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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크 님의 서재입니다.

고인물 마법사가 제작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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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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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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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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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화. 인피니티 매직 비즈

DUMMY

「귀하께서는 안타깝게도 최종 면접 전형에 불합격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또 떨어졌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못해도 서류만 100여 군데는 넣지 않았을까?


전역 후 대학교를 졸업하기까지는 의기양양했다.


‘나라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20대 때는 뭐든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뭐든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공무원 준비 2년. 뒤늦게 입사 준비한다고 3년 벌써 30대가 넘었지만 제대로 된 직장 하나 잡지 못하고 있었다.


지방의 이름 없는 대학교를 나와서 대기업을 들어가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눈을 낮추었다.


중견기업으로 눈을 낮추었고 그마저도 계속되는 불합격에 조금 튼튼한 중소기업까지 눈을 낮추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조차 나를 뽑아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회사 규모 5인 미만의 ㅈ소기업은 정말이지 들어가기가 싫었다.


어려서부터 꿈이 있었다.


예쁜 와이프를 얻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새끼 둘 낳아서 이쁘게 기르자.


예쁜 와이프? 결혼? 자식?


아주 옛날 단군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그 시절에도 지금 내가 바라는 꿈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예쁜 와이프는 아닐지라도 사람들은 짝을 찾아 결혼하고 자식을 키웠다.


그런데 지금 21세기에서는 인류가 몇만 년 전부터 지속해 왔던 그런 평범한 행복이 너무나도 어려웠다.


발전하면 할수록 인류는 멸망을 길을 걷는 걸까.


아니면 그저, 내가 도태되는 것뿐인 걸까?


ㅈ소기업에 들어간다면 분명한 건 결혼은 꿈에도 못 꿀 것이었다. 안정적이지도 않으며 급여 또한 적었다.


그 쥐꼬리만 한 월급을 가지고 언제 집 사고 차 사고 결혼까지 할까?


집값도 미쳤다.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이라고 하더라도 중심지는 몇억이 넘어갔다.


내 집 장만? 그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이런 판국 결혼에 자식까지?


내 욕심이 지나쳤던 걸까?


세상이 잘못된 걸까?


계속되는 불합격 통보 속에 나는 현실에서 도피했다.


출산를 포기했다, 결혼을 포기했다, 연애를 포기했다. 그리고 취업마저 포기했고.


결국 방구석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 * *



내가 방에서 나오지 않기를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났을까? 날짜와 요일의 개념은 고사했고 올해가 몇 년도인지조차 바로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 겨울이 3번쯤 지나갔으니 3년이 더 되지 않았을까.


결국 부모님이 폭발했다.


오늘도 방구석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호적에서 파버리고 강제로 내쫓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부모님 성화에 못 이겨 하느수 없이 화장실로 갔다.


몇 년 동안 자르지 않아 더럽게 자란 머리카락을 가위로 쓱 자르고, 머리를 감고 면도를 했다.


오랜만에 밖에 나와 보는 빛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차를 탔다.


적막한 내부의 공기, 자동차는 계속해서 달렸다. 곧이어 톨게이트에 진입했고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를 가는 걸까?’


목적지는 몰랐다. 그저 갈 곳이 있다고 해서 가는 것일 뿐.


그 순간이었다.


차가 점차 가속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고속도로라고 하지만 이렇게 빨리 달려도 되는 걸까 싶을 때 아빠의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어? 브레이크가?”


급발진인 걸까.


분명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차라리 이대로 죽는다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차는 가드레일을 뚫고는 절벽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몸이 붕 떴다.


’아, 이대로면 편안해지겠지.’


불가항력이다.


내가 패배자인 것이 아니라 이건 그저 사고일 뿐이었다.


부모님은 나를 다급하게 부르더니, 안전밸트를 풀려고 하였다.


왜?


