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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드 님의 서재입니다.

내안에 귀환고수의무공이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체인지드
작품등록일 :
2023.02.27 12:51
최근연재일 :
2023.04.21 12:07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5,157
추천수 :
54
글자수 :
153,966

작성
23.03.1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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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제17장. 밤부엉이 소리

DUMMY

제17장. 밤부엉이 소리


자전거 타는 것이 매우 익숙해 보이는 이 30대 후반의 사내는 경찰관 제복을 입고 있었다.


끼~~익.


자전거에 내려서더니 제 관등성명과 소속을 밝힌다.

이 동네에 있는 쉬아리 파출분소장 경사 권순민.


경위진급을 위해 마치 낙도 근무처럼 1년 째 이 쉬아리 분소에 와 있는 사람이었다.

기러기 아빠, 처자식은 서울에 두고 자기만 혼자 이 동네 민박집에 장기투숙하면서.

이제 이 낙도근무(?)도 거의 막바지다.


체대 출신으로 논산 훈련소에서 헌병으로 차출되어,

또 그 헌병 중에서도 군무이탈자(탈영자) 체포요원으로 발탁되어 군생활을 했을 정도로,

또 그것을 계기로 경찰에 입문했을 정도로 당당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얼굴이 빵처럼 둥글둥글 하고 항상 곰돌이처럼 살갑게 잘 웃는다고 해서 학창시절 별명이 순빵이였던 그는 그 애칭에 걸맞게 매우 고지식한 공무원이었다.

그 양순하게 처진 두 눈을 민우에게 준다.


“죄송하지만 서까지 좀 가주셔야 겠습니다.”

“어? 이거, 슈퍼 김수한 사장님께서 줘서 가져가는 겁니다? 가서 물어보세요!”

“그게 아니고, 협박과 흉기소지 혐의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문철은 터질 게 터졌단 표정이지만,

민우는 등짐도 내려놓지 않고 실실 웃는다.


“일반적으로, 단순한 길거리 시비나 개싸움 같은 거에는...뭐, 그런 복잡한 거 따지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니다만... 아닙니까?”


뻗댄다.


“단순한 길거리 시비인지 아닌지는 조사를 더 해 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잠시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좋습니다! 그럼 법대로 하자고요. 지금 저에게 임의동행을 요구하는 거죠.

전 그 임의동행을 거절합니다. 체포영장 받아와요!

그때 뵙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휙 돌아서더니만 다시 성큼성큼 앞으로 간다.


“어허~! 이러시면 안 됩니다! 오히려 더 불리해 지십니다!”


민우 옆구리에서 달랑거리는 식칼을 가리킨다.


“... 그 칼, 아까 협박할 때 사용한 칼이죠?

지금 선생님께서는 준현행범의 요건을 구비하고 있어요!

영장 없이 현행범과 마찬가지로 체포할 수 있습니다.

정 이러시면 부득이 긴급체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철렁철렁.


군무이탈자 체포요원으로 있을 때부터 익숙한 일, 옆구리에 찬 수갑을 일본순사처럼 흔든다.


“그러니 순순히 응해주시는 게 오히려... 자자, 서로가 피곤하게 그러지 마시고 순순히 서로 가십시다.“


(*준현행범 : 형사소송법에서는 범죄를 실행하고 있는 중이거나 실행을 막 끝낸 사람을 현행범인으로 규정한다(211조 1항).

이에 반해 준현행범인은,

1. 범인으로 불리면서 추적당하는 사람.

2. 장물이나 범죄에 사용되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한 흉기 또는 그 밖의 물건을 지니고 있는 사람.(민우의 경우)

3. 신체 또는 피부에 뚜렷한 범죄의 흔적이 있는 사람.

4. 누구냐고 묻는데 도주하려고 하는 사람.

으로 규정한다(211조 2항).

준현행범인은 현행범인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212조).)


“하?! 그깟 무슨 길거리 시비 좀 붙었다고, 또 실제로 싸움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뭐, 긴급체포? 내가 무슨 살인이라도 저질렀습니까?...어이가 없네...”


신경질적으로 말하다가 갑자기 어조를 전문가처럼 느릿느릿 바꾼다.


“제가 보기엔 긴급체포의 요건을 구비하기엔 조금 많이 모자라 보입니다만...”


권순민은 약간 멈칫하는 기색이다.


