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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노래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tramp116
작품등록일 :
2021.02.02 14:28
최근연재일 :
2022.03.26 19:02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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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691

작성
22.02.1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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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4부 10화. 새로운 국면

DUMMY

리아는 꼼짝도 않고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꼼짝할 수 없었다는 게 맞으리라. 미친듯이 분노한 델리아 앞에서 자신은 사자 앞의 생쥐만도 못한 존재였다. 체스터 여학교에서 너무 오랫동안 편한 시간을 보내 무뎌졌던 탓일까. 이만큼이나 얻어맞은 게 한두번도 아닌데,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사무실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을 정도였다. 하긴, 팔과 다리, 손가락 10개가 전부 부러지는데 비명을 안 지르고 견디겠냐만은. 물론 비명을 지를수록 델리아의 폭력은 더욱 더 심해질 뿐이었지만.


(이번엔 진짜 위험했어···.)


리아는 힘겹게 깁스한 팔을 들어 역시나 깁스한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델리아는 손가락 10개를 몽땅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칼을 꺼내들고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려고 했다.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하게 해준다나. 엄청난 고통 속에서 희미하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듯하다. 다니엘이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고 지켜보던 노아가 ‘그건 안된다’며 말려서 잘리진 않았지만, 정말 칼이 손가락의 반이나 파고들어왔다. 피는 멎었지만, 흉터가 남을 것이다.

델리아의 폭력은 늘 그렇듯 ‘다음엔 반드시 죽여버릴거야’라는 말로 끝났다. 그리고 거의 혼절하다시피 한 자신을 다니엘이 업고 병원으로 향했고, 병원에서 처치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골절상태가 심하지 않아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됐던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의사는 입원을 강권했지만, 노아가 허락하지 않았다. 노아와 델리아는 자신들의 눈이 닿는 곳에 리아를 두길 원했으니까. 의사는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조건으로 리아를 보내주었다.

이번에야말로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미련은 많지 않았다. 슬프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죽는구나, 라는 의미없는 한 마디가 머릿 속에 떠올랐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검은 머리칼을 가진 소녀의 얼굴이 스쳐지나갔을 뿐.

···조금은 미련을 느꼈던가? 그녀의 얼굴이 불현듯 떠오른 그 순간에는, 아주 조금은 미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불안을 느꼈다.


‘너와 함께 죽어줄게. 네가 외롭지 않게···.’


그렇게 말한 그녀가 자신이 죽으면 정말 따라올까봐. 리아는 피식 웃었다.

물론 정말 그럴 린 없겠지. 애초에 자신의 죽음을 알지도 못할거고.

알고 있다. 정말 죽게 되면 자신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것이다. 시체는 찾지도 못하게 되겠지. 아무도 찾을 수 없는 호수나 바다에 버려지거나, 그도 아니면 조각조각 나서 여기저기 뿌려질 것이다. 맥과 로건, 루카스의 끝이 그랬던 것처럼.

······상관 없나. 자신의 끝이 그리 좋지 못하리란 건 충분히 예상하고 충분히 각오하고 있던 일이었다. 가족들과 마리아의 곁으로 가게 된다고 생각하면 썩 나쁘게만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에드워드에게 마음이 쏠렸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에드워드가 신뢰하고 있던 그의 보좌관이 그를 배신한 듯했다. 노트와 USB, 서류 한 뭉치를 건네받은 델리아는 그것을 살펴보더니 미친듯이 웃었고, 곧장 그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던 자신을 죽일듯 때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알았다. 저가 에드워드에게 건네준 노트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으니까.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하게 해주겠다는 말도, 그 노트에 적힌 내용을 보고 한 말이리라.

저의 추측으로는 USB도, 서류 뭉치도 델리아의 악행을 드러낼 수 있는 열쇠 같아 보였다. 그것을 보좌관의 배신으로 모두 뺏겨버렸으니···에드워드가 얼마나 상심하고 있을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정말, 그녀를 막을 방법은 없는건가···.)


대충 예상은 했지만, 잔인한 현실에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새어나온다. 델리아는 악마와 계약이라도 한 듯했다. 거침 없고 잔인한 성정 뿐만이 아니라, 운이 좋았다. 악마든 누구든 뒤에서 지켜주기라도 한 마냥. 물론 그런 여자의 뒤를 지켜주는 존재가 있다면 그건 틀림없이 악마이리라.

······그런 악마에 대항하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만 하는걸까. 에드워드와 나에게 길은 있는걸까. 지금 당장으로는 끝이 보이질 않는 어두컴컴한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다.

리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신에 기대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신이 저를 잔혹한 운명으로 이끌었으면 이끌었지, 빛이 드는 운명으로 이끈 적은 한번도 없다는 것도.

