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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정의 서재

은퇴한 킬러의 사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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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정123
작품등록일 :
2022.02.09 18:12
최근연재일 :
2022.03.20 19:34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98,343
추천수 :
1,629
글자수 :
177,716

작성
22.02.21 23:53
조회
3,128
추천
49
글자
11쪽

10화. 은퇴한 킬러의 걱정은.

DUMMY

"다들 월요일에 봐요."

"들어가 볼게요 사장님!"


환영회 겸 회식이 끝나고 경록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에 도착했다. 그때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 한 진희. ]


동생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았는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여보세요?"

"오빠. 지, 집에 누가 찾아왔어요."

"잠깐만."


경록은 바로 뒤를 돌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택시에 올라탔다.


"어디로 모실..."

"마인츠 호텔."


목적지를 말하고 다시 전화를 받았다.


"내 가방을 열면 그때 만든 바늘 펜이 있을 거야. 그것부터 꺼내."

"꺼냈어요."


머릿속으로 시간을 계산했다.


"13분. 내가 도착하기까지 13분이 걸려. 그전까지 문 열지 말고 기다려. 만약, 내가 도착하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면 펜을 사용해."


만약 찾아온 사람이 평범한 자가 아닐 경우, 펜으로는 시간을 오래 벌지 못한다.


"무조건 눈을 쏴. 망설이지 말고 눈을 향해 쏘는 거야."


일단은 이게 최선이었다.


"기사님."

"네?"


가지고 있는 현금을 전부 꺼냈다.


"급한 일이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가주세요. 이 돈 전부 드리겠습니다."


5만 원 권 20장, 100만 원이었다. 기사는 대답 대신 악셀을 끝까지 밟았다. 택시가 도로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7분 만에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로비에 들어오자 데스크 직원이 경록을 알아봤다.


"VIP 고객님?"


데스크 직원에게 물었다.


"지금 22층에 있는 사람, 누구지?"

"네? 22층에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VIP 요청대로... 자, 잠시만요."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 직원이 관리실에 무전을 보냈다.


"지금 22층 복도CCTV 확인 좀... 네? 고장이요?"


직원의 말을 듣자마자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데스크 직원이 관리실에 말했다.


"지금 22층 VIP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십니다."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22층 버튼을 눌렀다.


"내가 남을 걱정하다니, 변했구나."


경록은 지금 동생을 걱정하고 있었다. 가슴 한켠에 피어오르는 불안함이 그 증거였다. 조직에 있었을 때는 느껴본 적 없던 감정.


"죽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기왕이면 동생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22 F. ]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복도에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감각을 증폭 시켰다. 엘리베이터의 소음, 복도 벽에 걸린 시계 초침이 내는 소리 사방에서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걷던 경록이 비상문 앞에서 멈춰 섰다.


'침 삼키는 소리.'


비상문을 발로 걷어찼다. 안으로 진입해 숨어있던 사람을 찾아냈다. 야구 잠바에 야구모자를 쓴 남자. 경록은 곧바로 손을 출수했다.


"잠..."


먼저 콧등을 가격했다. 그리고 인중과 목젖을 후려쳤다. 세 부위를 거의 동시에 공격당하자 남자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경록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관자놀이를 발로 걷어찼다. 반대쪽 벽에 머리를 부딪힌 남자는 그대로 기절했다.

모자를 벗기자 남자 정체가 드러났다.


"넌."


아는 얼굴이었다.


*****


기절시킨 남자를 업고 현관문을 반쯤 열자 동생의 기척이 느껴졌다.


"나다, 쏘지 마라."

"오빠?"


현관을 향해 펜을 들고 있던 진희가 팔을 내렸다.


"그, 그 사람도 킬러에요?"


얼굴이 곱창 난 남자를 쳐다봤다. 코 뼈가 부러지고 터진 윗 입술 때문에 하관이 피범벅이었다.


"아니."


남는 방 침대에 남자를 눕혔다.


"전 직장 동료야."


남자의 정체는 과거, 자신을 전담했던 비서였다.


"그럼 왜 팼어요?"


*****


경록의 전 직장동료는 다음 날 점심이 지나고 나서야 깨어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김수원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김 비서라고 불러주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물 티슈로 얼굴에 묻은 피를 닦는 김 비서에게 물었다.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호텔 결제 내역 보고 찾아왔죠. 그 통장들 제가 세탁했으니까요."

"찾아온 이유는?"

"갈 곳 없는 천애 고아라서?"


