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expresso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만들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33,492
추천수 :
65
글자수 :
471,948

작성
18.04.10 20:27
조회
594
추천
5
글자
12쪽

2화. 각성 - 2

DUMMY

1일 째.



망연자실. 아무런 생각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검은 구름 사이로 새어나오는 붉은 빛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그대로.

너무도 막막해 앞으로에 대한 두려움도 주위의 환경에 대한 공포심도 아무것도 느껴지질 않는다.


“키익! 킥! 키익!”


내가 죽으면 날 먹을 심산인지 아까의 그 임프는 내 옆에 앉아 시체를 뜯어먹고 있다.

처음엔 갑자기 달려드는 바람에 깜짝 놀라고 말았지만 단순한 장난이었던 듯싶다.

이 임프. 장난기가 많은 성격인 것 같다.


이곳에 앉아 다른 임프들을 바라보며 알아낸 것 중 하나가 다들 각자의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임프는 시체를 먹을 때도 고상하게 먹는 녀석이 있는 한편, 주변에 널린 게 시체임에도 꼭 다른 녀석의 걸 억지로 뺏어 먹는 녀석도 있다.

이런 성격들이 나중에 악마가 돼서도 그대로 가는 걸려나 하하.......


“킥! 키익! 킥!”


“아, 난 괜찮아. 배 안 고프니까.”


배가....... 고프다.



2일 째.



언젠가 다시 날 데리러 올 것이다.

그 마신님께 하달 받은 중요 임무라고 했었으니 이렇게 막 방치하진 않겠지.

그래, 분명히 날 데리러 다시 올 것이다.

뭐, 앞으로에 대한 각오라도 다지라는 의미로 한 일이겠지.

이런 일로 당황하고 그러면 지는 것이다.

암 그렇고말고.


“........”


라는 마음으로 한잠도 못자고 아침을 맞았다.

아, 물론 아침이라는 건 내 맘대로 정한 것으로 검은 구름 사이로 붉은 빛이 비춰오다가 없어질 때가 있다는 걸 알아냈는데 그 빛이 있을 때를 낮, 빛이 없을 때를 밤으로 정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지금 막 낮이 된 참인데.......


“끼긱! 끽!”


“그래, 그래.”


그러고 보니 알아낸 게 한 가지 더 있다.

임프는 잠을 자지 않는다는 것.

베스파로제가 꿈에 들어오는 악마에 대한 불평을 했던 걸 보면 모든 악마가 잠을 자지 않는다고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밤새 이 녀석과 있다 보니 뭐랄까.

맘이 통하게 되었달 까.


“끽! 끼끽!”


녀석이 하는 일은 두 가지 밖에 없다.

시체를 뜯어먹는 것과 나와 장난을 치는 것.

주변 환경 때문일까?

처음에는 비위가 상하던 시체를 먹는 모습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고 마구 달려들던 장난에도 이제 맞춰줄 수 있는 그런 정도가 되었다.


하아, 그보다 녀석이 시체를 뜯어먹는 모습을 보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면 안 되지만

배가 고프다. 목도 마르고.

베스파로제도 슬슬 심했다 생각하고 찾아올 때가 되었다.

그래, 올 때가 되었다. 그리고.......



3일 째.



역시나 베스파로제는 나타나지 않았고

역시나 한숨도 잠에 들지 못했다.

이유야 이곳이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도 있겠지만, 쉬어보려 눈을 감기만 하면 옆의 임프가 자꾸만 장난을 걸었던 게 가장 클 것이다.

욱해서 화가 날 때도 있었으나....... 이 작고 힘없는 녀석이 뭘 알고 그러는 거겠는가 싶어서 참았다.


뭐, 금방 날 데리러 올 테니 이 정도야 참을 수 있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악마는 인간과 시간개념이 다르다던 지 같은

내게는 며칠이지만 악마에게는 몇 초와도 같은 시간이다 같은

뭐 그런 거 아니겠는가.

하하하하하


“끽? 끽?”


짜증이 난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

이 정도면 충분히 힘 들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 각오라면 충분히 다졌으니까.

이제 와도 좋잖아.

아니 와주세요 베스파로제님.



4일 째.



눈을 뜨고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침이 말라 숨을 쉬는 것부터가 힘들다.

지금 생각해보니 난 역시 버림받은 것 같다.

그래 귀찮았겠지.

악마가 나 따위 인간을.......

배고픔도 정도를 넘어서니 무감각해져버렸다.

어젯밤은 마치 기절한 듯 쓰러져 잠에 들었다.

물론 그놈의 끽끽거리는 소리 때문에 금방 깨버렸지만.

뭐랄까, 모든 게 허무하다.


“끽! 끼끽!”


