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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만들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33,485
추천수 :
65
글자수 :
471,948

작성
18.04.12 10:01
조회
501
추천
2
글자
20쪽

3화. 에스테 - 2

DUMMY

녀석이 입고 있는 기괴한 문양이 새겨진 검은 코트 때문?

아니면 나를 향해 뻗어있는 검은 가죽장갑을 낀 손 때문?

무엇이 이윤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덴에서 처음 악마를 보았을 때보다 더한 공포가 순식간에 내 몸 구석구석 파고들어 잠식해 버렸다.


“베, 베스파로제님의 에스테입니다.......”


“너에게 물은 게 아니다.”


다시 한 번 리아세스테의 복부 깊숙이 박히는 악마의 구둣발.

바닥에 쓰러져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는 리아세스테의 모습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그, 그만!”


“베스파로제님도 드디어 에스테를 받으셨다....... 이건가?”


어둠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얼굴임에도 왠지 녀석의 시선이 내게 향해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긴 날 보고 멍하니 서있는 놈이라면 갓 각성한 풋내기일게 뻔하군. 하지만.....”


가까이 다가온 녀석의 얼굴. 그 깊은 어둠에 빨려 들어가 버릴 것만 같아 몸이 굳는다.


“너, 인간냄새가 진하게 나는 게 마음에 안 든다. 앞으로 내 눈에 뛰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어둠 깔린 잔영만 남긴 채.......


“......”


녀석은 사라져 버렸다.


“아!”


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괘, 괜찮아?”


몸을 기대어 리아세스테를 일으켜 세웠다.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것이 아직도 고통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괜찮아....... 고마워.”


“누구야? 대체.......”


이스에스테라고 했었나?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에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질 않았다.

분명 평소에도 이렇게 휘젓고 다니는 녀석이겠지.

게다가.......


“서열2위....... 죽음의 악마. 테라이스님의 에스테셔.”


서열2위? 서열2위라면 3위인 베스파로제보다 위의.......


“론니악에서 가장 높은 서열의 에스테셔. 실제로도 매우 강하셔서 이름을 수여받으셨다는 얘기도 있는 분이야.”


라고 얘기하는 리아세스테의 눈빛에선 무언가 동경과도 같은 것이 보였다.

그것이 이해가 가지 않아 왠지 화가 난다.


“그럼 서열이 높다고 널 이렇게 발로차도 된다는 거야?”


그리고 돌아온 반대로 내가 이상하다는 눈빛.


“로제에스테는........ 다르네.”


문득 베스파로제가 얘기했던 인간이라는 것을 들키면 안 된다 한 것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이스에스테 그 녀석도 날 인간냄새가 난다고 했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 연구실에 있던 난쟁이 악마도 날 보고 이상한 미소를 지었었고.......


“아, 그게 그러니까 그, 난 각성한지 얼마 안돼서 말이야. 잘 모르거든 이런 걸. 그리고 인간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그건....... 아, 그렇지. 베스파로제가 아니, 베스파로제님이 인간계에 데려가주신 적이 있어서 말이지. 그 씻어야겠다 했는데 바쁘다보니.........”


마, 망했다.

머릿속이 공황상태에 빠져버렸다.

거짓과 사실이 뒤섞여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망했다. 꼼짝없이 들켜버렸다.

이제 날 잡아먹으러 달려들겠........


“후훗, 재밌네. 로제에스테는.”


음?


“그리고 냄새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수계주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여기 있는 수계자들 대부분이 인간계에 나가본 적이 없는 악마들이니까. 나도 인간 냄새 같은 건 잘 모르겠는걸?”


하고 방긋 웃어 보이는 얼굴은 천사다.

아니, 악마이지만....... 그래도 천사다.


“응? 어디 아파? 얼굴이 새빨게져서.......”


“아, 아냐! 괜찮아!”


가까이 다가오는 리아세스테를 피해 뒤로 두 걸음.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보다....... 이제 어디를 알려주는 게 좋을까?”


“응? 아, 난 어디부터 가든 상관없어.”


“아니, 그게 아니라 사실은.......”


무슨 문제가 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두 손을 꼼지락꼼지락 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다!


“아까 말했듯이 나도 각성한지 얼마 안 돼서....... 론니악은 잘 몰라서.......”


아, 난 또 뭐라고.


“나도 잘 모르는 길을 함부로 돌아다니다가 길이라도 잃으면 너무 미안할 것 같아서.......”


