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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정의 서재

은퇴한 킬러의 사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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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정123
작품등록일 :
2022.02.09 18:12
최근연재일 :
2022.03.20 19:34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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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512
추천수 :
1,629
글자수 :
177,716

작성
22.03.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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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2화. 은퇴한 킬러는 백화점에.

DUMMY

이른 아침, 메들리 백화점 8층에 있는 회전 초밥집 레일이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진선당의 킬러들이 빠른 손으로 레일 위의 접시를 비우고 있었다.


"갸... 맛있어."

"네코, 넌 이게 맛있냐?"

"뭐래, 지도 맛있게 먹고 있으면서."


고양이, 돼지, 원숭이, 여우 가면을 머리에 올려 쓴 킬러들. 전부 진선당의 1급 킬러들이었다.

우걱우걱 초밥을 입에 집어넣던 돼지 가면이 구석에 앉은 백가면을 쳐다봤다.


"어이, 넌 안 먹어?"


백가면을 쓰고 있는 하얀 짐승이 의수에 구슬들을 채워 넣고 있었다.


"빈속이 편해. 위가 망가졌거든."

"쩝쩝, 한국 킬러는 강해? 붙어본 적이 없어서."


짐승이 고개를 틀었다.


"너희들 실력을 잘 모르니까. 어떻게 말해주기가 어렵네."

"쩝쩝."


네 개의 접시를 입에 털어 넣은 돼지 가면이 옆에 기대놓은 쇠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쩝. 보여줄까?"


여우 가면이 입에 넣기 직전인 초밥을 도로 접시 위에 내려놓았다.


"예의를 갖춰라. 당주께서 보고 계신다."


여우 가면의 경고에 몽둥이를 내려놓은 돼지 가면이 다시 초밥을 흡입했다.


"쳇."

"돼지, 예의 없어. 키츠네, 예의 없는 돼지 싫어해. 크크."

"닥쳐라 네코."

"싫어, 너나 닥쳐..."

"이게 진짜!"


다시 평화로운 식사시간이 찾아왔다. 식사가 끝나자 벽 시계의 시침이 오전 11시를 가리켰다.

창밖을 내려다보던 악환이 입을 열었다.


"머리 사냥 시작이다."


식사를 끝낸 1급 킬러들이 머리에 올려 쓴 가면을 내렸다.


*****


차에서 내린 보스가 무전을 쳤다.


"2급 킬러는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움직인다, 우선적으로 진선당의 당주를 찾아라."


머리 사냥은 당주의 위치를 먼저 찾는 쪽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


"1급 킬러는 진선당의 킬러들을 보이는 대로 죽여라."


머리를 찾기 전까지 최대한 병력을 깎아내야 했다.

보스가 무전을 껐다.


"할아범. 3급 킬러는 시민들 대피에 붙여."

"끌끌... 알겠습니다."


할아범이 떠나자 보스가 맑은 하늘을 쳐다봤다.

떠오르려는 생각들을 다시 아래로 가라앉혔다.


*****


메들리 백화점의 회전문이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소설가는 회전문을 통해 백화점 내부로 들어왔다. 주말 오전, 백화점 내부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여기서 어떻게 싸우라는 거야."


소설가가 머리를 굴렸다. 적들이 우선적으로 있을만한 장소를 생각해 봤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CCTV를 쳐다봤다.


"통제실."


곧바로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문을 열었다. 계단을 내려가, 통제실 복도에 도착하자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막아섰다.


"여긴,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곳입니다."

"아, 그래요? 화장실을 못 찾아서... 화장실이 어디예요?"


길을 잃은 척 화장실의 위치를 물었다.


"위에 올라가면 있을 겁니다. 그런 건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시죠."

"아, 감사합니다."


진입에 실패한 소설가가 뒤를 돌았다. 그리고 입술에 손가락을 지긋이 가져다 댔다.


"너희, 한국말 잘한다? 음, 어디 보자."


뒤에 서있는 경호원들을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짜기 시작했다.


"나는 뒤에 서있는 경호원 네 명을 순식간에 살해했다."