끽끽. 끽끽. 그 놈의 끽끽. 빌어먹을 끽끽!

세상 걱정 없는 얼굴로 으그적 으그적 시체를 뜯어 먹으면서!

인정하겠다! 나는 배가 고파!

그것도 미칠 것 같이 배가 고프다!

그런 내 앞에서 쩝쩝! 쩝쩝!


“끽! 끽끽!”


참아왔던 짜증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올라온다.


“끽끽! 끽!”


그래, 차마 사람으로서 시체를 뜯어먹을 순 없다.

하지만 악마라면.......

미모를 위해 악마의 피를 먹은 여귀족의 얘기를 책에서 본 기억이 있다.


“끽?”


먹어....... 볼까?


“끽! 끼익!! 끽끽끽!!”


“하핫, 농담이야. 농담.”


나도 참 위험한 생각을 다.......


“하아.......”


이러다가 죽는 거겠지.



5일 째



미쳐버릴 것만 같다.

아니 이미 미친 게 아닐까?

주위 모든 풍경이 너무나도 익숙해져 이젠 아무런 감흥도 없다.

내 옆의 끽끽거리는 소리도 익숙해져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을 리가.

목이 너무나도 마르다.

나도 모르게 바닥에 흐르는 피를 보며 마실까 라고 생각해 버렸다.

끔찍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다니.

역시 난 미친 게 분명하다.

이제는 입안이 말라붙어 목소리를 내는 것도 힘들다.

하늘을 바라보며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지옥에서 죽은 나는 지옥으로 가려나.

아무래도 가까운 곳이니 그렇게 되겠지.

착한 일 좀 많이 할 걸........


“끽? 끼익?”


하아, 바닥에 드러누운 그대로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다.


“끽! 끼익!”


그만해....... 이제 너랑 놀아줄 힘도 없다고.......


“끽! 끽!”


이제 그만 나 좀 내버려둬.......


“끽! 끽!”


........


“그놈의 끽....... 그놈의 끽! 짜증나! 짜증난다고!”


“끽?”


“도대체가 말이야....... 악마라는 녀석이 하루 종일 놀고 먹고 먹고 놀고. 대체 너 뭐야? 뭐 하는 거 없어? 내 옆에 붙어서 하루 종일 끽끽끽끽. 시끄럽다고!”


갈라진 목 사이로 피가 올라와 재채기를 수번.


“끼익.......”


수차례 피를 토하고 다시 몸을 누인 뒤 돌아 본 자리엔.......


“.........”


그 녀석은 없었다.


“제기랄......... 제기랄........”


이제 혼자다.

그래, 죽기에는 딱 좋은 모양새구나 나는.......


그리고 6일째.


한번 감은 눈은 다시 뜰 수 없었다.


.

.

.


오, 또 어둠이다.

이젠 뭔가 익숙해져버린 죽음이 찾아 올 때의 어둠.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만 한 죽음이었지만 이제는........ 뭐랄까, 담담하달까.

이제까지는 운이 좋아 이다음은 보지 못했는데 이번엔 볼 수 있겠군.

오, 저 멀리 작은 빛이 보인다.......?

잠깐. 저 빛. 왠지 전에도 봤던 것 같은.......


“.......일어나라.”


“우, 우와아아악!”


요 며칠간 눈에 박힐 만큼 보아 온 풍경이 다시 펼쳐져........ 아니 난 분명 죽었을 텐데?


“고작 그거 버티고 죽어버리다니. 이래서야 언제쯤에나 각성을 할 수 있을지.”


“.......아.”


베스파로제다.

베스파로제다.

그토록 기다렸던.

그토록 바랬던.

그토록 원망했던.

눈앞에 서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쁘면서도 화가 나는.......


“그럼 난 이만.”


“으, 으아! 자, 잠깐......!”


손을 뻗어 붙들었을 때는 이미 사라지고 난 후.


“........”


알겠다.

이제 저 악마의 저의를 알겠다.

내가 죽으면 또 살리고. 죽으면 또 살리고.

결국 내가 그 각성이란 걸 하게 될 때까지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하겠다라는 것 아닌가.


“제기랄........”


화가 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음속에 뭉쳐있는 무언가가 사라져 버린 듯한 기분도 든다.

그래, 이런 걸 포기했다. 라고 하는 거겠지?

그 자리에 그대로 드러누워 버렸다.

무슨 마술을 부린 건지 그렇게 고파오던 배도 이젠 그다지 고프지도 않고.

갈라질 대로 갈라졌던 목도 괜찮아졌다.

이거 뭐 만능이구만.


“끽.......끽......”


“.......?!”


스쳐 지나간 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켜 세웠다.