딱한 사정을 웃으면서 말하는 김비서였다.


"호칭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전처럼 코드네임으로?"


흥미로운 단어가 나오자 진희의 눈이 빛났다.


"오빠 코드네임도 있었어요?"

"동생분 코드네임 궁금해요?"

"네. 궁금해요! 말해주..."


경록이 말을 끊었다.


"과거 이야기는 하지 말자. 그냥 편하게 불러."

"알겠습니다. 그럼 형이라고 부를게요."


갑자기 경록이 일어났다.


"베란다에서 이야기하자."

"네 그러죠."

"좋아요!"


따라 일어나려는 동생은 다시 앉혔다.


"넌 여기에 있어."


베란다에 나오자 김 비서의 웃음기가 사라졌다.


"동생한테는 어디까지 말했어요?"

"깊게는 말 안 했어. 코는 어때?"

"뭐 참을만해요."


부러진 코를 톡톡 건드리는 김비서에게 물었다.


"조직은 어때?"

"최근에 일이 생겨서 분위기가 안 좋아요."


조직의 기밀을 경록에게 숨길 필요는 없었다.


"1급 킬러가 정보원들이랑 킬러들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자세히 말해봐."


경록의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정보원 네 명 2, 3급 킬러 열넷이 당했어요. 탈취당한 정보가 워낙 많은 데다 추격까지 실패한 탓에 분위기가 말이 아니에요."


일그러지는 경록의 얼굴을 본 김비서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


"그, 그래도 비서실장님이 그놈 한쪽 팔도 잘라냈고 새로 편성한 추격조가 쫓고 있으니까 조만간 해결될 거에요."


끝까지 들은 경록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경록에게 김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저, 여기서 살아도 될까요?"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나열했다.


"요리 실력은 아실 거고 특기는 정보 수집, 해킹. 전투력도 3급 정도는 돼요. 이 정도면 곁에 둘만 하지 않아요?"

"음..."


안 그래도 어제 일로, 진희의 경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김 비서는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저, 머리가 좋아서 공부도 잘해요."


*****


자본이 어마 무시할 만큼 많은 게 아닌 이상 사채업자는 쩐주가 필요했다. 사채업자에게 쩐주란 포식자 위의 포식자 같은 존재였다. 미라클 금융도 당연히, 쩐주에게 빌린 돈으로 운영을 한다.


"장우진 엄마 쪽이 땅을 가지고 있다고?"

"네."

"얼마짜리?"

"싯가로 8억 정도 됩니다."


조 실장이 달력을 쳐다보면서 인상을 썼다.


"8억이면 어떻게든 맞출 수 있을 거 같은데..."


이자 기한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어떻게든 쩐주에게 빌린 돈의 이자를 만들어야 했다.


"씨발! 칠성파만 아니었어도."


하루아침에 두목이 죽고 괴멸해버린 칠성파. 별짓을 다해봤지만, 칠성파에 빌려준 돈 18억 회수에 실패했다. 이제 그 18억이라는 돈을 미라클 금융이 고스란히 메꿔야 했다.


"실장님, 장우진 고객 왔습니다."


때마침 우진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이유야 뻔했다. 하루 만에 돈을 날려먹었겠지.


"들여보내."


민철이 우진을 데리고 응접실로 들어왔다.


"커피는 됐어. 나가봐."


민철을 내보낸 조 실장은 우진이 찾아온 연유를 궁금해했다.


"어제 가져갔잖아요. 벌써 돈 갚으러 왔어요?"

"아, 아니요. 그게 사정 때문에 돈이 더 필요해져서..."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조 실장이 짱구를 굴렸다.


"죄송한데 300만 원만 더 빌려주실 수는..."


조 실장이 갑자기 일어나서는 연신 손뼉을 쳤다.


"우진 씨! 나 감동했어요."


조 실장의 뜬금없는 행동에 우진이 의아해했다.


"우진 씨 지금 상황이 많이 안 좋죠?"

"아, 네."

"그런데 그런 상황에 나를 찾아왔다는 건, 그만큼 의지한다는 말이잖아요? 나는 그 부분에 감동한 거예요."


조 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뢰라는 건요. 사랑처럼 쉽게 만들어지는 그런 재질이 아니에요. 상대의 마음을 울리는 행동이 있어야만 생기는 겁니다. 오늘 우진 씨가 나를 찾아온 것처럼요."


조 실장이 테이블에 현금을 쌓기 시작했다.