그런 문제라면 오히려 이쪽에서 더 환영이다.

아직 제대로 안내는 시작도 안했는데 큰일이 벌써 두 번.

하루 종일 이렇게 놀람과 공포의 연속이라면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으니까 말이다.


“하하, 그럼 안내는 이 정도만 하고......”


“난처해하고 있는 것 같네, 거기 둘.”


내 말을 끊고 들어온 미성.

불길한 예감이 나를 덮쳐온다.

떨리는 눈으로 힐 끗 바라본 옆에는....... 상의는 어디다 버렸는지 상체를 훤히 드러내고 있는 키가 큰 검은 장발머리의 남자악마가, 또 그 옆에는 베레모를 눌러쓴 꼬불거리는 갈색머리의 여자악마가 서있었다.

첫인상부터가 또 줄줄이 연달아 긴장감을 부르는 배치인 것 같아 저 멀리서 파도처럼 피로가 몰려오는 듯하다.


“리아세스테, 스레나스님께 인사드립니다.”


스레나스? 저 가죽바지만 입고 있는 악마를 얘기하는 거겠지?

검은 장발머리와 뚜렷한 이목구비는 베스파로제와 비슷하게....... 아니 조금 더 잘생긴 얼굴과 잘 어울려 ‘멋있다.’ 라는 단어가 그 모습의 결과물로 머릿속에 남는다.


“그리고 이쪽은 베스파로제님의.......”


“아, 알아. 베스파로제의 에스테잖아? 인사하도록 하지. 난 서열4위. 거짓의 악마 스레나스라고 한다.”


하고 싱긋 웃는 얼굴이 꽤나 유쾌한 악마가 아닌가 싶다.

서열 4위면 베스파로제의 바로 밑이다.

이렇게 보고나니 베스파로제가 사실은 엄청나게 강한 악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도 소개해야지, 미스티?”


“흥, 난 스레나스님의 두 번째 수계자. 나스미스테.”


스레나스라는 악마와 같이 팔짱을 끼고 꽤나 깔보는 눈빛으로 인사를 해오는 모습이 작은 덩치의 귀여운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아 속으로 조금 웃고 말았다.


“하아, 미스티. 예의는 지켜야지.”


“그러는 스레나스님도 베스파로제님께 말 놓으시잖아요!”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옆의 악마에게 대드는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수계주에게 대들다니, 서열관계가 분명했던 악마들의 모습이 워낙 인상 깊었었기 때문인지 신선함을 넘어 조금 충격까지도 받았다.


“하핫! 나하고 베스파로제는 굉-장히 사이가 좋으니까. 아, 그보다 미스티. 마침 지루해지려는 참인데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할 테니 같이 론니악 안내를 해 주는 건 어때? 난 그게 더 재밌을 것 같은데.”


.......불길한 예감이라 느꼈던 것의 정체가 드디어 드러나는 느낌이다.


“뭐, 스레나스님의 말씀이라면 하는 수 없죠.”


왠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듯하다.


.

.

.


불편하다. 한없이 불편하다.

뭐 내 옆에서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고 있는 서열 4위의 악마님도 불편하지만.......


“아, 거기가 론니악의 창고. 각종 재료나 무기 같은 게 들어있어. 한 번 들어가 봐.”


고개를 돌려 리아세스테에게 구조요청을 하였으나 돌아온 것은 소리 없는 미소 뿐.

하는 수 없지. 마음을 가다듬고 문을 밀어 열었........


“Eskar! tesna!"


"우와아아악!“


좌우로 늘어선 철창.

귀를 찢는 비명과 괴성.

그리고 철장 뒤로 달려드는 검은 형체들의 거대한 입.

놀란 정도가 아니라 몇 초 정도 숨이 멎어 뒤로 주저앉고 말았다.

리아세스테가 나서서 다시 문을 닫아주고서야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푸훕! 사실 거긴 사육장. 지능이 낮고 호전성이 짙은 마수들을 잡아다 가둬 둔 곳이야.”


“크하핫! 또 속았구나 로제에스테!”


누가 거짓의 악마의 수계자 아니랄까 봐 이런 식으로 나를 속여먹는다.

게다가 옆의 서열4위의 악마님은 이런 상황이 뭐가 그리 재밌는지 배를 붙들고 웃기까지.

어쩌면 이건 나를 안내해주는 게 주목적이 아니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든다.