“험험...특수협박죄는 7년 이하의 징역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3년 이하의 징역, 금고에 해당하는 자가 도주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영장 없이 일단 긴급체포를 할 수 있는 걸로 압니다만.

또, 지금처럼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긴급히 받기 힘든 특수한 경우에는...“


그러나 고지식한 권순민은 굽히지 않았고 민우는 다시 발끈한다.


“아, 그건 단지 법조문 상으로 법정최고형을 명시한 거고오~! 아니 상식적으로, 이게 그런 중범죄입니까?

정말 몰라서 이러시는 겁니까?

정 이러시면...나중에 제가 소장님께 직권남용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직권남용이라는 말에 권순민이 제 코빼기를 잡아빼기 시작한다.

이를 본 민우가 계속 몰아친다.


“소장님 정도 되시는 분이니 다 아실 텐데,

이런 과잉을 행사하시면 '형식적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 해당될 수 있어요!

보니까 경위진급을 위해 여기 와 계시는 거 같은데,

일단 소송이 걸리는 순간 이기든 지든 진급은 물 건너가는 겁니다!“


‘음...’


틀린 말이 아니다. 민우 말대로 경위진급을 위해 와 있는 거니까.

계속 눈을 내리깔고 코빼기를 잡아 빼던 권순민은 그러나,


“법은 법입니다!”


대한민국 경찰로서의 자부심을 보인다.


“하!....어이가 없네. 암튼 그럼 이제 내가 피의자란 소리네....좋습니다. 법대로 하죠!“


문철을 보며,


“아버님! 이거 이래도 되는 겁니까?

아참, 나, 그럼 변호사 선임할 게요. 마침 여기 변호사님이 계시니까.

아버님, 제 의뢰 받아 주시겠죠?“


대뜸 아버님이라고 부른다.

아버님? 권순민 소장은 깜짝 놀란다.

도저히 같은 계열의 유전자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수지를 보며 쓴웃음을 짓는다.

미녀와 야수를 생각한 것이다.


‘하긴 미녀는 카리스마에 휘둘리니까...’


스스로를 위로(?) 한다.

한편, 급작스런 '아버님' 호칭에 잠시 머뭇거리던 문철은,


“아, 아!...당연하지!”


하고는 권순민 소장을 보며,


“저, 지금 막 강민우... 군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변호사 박문철입니다!”


척.


뒷주머니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어 내민다.

흠칫 놀라 명함을 받아든 권순민의 얼굴이 굳는다.


“어?! 그러고 보니...”


하면서 문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맞네! 그! 박문철 변호사님!”


‘그’란 말에 스트레스를 준다.


“혈혈단신으로 골리앗과 맞서 승리를 쟁취해 낸 그! 박문철 변호사님!

총기사용 과잉진압으로 직위해제되고 구속되었던 이천호 경위를 구해낸, 우리 경찰의 영웅!”


준후 등 젊은 피가 수혈되기 전, 판사를 사임하고 혼자 개업했을 때 이뤄낸 전과였다.


“하하하, 대신 제가 경찰들에게 몹쓸 짓도 많이 했죠.”

“에이, 그건....그런 비리 경찰 놈들은...그래도 싼 놈들이고...”


삽시간에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고,

민우를 바라보는 미후의 눈빛은,


‘봤죠?! 이게 바로 저의 아빠에요!’


콧구멍까지 벌름거린다.

그러나 민우는,


‘음... 굼벵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고...’


“저어~ 그런데 박 변호사님, 사실 저도 좀 곤란한 입장이라서요. 그러니까 잠깐만 가셔서 간단하게 조사만, 형식적으로 그냥...”


문철은 머뭇거리고,

민우가 비로소 등짐을 옆 바위에 기대면서,


“뭐가 그리 곤란한데요?”

“아...저, 사실은...신고해 온 사람이 이 지역의 아주 덕망 있는 분이라서...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분이라서... 제 입장 좀 헤아려 주십시오.”

“아니, 덕망 있는 거하고 법집행하고 무슨 상관이오!”


민우는 계속 몰아치려 하는데 문철이 딱한 듯,


“그럼 제 신분증을 맡기죠. 민우 군은 여기 제 딸의 남자친구입니다. 저에게 친아들 같은 존재고요.