멀리서 들려온 소리라 어딘지 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내 옆에 찰싹 붙어있던 임프의 목소리다.

그게 다 그 것 같은 임프들의 목소리지만 저 목소리만은 확실히 구분해 낼 수 있다.

게다가 무언가........ 아파하는 듯 한 느낌.

시끄러운 놈 잘됐네. 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내 다리는 어느새 있는 힘껏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끽....... 끼익.......”


다시 또 들렸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다.

이 계곡을 따라 꺾어진 저 구석에.......


“아니, 잠깐.”


억지로 달리던 발을 붙들어 걸음을 늦췄다.

나....... 뭐하는 짓이지?

내 가슴속에 있는 불안의 근원은 알고 있다.

기센 임프들이 다른 임프들을 괴롭히거나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하는 것을 본 적 있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떤가. 녀석들은 어차피 다 같은 악마인데.

나랑은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끼익....... 끼익.......”


나랑은 아무 상관도........?!


“끼이익! 끼익! 끼이익!"


지옥에 온 마당에 이제 믿지 못할 것들은 차고 넘치게 봐왔다 자신할 수 있다만.......


“뭐, 뭐야 저건.......”


임프? 아니다.

임프라기엔 저건 너무나 거대하다.

좁은 어깨위로 비정상적으로 솟아오른 두 개의 머리.

하나는 사람. 하나는 개.

억지로 기워 붙인 듯 한 살찐 인간의 상체와 짐승의 다리.

그리고 거친 털이 가득 솟은 긴 꼬리.

틀림없다. 저건........


“악.......마?”


주위에 난자당한 채 흐트러져 있는 임프들의 사체가 보인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뛴다.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무시한 채 고개 돌려 찾은 임프는.......


“끼이익! 끼익! 끼이이이익!”


내가 찾아 쫓아왔던 비명소리다.

소리가 들려온 곳은 악마의 손아귀.

그 손아귀에 붙들려 있는 작은 임프. 틀림없다.

임프들 자체가 워낙에 각자 개성 있게 생겼기에 헷갈릴 리가 없다.


“구, 구해야......”


아니지.

내가 왜?

저 녀석과 무슨 정이라도 생겨버린 건가?

그럼 난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달려온 거지?

아니 그런 건 다 집어치우고서라도.......


“......제길.”


두려움에 다리가 움직이질 않는다.......


“Kraw! Warg hauga ka!"


계곡을 뒤흔드는 악마의 괴성에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억지로 참아왔던 감정이 몰려와 온 몸이 덜덜 떨리며 식은땀이 흐른다.


“Kraaaaaa!"


또 한 번의 괴성.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무너져 내리는 내 바로 앞의 절벽.

나도 모르게 놀라 무너지듯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건.......


“끼익.......”


무너진 바위 조각에 깔려 상처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그 임프.


“Kreeg......."


한바탕 더 주위를 뒤흔든 다음 악마는 계곡 뒤로 사라졌고.


“끼익....... 끼익.......”


내 앞의 임프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워


“저, 저기.......”


내겐 눈빛조차 주지 않은 채 지나쳐 걸어가 버렸다.



내가 다시 몸을 움직일 수 있었던 건 또 그로부터 한참 뒤.


마음속이....... 복잡하다.



그리고 7일 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마 만들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5화. 로제니악 - 1 18.04.17 411 1 10쪽
18 4화. 칸니악 - 5, After 18.04.17 410 0 16쪽
17 4화. 칸니악 - 4 18.04.15 410 1 11쪽
16 4화. 칸니악 - 3 18.04.15 408 1 10쪽
15 4화. 칸니악 - 2 18.04.14 408 1 16쪽
14 4화. 칸니악 - 1 18.04.14 452 1 14쪽
13 3화. 에스테 - After 18.04.13 480 0 7쪽
12 3화. 에스테 - 3 18.04.13 465 1 12쪽
11 3화. 에스테 - 2 18.04.12 502 2 20쪽
10 3화. 에스테 - 1 18.04.12 587 4 20쪽
9 2화. 각성 - After +1 18.04.11 576 2 8쪽
8 2화. 각성 - 4 +1 18.04.11 567 4 10쪽
7 2화. 각성 - 3 +2 18.04.10 578 5 9쪽
» 2화. 각성 - 2 +1 18.04.10 595 5 12쪽
5 2화. 각성 - 1 +1 18.04.09 642 5 9쪽
4 1화. 악마소환 - 3 +1 18.04.09 730 4 14쪽
3 1화. 악마소환 - 2 +1 18.04.09 826 6 9쪽
2 1화. 악마소환 - 1 +1 18.04.09 854 7 7쪽
1 Prologue +4 18.04.09 1,126 1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