"우진 씨가 나를 울렸으니, 나도 성의를 보여야겠죠."


돈을 쌓은 조 실장이 팔을 벌렸다.


"여기 2천만 원이에요. 가져가고 싶은 만큼 가져가요. 자."


갑자기 큰돈을 빌려주겠다는 조 실장. 우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 돈을 가져가면 위험해질 것만 같다는 예감과 숨어있던 경각심이 마구 경종을 울려댔다.


'그래 이건 아니야. 너무 위험해. 지금이라도 멈추자. 도박도 끊고 착실하게 일하면서 사채 빚, 은행 빚, 주위에 빌린 돈 다 갚고 끝내는 거야. 과거로 돌아...'


생각은 쉽고.


'아니, 마지막으로 한 번. 이 돈까지 잃으면 멈추자. 이 돈까지 잃으면 진짜로 전부다 끊고 착실히 사는 거야.'


행동은 어려웠다. 결국 우진은 합리화에 스스로 잡아먹혀버렸다.


"2천만 원 전부 가져갈게요."


그렇게 늪에 손을 뻗었다. 늪이 활짝 웃으면서 반겨줬다.


"네. 우진 씨."


우진이 나가고 열연을 펼친 조 실장이 소파에 드러누웠다.


"하. 일단 첫 단추는 끼웠고."


조금 무리수를 뒀지만 다행히 추가 대출을 성공시켰다.


"한 달 안에 삼켜야 해. 안 그러면 우리 다 죽어."


*****


부엌에서 요리쇼가 펼쳐졌다. 옆에서 진희가 입을 벌리고 감탄을 내뱉었다.


"와."


한 손으로 웍을 돌리고 다른 한 손으로 불 쇼를 하는 김 비서가 마치 요리의 신처럼 보였다.


"화력이 약해서 생각한 대로는 안되네요."


중화요리를 만들기에는 렌지의 화력이 부족했다. 김비서가 만든 중화요리가 한상을 가득 채웠다.


"다행히 상다리는 안 부러졌네요."


너스레를 떤 김비서는 부엌을 정리했다.


"저는 정리가 끝나면 먹겠습니다. 두 분 먼저 드세요."


말하기도 전에 경록은 이미 먹고 있었다. 눈치를 보던 진희도 숟가락을 들었다.


"와 진짜 맛있다."


입을 막고 감탄한 진희의 숟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김비서가 경록에게 물었다.


"형 어때요? 입에 맞으세요?"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맛있어."

"오빠! 나한테는 한 번도 맛있다고 안 해줬잖아요."

"원래 형이 겉으로 표현을 잘 안 해요. 이해하세요."


정리를 얼추 끝낸 김비서도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저녁 먹고 바로 서점에 다녀올게요."

"그래, 부탁할게."


둘의 대화를 들은 진희가 숟가락을 멈췄다. 불안함을 느낀 진희가 먼저 일어났다.


"배부르다! 저 먼저 들어갈게요!"


김비서는 도망치는 진희를 보면서 히죽 웃었다.


"동생분, 가고 싶은 대학교 있어요?"

"네?"

"말만 해요. 내가 어디든 보내줄게요."


김비서의 자신 있는 표정을 본 진희가 뒷걸음질을 쳤다.


"대, 대학교요?"

"가장 좋은 대학교로 부탁하지."


동생을 대신해 경록이 대답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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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참좋은아침
    작성일
    22.03.12 16:48
    No. 1
  • 작성자
    Lv.99 풍뢰전사
    작성일
    22.03.12 20:21
    No. 2
  • 작성자
    Lv.1
    작성일
    22.03.15 03:52
    No. 3

    김비서 맘에 드네요!ㅋㅋ / 조 실장 입터는 거 진짜...ㅋㅋㅋㅋㅋㅋ 제가 아는 입터는 사람들이랑 비슷해서 놀랐어요. 너무 싫으면서도 그의 입장에선 살려고 하는 짓이니깐.... 하... / 역시 외팔이는 보통 인물이 아니었네요! 제가 문피아 처음 써서 그러는데 혹시 댓글을 이런 식으로 작성하면 다른 분들 감상 흐름에 방해되는지 궁금하네요ㅠㅠㅠ 웹툰 볼 땐 그냥 맘대로 감상평 남기는데 ... 댓글부터 보는 사람은 없겠죠?; (혹여나 본의 아니게 이런 식으로 조금이라도 스포할까봐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22.03.18 22:25
    No. 4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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