하지만 그럼에도 기도하게 된다.


저의 목숨을 가져가도 좋으니,

그녀를 막을 수 있기를.

더 이상 그녀 때문에 다치는 이가 없기를.


리아는 몰랐지만, 리아가 걷는 터널은 끝나가고 있었다.

그 마지막에 펼쳐져 있는 풍광이 천국일지 지옥일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


날은 12월 중순에 접어들어 완연한 겨울이 되었다. 유례 없는 폭설이 내릴만큼 올해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렸고, 많이 내릴 듯했다.

팔과 다리, 손가락 모두에 깁스를 한 리아는 꼼짝없이 집에서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되었다. 노아가 찾아와 한국에 있을 동안은 푹 쉬어도 된다고 선심 쓰듯 말했다. 그래서 리아와 다니엘은 같이 밥을 먹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밥은 스스로 먹을 수 없었기에 다니엘이 손수 떠먹여주었다. 그리고 외출이 허용된 다니엘은 예전에도 그랬듯 리아에게 책을 빌려다주곤 했다.

리아는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외부 세상과 단절되었다. 외부로 나갈 일이 없기에 핸드폰도 주어지지 않았으며, 컴퓨터고 태블릿이고, 리아에겐 외부 소식을 알만한 것이라면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다. 고용인들은 리아에게 말 붙이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기에 리아가 바깥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건 다니엘의 입을 통해서 뿐이 없었다. 철저히 감시당하고 있었기에 다니엘이라고 상황이 나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니엘에게는 리아보다는 넓은 행동반경이 주어졌다. 그래봤자 회사와 도서관 정도 뿐이었지만.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노아의 말로는 다음 해 초까지는 한국에 머무를 예정이라는 듯했다. 뭘 하는진 정확히 몰랐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은 듯했다. ‘물밑 작업도 필요할거고.’ 노아가 지나가듯 하는 말이었다. 무슨 말인진 알 수 없었지만···무언가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다음 해 초가 되면, 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저와 다니엘은 예전 생활을 그대로 반복하게 되겠지.

체스터 여학교 학생들과 만날 일은, 두번 다시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올 걸 그랬나···하는 생각이 간혹 들었다. 데이터 연결은 안되도 좋았다. 그저 사진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부질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당연히 노아에게 들킬거고, 그러면 100% 스마트폰은 산산조각 날 것이다. 이런 쓸데없는 데에 신경을 쏟는다고, 어차피 그들은 너와 사는 세계가 다른 아이들이라고, 그들이 널 좋아할 리가 있냐고 폭언이나 듣고 두드려 맞기만 했겠지. 델리아의 귀에까지 들어가면 학생회 일원들이 무슨 짓을 당할지 몰랐다.

자신이 그립다고, 추억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추억하는 것조차, 자신에겐 허용되지 않는 일인 것이다.


-


“······.”


연화는 조용히 학생회실을 둘러보았다.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날들을 이 학생회실과 함께 보냈다. 그 날들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가고, 연화는 복잡한 미소를 지었다. 후련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많은 것이 뒤섞인 오묘한 미소였다.

11월 말, 169대 학생회를 뽑는 선거가 치뤄졌다. 들려오는 평에 따르면 168대 때처럼 큰 고민은 없었던 모양이라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였던지라 체스터 여학교는 선거 기간 동안 온통 그 이야기로 들썩였다. 입후보한 학생들은 총 5명으로, 최종적으로는 1학년 C반의 ‘오렐리안’과 1학년 B반의 ‘현서’가 각각 회장과 부회장에 발탁되었다. 연화도 익히 알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1학년에서 항상 5위권 안에 드는 학생들이기도 했고,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수상도 많이 한 덕분이었다. 뭐, 알아서들 잘하겠지. 이제는 자신의 손을 떠났다. 그 이후는 후대에게 맡겨두는 수밖에는···.

연화는 늘어져라 기지개를 폈다. 마지막으로 정리를 하기 위해 들린 참이었다. 다른 일원들은 전부 정리를 했고, 이제 마리아와 자신만 정리를 하면 됐다. 마리아는 이미 다 짐을 싸고 연화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표정으로 학생회실을 둘러보고 있었다.


“···고생했어.”


마리아가 건넨 말에 연화는 고개를 돌려 미소 지었다.


“너도.”

“···진짜 많은 일이 있었네.”

“그러게 말이야.”