“그리고 필요할 때 꺼내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죠. 실험이라든지, 결투의 용도로......”


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리아세스테마저도 피식피식 웃고 있고.

결론은 나를 둘러싸고 다들 웃고 있다는 것이다.

완전 바보가 된 기분이다.

화가 날랑 말랑 조금씩 머리끝을 자극하고 있다만.......

뭐, 이정도야 여유다. 여유.


“자, 그럼 다음은 저쪽으로-!”


혼자 신이 나서 앞장서 가는 나스미스테.

내 등을 팡팡치며 옆에서 따라 걷는 스레나스.

뒤에서 조신하게 따라오고 있는 리아세스테.

하아, 베스파로제가 벌써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절망적인건.......


“여기를 올라가면 4층!”


이 안내가 언제쯤에서야 끝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뭐야, 로제에스테. 벌써 힘이 다 빠진 거야?”


잘 물어봤다.

문하나 열 때마다 심장이 멈추기가 일쑤.

주위를 둘러싼 악마들의 웃음.

힘이 남아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지.

다리는 후들거리고 머릿속은 몽롱하다.


“조금 쉬시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아아, 리아세스테.......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마음속으로 눈물이 다 난다.


“아! 그럼 나 쉬기 좋은 곳을 알고 있어. 거기로 가자.”


하고 또 힘이 넘쳐 먼저 달려가는 나스미스테.

악마라 그저 힘이 넘치는 모양이다.

게다가 왠지 또 속임수가 숨어있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여기에 이렇게 계속 서 있을 수도 없으니까.



.

.

.



“여기야, 여기!”


이건 거짓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스미스테를 따라 3층의 한 문을 열고 나가자 널찍한 테라스가 나왔다.

좌우로 늘어선 긴 대리석 의자와 사이사이 놓인 탁자.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대지와 푸른 하늘. 그리고 따스한 햇살.

.......같은 건 없고 그냥 용암 끓는 대지와 검은 하늘이.


뭐 어때! 그래도 밖에 나오니 조금이나마 속이 뚫리는 기분이다.

성안에 있을 때보다 조금 더 더워진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음? 그보다 누군가 한명 먼저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하늘거리는 하얗고 긴 천옷과 짧은 금발머리.

그리고 등 뒤로 솟아있는.......


“여, 안제. 또 무슨 감상에 빠져있어?”


하고 스레나스가 인사를 하자 안제라 불린 악마는 고개만 돌려 작게 끄덕여 응답했다.


“하핫, 괴상한 녀석이라니까. 아, 그래. 저기에 앉도록 하지.”


스레나스가 가리킨 의자로 가서 하나 둘씩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지만 왠지 시선은 저 구석에 앉은 악마에게서 떠나질 못한다.

저 날개.......


“궁금한가 보구나. 저분은 서열 6위. 복수의 악마. 안제루즈님.”


아무리 봐도 그림에서 보았던 그 날개다.

그래 그.......


“하지만 저 날개는.......”


천사들이 가지고 있는.......


“저도 잘은 모릅니다만, 과거 천사이셨다는 말이 있어요.”


책에서 나오곤 하는 타락천사.......라는 건가?

하지만 책에서는 검은 날개, 찢어진 옷, 머리위로 솟은 뿔 등으로 묘사되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그 고고해 보이는 모습이 눈을 때기 힘들게 만든다.


“어때, 론니악은? 좋은 곳이지?”


하고 싱글벙글 웃어 보이는 나스미스테의 얼굴이 얄미워 살짝 주먹을 쥐었다 폈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 적응이 안돼서 그런 건지.......”


라기 보다 네가 날 끝도없이 속여먹는 바람에 뭐가 뭔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인간계에 다녀온 적이 있다 하셨죠?”


라고 물어온 리아세스테의 목소리는 조금 흥분에 차있었다.

베스파로제가 했던 마신의 명으로 인간계로의 출입이 꽤나 오래전부터 금지되어 있었다는 말이 스쳐 지나갔다.

인간계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있는 걸 까나?


“인간계....... 라고 해봤자 별거 없어. 이곳과 다른 점이라면 땅에는 초목이 푸르고 하늘은 맑고 하얀 구름이 떠다니지. 높은 언덕에서 바라본 들판은 어마어마하게 아름다워.”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버린걸까?

갑자기 여기 오기 전의 생활이 생각나 눈시울이 시큼해졌다.

아, 이러면 안 된다.

