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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정의 서재

은퇴한 킬러의 사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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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정123
작품등록일 :
2022.02.09 18:12
최근연재일 :
2022.03.20 19:34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98,513
추천수 :
1,629
글자수 :
177,716

작성
22.03.08 21:01
조회
2,298
추천
40
글자
10쪽

23화. 은퇴한 킬러는 고개를.

DUMMY

"이 남자가 실질적인 호천의 리더, 한승호입니다."


형사들 몇몇이 한승호를 알아봤다.


"그 새끼네, 교실에서 여학생들 팬 놈. 맞지?"

"어, 걔 맞네. 지금 수배 중이잖아."


가장 앞에 앉아 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 켜."


어두웠던 회의실이 밝아지자 남자는 단상으로 올라갔다. 남자의 손에 들려있는 정복에는 무궁화가 세 개 박혀있었다.


"대충 설명 들었지?"


남자의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게 박혀있었다. 피로가 많이 쌓였는지 말투가 루즈했다.


"음, 내일 이 조직 우리가 소탕할 거다. 5개의 팀으로 진행할 거고... 전담 사건 없는 형사들 다 차출될 거니까 그렇게들 알고 있어."


유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뭐 때문이지?'


다른 사건에 비해 진행속도가 빨랐다.


"질문 있는 사람 없지? 각 팀의 팀장들은 내 방으로 따라오고 나머지는 해산."


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회의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뒷자리에 앉아있는 유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피하지 못했다.


"윤. 벌써 퇴원했냐?"

"크, 부럽다."

"더 입원해야 되는 거 아니야? 다친 데는 괜찮고?"

"보니까 성과금 어마어마하겠더라. 한턱 안 쏴?"


걱정, 부러움, 시기가 담긴 시선들이 쏟아졌다. 관심들을 적당히 받아준 유나는 선배와 함께 건물 밖으로 나왔다.


"유나야, 국밥 한 그릇 때릴 생각인데 같이 갈래?"

"아니요. 저는 괜찮아요."


선배가 유나의 얼굴을 쳐다봤다.


"너 괜찮아? 안색이 안 좋아."

"괜찮아요, 그냥 오늘 소화가 좀 안돼서 그래요."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많은 하루였다. 이런 날은 차리리 빈속이 나았다.


"선배. 근데 이번 작전 좀 이상하지 않아요? 전개가 너무 빨라요. 너무 급하게 처리하는 느낌이..."


선배가 갑자기 주위를 둘러봤다.


"잠깐 따라와봐."


인적이 드문 곳으로 유나를 데려가더니 스마트폰을 꺼냈다.


"제국일보 박 기자가 보내준 거야. 이 사진 봐봐."


스마트폰에는 소중한 신체 부위가 훼손된 남자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검지를 펼친 선배가 하늘을 가리켰다.


"저 위에 높으신 분 아들이래. 하나뿐인 자식이 이지경이 됐는데 눈이 안 돌아가고 배기겠냐고. 이게 끝이 아니야."


세 장의 사진이 더 있었다.


"그놈들 묵직한 집안 자식 여럿 건드렸더라고. 그래서 이난리가 난 거야. 이거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된다?"

"저 입 무거운 거 아시잖아요."

"그럼 알지."


유나가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선배 이 사람 누구예요?"


얼굴을 확대하자 선배가 폰을 숨겼다.


"몰라, 무튼 난 간다."


갑자기 유나가 배를 만졌다.


"으, 배고프다. 빨리 국밥 먹으러 가요."

"너 속 안 좋다면서."

"제가요?"


*****


경찰이 회의를 마친 시각. 폐건물에 호천의 멤버 전원이 집합해있었다.


"아비동에서 활동하던 폭력조직들이 전부 사라진 지금, 경찰은 우리를 주시하고 있을 거야."


테이블에 앉아있던 승천이 안경을 올렸다.


"참고로,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면 우리는 바로 개박살."

"경찰이 그 정도입니까?"


바보 같은 질문에, 승천이 헛웃음을 흘렸다.


"너 경찰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맨날 매스컴에서 해결 못한 사건들만 떠들어대니까 너처럼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사람들은 원래 자극적인 것만 기억하거든."


경찰은, 매해 2만 건 이상의 강력 범죄를 검거한다.


"매번 버스가 꽉 찰 정도로 범죄자들 집어 처넣는 거 보면 몰라? 그 많은 범죄자들이, 다 병신이라서 그냥 잡히는 줄 알아?"

"죄송합니다."

"아니야. 모르면 그럴 수도 있지."


승천이 테이블을 쳐다봤다. 깔려있는 이면지들이 전부 필기로 꽉 차있었다.


"어디 보자 민각일보, 난각 제약..."


이면지들을 추리면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승호가 다가왔다.


"뭐야 그거?"

"우리가 최근에 처리한 놈들."


정리를 끝낸 승천이 머리로 계산을 했다.


"음... 빠르면 지금 당장, 늦으면 모레부터 경찰들이 수사를 시작할 거야."


자식이 그 꼴이 났는데, 당연히 난리를 치고 있을게 뻔히 보였다. 정신없이 경찰에 압박을 넣고 있을게 분명했다.


"누가 거기 뒤에 문 좀 열어줄래?"

"네."


모두가 뒤를 돌아 문을 쳐다봤다.


"발 빼고 싶은 사람은 지금 저 문으로 나가면 돼."


농담이 아니었다. 혹시라도 후회하는 사람이 있을까 배려하는 차원에서 기회를 주는 거였다.


"장난으로 하는 말 아니야. 승호, 네가 한마디 해."


옆에 있던 승호가 본인을 가리켰다.


"나처럼 인생 조지기 싫으면 나가라."

