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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노래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tramp116
작품등록일 :
2021.02.02 14:28
최근연재일 :
2022.03.26 19:02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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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1,691

작성
22.03.1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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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13화. 달의 노래 (3)

DUMMY

리아는 오랫동안 눈을 뜨지 않았고,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둘 병문안을 왔다. 아래에는 리아가 누워 있는 사이 있던 일들을 차례로 관찰자의 눈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연화, 슬로카, 일로나 중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연화였다. 병실을 지키고 있던 마리아는 연화의 부탁에 잠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연화는 고요히 잠든 리아를 내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어쨌든 네···아니, 이젠 언니라 불러야 하나. 언니란 말은 너무 어색하니까 너라고 할게. 너 덕분에 우리 부모님 죽음의 비밀도 풀 수 있었어. 아, 어떻게 알게 됐냐면, 내가 주선해서 할아버지랑 에드워드 아저씨가 연락했어. 에드워드 아저씨가 할아버지에게 모든 비밀을 말해줬고. 할아버지는 여한이 없다고 하시더라. 죽어서도 편히 눈 감으실 수 있을 것 같대. 고마워, 네 덕분이야. 할아버지가 네가 깨어나면 꼭 알려달래. 가문의 은인이라고. 너 덕분에 나도 할아버지와 적당히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참···할아버지 가업을 물려 받으려고. 이건 오로지 나의 선택이야. 결혼도 내 선택으로 할거고.”


연화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 다리를 꼬고는 턱을 괴었다.


“···처음 너를 만났을 때부터 대단한 비밀을 갖고 있을거라 생각하긴 했지만···이런 큰 일에 휘말릴 정도라니. 네 과거 얘기도 전부 들었어, 에드워드 아저씨한테. 그러고 나니 네가 하던 그 모든 행동들이 이해되더라.”


연화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녀의 큰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이해할 수 있으니까, 말해주지 그랬어. 이렇게 혼자 감당하지 말고 말이야. 이 작은 몸으로 그 모든 걸 어떻게 견뎌내왔을까 궁금하다 정말. 대단하고 놀라울 정도야.”


연화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리아의 머리칼을 정리해주었다.


“기특해, 우리 신입부원. 역시 내가 보는 눈이 있었어. ···그러니까, 어서 털고 일어나. 이젠···아무 걱정 없으니까. 그동안 견뎌왔으니 이번에도 잘 견뎌낼 수 있지? 난 마리아랑 근처 호텔에서 머물거야. 매일 올게.”


두 번째 방문객은 슬로카였다. 그녀는 일로나와 함께 찾아왔다. 마리아는 이번에도 자리를 비켜주었다. 문이 닫기고 슬로카와 일로나는 서로를 본 채 어색하게 웃었다. 슬로카는 조용히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리아를 바라보았다.


“이상하네. 셋이 이야기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시아 너는 대답을 할 수가 없다니.”

“영원히는 아니야.”


일로나의 태클에 슬로카는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홉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영원히는 아니지. ···일로나는 원래 그래,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내가 뭘···.”


일로나는 볼멘소리로 중얼거렸고, 슬로카는 후후 웃었다.


“···네가 칼을 맞고 누워있단 소식을 듣고 정말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정말 사람 깜짝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어, 넌.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정말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얼굴이 해쓱해졌어.”

“어쩌다 들었는데, 델리아라는 여자가 ‘언터쳐블의 난’에도 관련이 있었던 모양이야. 언터쳐블들에게 비밀리에 무기를 지원해준 게 레오니 사래. 해결에 도움을 준 것도 레오니 사라 인도 수뇌부가 굉장한 충격에 빠졌어.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고. 시아 너한텐 말해준 적 없지만, ‘언터쳐블의 난’ 때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 결국 나도 너와 관련이 있었던 거지.”

“우리 아버진 ‘언터쳐블의 난’으로 인해 총장직에서 해임되셨고. ···이렇게 놓고보니 학생회는 어떤 식으로든 시아와 관련이 있었네.”


일로나의 말에 슬로카는 눈을 접으며 웃었다.


“시아가 우리를 만난 게 우연은 아니었다는 거지.”

“···널 도와주고 싶었는데, 정말 아무 힘도 없어서 무력했어. 살면서 무력함을 그렇게 뼈저리게 느낀 게 처음이었던 것 같아.”