잠시 침묵이 찾아들었다. 연화는 이젠 비어 있는, 아니, 오래 전부터 비어져 있던 사물함 한 곳에 시선을 던졌다. 학생회를 시작한 후 가장 파란 같이 학생회를 휩쓸었던 한 학생이 생각난 탓이었다. 비단 학생회 뿐만이 아니라 학교에서도 파란이긴 했다만. 연화는 문득 입을 열었다.


“···마리아.”

“응?”

“시아를 좋아해?”


뜬금없이 던져진 질문이었지만, 마리아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미소 지었을 뿐이다. 연화라면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으니까. 중학교 때 만난 이후로, 연화와 저 사이에 비밀은 없었다. 연화는 저에 대한 모든 것을 꿰뚫어봤으며, 저도 마찬가지였다.


“응.”


마리아는 굳이 숨길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리고는 씁쓰레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왜?”

“사랑하거든. 아니···이런 말로 표현하는 게 아깝게 느껴질만큼 소중해.”

“어우야.”

연화는 장난스럽게 인상을 쓰며 손을 오므렸고, 마리아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왜.”

“아니, 네가 이렇게 순수하게 감정을 드러낸 게 처음인 것 같아서. ···어쩌다 그렇게 된거야?”

“어쩌다···?”


마리아는 미소를 띄운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질문을 들었으니 말인데, 생각해보면···감정이라는 게 시작과 끝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 끝은 잘 모르겠지만, 정말 시작은 없는 것 같아. 이미 사랑하게 된 이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난 그 애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 애를 눈에 담고 있었던 것 같거든. 그 애랑 그날 밤 기숙사 앞에서 우연히 부딪힌 뒤로 언제나 그 애를 쫓고 있었던 것만 같아. 막상 그 시점의 난 별 생각 없었는지도 모르는데 말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래. 그저 그걸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깨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 것 뿐이지.”

“처음부터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아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단 거지.”

“······네 말을 듣고보니 그렇네.”


연화는 어깨를 크게 으쓱였다.


“나도 그 애를 처음 봤을 때부터 신경 쓰였던 것 같아. 아, 물론 네 감정과는 전혀 다른 의미야. 나도 왜 그런 파격적인 일을 했는지 이제와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거든. 그 애는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아이고, 굳이 관심 가질 이유가 없는데도···관심이 가더라고.”

“신경 쓰이게 하는 게 있지, 그 애가.”

“맞아. 벼랑 끝에 선 얼굴을 하고선 말야, 자기는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조차 모르고.”


연화의 말에 마리아는 문득 예술제 날 밤의 일을 떠올렸다. 열에 들뜬 시아가 내뱉었던 아픈 말들이 떠오른다. 평범했다면 연화도 자신도 시아에게 아무 관심도 두지 않았을 거라는 말, 내가 시아를 좋아하는 일 따위 없었을 거라는 말···. 마리아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아니야, 시아야. 네가 어떤 삶을 살아왔든, 어떤 사람이든 간에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거였어.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국엔 ‘이렇게 되는 거’였어.

물론 네가 평범한 삶을 살았다면 이 학교에 들어오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래도···언젠가 어디선가, 우리는 만났을 거라는 생각은 사랑에 빠진 나의 오만일까? 결국 어디서 어떻게 만나든 난 널 사랑하게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은···너를 이미 너무 좋아하게 되버린 나의 착각일까?

···아니, 이런 가정은 불필요하겠지. 이미 너와 우린 만났고, 난 널 사랑하게 되버렸으니까.

연화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마리아와 마주 보고 미소 지었다.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당연하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찾아낼거야. 사실, 레오니 사에 입사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 중이야.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약간의 희망이라도 난 놓지 않을 거니까.”


담담하게, 하지만 강인하게 말하는 마리아를 보며 연화는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내가 응원할게. 근데, 고백은 했냐?”

“···했는데 답은 못 들었어. 답을 할만한 상황도 아니었겠지만.”

“뭐, 내가 보기엔 시아도 너한테 마음이 아주 없진 않아. 그게······아, 아니다.”‘


연화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고는 마리아의 어깨를 두른 팔을 놓았다. 마리아는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뭔데, 말을 해.”

“아니야~.”

“야, 말 하다마는 게 제일 최고의 고문인 거 몰라? 말을 하라니까.”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연화는 고개를 돌리고 모른 척을 했고, 마리아가 그녀를 더 추궁하려는데 학생회실 문이 열렸다.


“? 은담아?”

“아······.”


은담은 난처한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둘을 바라보다가 이내 온화하게 미소 지었다.


“두고 간 게 생각나서요.”


은담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 구석에서 무언가를 챙겼다.


“아, 그래? 마침 잘됐다. 우리도 정리 끝난 참이거든.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좋아요.”


은담은 연화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세 명은 장난을 치면서 학생회실을 나섰다,

ㅡ시아가 떠나고 한 달 뒤, 168대 학생회는 종료되었다.