그러니 제가 이 사태가 끝나면 책임지고 출두시켜 드리겠습니다. 제 이름 석자를 걸고!“


수지와 준후의 표정이 볼만하다.

문철이 계속 말을 잇는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공권력을 수호해야 하시는 분이 이런 쓸데 없는 일로 시간 낭비를 하고 계시는 것은 이 지역주민들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권순민의 가슴에 못질을 한다.

생각해 보니 정말 이럴 때가 아니었다.

지금 이보다 훨씬 더 위중한 일들이 얼마나 더 많은데.

보나마나 나중에 이 지역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고,

기자 놈들은 항상 그렇듯,


'당시 보호해야 할 경찰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것이 알고 싶다.'...


이런 식으로 물고 늘어지면 자신의 커리어에 심각한 손상의 소지가 있어 보였다.

이 정도 했으면 신고해 온 사람에게도 충분히 생색은 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물증으로 문철이 내민 신분증을 받으... 려다 멈칫한다.


“에이~ 뭐, 그냥 가십시오! 박문철 변호사님! 아무튼 덕분에 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척.


하고서 정자세로 거수경례를 붙인다.

문철에 대한 존경심으로 두 눈이 부리부리했다.

이때 민우가 옆에서,


“내, 충고하는데, 당장 집에 들어가서 경사님 처자식이나 돌보쇼!

정말 경사님을 위해서 하는 충고니까 허투루 듣지 마세요!“


권순민의 사람됨을 파악한 민우는 진심이었고,

권순민 역시 민우의 표정이 정말로 진지해 보여 눈에 이채가 어린다.


사실 조금 이상하단 조짐을 느끼고 있었다.

여지껏 외부와 연락이 두절되고 비상용으로 서에 가지고 있는 단파 무전기조차 안 되는 것은 정말로 이상했다.

민우 말대로 서울집에 있는 처자식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갈 수 없다.


“자,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습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야 합니다.”


다시 자전거에 몸을 싣고 떠나가는 권순민 경사의 모습을 뒤로 하고 민우가 말했다.


**********


삽천 계곡에 안개비가 오듯 어둠이 내리덮이기 시작했다.


꾸꾸르르르~

꾸끄르르르~


낮에 울던 뻐꾸기 대신 이름 모를 밤새가 운다.

산바람에 제법 쌀쌀해진 밤공기.

바윗돌 옆에 피워진 모닥불 속 장작들이 탁탁... 타면서 쪼개지는 소리를 낸다.


별빛은 저렇게 쏟아지는데, 도심은 저렇게 죽은 듯 잠겨있는데 정녕 가을은 가을인 갑다.

물 건너온 바람에 오소소 떨고 있는 그 풀섶에서 풀벌레가 운다.

어디선가 산코양이도 운다.

그리고는 또 바람소리... 물소리...


어둠 속에서 산행을 계속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오늘은 일단 이 삽천계곡에서 여장을 풀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하였다.


정신 없이 돌아간 하루, 모두들 피곤했을 뿐만 아니라 늦은 아점을 먹고 출발해서 이제껏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식구들은 쉬아리 슈퍼주인 김수한이 정성스럽게 싸 준 괴나리 봇짐(?)을 풀기로 했다.


“이게 바로 오늘 즉시 먹으라고 특별히 싸 준 거야!”


하면서 준후가 제 등짐에서 보따리 하나를 꺼내어 푼다.

사람들은 흥부네가 박을 타듯 설레고,


“와~!”


김수한은 보기와는 달리 참 아기자기한 남자였다.

보따리를 풀어보니 마치 제사를 치른 안방마님처럼,


손수 고른 굴비, 사과, 묵은 김치, 돼지목살, 갖은 양념과 신선 야채류 등 다양한 식자재들을 정성스럽게 손수 싸서 보내주었다.

문 앞까지 배송을 못해주어서 아쉬웠는지도 모른다.


“햐~! 이 사람, 다시 봐야겠는데?”

“그러게요. 생긴 건 잔머리 꽤나 굴리게 생겼던데. 진짜 이렇게 요구하지 않은 것들까지.”

“정말 고마웠던 모양이에요!”

“아, 그럴 만도 하지! 안 그랬음 지금쯤 빈털터리가 되었을 텐데.”


“어! 묵은 김치와 돼지목살?!"


문철의 눈이 반짝했다.


“수지야, 그럼 빨리 김치찌개!...”


