 경험이 없으니깐. 지식이라도 많아야지.”


극악무도한 난이도에 대부분이 울상을 짓는 와중.

수현은 태연하게 실기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스킬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스킬 : 불망(S)


시간이 지나도 기억을 잃지 않습니다.

이는 잊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격이 높은 존재에게 부여받은 스킬입니다.]


‘실기 시험도 곧 시작인가.’


[곧 실기 시험이 시작됩니다.]


귀신같이 울리는 안내 방송.

그와 동시에 면접관들도 하나둘씩 참석했다.

전부 A급 이상의 헌터들로 위압감이 느껴졌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존재감을 뽐낸 건.


“정숙.”


거대한 흰색 창을 등에 멘 남성.

S급 헌터인 석훈이었다.


‘S급이 2명째....’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응시생들이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석훈의 시선은 단 한 명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247번. 류서아가 얘기한 응시생인가.’


풍기는 분위기, 마력의 흐름.

뭐 하나 눈여겨 볼만한 가치가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허접한 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석훈은 시선을 거두며 면접관으로서의 일을 진행했다.


“실기 시험에 대해 짧게 설명하겠다. 지급 받은 마력구에 마력을 불어넣으면 몬스터가 나타날 텐데. 이것을 처치하면 합격. 그 외에는 전부 불합격이다.”


몬스터와 직접 싸워야 한다는 얘기에 굳어버린 응시생들.

그 모습을 본 석훈이 혀를 차며 설명을 덧붙였다.


“본인의 랭크보다 한 단계 아래의 몬스터가 등장하고, 문제가 생길 시 면접관들이 즉시 개입할 테니 걱정하지 말도록.”


안전에 대해 다시 언급한 뒤 시작된 실기 시험.

응시생들의 걱정과 달리 대부분 낮은 랭크의 몬스터가 등장해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뭐야. 몬스터랑 싸워야 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별거 없네.”

“그니깐 말이야. 이것도 떨어지는 놈들은 헌터가 될 자격이나 있냐?”

“야, 너희가 그런 말 하니깐 웃기다. 고작해야 E급 몬스터나 처치했으면서.”


서로 웃고 떠들며 즐거운 분위기가 조성되던 중.


“크우워어어어!”


현실과 동떨어진 포효에 울리는 시험장.

갑작스럽게 등장한 던전의 포식자가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뭐, 뭐야 저건.”

“미쳤다. B급 몬스터인 자줏빛 오크잖아.”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저걸 어떻게 잡아.”

“위험하면 면접관들이 개입하겠지. 우린 구경이나 하자고.”


자줏빛 오크.

B급 중에서도 괴력과 포악함으로 인해 현역 헌터들도 경계하는 몬스터.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느껴졌지만.

정작 녀석을 소환한 유한은 여유롭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자줏빛 오크라. 생각보다 괜찮은 놈이 나왔잖아.”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느리다는 자줏빛 오크의 단점을 이용해 회피에 집중하며 데미지를 누적.

일방적인 공세가 이어지며 결국.


쿠웅-!


“크, 크워어....”

“젠장. 시간을 너무 허비했네.”


숨을 거둬버린 자줏빛 오크.

그 광경을 지켜본 응시생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B급 몬스터를 혼자 처치할 정도면 진짜 대단한 거잖아.”

“저기 스카우터들 침 흘리는 것 좀 봐라. 이 시험에서 B급 몬스터를 처치하는 게 1년에 한 번 정도래.”


칭찬과 부러움의 언성이 높아질수록 유한의 콧대도 같이 높아졌다.


‘계속 그렇게 칭찬이나 하라고. 이곳에서 나보다 더 강한 몬스터를 상대할 녀석은 없을 테니깐 말이야.’


이곳에 자신보다 강한 사람은 없다.

그렇게 확신을 가진 유한이었다.


“246번. 탈락.”

“젠장!”


이후 반복되는 탈락과 지루한 전투.

응시생들은 물론 스카우터들도 지쳐있을 때.


“다음. 247번.”


호명되는 수현의 응시 번호.

석훈은 얼굴을 확인한 뒤.

묘한 표정으로 마력구를 건넸다.


‘F보다 낮은 등급은 없으니 F급의 몬스터가 나오겠군.’


기대감 하나 없이 승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상황.

마력구에 미약한 마력이 담기자.

순간 석훈의 눈가가 찌푸려졌다.


‘잠깐. 마력의 흐름이 뭔가 이상....’


제지하기도 전에 터져버린 거대한 연기.

그 속에서.


“그르르르르릉....”


검은 가죽과 불이 붙은 꼬리.

금색의 눈을 가진 흑색의 호랑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F급 중에서 이런 종류의 몬스터가 있었나? 게다가 이 알 수 없는 위화감은.’


B급 자줏빛 오크보다 압도적인 존재감.

난생처음 본 몬스터 앞에서 석훈의 본능이 움찔거렸다.


‘보기에는 위험해 보이지만 어차피 F급 몬스터일 테니 지켜봐야겠어.’


석훈은 알지 못했다.

수현의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창의 내용을.


[S급 몬스터 ‘이름 없는 흑호랑이’와 조우하였습니다.]


사용자보다 한 단계 낮은 랭크의 몬스터가 등장하는 마력구.

최대 랭크가 S라는 이론상.

S급 몬스터가 나오는 건 불가능.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타난 S급에 수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다행히 사람들은 이놈의 정체를 모르는 것 같네.’

“그르르르으....”

‘달려들지 않는 건가. 마력을 억눌러놔서 먹잇감으로 보일 텐데.’


현재 자신의 마력은 F급 그 자체.

보통이라면 달려드는 것이 정상이지만.

되려 경계하는 녀석의 모습이 수상쩍었다.


‘생각해보니깐 이 녀석 어디선가.’


불현듯 떠오른 기억에 올라가는 입꼬리.

떨리는 녀석의 동공을 보자 확신이 들었다.


“오랜만이네.”


주위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

자신을 알아보는 듯한 말투에 녀석이 당황한 듯 식은땀을 흘려댔다.


“그, 그릉?”

“죽은 마신이 키우던 녀석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크, 그르르릉???!”


나를 제외한 이들은 전부 모르고 있다.

이 세계에는 지금 서 있는 인간계 말고도.

천계, 마계 등 다양한 차원의 이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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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규격 외의 헌터 20.12.29 302 5 13쪽
17 눈을 떠보니 20.12.28 328 5 13쪽
16 예상할 수 있는 정체 20.12.27 352 7 13쪽
15 질투 20.12.26 397 8 13쪽
14 뱀은 먹이를 유린한다 20.12.25 394 6 13쪽
13 첫 번째 서사 20.12.24 423 8 12쪽
12 구원 20.12.23 414 8 13쪽
11 기사는 왕을 기다린다 20.12.22 449 10 12쪽
10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 20.12.21 457 8 12쪽
9 분기점 20.12.20 467 9 12쪽
8 서사는 누군가에 의해 목격된다 20.12.19 488 8 13쪽
7 목을 조여오는 건 20.12.18 535 8 13쪽
6 길은 하나가 아니다 20.12.17 547 9 12쪽
» 재회는 기쁘지 않을 수도 있다 20.12.16 575 11 12쪽
4 시선이 끌리는 이유 20.12.15 654 11 12쪽
3 두려움 혹은 기대감 20.12.14 70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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