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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카프 님의 서재입니다.

시스템을 삼킨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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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카프
작품등록일 :
2020.10.13 04:16
최근연재일 :
2020.11.03 10: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4,219
추천수 :
296
글자수 :
133,092

작성
20.11.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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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추천
10
글자
13쪽

정체를 숨긴 자 (2)

DUMMY

민혁의 등급을 본 교관들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당장 마스터께 말해야 해!”

“기자들한테도 말하라고! 우리 백진 길드가 대한민국 길드 랭킹 1위라고!”

“다들 진정하세요.”


교관 중 한 명이 평정을 유지한 채 말했다. 하지만 그도 들뜬 건 마찬가지인 듯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한 번 더 검사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죠.”

“아, 아. 그렇죠. 혹시 모르는 거니까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이미 교관들은 확신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체력. 단단하기로 유명한 마정석으로 만든 모형을 박살 내는 근력까지.


이제 막 헌터가 되려는 각성자라고 믿기 힘든 모습이었으니까.


“잠시만 다시 재겠습니다...!”

“예...”


민혁도 긴장한 채 기계 앞에 섰다.


그 광경에 다른 지원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측정 불가 헌터라니. 사실이라면 역사적인 순간을 직접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민혁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표정이 좋지 않았고, 어딘가 초조해 보이기까지 했다.


‘여기서 측정 불가가 나오면 안 되는데...?’


민혁은 시험에 들어가기 전 등급을 쟀었다.


아무리 신분을 세탁하고 외형을 바꿨다지만, 이 시기에 측정 불가 헌터가 나온다? 혹시 모를 의심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얼마 전 무인 측정 센터를 찾아갔다.


결과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F등급.'


방화벽이 작동되면서 F등급이 나왔기 때문이다.


A, 아니 S까지는 나와도 상관없었는데 F가 나왔으니 민혁에겐 잘된 일이었다.


몇 번을 시도해도 F가 나오는 걸 확인했기에 오늘도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측정 불가라니...?’


거기다 교관들은 아주 난리가 났다.


이대로 있다간 진짜 측정 불가 헌터라고 소문이 날지 모른다.


어떻게 해서든 측정 결과를 바꿔야만 한다.


‘아, 좀... 원래대로 가자. 원래대로.’


그러나 방화벽은 전혀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알 수 없는 스캔을 차단했습니다.]


“측, 측정 불가!”


교관들은 또다시 나타난 측정 불가를 보고 숨이 넘어갈 지경에 다다랐다


“실제로 측정 불가 헌터를 보게 될 줄이야...!”

“기, 기다려 당장 전화하고 올 테니까!”


민혁은 속으로 간절히 외쳤다.


“방화벽 이 새끼야 잠깐만 멈춰보라고.”


[방화벽은 멈출 수 없습니다.]

[대신 방화벽의 강도를 낮춥니다.]


그제야 녀석이 말을 듣기 시작했다.


‘뭐, 이 정도면 나름 유도리 있다. 기계치고는.’


방화벽의 강도가 낮아지자 측정 기계의 반응도 달라졌다.


측정 불가에서 다시 재측정으로 들어갔고.

새로운 등급이 나타난 것이다.


“어...? 자, 잠깐만 이거 봐봐!”


한 교관이 다른 교관들을 불러들였다.


“왜? 뭔데?”

“무슨 일이야?”

“어?”


그들도 기계가 다시 재측정에 들어간 걸 발견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측정된 결과가 바뀐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F... F등급...?”


측정 기계에 F등급이 나온 것이다.


교관들은 충격에 빠졌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민혁의 등급이 F라는 걸.


“아니, 어떻게 측정 불가에서 F등급이 나올 수 있는 거지?”

“다시 한번 측정해 봐...!”


결국 그들은 재측정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저 F라는 초라한 알파벳이 당당히 나타날 뿐이었다.


“이,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교관들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마정석 모형도 부술 정도인데...”

“아쉽지만... 이런 특이 케이스가 있긴 하죠.”


간혹 존재한다.


처음엔 남들보다 우위였지만,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서 남들보다 뒤처지는 헌터가.


그들은 민혁의 경우가 딱 그렇다고 생각했다. 측정 불가가 있었지만, 그 후 F등급만 나왔다. 도저히 믿지 못한 교관이 여러 번 재측정했지만 결과는 변함없었다.


측정 불가가 나온 건 기계가 오류를 일으켰다고 보는 게 맞는 상황이었다.


“젠장, 드디어 청천이나 사신을 이겨보나 했는데...”


교관들이 유독 아쉬워하는 이유는 백진 길드가 다른 최상위 길드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측정 불가 헌터가 백진 길드에 들어온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단 한 명의 헌터로 순위를 뒤집을 수 있는 게 측정 불가 헌터였으니까.


