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용은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는 죽어서 던전을 남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용은
작품등록일 :
2023.12.04 14:28
최근연재일 :
2024.03.31 18:00
연재수 :
218 회
조회수 :
502,713
추천수 :
14,659
글자수 :
1,181,696

작성
23.12.16 13:14
조회
3,195
추천
67
글자
12쪽

첫 번째 의뢰(2)

DUMMY

베커가 몸을 움찔했다.


“베커입니다.”


“너는 어디 있었던 거지?”


베커가 준비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갑자기 뒤가 마려워 갔다 오느라··· 죄송합니다.”


“네 놈은 특히 눈여겨보겠다. 다들 각오하고 당장 일을 시작해라.”


으름장을 놓고는 카르고가 돌아갔다.


일꾼들의 사나운 눈초리가 레이에게 쏘아진다.


‘저놈 때문에 이 사달이 벌어졌구만.’


‘레이라고? 저 자식 혼자 일하는 척하더니 결국 이런 사고를!’


베커는 이를 갈았다.


‘저 조막만한 놈 때문에 이게 무슨 창피냐. 빌어먹을. 내 저 자식을 그냥 놔두나 봐라.’


그때부터 일꾼들은 정신없이 서둘러 짐을 날랐다.

카르고에게 욕이라도 들은 듯 하급 직원도 눈을 부라리며 일을 재촉했다.





일이 끝난 건 거의 밤 9시 무렵이었다.

모두 녹초가 되어 쓰러졌다.


전날보다 훨씬 피곤한 몸을 간신히 추스르고 상단 문을 나서는 참이었다.

베커가 레이를 불렀다.


“거기, 레이인지 뭔지 하는 놈, 나 좀 보자.”


베커 무리 셋이 얼굴을 구긴 채 레이에게 다가와 으르렁댔다.


“야, 인마. 내 지금 너 때문에 삭신이 쑤셔서 간단히 말하겠다. 내일은 다른 사람 봐가며 눈치껏 일해라. 오늘처럼 혼자 눈에 띄면 집에 기어서 가게 해주마.”


옆에 덩치가 거든다.


“이 자식, 운 좋은 줄 알아라. 다른 때 같았으면 어디 두어 군데 부러뜨리고 시작했을 텐데···”


레이가 베커의 눈을 쳐다보았다.

자세를 보니 무술을 익힌 적 없는 그저 동네 부랑배들이다.


자신의 실력이면 충분히 감당할 만한 자들이지만 의뢰 중에 소란을 피우는 것이 걸린다.

말없이 뒤로 돌아 숙소로 향했다.


베커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놈 봐라. 겁대가리가 없네.”


“곱게 대해줬더니 아주 기어오르는구만.”


“잡아올까?”


“아니, 말 나올 수 있으니, 내일 일 끝내놓고 보자고. 빌어먹을 자식. 반 죽여주마.”


패거리를 뒤로하고 레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멀어져갔다.





3일째 되는 날은 첫째 날 아침 같았다.

베커 무리가 마차 위에서 짐을 얹어주고, 일꾼들은 제법 부지런하게 포대를 옮겼다.


레이도 쉼 없이 짐을 날랐다.

상단 직원도 일이 잘 돌아가는 것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서 레이에게는 눈에 띄지 않게 보복이 돌아왔다.

짐을 지려고 허리를 굽히는 순간 곡물 포대가 레이의 등에 세게 던져졌다.


허리가 휘청거리며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비틀거리는 그를 보며 빈정대는 소리가 들렸다.


“일하러 온 놈이 그 정도 짐도 못 드나? 그러고도 일당을 받으려고?”


“이런 놈은 애초에 잘라야 되는 거 아냐?”


여기서 베커 패거리와 다투면 안 된다.

똑같은 취급을 받을 테고, 의뢰도 엉망이 될 것이다.


레이는 참고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짐을 내리고 마차로 가는 일꾼이 짐을 지고 가는 레이의 발을 걸었다.

포대와 함께 레이가 앞으로 굴렀다.


웃음소리가 좌우에서 터져 나왔다.