“너한테 모든 짐을 떠넘긴 것 같아서 미안하기만 해. 그래도···무사히 살아돌아와줘서 고마워.”


슬로카는 미소 지으며 리아의 손을 꼭 잡았다. 일로나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난···아버지랑 사이가 엄청 나쁜데, 델리아가 잡힌걸로···아버지와 화해해볼까해. 결국 아버진 잘못이 없었다는 걸 이제 인정하려구.”

“맞아, 일로나가 여기 오는 길에 아버지랑 통화하는데 얼마나 창피해하는지 니가 봤어야 했는데!”

“슬로카, 자꾸 놀리지 마······창피하니까.”


은담은 학생회 일원들 중 제일 마지막으로 찾아왔다. 은담은 가녀린 리아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대체 뭐부터 말해야하는걸까. 음······선배들한테 그간의 일들은 전부 들었어.”


은담은 애처로운 미소를 지었다.


“처음엔 솔직히 화가 났어. 왜 나한텐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건지. 하지만 선배들이 그러더라. ‘너까지 위험해지는 건 바라지 않았다’고. 속상했지만 이해하기로 했어.”


은담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내가 9살 때 집이 부도가 난 적이 있어. 차압 딱지가 붙고, 우리 가족은 길거리로 나앉을 형편이 되었지. 난 어려서 잘 이해하진 못했지만, 엄마가 매일 울어서 안쓰러웠어. 그런데···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일자리를 구했다고 하더라고. 아버진 승승장구해서 레오니 사 한국지사의 회장으로 취임했고, 엄마와 난 뛸듯이 기뻐했어. 전에 도서관 옥상에서도 얘기했지만, 난 아버지가 무척 자랑스러웠고···아버지 일을 물려받고 싶었어. 아버지는 싫은 기색이셨지만, 나중에 성인이 되면 아버지가 이런 날···자랑스러워하게 될거라고 생각했어.”


그녀는 말을 멈추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데···마약밀매를 담당했다니···불법 무기거래에 관련되어 있었다니······.”


은담의 아버지, 레오니 사 한국지사의 사장 성하준은 이미 경찰의 취조를 받았고, 그 내용은 전국적으로 공표되었다. 성하준이 레오니 사 본사를 통해 들여온 마약을 한국 내에 유통시켰고, 한국 내 조폭과 불법 무기 거래를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은담은 그 이후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내가 자랑스러워했던 아버지가···그런 사람이었다니. 아니, 사실 그것도 충격이지만, 그것 때문에 시아 널 힘들게 한 것 같아서···그래서 난 더 마음이 아파. 예술제 때 아무것도 모르고 네 아버지와 오빠를 초대한 적이 있거든. 단순히 아버지의 부탁이었고, 난······아무것도 모르고······.”


무지는 죄가 된다. 은담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말이었다. 그동안 자신의 무의식적인 행동과 말에 시아가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생각하면, 괴로워 미칠 지경이었다. 시아가 자퇴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은담은 단순히 배신당했다고 생각했다. 시아에게 어떤 사정이 있을거라곤 전혀 생각도 않은 채, 그저 배신감에 휩싸여 시아를 원망했다. 그런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연화 선배가 그러더라. 넌 아무 잘못이 없다고.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지 않으면 된다고. 물론 난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걸을거야. 결코 남에게 상처주지 않을거야.”


은담은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가늘게 미소 지었다.


“···도서관 옥상하니까 생각나네. 그때 넌 내게 10년 후에 무얼 하고 싶냐고 물었지. 난 잘 모르겠지만 너와 함께 있고 싶다고 말했고. ···나의 10년 후가 너의 지금이더라. 당황했지만, 약간은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어. 정말로 10년 후 우리가 함께 있는 것 같아서.”

“······.”

“있지, 마리아 선배는 널 사랑해. 그러니까···너의 곁에 아마 연인이라는 이름으로는 함께할 수 없을거야. 난 괜찮아. 너와 어떤 식으로든 함께 할 수 있다면, 괜찮아. 그러니까······”


은담은 리아의 검은 머리칼을 거두어내며 이마에 살짝 입 맞췄다.


