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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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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33,496
추천수 :
65
글자수 :
471,948

작성
18.04.10 20:56
조회
578
추천
5
글자
9쪽

2화. 각성 - 3

DUMMY

그리고 7일 째.


처음으로 혼자 지낸 밤이었건만

오랜만에 조용히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했다만.......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결국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상처입고 비틀거리며 날 지나쳐 걸어가던 그 임프의 모습이 눈에 새겨져 눈을 감아도 떠나가질 않는다.


이대로 계속 누워만 있어봤자 달라질 것도 없고 또 굶어죽는 경험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기에 내가 먹을 만 한 건 없나 돌아다녀보기로 결정했다.

물론 악마를 만나지 않도록 조심스레.......


그렇게 하루 종일 돌아다닌 후 내린 결론은 이곳에 내가 먹을 건 없다는 것.

쓸데없이 힘만 낭비하고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와 드러누워 버렸다.

가슴 속이 먹구름이라도 낀 듯 어두워 이제는 내가 싫어져 버릴 것 만 같은 기분이다.



8일 째.


제법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굉장히 오랜만이다.

그리고 덕분인지....... 기분 나쁜 꿈을 꾸었다.


유난히 더웠던 내가 15살이었을 때의 여름.

수레에 밀을 싣고 길을 따라 가던 중 길가에 나와 죽은 개구리를 보았다.

바짝 말라 죽어있는 개구리가 왠지 너무도 슬프게 보여 수레를 멈추고 말았다.


저 개구리는 나름 먹거리가 풍부했을 밭에서, 강에서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던 중 나름 큰 뜻을 품고 길을 나섰을 테지.

더 넓은 꿈과 모험을 향해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

이렇게 말라죽고 말았을 것이다.

마치 내 아버지처럼.


난 그 개구리를 정성스레 묻어주고 다시 가던 길을 계속했다.

아마 언젠가 다른 개구리가 저 무덤을 발견하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봐, 역시 말렸어야 했어.

또 누군가는 이렇게도 생각할 것이다.

정말 멍청한 짓 이였어.

하지만 만약.

하지만 만약 그 개구리의 가족이 이 무덤을 발견한다면.


꿈에서 깨고 잠시.

무언가 가슴속에서 울컥하고 말았다.

어쩌면 이게 바로 내가 그토록 찾아왔던 그 기회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결국 변하지 못하고 이전의 생활을 그리워하며 웅크린 채 또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비난해왔던 마을 사람들과 난 하나도 다를 바 없다.

난 위선자였던 것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눈물이 한줄기 흘러 내렸다.

이곳이 지옥이라 그런 모양이다.

도통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내 감정들이 너무나도 우스워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

.

.


우선은 사과.

이곳에서의 생활은 그 다음이다.

여기 덴이라는 곳이 얼마나 넓은지는 모르겠다만.

우선은 그 임프를 찾아서 사과하는 게 첫 번째라고 마음먹었다.

사과를 한다는 것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가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야 지금의 내 새카만 마음이 조금이나마 개일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이런 기분으로는....... 잠도 제대로 못 잘 테니까.


그렇게 마음먹고 하루 종일 덴을 돌아다니며 그 임프를 찾았다.

지옥에 오고 나서 이렇게 내 의지대로 움직인 게 처음이라 그런 걸 까?

힘이든 지도 모르고 밤이 찾아올 때까지 쉬지 않고 걸어 다녔다.

안타깝게도 찾는 것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알아낸 것들이 몇 개 있었다.


하나는 본능대로 먹고 놀기만 한다 생각했던 임프의 행동전반이 무언가에 맞춰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

분명 널린 게 시체이건만, 조금씩 자신들의 배만 추린 후 팔이나 다리부분만 모아 어딘가로 끌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팔이나 다리를 끌고 가는 임프들을 따라간 곳에서 발견한 것이....... 악마였다.


악마는 바위에 기대 앉아 임프들이 가져온 팔이나 다리를 뜯어먹으며 내키는 대로 임프들을 집어던지거나 잡아 찢고 있었다.

그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광기 섞인 모습에 다시 또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하지만 이런 한심한 모습과 다르게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가장 큰 감정은 공포가 아닌 불안이었다.

난 아직 사과도 하지 못했는데.

저기 난자돼 널브러져 있는 임프의 시체 사이에 그 임프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그래서 당분간은 저 악마를 감시하기로 했다.

물론 걸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9일 째.


어차피 피곤해서 죽나 굶어죽나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고나니 그다지 졸리지도 않았다.

악마의 횡포는 악마가 잠에 들고 서야 멈췄다.

시체를 가져오던 임프들은 하나둘씩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돌아가던 임프들 중 하나가 날 발견하고 눈이 마주쳤으나 별 반응 없이 걸음을 계속해 사라졌다.

그 걸음걸이가 그 임프의 모습과 겹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일단은.

