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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노래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tramp116
작품등록일 :
2021.02.02 14:28
최근연재일 :
2022.03.26 19:02
연재수 :
117 회
조회수 :
1,371
추천수 :
4
글자수 :
571,691

작성
21.12.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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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6쪽

4부 1화. 풀려버린 마법 (4)

DUMMY

한편, 그 시각. 영문도 모른 채 끌려나온 슬로카, 일로나, 연화는 심각한 마리아의 얼굴에 차마 무슨 일이냐고 묻지도 못하고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침묵 속에서 달리던 택시는 이내 한 호텔 앞에서 네 명을 내려주었다. 호텔은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리아는 성큼성큼 다가가 호텔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세 명은 어리둥절해하며 마리아를 뒤따라갔다. 마리아는 곧장 엘레베이터에 올랐고, 연화가 조심스레 물었다.


“마리아, 여긴 왜 온거야?”

“진실을 들으러 왔다니까.”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구.”

“가보면 알아.”


마리아는 그 이상 말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엘레베이터는 13층에서 멈췄고, 마리아는 주저없이 한 객실로 다가가 노크를 했다. 금발을 깔끔하게 뒤로 넘긴 헤어스타일에 푸른 눈이 형형하게 빛나는 남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남자의 모습을 본 연화와 슬로카, 일로나의 눈이 크게 떠졌다.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잘 없지만, 이들은 학생회인만큼 이 남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에드워드 체스터. 체스터 여학교의 이사장이자 현 체스터 가문의 가주였다. 왜 이분이 여기에? 세 명은 의아해하면서도 마리아를 따라 객실 안으로 들어섰다.


“···왔어요.”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남자의 앞쪽 쇼파에 앉았고, 슬로카, 일로나, 연화는 어어, 하면서 엉거주춤하게 마리아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남자는 네 명을 둘러보더니 이내 마리아에게 시선을 꽂았다.


“혼자 오라는 말을 굳이 해야 됐었나?”


돌려서 질책하는 말에 연화와 슬로카, 일로나는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마리아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남자ㅡ에드워드를 바라보았다.


“저희는 이미 시아의 비밀에 대해 많은 것을 공유한 사이예요. 시아의 과거를 들을 자격은, 전부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에드워드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미리 사온듯한 커피를 들이켰다. 네 명의 시선이 한꺼번에 에드워드에게 쏠린다. 쇼파 등받이에 몸을 기댄 에드워드는 손을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배 위에 올려놓고 네 명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너희가 알아낸 것이 무엇인지 들어나 볼까.”

“좋아요.”


마리아가 대표로 나서, 한달 전쯤 슬로카의 동아리실에 모여 시아의 비밀에 관해 나누었던 대화를 에드워드에게 천천히 설명했다.

시아는 레오니 사 회장, 노아 윈슬렛의 양녀이자 공식적인 후계자다.

하지만 공식적인 후계자라 보기에는 회사와 접점이 없다.

노아 윈슬렛이 시아를 감금하고 학대한다는 소문이 돌고, 이 소문은 사실인 듯하다.

9년 전쯤 델리아 플랜태저넷이 노아 윈슬렛에게 회사를 인계했는데 수상한 점이 많다.

저들의 추측으로는 노아 윈슬렛은 델리아 플랜태저넷의 꼭두각시고, 시아가 그 다음대 꼭두각시로 내정되어 있는 듯하다.

가만히 듣고 있던 에드워드는 ‘알 라르크와 델리아 플랜태저넷의 연관성’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진심으로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거기까지 알아낸 건가? 일반 학생들이 쉬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닌데.”

“···저희가 알아낸 건 이게 다예요.”


마리아가 입을 다물고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 에드워드는 수심이 깊어진 얼굴로 네 명의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한 가지 묻지. 거기까지 알았다면, 너희같은 어린아이들이 손 쓸 수 있는 게 없다는 건 뻔히 알았을 것이다. 너희들이 관여할 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그런데도 진실을 듣고 싶은게냐? 진실을 듣는다면 다시는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그걸 알고도?”


에드워드의 물음에 입을 꼭 다물고 있던 연화가 강경하게 대답했다.