“···깨어나줘, 시아야. 내가 너에게 아버지 대신 용서를 빌고 싶어. 그리고 네 곁에 있어도 된다는 말을 듣고 싶어. 정말로 10년 후에도 같이 있을거라는 말을 듣고 싶어.”

“······.”

“그렇게 말해줄거지, 시아야? 약속해.”


은담은 미동조차 않는 리아의 새끼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


마지막 방문객은 이리스였다. 그녀는 달리 아무 말하지 않고 리아를 바라보다가 나갔고, 그런 그녀를 연화가 따라 나갔다. 병원 앞마당에서 연화는 눈이 내리지 않아 깨끗한 벤치 위에 앉은 이리스에게 따뜻한 캔커피를 건넸다.


“자, 여기.”

“···감사합니다.”


이리스는 캔커피를 받아들고도 바로 따지 않고 손 안에서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연화는 한참을 그녀를 바라보다가 위로를 건넸다.


“충격이 크겠네.”

“······그야, 이모가 그럴 줄은 몰랐으니까요. 이모는···야망이 있지만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었는데···대체 언제부터 그런······. 게다가 시아 선배와 그런 관계가 있었다니.”


이리스는 캔커피를 힘주어 잡았고, 연화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뭐, 다른 사람에게 우리가 모르는 일면이 있었다고 해도 자신을 탓할 건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전 그런 것도 모르고···시아 선배에게 이모가 만나고 싶어한다고···그런 얘기까지 전했는걸요.”

“네 탓이 아니야, 이리스. 아무도 몰랐던 일이잖아. 델리아가 네게 철저히 숨겼을 테고.”

“그래도 알았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조카로써, 이모를 막았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이리스······.”


연화는 이리스의 어깨를 잡았다.


“이리스, 넌 이제 고1이 되는 작은 여자애일 뿐이야. 이 모든 일에 네 잘못은 아무것도 없어.”

“연화 선배······.”

“너만큼은 이런 실수를 안하면 되는거야.”

“전 절대······.”

“그거면 됐어, 이리스.”


연화는 이리스를 품에 안아주었고, 이리스는 연화에게 안겨 눈물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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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4부 13화. 달의 노래 (4) 22.03.15 9 0 12쪽
» 4부 13화. 달의 노래 (3) 22.03.12 10 0 10쪽
112 4부 13화. 달의 노래 (2) 22.03.08 11 0 7쪽
111 4부 13화. 달의 노래 (1) 22.03.05 9 0 5쪽
110 4부 12화. 최종장 (2) 22.03.01 7 0 14쪽
109 4부 12화. 최종장 (1) 22.02.26 7 0 10쪽
108 4부 11화. 배신 (2) 22.02.22 8 0 15쪽
107 4부 11화. 배신 (1) 22.02.20 7 0 8쪽
106 4부 10화. 새로운 국면 22.02.15 7 0 17쪽
105 4부 9화. 천국과 지옥 (2) 22.02.12 7 0 13쪽
104 4부 9화. 천국과 지옥 (1) 22.02.08 8 0 9쪽
103 4부 8화. 체스터 가와 플랜태저넷 가 (2) 22.02.05 8 0 9쪽
102 4부 8화. 체스터 가와 플랜태저넷 가 (1) 22.02.01 6 0 12쪽
101 4부 7화. E 22.01.29 6 0 14쪽
100 4부 6화. 절벽 위의 집 22.01.25 6 0 16쪽
99 4부 5화. 탈출 22.01.22 7 0 13쪽
98 4부 4화. 지옥의 날들과 오빠 (2) 22.01.18 7 0 8쪽
97 4부 4화. 지옥의 날들과 오빠 (1) 22.01.15 5 0 8쪽
96 4부 3화. 지옥으로 가는 길 (2) 22.01.11 6 0 6쪽
95 4부 3화. 지옥으로 가는 길 (1) 22.01.08 8 0 12쪽
94 4부 2화. 신홍연 (3) 22.01.04 11 0 8쪽
93 4부 2화. 신홍연 (2) 22.01.01 8 1 8쪽
92 4부 2화. 신홍연 (1) 21.12.28 28 0 8쪽
91 4부 1화. 풀려버린 마법 (4) 21.12.25 8 0 6쪽
90 4부 1화. 풀려버린 마법 (3) 21.12.21 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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