재촉하는 문철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수지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부산하게 움직인다.

당차고 야무졌다.


“아빠는 파 좀 다듬고!”

“미후하고 준후오빠는 코펠에 쌀 좀 씻어 오고!”

“민우씨는 그 칼솜씨로 나무도마 좀 만들어 주고!”


마구 마구 명령한다.

평소에도 살림살이라면 똑 소리 나게 하는 여자다.


“기대하세요! 아저씨. 우리 누나, 다른 건 몰라도 요리솜씨 하나만은 끝내줘요!”


민우의 등짐에서 코펠을 꺼내드는 미후는 그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을 생각에 절로 군침이 돌아간다.

민우는 그 말에는 대꾸 않고 식칼을 꺼내어,


파파파파........


어느새 만들어진 나무도마를 다듬질하며 수지에게,


“밥 좀 많이 하세요! 저 밥, 많이 먹습니다!”


송송송송.


소매를 걷어붙인 수지가 김치를 썬다.

3개의 버너가 풀가동되었다.

2개의 버너 위엔 밥.

그리고 나머지 1개 버너 위에선 김치찌개 육수가 끊는다.


보골 보골 보골 보골...

딱딱딱딱...

대파를 숭덩숭덩 써는 수지의 도마 소리.


*********


포만을 느끼려면 아직은 조금 더 부어야 할 듯 했다.

무서운 허기였다.

온 몸의 세포가 아기새들처럼 입을 쩍쩍 벌리는 것 같다.


민우는 아무 말도 않고 마치 걸신들린 것처럼 허겁지겁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고, 또 먹고 마시고 한다.

마치 겨울잠을 자려는 곰처럼 먹어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배가 부른 식구들은 잠시 침묵하며 이 신기한 먹방을 지켜본다.

이윽고 민우가 다 먹었는지 손으로 입술을 슥 훔친다.


“아까 제가 하도 배가 고파서 그냥 듣고만 있었는데요. 만약 저희들이 그 패거리들을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유혈사태가 일어났을 겁니다.”


김수한의 오른쪽 점퍼 주머니에 볼록한 것이 권총인지도 모른다는 말을 해준다.


“프레퍼라면 누구나 다 총기를 갖고 싶어 합니다.

총기를 가졌다는 그 자체로서 이미 최고의 시큐러티(security) 시스템이니까요.

함부로 얼씬 거리지 못하죠.

더군다나 그렇게 네트워크까지 갖춘 팀이라면 아마 분명...“


“그, 그럼 우리가 그 패거리들한테도 은인이네?”


미후의 말에 민우가,


“그럴 지도 모르지.”


그러나 문철은,


“뭐, 하지만 권총을 본 순간 물러갔겠지. 식칼에도 물러가는 놈들이니.“


“하하하하”

“호호호호”.....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배도 부르겠다. 풀벌레가 울어쌌는 깊은 계곡의 모닥불 옆.

졸졸졸졸~~, 커피와 물소리...

행복한 시간이, 꿈결 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참, 박대표님, 이제 말씀 놓으시죠. 어차피 우리 함께 쭉~ 가야 하는데.”


마시던 커피잔을 옆 바위 위에 내려놓으며 민우가 말했다.


“그래도..."


문철은 말꼬리를 늘이며 수지의 눈치를 본다.

타이밍이 좋아서일까? 다행히 수지는 입술만 곱씹을 뿐 아무 말도 안 한다.

결단을 내린다.


"...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아버님뻘 되시는데, 그게 오히려 저에게도 편합니다.”

“그럼 그냥 편하게 민우군이라 부르겠네!”


단박에 말을 놓으며 웃는다.

거리가 한참 더 가까워진 느낌에 민우도 따라서 웃는다.


이에 질세라 미후도,


“그럼 저도 민우 형이라고 불러도 돼요? 준후 형하고 나이도 같으신데.”

“물론이지.”

“그리고 준후형하고도 말 놓으세요. 동갑인데...”


미후의 제안에 민우가 준후를 쳐다본다.

준후는 괜히 불쏘시개를 모닥불에 턱턱 던지며 딴전이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저 멀리 산 너머 밤부엉이 소리만 들리는데...


“민우 형, 그 목걸이 시계 다시 함 볼 수 있을까요? 이렇게 별빛이 쏟아지니깐 갑자기 푸른 옷소매가 듣고 싶어요!”