"안 나갈 겁니다."

"저도요."


다들 문을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승호가 팔짱을 꼈다.


"춥다 문닫아라."


문이 닫히자 앉아 있던 승천이 일어섰다.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세 개의 선택지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거 하나 골라.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정할 거야. 한번 정하면 못 바꾸니까, 신중하게 생각해."


승천이 테이블에 쌓인 현금 다발을 집었다.


"첫 번째 선택지는 아비동을 버리고 다른 지역에서 새로 시작하는 거야. 다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사업방식, 규모 모든 걸 늘릴 거야. 이걸 고르면 너희가 얼마를 상상하던 그 이상의 돈을 만지게 해줄게, 약속해. 대신 리스크가 크다는 건 알아둬."


이번에는 이면지 하나를 찢었다.


"두 번째 선택지는 뿔뿔이 흩어지는 거야. 별거 없지? 만약 이걸 선택하면 점 조직 형태로 조직을 개편할 거야. 뭐, 이게 가장 안전하긴 해. 꼬리를 자르는 식으로 도망치기가 쉬워지거든."


그리고 돈과 찢어진 이면지를 둘다 내려놓았다.


"마지막은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안전한 것도 아니야.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름길이지."


승천의 눈이 차갑게 내려 앉았다.


"반년 동안 너희들이 열심히 움직여준 덕분에 드디어 준비가 끝났어. 우리가 처음 세웠던 그 계획을 이제 실행할 수 있어. 하지만 분명 장담하는데, 이 선택지는 해피엔딩이 아니야."


세 가지를 모두 제시한 승천이 테이블에서 내려왔다.


"자 선택해. 돈, 안전, 복수. 이셋 중에 뭘 고를래?"


이미 다들 결정을 내린듯한 얼굴이었다.


"호천의 룰대로 과반수로 결정하자. 그럼 투표 시작할게."


그때 단원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저기, 마지막부터 먼저 투표하면 안 됩니까?"

"그래."


단원의 말을 받아들였다. 투표를 시작했다.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은 새끼들에게 끔찍한 복수를 해주고 싶다. 지옥에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꼭 놈들에게 되갚아 주고 싶다. 손 들어."


양반다리를 하고 바닥에 앉아 있던 단원 모두가 동시에 손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본 승호와 승천이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말했지, 승호야."


승천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절대 못 멈추게 될 거라고."


*****


"으 속쓰려."


국밥을 먹고 다시 돌아온 유나가 쓰린 배를 어루만졌다. 그래도 수확이 있었다.


'하, 진짜. 이거 박 기자만 아는 정보야. 절대 말하지 말랬는데. 피해자, 민각일보 사장 아들이야.'


컴퓨터 앞에 앉은 유나는 선배가 알려준 피해자의 신상을 조회했다.


"민각일보 사장 아들, 민혁수..."


스크롤을 내리던 유나의 손가락이 범죄 이력에서 멈췄다.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이 왜 이렇게 많아?"


모니터를 쳐다보던 유나가 갑자기 키보드를 두드렸다.


"일곱 명."


현재 경찰이 신상을 파악한 호천의 멤버는 일곱 명이었다. 하나하나 신상을 전부 열어 봤다.


"잠깐."


멤버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가족관계에 있었다.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뭐 하나만 부탁할게. 지금 내가 보내는 명단에 있는 사람들 사인 좀 찾아서 팩스로 보내줘."


일곱 명 전부, 형제자매 중에 사망자가 있었다.

잠시 후 팩스가 도착했다. 보내준 서류를 확인하는 유나의 눈꼬리가 떨렸다.


"미친..."


사인이 전부, 자살이었다.


[ 최영창 형, 故 최철우. 사인, 자살. ]

[ 김선웅 제, 故 김현웅. 사인, 자살. ]

[ 강승욱 매, 故 강미희. 사인, 자살. ]

.

.

.


*****


오랜만에 집을 찾아온 승호는 어안이 벙벙했다.


"뭐냐 이거?"


돈을 전해줄 동생도 없을뿐더러, 집이 통째로 날아가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동생의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통화 버튼만은 누르기가 어려웠다.


"하, 씨발."


대포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승호가 아파트를 벗어났다.


*****


듣기만 해도 평화로운 주말 아침, 병실의 문이 열렸다.


"김 비서님! 심심했죠."

"네, 마침 딱 심심하던 참이었어요."


경록은 인사 대신 김비서의 옷을 들췄다.


"잘 아물고 있네. 재활은?"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그랬으니까, 아마 곧 들어갈 거예요."

"아침은?"

"아직이요."


포장해온 죽을 뜯었다.


"같이 먹자."


널찍한 1인실이라, 셋이 밥을 먹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식사가 끝나자, 경록이 일어났다.


"간다."

"네 형. 들어가세요."

"김 비서님, 다음에 또 올게요!"

"자주 안 와도 되니까 공부 열심히 해요. 퇴원하면 다 검사할 거예요."


병실을 나간 진희가 다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자주 올게요!"


병원을 떠난 둘은 다른 병원 앞에 도착했다. 어머니가 입원하고 계신 병원이었다.


"오빠, 오늘도 나 혼자 들어가요?"

"다녀와."


어머니의 병원에 올 때마다 경록은 항상 이렇게 밖에서 기다렸다.

떠나는 동생을 쳐다보던 경록이 갑자기 고개를 틀었다.


'뭐지?'


누군가가 몰래 동생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 명이 아니야.'


동생을 따라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


"으, 화장실 좀 가야겠다."


병원 안에서 전화를 받는 여자.


"응? 어. 나 지금 도착했어. 너 어디야?"


이자들, 처음부터 동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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