-


평범한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노아는 정말로 미국에 돌아가기 전까지는 저를 내버려두기로 작정한듯, 얼굴도 잘 비추지 않았다. 밤에 돌아와 잠만 자고 다시 회사로 나가곤 했다. 적어도 당분간은 폭력이 없을 듯했다. 그것만으로도 리아는 안도했다. 물론 미국으로 돌아가면 언제든 다시 시작되겠지만, ‘당분간’만이라도 없다는 게 어딘가, 하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추운 겨울이었고, 리아의 생일이 몇 주 남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리아는 이맘때쯤 되면 항상 차오르는 불안감에 안절부절하지 못하곤 했다. 가족들이 죽은 것도 자신의 생일이 가까워올 때쯤이었고, 마리아가 죽은 건 다름 아닌 자신의 생일날이었으니까. 그래서 이 시기와 자신의 생일은, 리아가 가장 저주하고 있는 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가족들이 죽은 이후엔 제대로 된 생일파티조차 하지 않았다. 신경 쓰는 이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리아가 거부했으니까. 그나마 다니엘과 만나게 된 후로 다니엘이 생일만큼은 꼬박꼬박 챙겨주며 축하해주었기에 반감이 아주 약간은 사그라든 상태였다. 불안감이 차오르는 것은 여전히 어찌할 도리가 없었지만.

다니엘이 예외적으로 흥분한 얼굴로 방에 들이닥쳤다. 침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리아는 그를 반겼다.


“다니엘, 무슨 일이야?”

“이사흐 빈 라르크가 사살당했대.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공표했어.”


다니엘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상기된 얼굴로 리아를 바라보았다. 리아는 두 눈을 멍하니 깜빡였다.


“이사흐 빈 라르크라면······.”


중동의 무장 테러단체, ‘알 라르크’의 수장으로 몇십 년부터 활약하고 있는 테러범이었다. 그리고, 다니엘과 리아는 알고 있었지만, 델리아와 모종의 연관이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정확히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델리아가 그와 알 라르크를 지원하고 있다고 어렴풋이 추측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


다니엘이 낮게 소곤거린 말에 리아는 표정을 굳혔다.


“무슨 기회?”

“그녀와 이사흐 빈 라르크에게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우리가 추측했잖아. 그리고 그 추측은 아마 사실일거고···. 어떤 식으로든 그녀에게 타격이 있지 않을까?”

“글쎄.”


리아는 회의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해도 델리아가 그리 쉽게 흔들릴 것이라곤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분명 어떤 식으로든 빠져나갈 것이다.

그러나 사태는 리아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국면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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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4부 13화. 달의 노래 (3) 22.03.12 10 0 10쪽
112 4부 13화. 달의 노래 (2) 22.03.08 11 0 7쪽
111 4부 13화. 달의 노래 (1) 22.03.05 9 0 5쪽
110 4부 12화. 최종장 (2) 22.03.01 7 0 14쪽
109 4부 12화. 최종장 (1) 22.02.26 7 0 10쪽
108 4부 11화. 배신 (2) 22.02.22 8 0 15쪽
107 4부 11화. 배신 (1) 22.02.20 7 0 8쪽
» 4부 10화. 새로운 국면 22.02.15 8 0 17쪽
105 4부 9화. 천국과 지옥 (2) 22.02.12 7 0 13쪽
104 4부 9화. 천국과 지옥 (1) 22.02.08 8 0 9쪽
103 4부 8화. 체스터 가와 플랜태저넷 가 (2) 22.02.05 8 0 9쪽
102 4부 8화. 체스터 가와 플랜태저넷 가 (1) 22.02.01 6 0 12쪽
101 4부 7화. E 22.01.29 7 0 14쪽
100 4부 6화. 절벽 위의 집 22.01.25 6 0 16쪽
99 4부 5화. 탈출 22.01.22 7 0 13쪽
98 4부 4화. 지옥의 날들과 오빠 (2) 22.01.18 7 0 8쪽
97 4부 4화. 지옥의 날들과 오빠 (1) 22.01.15 5 0 8쪽
96 4부 3화. 지옥으로 가는 길 (2) 22.01.11 6 0 6쪽
95 4부 3화. 지옥으로 가는 길 (1) 22.01.08 8 0 12쪽
94 4부 2화. 신홍연 (3) 22.01.04 11 0 8쪽
93 4부 2화. 신홍연 (2) 22.01.01 8 1 8쪽
92 4부 2화. 신홍연 (1) 21.12.28 2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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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4부 1화. 풀려버린 마법 (2) 21.12.18 7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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