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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는 죽어서 던전을 남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용은
작품등록일 :
2023.12.04 14:28
최근연재일 :
2024.03.31 18:00
연재수 :
218 회
조회수 :
502,712
추천수 :
14,659
글자수 :
1,181,696

작성
23.12.16 10:10
조회
3,936
추천
76
글자
12쪽

검술 수련(2)

DUMMY

첫 호흡법 수련이 끝났다.


“자, 이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자꾸나. 호흡법이 전신의 순환을 활성화한다면, 스트레칭은 모든 근육을 일깨우는 과정이다.”


아침 식사를 끝낸 후부터는 일을 할 시간이었다.


먼저 집터를 다듬었다.

거실 겸 부엌과 두 개의 방을 가상하여 장방형 선을 그었다.

그리고 두 뼘 정도의 깊이로 평평하게 흙을 파냈다.


두 사람만으로는 이 정도 일도 하루가 꼬박 걸리는 작업이었다.


늦은 오후에는 검술훈련이 시작됐다.

마크는 레이에게 나뭇가지를 적당히 다듬은 목검을 건네주었다.


“검술은 파지법에서 출발한다. 자, 양손으로 검을 잡아라.”


레이는 그립 부분을 양손으로 감아쥐었다.


“검은 네 목숨이다. 검을 놓치는 것은 곧 죽는 것이다. 전투 중에 검을 놓아도 되는 때는 한 가지뿐이다. 검을 놓지 않으면 죽을 때. 즉, 상대의 몸이나 물체에 박힌 검이 빠지지 않는데 옆에서 공격이 들어올 때 말이다.”


레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마크가 목검 끝으로 레이의 손등을 치며 힘을 빼도록 했다.


“검과 손바닥 사이에는 틈이 있어야 한다. 손과 손 사이에도 간격이 있어야 한다. 이 틈과 간격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속도와 정확도가 높아진다. 어깨와 손에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면 속도가 줄어든다. 검이 목표 지점에 닿는 순간 힘을 집중해야 타격이 강해지는 것이다.”


레이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마크가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검을 가볍게 잡고 위아래, 좌우로 움직여 보아라. 손바닥 전체로 검을 잡는 것이 아니다. 손에 힘을 주어야 할 부분이 느껴질 것이다.”


레이가 검을 붕붕 휘둘렀다.

처음에는 어색하더니 움직임이 부드러워지고 팔과 손도 자연스러워졌다.


“옳지, 이제 파지법이 느껴지는 모양이구나.”


레이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검의 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스트라이크, 슬래쉬, 쓰러스트. 이 세 가지 방법을 기초로 한 타격자세가 베어 검술의 기본 4식이다. 내려치기, 횡베기, 사선베기, 찌르기.”


마크는 가볍게 목검을 휘둘러 시범을 보였다.


“오늘은 그중 내려치기 자세를 배워보자. 오른발을 무게 중심으로 해서 왼발을 뒤에 놓고 45도 정도 발끝을 돌린다. 이러면 정면을 향하고 있어도 상대의 시선에는 타격 부위가 줄어든다.”


레이가 검 끝으로 상대의 목을 겨냥하고 자세를 잡았다.


“오른발 뒤꿈치를 1보 전진하며 검으로 상대의 머리를 치되, 타격점에서 검을 회수하고 본래의 자세로 돌아온다. 자, 시범을 보여주마. 앞에 적이 있다고 가상하고 이렇게 치는 것이다.”


마크는 서너 번의 내려치기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제 직접 연습해보거라. 속도를 내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


처음 목검을 휘두를 때 레이의 하체는 균형을 잡지 못했다.

검 끝은 불안하게 이리저리 흔들렸다.


마크는 레이가 검을 움직이는 데 익숙해질 때까지 별다른 말 없이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레이도 묵묵히 같은 자세를 반복했다.

느리게, 느리게.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흐를 즈음.

레이의 몸은 내려치기 자세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동작이 살짝 빨라지고, 몸은 자연스러워졌다.

2시간 가까이 되자 목검이 아래로 내려올 때 미세한 파공음이 들렸다.


보고있던 마크의 눈이 크게 떠졌다.


‘허, 벌써 동작이 완숙해진단 말이야? 내가 저 정도가 되려면 최소 몇 주는 걸린 것 같은데···’


마크는 연습을 끝냈다.


“아주, 잘했다! 이런 속도면 금방 베어 검술에 익숙해지겠구나.”


마크는 레이를 의자에 앉히고 어깨와 목을 풀어주었다.