덴에 있을 때 이제 더는 미련을 갖기 않기로 각오 했었으니까.


“헤에, 꼭 가보고 싶어요.”


크윽, 저 미소는 천사다. 천사임이 분명하다.

보니까 악마가 된 천사도 있는 것 같은데 천사 같은 악마가 없으란 법은 없지.


“좋겠다....... 스레나스님. 저도 인간계에 데려가주시면 안돼요?”


“좋아.”


“아! 정말요?”


“거짓말이야.”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 번이고 봐온 이젠 웃기지도 않는 스레나스와 나스미스테의 일련의 대화는 뒤로하고.

계속 서있기만 하다가 자리에 앉아 그런 걸까?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게 빨리 베스파로제의 성에 돌아가 잠이나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오래 앉아 있는다고 피로가 회복될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그보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그만 움직이자 말하려던 중 먼저 끊고 나온 스레나스의 혼잣말.

올 때가 되었다고? 대체 누가?


“절차는 모두 끝냈다. 이제 방에만 들어가면.......”


“어? 다들 있네?”


베스파로제다. 옆에 미녀악마도 있다.

아아, 베스파로제가 이렇게 반갑기는 덴에 있을 때 이후론 처음이다.

드디어. 드디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겠.......


“스레나스?”


“여, 베스. 왔어?”


어, 어라? 뭐지? 이 묘하게 싸늘한 분위기는?

베스파로제 주위에 흐르는 검은 연기는?

스레나스의 저 알 수 없는 미소는?

왜 리아세스테는 저렇게 겁먹은 얼굴을.......


“오랜만이네?”


“.......소멸시켜주마.”


지금 다시 보니 알 수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베스파로제. 엄청 화가 나있는 것 같다.


“어쩐지 에네스님께서 내 에스티가 있는 곳을 알고 계신다 싶더니. 전부 네 수작이었군........”


순간 베스파로제의 주위로 피어오르던 검은 연기가 스레나스를 덮쳤고, 스레나스는 가벼운 몸짓으로 연기를 피해내었다.

아니, 갑자기 왜?


“스레나스님. 베스파로제님과 친하다고 하지 않았어?”


분명히 기억난다.

정-말 친하다고 했던 말이.


“흐음, 뭐 거짓말이셨겠지.”


당황 가득한 나와는 다른 나스미스테의 시큰둥한 대답.


“크핫! 오랜만에 봐서 좀 달라졌나 했더니 몇 번을 속여도 다 속고. 한 번도 빠짐없이 열 받는 모습이 여전 하구나 베스!”


하고 또 한 번 베스파로제를 자극하는 스레나스.

베스파로제의 팔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마, 얘들아 너희들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


“우, 우와아아악!”


푸드득 하는 새 날개짓 소리.

뒤집어진 세상.

아찔한 낙하감.

저 위로 점점 멀어져가는 테라스.

그리고 허공에 흩날리는 순백의 깃털.


“아.......으.......아.......”


점점 멀어져가던 테라스가 멈추었다 싶더니 어느새 난 성 밖, 문 앞에 안착해 있었다.

그와 동시에 위쪽에서 큰 폭발음 같은 게 들렸으나.

내 눈은 차분하게 날개를 정리하고 있는 천사에게 빼앗겨 확인하지 못했다.


“가, 감사 합니다.”


어쨌든 중요한건 날 구해주었단 거니까.


“이곳에는 나 말고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악마들이 많다.”


.......?


“혼자 하는 생각이라도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의심받기 마련이지.”


하고 고개를 들어 보인 천사의 얼굴에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인간.”


그 말을 마지막으로 천사는 다시 성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난 한동안 그 자리에 굳어선 채 그 뒷모습만을 멍하니 바라봤다.

마음을....... 읽는다고? 예의를?

그럼 내가 속으로 베스파로제, 베스파로제 했던 것도 다 읽혔다는 얘기?

게다가 마지막에 분명 ‘인간’ 이라고 했었다. 들켰....... 다는 건가?


그럼 이제 내가 인간이라는 걸 알아낸 악마들에게 끔찍하게 잡아먹히는 일만 남은건가?

아니지. 내게 조심하는 게 좋을 거라고 충고한 걸 생각해보면.......

봐주겠다. 라고 생각해도 되는 것 아닐까?

아니지. 약점으로 잡고 있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아니, 아니지. 으악! 모르겠다. 눈이 빙글빙글 돈다.


“찾았다!”