차가 추락하고 있어 몸을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도 부모님은 안간힘을 다 쓰며 안전밸트를 풀었고 이내 내 쪽으로 오려고 시도했다.


차가 추락하기 직전.


부모님은 나를 와락 끌어안고는 말했다.


“살아야 한다. 너만큼은 살아야 한다.”



* * *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어떻게 차가 그 높이에서 추락했는데 경미한 골절상으로 그칠 수 있는지. 운이 좋았습니다.’


간호사가 뒤에서 말했다.


‘저 환자, 부모님 덕분에 살았다며?’


나는 그 사고 속에서 살았다. 부모님의 희생 속에서 살아남았다.


‘도대체 왜? 하등 쓸모없는 나 같은 놈 때문에?’


오히려 죽는 걸 반겼다.


패배자가 아니라 그건 그저 불가항력의 사고였으니.


그런데.


어째서.


내가 아닌.


부모님이!


오열했다.


그 누구보다 서러웠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슬펐지만, 더욱더 슬픈 사실은.


이 쓰레기 보다 못한 나를 위해 돌아가셨다는 게.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죽고 싶었지만, 죽을 수는 없었다.


부모님이 두 번째 삶을 주셨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살아갈 것이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갈 것이라고.


부모님의 몫까지 살아갈 것이라고.



* * *



장례가 끝나고 제일 먼저 한 것은 방 청소였다.


먼저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쳐져 있는 커튼을 걷었다.


내 방에 햇볕이 들어오자, 히키코모리의 방이 낱낱이 드러났다. 컴퓨터 책상 위에는 먹다 남은 컵라면이 지저분하게 있었고, 그 옆으로는 캔으로 된 콜라와 커피들이 즐비했다.


방바닥은 얼마나 더러운지 여기저기 정체를 알 수 없는 털들이 있었고 이불에서는 쿰쿰한 냄새가 올라왔다.


방을 싹 청소하고 보니 밖이 컴컴했다.


그다음으로 컴퓨터를 켰다.


방구석 히키코모리 청산에 있어서 방 청소보다 중요한 게 컴퓨터 청소였다.


먼저 컴퓨터 안에 있는 수백 기가의 성인 동영상들. 남자에게 있어서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


나는 과감하게 모든 자료를 삭제했다.


그다음으로는 스팀 라이브러리에 있는 수많은 게임. 다시 설치하면 된다고 하지만 일종의 의식이었다.


내 새로운 삶에 대한 의식.


하나둘 게임을 삭제해 갔다.


전부 삭제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게임 하나가 남았다.


플레이 타임 13,910시간.


3년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26,280시간이었다. 그 시간 중 절반이 넘는 13,910시간.


지난 방구석의 생활은 사실상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전부 이 게임만 했다고 해도 무방했다.


‘인피니티 매직 비즈.’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방구석에 박힌 지 두어 달 되었을 때 우연찮게 찾은 게임이었다.


탑을 올라가는 게임이었다.


단순하게 탑을 올라가는 게임이었다면 흥미가 없었을 건데. 매직 비즈는 독특한 시스템이 있었다.


인피니티 매직 비즈에는 ‘매직 비즈’라는 고유의 아이템이 있었는데. 그 아이템을 조합하면 새로운 마법이 창조되었다.


아주 간단한 조합식으로 불의 비즈와 집중의 비즈 2가지의 비즈를 섞으면 ‘파이어 볼’이라는 마법이 완성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 더 높은 단계의 탑에 도전하는 게임이었다.


너무 재미있었다.


비즈를 조합해 새로운 마법을 만드는 것 자체로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13,910시간을 플레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무한.


영어로는 인피니티(Infinity). 한글로 무한(無限). 기호로 ∞.


최신 AI 기술이 도입되었다고 소개한 이 게임은 무려 무한대로 마법을 조합할 수 있었다.


탑을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새로운 비즈들이 드롭되었고 추가된 비즈만큼 마법을 더욱 많이 만들 수 있었다.