“헌트를 따라 사냥을 다닌 덕에 체력도 괜찮구나. 하지만,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움직였기 때문에 곧장 스트레칭으로 풀어주지 않으면 내일 아침에 고생할 거다.”


낮에는 작업을 하고, 오후에는 검술훈련까지 하고 나니 그날 밤 레이는 침대에 머리를 대기가 무섭게 잠에 빠졌다.


마크가 말한 대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레이의 온몸은 쑤시는 듯 아팠다.

레이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고통이 반가웠다.


‘이제 시작이다. 힘이 드는 만큼 실력도 향상되겠지.’




****


레이의 검술훈련은 2시간 정도에서 출발했지만, 매일 시간이 늘어났다.

마크가 무리하지 않도록 자제시키는데도 한밤중까지 연습하기 일쑤였다.


검술 연습이 시작된 지 일주일 정도 지난 오후였다.

마크가 레이의 목검 수련을 봐주고 있는데 마을 쪽으로 말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말을 탄 건장한 체격의 사내가 고삐를 잡고 있는 종자를 보며 묻는다.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눈, 완고한 입매에, 잘 정돈되어 빈틈없어 보이는 수염.

전형적인 무인이었다.


“이런 곳에도 마을이 있었군. 모르트, 추적팀에서 이곳에 대한 보고가 들어온 적이 없지 않나?”


곱슬머리 흑발에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왕방울 같은 눈을 가진 모르트가 튀어나온 입술을 연다.


“그렇습니다. 여기 외곽 지역은 검문 강화에도 포함되지 않은 곳입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운 게 버려진 마을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경갑 차림에 말을 탄 서글서글한 인상의 사내가 허리를 세워 멀리까지 내다보더니 일행에게 권유한다.


“목책이 세워져 있기는 한데 모두 낡고 부서진 상태군요. 이런 곳까지 들어가실 필요가 있을까요, 허스틴 경.”


자작의 차남 해리스에게 추적 명령을 받은 기사 허스틴.

그는 쏘아보는 듯한 눈매를 풀지 않았다.


“기왕에 여기까지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왔으니 가보도록 하지.”


그가 결정을 내리자 더 이상의 이견은 없었다.


말을 탄 두 사람의 검사와 무장한 종자 두 사람이 부서진 목책 문을 지나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 안은 불타서 무너진 집들만 가득해 오래된 폐허 같은 분위기였다.


“루번 경, 가옥들이 떨어져 있는데도 모두 불탄 것을 보니 자연적인 화재는 아닌 것 같지 않나? 산적들의 습격이라도 있었을까?”


“산적들이라 해도 마을을 이 정도로 남김없이 불태우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이상하군요. 어? 저 안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군요. 사람이 있나 봅니다. 더 들어가 보시죠.”


마을 안쪽으로 조금 더 걸음을 옮겼다.

불탄 집을 새로 지으려는 듯 바닥을 다지고, 기초를 세운 곳이 보인다.


그 뒤쪽으로 50세 전후쯤 되어 보이는 중년 사내와 10대의 아이가 서 있다.

두 사람 다 손에 거칠게 깎은 목검을 들고 있어 검술을 익히는 중임을 알 수 있었다.


다각거리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무장을 한 네 사람의 검사가 다가왔다.

마크는 이들을 보는 순간 말을 탄 두 검사가 기사임을 알 수 있었다.


‘흉갑과 완갑 정도만 채비한 경갑 차림이지만, 은빛으로 반짝이는 금속 보호구와 멀리서 보아도 곧은 자세에서 나오는 기세, 그리고 성인 키만큼 거대한 근육질의 전마. 기사가 확실해!’


기사들이 잿더미가 된 마을을 일부러 찾아왔다.


‘그놈들을 추격해 온 것이 틀림없다! 섣불리 아는 척을 했다가는 풍랑에 휩싸여 같이 떠내려갈 것이다.’


순간적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결정한 마크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레이에게 속삭였다.


“레이, 기사들이다. 너는 저들이 무얼 물어도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 말고 있어라. 삼촌이 알아서 처리할 테니.”


말 위에서 아래를 내려보며 허스틴이 물었다.


“여기 사는 자들인가?”


마크가 즉시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흠! 마을이 온통 불에 타버리고, 살고 있는 자들도 보이지 않는다만. 어찌 된 일이냐?”


마크가 생각하기도 싫다는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얼마 전 사냥을 다녀오니 마을이 온통 불타고, 사람들은 모두 죽어 있었습니다. 얼마나 끔찍한 모습이었는지요! 어떤 지옥에 떨어질 놈들의 짓인지··· 살아남은 사람이 없어 알 길도 없었습니다. 죽은 이들을 묻고, 그때부터 조금씩 마을을 치우고 새집을 짓는 중입니다요. 애휴~”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듯한 마크의 표정과 음성.