“푸하하하, 며칠 굶어 뒤뚱거리다 넘어지는 오리 새끼 같구만.”


“흐흐흐. 저렇게 부실한 놈이 일 잘하는 척 난리를 피워댔어.”


일어나서 먼지를 털고 포대를 다시 옮겼다.

베커 패거리는 낄낄거리며 레이를 계속 괴롭히려 했다.


하지만 레이가 다시 골탕을 먹는 일은 없었다.


포대를 던져도 미리 준비하고 있던 레이는 충분히 버틴 채 짐을 들었다.


여전히 발을 걸려 하는 사내도 있었다.


‘내가 이런 얕은 수에 또 당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발을 들어 피한 후 레이 쪽으로 내민 발목을 발뒤축으로 감아올렸다.

역으로 사내가 뒤로 넘어졌다.


어깨로 밀어 봐도 부드럽게 방향을 돌리며 피해 갔다.

베커 패거리의 화는 쌓여만 갔다.





긴 하루가 끝났다.

다행히 시간 내에 하차 업무가 마무리되었다.


카르고는 노려보기는 했으나 별말 없이 일꾼들에게 3일치 임금을 정산해 주었다.


레이에게만은 호의 어린 눈길과 함께 수고했다는 말을 덧붙이며.


첫 의뢰의 성공적인 완수였다.

레이는 홀가분함을 느끼면 상단 후문을 나섰다.


막 골목 앞을 지나는 참이었다.

골목 안쪽에서 베커 패거리 중 둘이 튀어나오더니 앞뒤를 막는다.


둘이 거리를 좁히며 레이를 골목으로 밀었다.

안쪽에는 베커가 기다리고 있었다.


“야, 레이라고 했지? 나 좀 봐야겠다.”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모양이다.


두 놈이 뒤쪽에서 길을 막는 중에 베커와 얼굴을 마주했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레이에게 으름장을 놓는다.


“야 이 개잡놈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어른이 말을 하면 들어 처먹어야 할 것 아냐. 겁대가리 없는 놈. 일단 오늘 받은 일당이나 내놔라, 자식아. 그거라도 있으니 다행인 줄 알아라. 몇 대 쳐 맞는 걸로 끝내주마.”


아니나 다를까 더 들을 필요도 없는 헛소리다.


사선으로 왼발을 디디며 몸을 살짝 왼쪽으로 기울였다.

말을 하던 베커가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우측으로 돌린다.


순간 사각에서 레이의 오른 팔꿈치가 회전하며 베커의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정타였다.


마크 삼촌과 수련하면서 알게 된 약점을 약간이라도 고친 것 같다.


‘사람에게 공격하는데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여러 번 연습하여 몸에 배니 반사적으로 공격이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몸을 움직여 상대의 시선을 뺏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격하는 수법도 먹혔다.

잭의 수법을 연습하면서 응용 동작으로 고안한 것이다.


이 스킬을 무술을 연마하지 않은 사람이 피하기는 어려웠다.


베커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졌다.

다리가 풀리며 가라앉는 베커의 뒤로 돌아 그의 덜미를 잡았다.


‘헉! 저 놈이!!’ 하며 놀란 두 덩치가 급하게 달려들었다.

정신을 잃은 베커를 우측 덩치에게 밀며 좌측으로 몸을 틀었다.


왼쪽 얼굴로 상대의 주먹이 날아온다.

며칠 전 잭의 주먹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느리다.


허리를 숙여 주먹을 피하고는 상대의 측면에서 어깨를 잡고 옆구리를 무릎으로 올려쳤다.


싸움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연습이라고 되뇌었다.

그냥 몸이 가는 대로 맡겼다.

깊숙이 박히는 느낌이 든다.


“꺽, 꺽!”


숨이 막히는 듯 상대가 허리를 굽혔지만, 급소가 아닌 바에야 쓰러질 정도의 타격은 아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팔꿈치로 뒷목을 가격했다.


이번에는 힘이 세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급소에 가까운 부분을 공격할 때는 여전히 머뭇거리는구나.’