이건 미녀악마의....... 아니, 세르피리아님의 목소리.


“어휴, 큰일 날뻔한 거 있지? 베스말이야, 흥분해가지고....... 응? 무슨 일 있던 거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안색을 살피는 모습이 왠지 내 마음을 읽으려 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

내가 인간인거야 알고 있겠지만 미녀악마라고 불러온 것도 알고 있었다면.......

아,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왜 그래? 안제가 무슨 말이라도 한 거야?”


안제? 안제라면 아까 날 구해준 천사를 얘기하는 건가?

안제루즈....... 였나?

아니, 그보다 혹시 저 질문은 내 마음을 읽고 한 질문이 아닐까?


“그, 그게 아니라.......”


“뭔데, 뭔데. 말해 봐.”


.

.

.


“꺄하핫! 그래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거야?”


미녀악마....... 아니 세르피리아님은....... 어렵군.

어쨌든 세르피리아님은 내 입장은 생각도 안하는지 진심으로 웃기다는 얼굴을 하고 웃고 있다.


“뭐, 확실히 마음을 읽는 건 상위서열 악마들이라면 대부분 할 수 있는 거 맞아. 물론 나도 할 수 있고.”


나도 모르게 멈칫 멈춰서고 말았다.

뭐야, 그럼 진짜 내 생각을 읽고 있었다는 건가?


“하지만 그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라서 말이야. 또 남의 생각을 읽는 것만큼 재미없는 일도 없고 말이지. 그래서 대부분은 항상 마음을 읽고 다니고 그러지는 않아. 나도, 베스도 말이지.”


다행이다. 라고 일단은 한숨 놓았지만 아무래도 이건 계속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보다 말이야. 130....... 130.......”


지금 나와 세르피리아님이 있는 곳은 론니악의 가운데 성을 둘러싸고 있는 10개의 탑 중 하나.

입구에 음각으로 새겨진 알 수 없는 꽃모양의 무늬가 베스파로제의 상징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이 10개의 탑은 각각 서열 1위부터 10위까지의 악마들의 상징이 입구에 새겨져 있으며 각각 그 악마의 수계자들이 지내는 곳이라고 한다.


“아, 저기인가?”


나의 경우에는 베스파로제가 아니, 베스파로제님이 여기서 기본적인 것들을 배우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이곳에서 지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성의 계단에서 지냈던 지난날이 떠올라 나 혼자만의 탑을 가지게 되었다고 신이 났는데.......

실상은 오랫동안 수계자를 받지 않던 베스파로제님이었기에 이 탑은 안 쓴다 생각하고 다들 하나둘씩 창고처럼 짐을 쌓아두어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건 한 개의 방뿐이었다.


조금 씁쓸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 방이 생긴다는데 아무렴 어떤가!

지옥에 오기 전엔 다 큰 여동생과도 계속 같은 방을 썼던 나다.

나만의 방이 생긴다 생각하니 그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맞네, 130이라 써져 있는 문. 어디보자. 베스가 내게 맡긴 열쇠가.......”


아, 참고로 베스파로제님은 아마 아직까지 싸우고 계실 거다.

나와 같이 있던 리아세스테와 나스미스테는 세르피리아님이 구해주셨고, 나는 그 천사가.......

이 후 상황이 금방 진정될 것 같지 않다고 느낀 세르피리아님이 직접 날 숙소로 안내해주기로 하셨다고 한다.


원래는 수계자들에게 맡기려 한 일이나 베스파로제님의 분노에 휘말려 다들 크게 다쳐 회복중이라고 한다.

녀석들에겐 미안하지만 차라리 잘 된 일이다.

나스미스테가 안내했다면 또 돌고 돌리면서 놀려먹었겠지.

아, 물론 리아세스테는 걱정되지만....... 괜찮겠지?


“얼레? 열쇠가.......”


.......비록 마음이 읽히더라도 이건 말해야겠다 싶다.

조신하게 다니는 것도 아니면서!

그, 그, 가슴 사이에 물건을 넣어두면 빠지는 게 당연하지!


“이거 어쩐다.......”


라고 하는 세르피리아님의 흔들리는 동공 너머로 또 다시 나의 불길한 예감이 발동을 걸기 시작했다.

무언가 엄청나게 피곤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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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4화. 칸니악 - 1 18.04.14 45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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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에스테 - 2 18.04.12 502 2 20쪽
10 3화. 에스테 - 1 18.04.12 586 4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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