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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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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or
작품등록일 :
2018.04.09 19:06
최근연재일 :
2018.05.17 21:07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33,495
추천수 :
65
글자수 :
471,948

작성
18.04.09 19:23
조회
826
추천
6
글자
9쪽

1화. 악마소환 - 2

DUMMY

죽음.

책속에서는 잠이 드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쓰여 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내가 맞은 죽음은 조금 달랐다.

한없이 어둠속으로 떨어지는 듯 하더니 내 짧은 인생 과거의 기억들이 하나로 이어져 흘렀고 그 끝에는 한줄기 빛이.......


“우와아아아악!”


그늘진 선반.

은은한 촛불 빛.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밀수레.

그리고 피곤과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날 내려 보고 있는

.......악마.


“나, 난 분명히.......”


무의식중에 오른 손을 들어 구멍이 났을 터인 목을 더듬어 보았으나 상처는커녕 핏자국 하나 묻어나지 않았다.

당황스러움이 극에 달해 머릿속이 소용돌이치듯 혼란.

꿈?

아니면 저 악마가 보여준 환상?


“그래, 죽었지. 그리고 지금 다시 살아났고 말이야.”


죽었.......다?

그럼 그게 꿈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자, 잠깐. 그럼 난.......

아니다. 아니야.

마법서에 악마에게 휘둘리면 안 된다고 몇 번이고 강조해 쓰여 있던 것이 기억났다.

냉정히 생각해 보자.

책에서는 심한 경우 악마가 소환되자마자 도망쳐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도 했으니 소환자를 죽이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는 못 할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날 다시 살려낸 건 불행 중 다행이고 말이다.

분명 마법서에서는 이럴 때.......


“태, 태초의 계약에 위배.......”


“그건 아니지. 봐라, 인간. 네가 그린 건 중급악마 소환진이고. 나는 너희 인간들이 말하는 최상위급 악마다.”


그러고 보니 잘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저 악마.

분명 자기의 이름을 얘기했었다.

이름을 갖는 건 최상위급 악마뿐이니.......

그럼 내가 실수로 최상위급 악마를 소환했다?

말도 안 된다.


“올바른 소환이 아니니 계약 자체가 성립하질 않지. 딱 보니 너, 교육받은 마법사가 아닌 것 같아 말로 설명하기 귀찮으니 계약파기를 위해 죽였을 뿐이다. 게다가........”


“거, 거짓말! 최상급 악마의 소환은 수백이 넘는 인간의 피와 영혼이 필요하다 들었습니다! 근데 최상급 악마가 소환 됐을 리가.......아윽!”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져 말을 잇지 못하고 머리를 부여잡고 쓰러지고 말았다.


“하아, 그래서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인간.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거라고.”


악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거짓말같이 고통이 사라졌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악마는 오른 손을 들어 자신의 관자놀이를 꾸욱 하고 누르고 있었다.


“그래, 어차피 지금 돌아가도 짜증나는 일만 가득하니 잠시 설명해주도록 하지.”


.

.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정신이 아득해져 이곳이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가 없다.

받아들이는데는 힘든 결단이 필요했지만 일단 내 앞에 앉아있는 이 악마가 하는 말은 다 이해했다.

제국의 잦은 탄압에 악마의 개체수가 너무 많이 줄어 마신이란 녀석이 중상위급 악마의 소환을 금지했고, 때문에 소환 순번이 밀리다 보니 자신이 소환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란 말이지.”


이야기를 듣는 도중 처음엔 위압적이기만 했던 악마의 자세도 이내 흐트러져 마치 친구들과 얘기하는 그런 모습이 되어 버렸고 내 마음속에 있던 두려움도 어느새 사라지고

상상했던 모습과 너무나도 다른 지옥의 이야기에 조금은 웃기도 할 정도로 편해졌다.


그 외에도 마신의 계획 때문에 원치도 않게 하위급 악마들을 교육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는 등.

세르피라는 악마가 있는데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꿈에 들어와 화가 난다는 등.

계속 뭔가 쓸데없는 말을 더 듣다보니 뭐랄까....... 이 악마에게 조금 동정심 같은 것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꽤, 꽤나 고생하시는 것 같네요......”


“크큭, 것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털어놔서 그런지 속이 다 시원하군. 그래, 원래는 그냥 돌아가려했는데 기분도 좋아졌겠다. 네가 나를 소환한 이유나 들어보도록 하지. 중급 악마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들어주겠다.”


기대도 않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튀어나온 제안에 이젠 더 당황할 것도 없다 생각했다만 결국 또 당황하고 말았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재밌을 거 같아 소환 한 것뿐인데....... 그렇게 말했다간 이번엔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마 태어난 이래로 이렇게 머리를 굴린 적은 없었다 싶을 정도로 온 정신을 집중.

하지만 쉽사리 소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아, 혹시 소환 의식 때 사용한 닭을 다시 살려주실 수는 없나요?”