무릎을 꿇으며 앞으로 쓰러진다.


‘그래도 쉽게는 못 일어날 것이다. 하나 남았다.’


스톰이었던가, 마지막 사내에게 고개를 돌리는 찰나, 오른 어깨 쪽으로 들어오는 발차기가 보인다.

대응하기에는 늦었다.


‘퍽’하는 통증과 동시에 힘을 빼고 반대쪽으로 몸을 던졌다.


두 바퀴쯤 굴렀을까, 상체를 튕기며 일어났다.

경련하듯 떨리는 오른팔을 진정시키며 자세를 잡았다.


‘공격이 잘 들어간다고 방심하다가 한 방 먹었군.’


사내가 달려들며 주먹을 날렸다.

피하는 대신 사내의 품 안으로 뛰어들며 너클 부위로 상대의 목 부위 경동맥을 끊어쳤다.


가벼운 타격인데도 목을 잡으며 사내가 비틀거린다.

발끝으로 오금을 강하게 찍었다.


상처 입을 부위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발이 나간다.

사내가 뒤로 쓰러진다.


‘후우 후우~’


잠시 숨을 골랐다.


‘끝이다. 일어서지 못할 것이다.’


더 이상 서 있는 사내는 없었다.

천천히 숨을 쉬며 어깨를 돌려서 풀었다.




레이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숙소로 향했다.


몸을 씻고 베커 패거리와의 싸움을 돌이켜 보았다.


용병과는 아직 실력 차이가 크지만, 일반인 세 명에게는 수련의 결과가 충분히 먹혔다.

특히 잭에게서 배운 것을 제대로 써먹은 것 같아 뿌듯하다.


혼자 여럿과 정면으로 대결할 때는 상대의 무리들 중 머리부터 공격한다.

지휘권자를 제거해야 나머지 부하들이 방향을 잃고 흐트러질 것이다.


이번에 베커를 먼저 쓰러뜨리고 이후 나머지 두 명과 상대한 것은 효과가 있었다.


다만 마지막 상대인 스톰에게 한 방을 허용한 것은 뼈아프다.

무기를 쓰는 결투였을 경우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공격하고 즉시 뒤로 물러서거나, 몸을 움직이며 시야에 적들을 놓치지 않았어야 한다.

두 번, 세 번, 가상의 적들과 반복하여 공방을 주고받으며 땀을 흘리고 난 후 하루를 마쳤다.





다음 날 길드 사무실로 가서 서기 케빈에게 의뢰 완료 신고를 했다.


게시판을 둘러보니 새로 등록된 의뢰는 없었다.

목패로도 할 수 있는 남은 의뢰는 몬스터 박피와 부산물 정리뿐.


첫날 부딪쳤던 잭이라는 사내가 꺼림칙하나 뾰족한 수가 없다.


‘몬스터 박피 의뢰를 해야 하나?’


케빈에게 물었다.


“몬스터 박피 외에 목패 용병의 다른 의뢰는 없나요?”


“아쉽게도 그것뿐이네.”


“신청하겠습니다.”


“알겠네. 가죽을 벗기는 일은 해본 적 있나?”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를 따라 사냥과 가죽 처리를 자주 했기에 몬스터라도 큰 차이는 없을 거라 생각된다.


“이 의뢰는 외수림의 바깥쪽에 갑자기 늘어난 메인 울프 토벌과 관련된 일이네. 작업은 두 종류. 작업장에서 몬스터 가죽 박피와 부산물 추출만 하는 팀과 토벌 지역에서 몬스터 사체를 운반해 오고 저녁에 박피까지 하는 팀이 있네. 두 번째 팀이 더 위험하고 힘든 만큼 일당도 더 많지. 작업장에서만 일하면 일 30쿠퍼, 사냥터를 오가면 일 50 쿠퍼일세. 어떤 일을 원하나?”


“두 번째 팀 일을 하겠습니다.”