준후에게서 눈길을 거둔 민우는 빙긋 웃으며 제 목걸이를 빼서 미후에게 건네준다.

이를 받은 미후는 혀를 낼름 내밀어 제 아랫 입술을 한 번 축이더니만,


딱.


띠디띠~ 띠디디... 디디디... 디디띠디디...디디디...디디디.....


“어? 시계침이 막 돌아가요!”

“진짜야?!”


미후가 제 손에 들린 목걸이 시계를 보여준다.

마치 동풍에 바람개비 돌듯 초침이 쉭쉭 돌고 있었다.


“어제는 분명히 죽어 있었는데?!”


거의 5구동성이 터졌다.


***********


이른 아침부터 산길을 나선 사람들이 있었다.두 명은 보부상이요, 한 가녀린 소년은 카키색 배낭을 메고 있다.

벅아웃 로케이션을 향해 가는 민우일행이었다.


앞장 서서 가고 있는 민우는 계속 목걸이 시계만 생각한다.

그런 첨단의 물건이 고장이라니....

아무리 세월이 오래 흘렀다지만.


어젯밤 미후의 손에서 쉭쉭 돌아가던 시계는 불과 10여초만에 다시 멈춰서고 말았던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다시 그린 슬리브즈(Green Sleeves)가 듣고 싶어졌다.


딱.


띠디띠~ 띠디디... 디디디... 디디띠디디...디디디...디디디.....


‘어?!’


또 그때처럼 초침이 쉭쉭 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훨씬 더 짧게, 약 2초만에 죽고 말았다.


‘이, 이건?...’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치는 한 가지 가설이 있었다.


'설마!...'


갑자기 몸을 돌려세우더니만 쿵쿵쿵쿵... 온 길을 되돌아 달음박질치기 시작한다.

무슨 위급한 상황이라도 발생된 줄 알고, 뒤따르던 일행이 깜짝 놀란다.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제가 잠시 무슨 실험 좀 하느라고.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고 계세요! 금방 돌아올 게요!"


식구들을 향해 고개를 돌려 외치면서도 민우는 계속 시계를 흘끔거린다.


잠시 후 다시 나타난 민우의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가 걸려있었다.


“이 목걸이 시계의 비밀을 알아냈습니다!”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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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제27장. 화려한 외출 3 23.04.10 33 0 8쪽
26 제26장. 화려한 외출 2 23.04.10 34 0 12쪽
25 제25장. 화려한 외출 1 23.04.10 38 0 12쪽
24 제24장. 노크귀순 23.03.27 56 1 11쪽
23 제23장. 죽은 자들의 도시 3 23.03.27 51 0 11쪽
22 제22장. 죽은 자들의 도시 2 23.03.23 53 0 14쪽
21 제21장. 죽은 자들의 도시 1 23.03.18 74 2 12쪽
20 제20장. 식칼을 든 여자 23.03.17 95 1 10쪽
19 제19장. 4개의 그림 23.03.17 97 1 11쪽
18 제18장. 산발한 여자 23.03.16 112 1 12쪽
» 제17장. 밤부엉이 소리 23.03.16 117 1 17쪽
16 제16장. 비명 23.03.16 132 1 10쪽
15 제15장. 펜션촌 3 23.03.14 137 1 12쪽
14 제14장. 펜션촌 2 23.03.14 135 1 6쪽
13 제13장. 펜션촌 1 23.03.14 147 1 17쪽
12 제12장. 공룡새 23.03.13 147 2 14쪽
11 제11장. 피의 금요일 23.03.12 177 2 16쪽
10 제10장. 분노 23.03.12 179 2 11쪽
9 제9장. 밤의 도살자 23.03.12 198 2 19쪽
8 제8장. 길거리 막싸움 기술 23.03.12 245 2 16쪽
7 제7장. 향수(鄕愁) +2 23.03.02 249 4 13쪽
6 제6장. 미션 3 23.03.01 265 4 12쪽
5 제5장. 어둡게 타는 눈 23.02.28 316 5 19쪽
4 제4장. 미션 2 23.02.28 383 3 9쪽
3 제3장. 미션 1-2 23.02.27 428 6 10쪽
2 제2장. 미션 1-1 23.02.27 580 5 11쪽
1 제1장. 프롤로그 23.02.27 647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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