“이미 우리는 시아를 만났고, 시아를 아끼게 됐어요. 결코 이전과는 똑같을 수 없다고요.”

“···하아, 그런가.”


에드워드는 연화의 말에 동의한다는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소녀들을 바라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가지 말해두지. 리아의 마지막 부탁이 있었기에, 나는 너희에게 진실을 들려줄 생각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해줄 순 없어. 너희도 충분히 추측한 바겠지만, 이 일은 너무나 위험해. 너희는 아무 힘도 없고.”

“···저희도 전부 알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제가 알고 싶은 건, 시아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마리아는 잠시 주저하다가 말을 이었다.


“제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뿐이예요. 이제 저한테 알려주실 때도 됐잖아요···아버지.”


마리아가 꺼낸 말에 이미 알고 있던 연화를 제하고 슬로카와 일로나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체스터 여학교의 이사장이자, 체스터 가문의 가주인 이 에드워드 체스터가 마리아의 아버지라고?

마리아를 알게 된지는 오래되었지만, 마리아는 시아만큼이나 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이날 이때껏 슬로카와 일로나는 마리아의 성조차 알지 못했다.

에드워드는 딸의 결연한 눈빛을 마주하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리아의 과거에 대해 얘기하려면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겠지. 알았다. 긴 이야기가 될 터이니 귀 기울여 듣거라.”


에드워드는 잠시 호흡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시아라고 부르는 여자의 이름은······리아도 아니고, 시아도 아니야.”

“······.”

“신홍연. 그게 그녀의 진짜 이름이다.”


몇 개월 전, 겨울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들만큼 춥던 어느 날, 영국 남부의 작은 섬에서 에드워드는 그녀와 처음 만났다. 지독히도 슬픈 표정이 기억에 선연하다.

그날 들은 이야기를, 에드워드는 빠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들에게 전했다.


작가의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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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4부 13화. 달의 노래 (2) 22.03.08 11 0 7쪽
111 4부 13화. 달의 노래 (1) 22.03.05 9 0 5쪽
110 4부 12화. 최종장 (2) 22.03.01 7 0 14쪽
109 4부 12화. 최종장 (1) 22.02.26 7 0 10쪽
108 4부 11화. 배신 (2) 22.02.22 8 0 15쪽
107 4부 11화. 배신 (1) 22.02.20 7 0 8쪽
106 4부 10화. 새로운 국면 22.02.15 7 0 17쪽
105 4부 9화. 천국과 지옥 (2) 22.02.12 7 0 13쪽
104 4부 9화. 천국과 지옥 (1) 22.02.08 8 0 9쪽
103 4부 8화. 체스터 가와 플랜태저넷 가 (2) 22.02.05 8 0 9쪽
102 4부 8화. 체스터 가와 플랜태저넷 가 (1) 22.02.01 6 0 12쪽
101 4부 7화. E 22.01.29 7 0 14쪽
100 4부 6화. 절벽 위의 집 22.01.25 6 0 16쪽
99 4부 5화. 탈출 22.01.22 7 0 13쪽
98 4부 4화. 지옥의 날들과 오빠 (2) 22.01.18 7 0 8쪽
97 4부 4화. 지옥의 날들과 오빠 (1) 22.01.15 5 0 8쪽
96 4부 3화. 지옥으로 가는 길 (2) 22.01.11 6 0 6쪽
95 4부 3화. 지옥으로 가는 길 (1) 22.01.08 8 0 12쪽
94 4부 2화. 신홍연 (3) 22.01.04 11 0 8쪽
93 4부 2화. 신홍연 (2) 22.01.01 8 1 8쪽
92 4부 2화. 신홍연 (1) 21.12.28 28 0 8쪽
» 4부 1화. 풀려버린 마법 (4) 21.12.25 9 0 6쪽
90 4부 1화. 풀려버린 마법 (3) 21.12.21 8 0 10쪽
89 4부 1화. 풀려버린 마법 (2) 21.12.18 7 0 5쪽
88 4부 1화. 풀려버린 마법 (1) 21.12.14 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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