“알았네. 일은 겨울이 오기 전까지 진행될 예정이네. 외성 문에서 이스트 로드로 2시간 정도 걸어가면 간이 천막들로 구성된 숙소 겸 작업장이 보일 걸세. 짐을 챙겨 거기서 머물도록. 현재 작업장 관리는 잭이 맡고 있으니 그를 찾아가게. 더 궁금한 것 있나?”


레이는 그 이상은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말없는 인사로 대화가 끝났다.






몬스터.

들어보기만 했을 뿐이다.


보통의 맹수들에 비해 훨씬 크고 강해서 노련한 용병들도 혼자서는 하프 몬스터를 상대하기 힘들다고 한다.

오크 같은 내수림의 몬스터는 두세 명의 용병이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상대하기 힘들다 하고.


운반만 한다면 직접 몬스터와 마주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외수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긴장해야 할 터.


외수림.

대수림의 바깥 지역이다.

마수들의 세계인 대수림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바에서 마침 식사를 하는 용병 둘이 대수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들린다.


“이번 메인 울프인가 뭔가 하는 몬스터 토벌에 참가한다고?”


“암. 막 의뢰가 끝났으니 조금 쉬고 참가해야지.”


“대수림이 위험하다고 하던데 가 본 적은 있나?”


“쯧. 시골에서 온 지 얼마 안됐다고 하더니 정말 아는 게 없구만. 밥을 샀으니, 내 간단히 대수림에 대해 이야기 해주지.”


사내는 뻐기듯 험기침을 한 번 하고는 말을 이었다.


“전해오는 얘기로는 수만 년 전 신계와 마계 그리고 인간계가 혼재되었던 신화시대가 끝나고, 각각의 세계가 분리되었다고 하더군. 인간계에는 신들과의 소통을 위해 신전이 건축됐고, 마계는 이에 대응하여 대수림이라는 마계의 흔적을 남겼다는 거지. 마계의 영향을 제어하기 위한 조율자로 드래곤들이 레판테이나 대륙의 곳곳에 흩어졌고. 드래곤은 알지?”


“아, 그정도야 당연히 알지. 그래서, 대수림에는 뭐가 있다는 거야?”


“마수들의 세계인 대수림은 크게 외수림과 내수림, 그리고 가장 깊숙한 곳, 마역으로 나누지. 외수림은 동식물들이 마기의 영향을 받아 변형된 하프 몬스터와 약초나 독초들의 영역이야, 내수림에 비해 마기가 약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위험한 지역 아니겠어. 그런데도 잘만 하면 한탕 크게 할 수 있어서 헌터와 약초꾼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


용병은 물 대신 맥주 한 모금을 꿀꺽거리며 마셨다.


“내수림은 어떻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법사는 죽어서 던전을 남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두 번째 의뢰(4) +3 23.12.17 2,975 64 12쪽
18 두 번째 의뢰(3) +2 23.12.17 3,014 66 12쪽
17 두 번째 의뢰(2) 23.12.17 3,042 73 12쪽
16 두 번째 의뢰(1) +1 23.12.16 3,177 73 11쪽
» 첫 번째 의뢰(2) 23.12.16 3,196 67 12쪽
14 첫 번째 의뢰(1) 23.12.16 3,303 75 11쪽
13 세상 속으로(2) +4 23.12.16 3,433 72 12쪽
12 세상 속으로(1) 23.12.16 3,704 67 12쪽
11 던전의 발견(2) +1 23.12.16 3,876 76 12쪽
10 던전의 발견(1) +1 23.12.16 3,925 79 12쪽
9 검술 수련(2) +1 23.12.16 3,937 76 12쪽
8 검술 수련(1) +1 23.12.16 4,197 73 12쪽
7 깨어나는 레이 23.12.16 4,295 75 12쪽
6 불어닥친 재앙(4) +5 23.12.16 4,223 73 12쪽
5 불어닥친 재앙(3) +4 23.12.16 4,258 75 12쪽
4 불어닥친 재앙(2) +2 23.12.16 4,474 77 12쪽
3 불어닥친 재앙(1) +1 23.12.16 4,903 75 11쪽
2 개척마을 +1 23.12.16 6,168 99 11쪽
1 최상급 검법서 +6 23.12.04 9,121 11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