갑자기 뒤를 돌아 경호원을 향해 달려갔다.


"나는 그들의 눈을 찌르고."


손에 들고 있는 만년필로 가장 가까운 경호원의 안구를 찔렀다.


"크악!"

"목의 혈관을 찢어발겼다."

"죽여!"


쿠나이를 휘두르는 경호원의 목에 만년필을 집어넣고 아래로 당겼다.


"쿨럭."

"새하얀 셔츠가 붉게 물들 즈음에."


목의 혈관이 찢긴 경호원의 셔츠가 피로 완전히 물들자, 남은 두 명의 경호원이 픽하고 쓰러졌다.


"남은 경호원들의 셔츠에도 붉은 꽃이 피었다."


빠르게 진선당의 킬러 네 명을 해치운 소설가는 통제실 문을 열었다. 안에는 가면을 쓴 킬러가 들어있었다.


"쩝쩝. 너 뭐야?"

"와."


오물오물 음식을 씹고 있는 돼지 가면을 본 소설가가 탄성을 내질렀다.


"돼지가 의자에 앉아있네?"


소설가가 만년필을 쥐었다.


"내 앞에 네임드 몬스터가 출현했다."


빠르게 문을 닫고 복도를 굴렀다.


- 콰앙.


쇠문이 통째로 찌그러지면서 나가떨어졌다.


"쩝. 너 약하구나?"


쇠몽둥이를 어깨에 걸친 돼지 가면이 목을 긁었다.


"네임드 몬스터는 정확히 30초 뒤에 나의 경험치가 되어 사라졌다."

"나불대는 입에는 몽둥이가 약인데."


대시를 한 돼지 가면이 쇠몽둥이를 아래로 내리찍었다. 바닥이 깨지면서 파편이 튀었다.

가볍게 스텝을 밟아 피해낸 소설가가 만년필을 조작했다.


"몬스터의 느려터진 거구는 쓸모가 없었다."


목과 어깨, 그리고 옆구리를 만년필로 찔렀다.


"간지러운데?"


만년필은 덩치의 살과 근육을 뚫지 못했다. 돼지가면이 몽둥이끝에 달린 쇠사슬 끝을 쥐고는 내던졌다.


"무겁기만한 몽둥이도 쓸모가 없었다."


입을 연 소설가가 날아오는 몽둥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며, 돼지 가면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쇠사슬에 스친 볼에서 핏물이 튀었다. 그리고 침착하게 만년필을 혈도에 푹푹 찔러 넣었다. 갑자기 목에 강한 압력이 느껴졌다.


"크읍!"

"잡았다."


폭력적인 손아귀는 가녀린 목을 언제든 부러트릴 준비가 돼있었다.


"내가 간지럽다고 했지."

"사, 삼."

"뭐라는 거야."


돼지 가면이 낄낄대면서 웃었다.


"살려달라고? 잘 안 들려."


소설가를 비웃던 돼지 가면이 갑자기 손에 힘을 풀어 목을 놓아줬다.


"삼십초 지났다고 돼지 새끼야."

"뭐야. 왜 몸이..."


몸의 감각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처음 맛보는 경험에 가면 속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돼지 너 신경독은 처음 맛보는구나? 하늘에 가서는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어. 알았지?"

"자, 잠깐..."


만년필을 조작한 소설가가 힘을 실어 가면을 내리찍었다. 빠각 소리가 나면서 가면이 박살 났다. 그리고 넘어진 거구의 몸에 올라탔다.

콰직 콰직, 얼굴을 완전히 망가트리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


돼지 가면의 숨통을 끊어버린 소설가가 마침표를 찍었다.


"네임드 몬스터를 쓰러트린 보상으로 통제실을 획득했다!"


*****


소설가가 통제실을 장악하는 동안 백화점 위는 난리가 났다.


"도망쳐!"

"사, 살려줘!"

"비켜!"


대피하는 사람들로 인해 6층이 아수라장으로 변해있었다. 사람들은 무차별적인 학살을 벌이는 하얀 짐승과 고양이를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숨어있지 말고, 나와. 비겁해 비겁해. 한국 킬러 비겁해."