당분간은 내가 찾는 임프를 만날 수 있을 때까지

저 악마를 따라다니기로 결정했다.



10일 째.



다시 하루 꼬박 밤을 새우고 다음 날.

드디어 찾아냈다.

아직 상처가 남았는지 한쪽 발을 절뚝이며 자기 몸보다 큰 시체의 팔을 질질 끌고 걸어가는 모습이 안쓰러워 가슴이 아프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이 위험한 곳에서 빼내어 주고 싶지만....... 내가 있는 곳과 정 반대에 있는 임프의 모습이 매정할 뿐이다.


“Warka bo kstra!"


몇 번을 들어도 소름이 끼치는 악마의 괴성.

그리고 그와 동시에 또 다른 임프 하나가 몸이 반으로 뜯겨 나가 떨어졌다.

내가 악마를 관찰하는 동안 대략 40이 넘는 임프가 악마의 손에 해체됐다.

아닐 거다. 아닐 거다. 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어 보지만....... 끔찍한 장면만이 머릿속에서 맴돌 뿐이다.

그리고 그 임프가 지금. 악마의 앞에 섰다.


“Troka! orikanes Da!"


“.......젠장!“


사고가 정리되기 이전에 몸이 먼저 반응해 튀어 나갔다.

조금 더. 조금 더 빨리.


“Rekan?"


임프를 안아들고 악마의 뒤를 지나.......


“Herken! froral!"


뒤도 안 돌아보고 절벽 길을 따라 전력질주.

아니 사실은 뒤를 돌아볼 용기가 안 난 것뿐이긴 하지만.


“하아....... 하아......”


심장이 터지기 직전에서야 넘어지듯 무릎 꿇으며 발이 멈췄다.

거친 호흡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슬쩍 돌아 본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떻게 잘 도망쳐 나왔다........라는 걸까?

그걸 확인하고 나선지 마음이 놓이며 온 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 버렸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다. 그리고


“끼익.......”


임프가 품안에서 빠져 나왔다.


“저, 저기.......”


또 다시 난 돌아 보지도 않은 채 임프는 걸어가고 있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 때 네게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 때 널 보고만 있는 게 아니었는데........”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다.

머리를 거치지 않고 쏟아져 나와 버린 말들이 그 동안 먹구름 속에 갇혀있던 내 진심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흔들림이 없어 나도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임프는 뒤돌아 나를 한번 바라봐 주고


“.......끼익.”


다시 돌아서 걸음을 계속했다.


알 수 없다.


알 수 없지만....... 방금 나를 용서해 주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알 수 없게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 것도.



11일 째.



지친 몸에 나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그리고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다.

뱃속이 찢어질 듯한 공복과 목구멍이 타오를 듯한 목마름은 죽기 직전의 그 것과 같다.


그리고

천지가 흔들렸다.


“Garoa! froral! grots!"


악마의 괴성.

흔들리는 대지.

깜짝 놀라 벌떡 몸을 일으키고 보니 저 멀리 절벽이 통째로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급하게 일어나 그 쪽 방향으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몸 상태가 안 좋아서인지 시야가 흐릿하다.

머리도 몽롱한 게 정신을 차리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 만큼은 뚜렷이 보였다.

난동을 부리고 있는 악마의 모습과 앞으로 내가 할 일이.


.

.

.



12일 째.



“일어나라 인간.”


자연스레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마음의 준비가 돼있었기 때문일까?

이전과 같은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은 마음속에 남아있지 않다.

그런 내 모습이 오히려 당혹스러운지 베스파로제의 얼굴은 미심쩍은 모양을 하고 있다.


“머리라도 다친 건가? 이상하군. 난 분명 완벽히 돌려놓았을 터인데.......”


천천히 일어나서 제자리 뛰기를 두 번.

내 예상대로다.

죽기 직전의 공복과 목마름은 없다. 몸에도 힘이 넘친다.

계획대로 딱딱 맞아가는 모든 것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뭐, 그래도 저번보다는 훨씬 낫군.”


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베스파로제는 다시 사라져 버렸다.

주위를 둘러보고 심호흡을 크게 두 번.

마음은 이제 깔끔히 정리됐다.

그리고 내가 죽으면 베스파로제가 살리기 위해 온다는 것도 분명히 확인했다.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게 확인 됐으니 이제 걱정도 없다.

그리고 계획대로 일이 잘 풀린다면.......


“그럼 시작해 볼까.”


꼭 다시 찾아내서 사과할 것이다.


“악마 사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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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4화. 칸니악 - 1 18.04.14 452 1 14쪽
13 3화. 에스테 - After 18.04.13 480 0 7쪽
12 3화. 에스테 - 3 18.04.13 465 1 12쪽
11 3화. 에스테 - 2 18.04.12 502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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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화. 각성 - 2 +1 18.04.10 595 5 12쪽
5 2화. 각성 - 1 +1 18.04.09 64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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