그래, 결국 이게 소환으로 아무것도 얻지 못한 내게 가장 급한 바램이겠지.

뭐 최상위급 악마씩이나 되는 악마니 이 정도는 금방.......


“미안하지만 그건 무리다. 소환의식에 희생된 생명은 악마가 소환될 때 흡수돼버려 다시는 꺼낼 수 없다.”


절망.

망했다. 라는 깊은 한숨과 함께 오히려 이렇게 된 이상 이 악마를 절대 그냥 이렇게 보내선 안 된다는 결심이 싹텄다.


“그런 거 말고 기왕 이 나를 불러냈으니 누군가 죽이고 싶은 사람은 없는가? 수백 명 정도 내에서라면 신도 그렇게 관심을 갖지는 않을 테니 가능할테다만.”


그런 부탁을 할 리가 있냐!

앞에도 말했지만 아무리 막나가려는 나라도 그런 부탁은 할 수가 없다!

아니, 애초에 죽이고 싶은 사람도 없고!

아, 그래. 좋은 게 생각났다.

부모님의 기억을 바꿔 우리 집에는 원래 닭이 없었던 걸로........


“인간, 아무래도 조금 빨리 정해야 할 것 같다.”


“예?”


어느새 부터였을까.

조금이나마 부드러워져 있던 악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악마의 시선이 향해있는 곳을 향해 눈을 돌려보니 창고 밖이 이상하게 밝다.

오늘 달이 보름달이라서?

아니다.

저건 달빛과는 다른.......


“그 곳에 있는 악인은 듣거라! 우리는 이미 소환의식의 흔적을 잡았으며.......”


들켰다. 라는 생각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 어떻게 하지? 라며 눈앞이 핑핑 돌아가는 와중에도 드는 생각은

저 목소리.

알고 있는 목소리다.

매주 공금을 내러 가면 웃으며 맞아주던 근처 성전에 주둔하고 있는 제국 성기사단의 한명.


“하, 이래서야 어설픈 놈들은 소환되자마자 뼈도 못 추리겠구만.”


“어, 어떻게 알고........”


말이 근처지, 걸어서 한나절은 가야하는 위치에 있는 성전이다.

안 그래도 우리 마을은 영주의 관할이 강해 성전의 영향이 잘 미치지 못하는데다가

내가 이 책을 가지고 있는 걸 아는 사람도 없고 이곳에 들어오는 날 본 사람도 없을 텐데.......


“감시탑이다. 이렇게 빈틈없이 소환감지 결계를 깔아둬서야 안 걸리는 게 더 용한 거지.”


감시탑?

소환감지 결계?

저 악마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일단 그건 재껴두고서라도 지금 중요한건.......


“어쩌죠?”


머릿속이 백지가 되어버렸다.

악마, 소원, 성기사단.

겨우 한 두시진 사이 일어난 급박한 상황변화에 이젠 어떻게 해야 될지 아무것도 모르게 되어버렸다.


“흠, 밖에 녀석들 쯤 애초에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없애버릴 수도 있다만.......”


“아, 안돼요!”


엄청난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걸 보면 악마가 맞기는 한 모양이다.


“마지막 경고다! 셋을 셀 동안 나오지 않는다면 문을 부수고 들어가겠다! 하나!”


약한 쇠걸이로 잠겨있는 문이다.

어른 세 명만 붙어 밀어도 부숴 져 버릴 저 낡은 문을 보고 있으려니 당장이라도 기절해 버릴 것만 같이 아찔하다.


“그, 그 악마니까 어디로 멀리로 순간이동 한다던 지.......”


그래, 일단 이 자리만 벗어나면 나중에는 모른 척 하는 걸로 어떻게든.......


“둘!”


“내가 그렇게 갈 수 있는 곳은 한 곳밖에 없다만.......”


뭐야 이 악마.

최상위급 악마니 뭐니 하더니 결국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극도로 불안한 상황 속에 급 짜증이 솟구친다.

게다가 한 곳?


“셋!”


귀를 찢는 폭음과 함께 몰아쳐온 거센 바람.

쓰러져 꺼진 촛불 위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들리는 건 눅눅한 흙바닥에 닿는 철제부츠의 소리 뿐.

그리고.......


“후회할 텐데?”


머리위로 비춰진 횃불.

주위를 둘러싼 은색갑주의 기사들.

그리고 그들의 손에 쥐어진 장검.

죽는다.

죽는다.

죽을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히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어, 어디라도 좋으니 이, 일단 빨리요!”


그리고.

익숙한 감각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래, 이건 악마를 소환했을 때의 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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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화. 에스테 - 2 18.04.12 502 2 20쪽
10 3화. 에스테 - 1 18.04.12 587 4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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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화. 각성 - 1 +1 18.04.09 64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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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화. 악마소환 - 1 +1 18.04.09 854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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