고양이 가면은 양손에 달린 발톱으로 주위 모든 것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너도 나처럼 짐승이구나?"

"네코 짐승 아니야. 네코는 사람이야."


나사 빠진 고양이 가면을 쳐다 본 하얀 짐승이 옆에 있는 마네킹에 피를 닦았다.


[ 코드네임 - 다윗. ]


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1급 킬러 다윗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씨발, 무전은 왜 안되는 거야."


갑자기 무전이 먹통이 되었다. 귀에 달린 인이어를 뺀 다윗이 왼쪽 어깨를 부여잡았다. 깊게 베인 상처 때문에 어깨가 너덜너덜 거렸다. 고개를 돌려 대피하는 시민들을 쳐다봤다.


"도망치고 싶은데..."


시민들의 얼굴에 담겨있는 공포를 보던 다윗이 허리를 폈다.


"에휴, 어쩔 수 없나."


자켓 내부에 멀쩡한 오른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기둥 밖으로 몸을 날렸다.


"거기 있었구나?"


다윗이 비수를 집어던졌다. 위를 향해 네 개, 오른쪽을 향해 다섯 개. 총 아홉 개의 비수를 날렸다.


"어디에 던지는 거야. 풉 바보. 바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비수를 쳐다보며 네코가 비웃고 있을 때, 짐승이 먼저 바닥을 굴렀다.


"그렇게 던지면 맞을 리가... 어?"


갑자기 비수가 방향을 틀었다. 네코가 황급히 몸을 틀어 봤지만, 전부 피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홉 개의 비수 중 세 개의 비수가 네코의 몸에 박혔다.


"크악!!! 기, 기다려. 너 내가 꼭 죽여줄게."


어깨와 팔 그리고 오른쪽 눈에 박힌 비수를 뽑아낸 네코가 다윗을 향해 달려갔다.

다윗도 달려오는 네코를 피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의 몸이 스쳐 지나갔다.


"풉. 아프지? 아프지?"


팔에 상처를 입은 네코가 다윗을 비웃었다.


"씨발..."


다윗의 왼팔 팔꿈치 아랫부분이 사라져있었다. 발톱에 잘려나간 왼팔을 보며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갑자기 총성이 울렸다.


- 탕!


"큭!"


가면이 박살 난 네코가 휘청거렸다.

지원군의 등장에 다윗이 고개를 돌렸다.


"하, 왜 이렇게 늦었어."


옆으로 다가온 지원군이 잘린 팔과 벌어진 어깨에 뭔가를 주사했다.


"무전이 먹통이다. 아래에 내려가서 상황을 전해라."


자리를 벗어나는 모습에 고양이 가면이 땅을 찼다.


"비겁해! 비겁해! 도망친다!"


엽총의 총구가 성내는 고양이를 매섭게 노려봤다.


[ 코드네임 - 사냥꾼. ]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친 사냥꾼이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는 내가 놀아줄 테니, 기대해."


*****


[ 서울 한복판에서 역대 최악의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현재, 메들리 백화점은... ]


상처 입은 시민들의 모습이 TV에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 시민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군에서는 이번 테러를... ]


갑자기 TV의 화면이 툭하고 끊겼다. 김 비서가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렸다. 다른 채널도 마찬가지였다.


"다 먹통이네요."


메이저 방송사들의 송출이 전부 끊어졌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포털사이트도 전부 마비됐어요."

"메들리 백화점."


위치를 파악한 경록이 소파에서 일어났다.


"가실 거죠?"


김비서의 질문에 경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텔의 현관문이 열리면서 고 마담이 들어왔다.


"여기 부탁한 물건들이요."


고 마담이 가방에서 꺼낸 장비들을 테이블에 늘어놓았다. 동시에 경록은 장비들을 일일이 체크했다.


"수고했어."

"형, 저도 같이 갈게요."


김비서가 집은 권총을 경록이 다시 낚아챘다.


"됐어. 나 혼자 간다."


장비를 전부 챙긴 경록이 마스크를 썼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아마 이번 에피소드를 끝으로, 35~37화 즈음에 마무리를 지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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