하지만 검사들의 눈빛은 미동도 없었다.

혹시 거짓이 조금이라도 섞이지 않았는지 가려내겠다는 듯 뚫어지게 쳐다보는 눈초리에 가슴이 철렁했다.


“사냥을 다녀오느라 못봤다라··· 직업이 사냥꾼이냐?”


“네. 약초를 기르면서 틈틈이 사냥도 하고 있습니다.”


옆의 루번이 의아하다는 눈으로 끼어든다.


“사냥꾼이 웬 목검 수련이지? 설마 검으로 짐승을 잡을 것도 아니고. 검은 어디서 배운 것이냐?”


“원래 용병 질을 하다가 이곳에 정착을 했습죠. 이번 참혹한 일을 겪다 보니 나중에라도 어떤 일이 또 일어날지 몰라 조카와 함께 연습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허스틴의 눈이 사냥꾼이라는 사내의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에게 향했다.


“꼬마야. 네 이름이 뭐지?”


“네. 레이라고 합니다요.”


마크가 얼른 답을 했다.


“너도 사건이 있던 날 아무것도 보지 못했느냐?”


“네. 조카도 저와 함께 사냥을 나갔다 돌아온 터라 아는 것이 없습니다요.”


갑자기 옆에 있던 종자가 소리를 지른다.


“네 이놈! 무례하구나. 마스터께서 아이에게 물었는데 왜 네가 건건이 답을 하고 있느냐?”


허스틴이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를 다그쳤다.


“그래. 네가 직접 말해 보거라. 그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초조해진 마크가 말을 덧붙일 수밖에 없었다.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습니다만, 저 아이가 그날 부모를 모두 잃고 난 후 그 충격에 말을 못합니다요.”


종자는 눈을 부라리며 호통을 쳤다.


“어허! 나서지 말래도, 이놈이!”


찔끔한 마크는 물러나 입을 다물고 허리를 숙였다.


무장한 자들이 몰려와 마크와 자신을 몰아붙이자, 그날의 일이 생각나 레이의 가슴이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숨이 막히고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랐다.


당장이라도 뛰어나가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마음이다.

‘너희들이 눈앞에서 부모가 칼에 쓰러지는 것을 본 심정을 알기나 하느냐’고 말이다.


이를 악물고 눈을 감아버렸다.

기사들의 기분을 거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익히 짐작이 되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 못 하고, 얼굴을 붉힌 채 떨고 있는 모습을 본 허스틴이 혀를 찼다.


“쯧. 어째 말도 제대로 못 한단 말이냐.”


모르트가 슬쩍 주인의 비위를 맞춘다.


“못 배운 것들이 다 저렇습니다. 에이, 답답한 것들 같으니. 차라리 저것들을 성으로 압송하는 게 어떻습니까. 옥에 가뒀다가 고문실에 앉혀만 두어도 아는 것 모르는 것 전부 술술 불겁니다요.”


종자의 살살거리는 말을 듣자마자 마크의 등에 식은땀이 주르르 흘렀다.


‘저런 미친놈 같으니. 저럴까봐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거늘···“


허스틴이 사냥꾼과 조카라는 아이를 쳐다보았다.


’사냥꾼이라는 자는 덥수룩한 머리에 제멋대로 삐진 수염과 거친 피부로 보아 촌부가 틀림없고. 아이는 끼니도 못 챙기는지 눈 밑이 퀭하고 비쩍 말라 곧 쓰러질 것 같구만. 쯧!‘

.

실밥이 여기저기 터진 낡은 옷.

대충 자른 나뭇가지를 목검이랍시고 쥔 채 땀에 절어있는 모습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됐다. 그냥 두어라. 무지렁이들을 데려다 어디 쓰겠느냐. 더 늦기 전에 그놈들 흔적이나 빨리 찾아보아야겠다.”


“아니, 그래도 여기를 쓸고 간 산적들이 혹시나 그놈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자들이라도 잡아가 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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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검술 수련(1) +1 23.12.16 4,197 73 12쪽
7 깨어나는 레이 23.12.16 4,295 75 12쪽
6 불어닥친 재앙(4) +5 23.12.16 4,223 73 12쪽
5 불어닥친 재앙(3) +4 23.12.16 4,258 75 12쪽
4 불어닥친 재앙(2) +2 23.12.16 4,474 7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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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척마을 +1 23.12.16 6,168 99 11쪽
1 최상급 검법서 +6 23.12.04 9,121 1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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