비즈가 하나 추가되면 만들 수 있는 마법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로또는 45개의 숫자 중 6개를 맞추어야 했다.


그 경우의 수는 대략 800만분의 1.


그런데 ‘인피니티 매직 비즈’의 비즈 숫자는 내가 지금 기억나는 것만으로도 수백 개. 거기에 딱 6개를 조합하는 것도 아니었다. 한 개, 두 개, 많게는 수십 가지.


경우의 수를 따진다면······. 정말 무한대이지 않을까.


거기다 단 한 번도 중복되는 마법을 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 21세기의 인공지능 기술력이 얼마나 좋은 건지.


그런데 그와 별개로 게임은 흥행하지 못했다.


어려운 난도 때문이었을까? 로그라이크라는 장르 때문이었을까? 속성의 문제일까? 그것도 아니면 게임이 억까가 심해서?


이제는 상관없는 이야기.


아쉽지만 놓아줄 때가 되었다.


삭제하기 전 마지막으로 게임을 켜보았다.


사고가 있기 직전 255층을 클리어하고 얻은 ‘차원의 비즈’와 다른 비즈 5개를 조합하여 마법 생성기에 넣어 놓은 마법이 완성되어있었다.


‘차원 교란 이건 무슨 마법이지?’


가능하면 차원 균열이나 차원 절단 같은 차원과 관련된 공격 마법이 나오기를 원했지만, 차원 교란 스킬이 나와버렸다.


뭐, 상관없나?


‘그런데 이건 무슨 마법일까? 만들었는데 사용은 한번 해봐야지.’


차원교란 마법을 사용했다.


「최초로 차원급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특전 무속성의 마법사가 활성화됩니다.」



* * *



「캐릭터 생성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굴림 : 10」


허공에 떠 있는 창을 보는 순간 확신했다.


‘인피니티 매직 비즈’의 캐릭터 생성창이었다.


이런 게 도대체 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나’조차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나마 유추해 보자면, 내가 사용한 ‘차원교란’ 마법의 효과가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지구에······. 미쳤다?


뭐가 어떻게 된 걸까? 아니면 내가 게임속으로 들어간 걸까?


순간 번쩍이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정말로 인피니티 매직 비즈의 캐릭터 생성창이고······. 정말 내가 게임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거라면? 그게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무언가라면?’


살릴 수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


아직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차원교란’이라는 마법이 정말로 21세기 지구까지 영향을 미친것이라면······.


‘차원이동’이라는 마법 그리고 ’부활’ 또는 ‘회귀’ 같은 마법을 만들 수 있다면!


계획은 그랬다.


차원 이동 마법을 만들어 21세기의 지구로 돌아온다. 그리고 부모님을 부활 마법으로 되살린다. 그게 안 되더라도 회귀와 비슷한 시간 개념의 마법을 사용해 과거로 돌아간다.


무한대로 만들 수 있는 마법.


무한에 불가능이란 없었다.


이 모든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다!


‘그러려면 최소 255층은 돌파해야겠지.’


아무리 난도가 높고 억까가 심하다고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이미 255층을 돌파하기도 했고, 거기에 내 머릿속에는 13,910시간의 게임 기록이 남아있었다.


NPC들이 그렇게 숨기고 싶어 하던 비전 마법 조합 공식도.


내가 13,910시간 동안 플레이하며 만들어낸 엄청난 위력의 마법도.


각층에 대한 특성과 공략법 그리고 히든 요소와 특수한 기믹도.


거기에······.


캐릭터 생성창 옆에 떠 있는 「특전 : 무속성의 마법사」.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마법의 속성과 캐릭터의 속성에 상관없이, 모든 속성을 전부 사용할 수 있다면.


255층?


내가 필요한 마법을 만들 때까지 올라가 주마.


탑을 정복해 주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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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인피니티 매직 비즈 +2 24.06.24 335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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