하지만 이미 물 건너간 망상에 불과했다.


“F... F입니다.”

“아이고, 아쉽네요.”


민혁은 최대한 아쉬운 척을 하며 F라고 적힌 종이테이프를 건네받았다.


F라고 해도 합격 여부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그저 마지막 시험에서 형평성 있게 조를 편성하기 위해 등급을 나눈 것뿐이니까.


민혁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뒤를 돌았는데.


“푸풉!”


박진성 이놈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크 모형이 사실은 불량이었다는 게 진짜였나 보네. F급이 박살을 낸 걸 보면 말이야 킥킥킥!”


놈은 뭐가 그리 신났는지 민혁 주위를 맴돌며 떠들어 대기 바빴다.


“찢어 죽이기 전에 꺼져라.”


표정을 확 구긴 채 녀석에게 말했다.


“어, 어...?”


그냥 장난 한번 쳐봤는데 녀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모습이 또 여간 웃긴 게 아니라 저절로 웃음이 터졌다.


“푸훕!”

“이, 이 새끼야...! 아오, 확 그냥 때려버릴라.”


장난인 걸 안 녀석이 땀을 뻘뻘 흘리며 화를 낸다.


고작 이런 거로 엄청난 반응을 보이니 장난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는 동안 모든 지원자의 등급 측정이 끝났다. 이제 진짜 마지막 테스트인 던전 공략만 남은 것이다.


“이제 진짜 마지막입니다. 다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교관은 지원자들을 쭉 둘러보다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포기하실 분은 포기하시길 바랍니다.”


그것은 마지막 배려였다.


“최대한 난이도가 낮은 던전을 준비했지만, 다들 아실 겁니다. 던전에선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걸 말입니다.”


헌터 자격증도 따지 못한 이들이 던전에 들어간다는 건 야생의 한 가운데에 던져지는 것과 같았다.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아직 젊습니다. 지금이 아니라 더 실력을 키운 후에 다시 도전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입니다. 미숙한 실력으로 던전에 들어가 죽는다면 다음은 없으니까요.”


고민하는 지원자들이 여럿 있었지만 결국 포기하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좋습니다. 그럼 조 편성이 끝나면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


“....”

“너는 왜 이렇게 나만 쫓아다니냐? 이젠 무서울 정도다.”

“시, 시발...! 쫓아다니긴 뭘 쫓아다녀!”


민혁과 박진성은 같은 조가 되었다.


아무리 조원이 5명이라지만 어떻게 같은 조가 되었는지.


참으로 질긴 인연이다.


그 모습을 보고 같은 조가 된 이지연이 말했다.


“두 분은 같은 학원 출신이세요? 엄청 친하시네요.”

“절대 아닙니다! 저는 명진 학원 출신이지만 이놈은 학원도 안 다녔다고요!”

“학원을 안 다녀요...?”


이지연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순간 분위기가 싸해지나 싶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 다른 사람이었으면 좀 그랬을 것 같은데 민혁 씨면 믿을 수 있죠.”


지금까지 민혁이 보여준 모습 때문이었다.


아무리 학원을 안 다니고, F등급이라고 해도 민혁이 보여준 모습은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민혁은 모든 테스트를 1위로 통과했으니까.


하지만 아닌 녀석도 있었다.


“아니, 학원은 기본적으로 다녀야 하는 거 아닌가? 이제 던전 공략인데 당연히 아는 것도 없을 거고. 이러면 다른 조원들한테 피해만 줄 텐데 에휴.”


다른 조원인 김동원이었다. 녀석의 투정은 장난감을 사달라 떼를 쓰는 꼬마와 동급이었다.


어찌나 쉬지 않고 징징거리는지 머리가 울릴 정도다.


“저거 너랑 비슷한 것 같은데?”

“뭐? 어딜 봐서 내가 저런 새끼랑 비슷해!”


박진성이 꽤액 소리를 질렀다.


“이 새끼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그 소리를 듣고 김동원이 한 대 칠 것처럼 다가왔다. 자기가 먼저 시작해놓고 뭐가 저리 분한 건지.


“다들 그만 싸우시고 공략 준비부터 합시다.”


싸움을 말린 건 마지막 조원인 손상현이었다.


김동원이랑 같은 학원이라고 하는데 놈과 달리 유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후우, 그래야지. 내가 참아야지. 이런 것들한테 화내봐야 나만 손해니까.”


김동원은 그렇게 말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박진성은 무서워서 오줌이라도 지렸냐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시험이라서 참았다. 진짜.”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먼저 장비부터 고릅시다. 혹시 챙겨오신 분 계십니까?”


민혁과 박진성이 손을 들었다.


박진성은 씨익 웃으며 캐리어에 담긴 자신의 장비를 선보였다. 꽤 자신이 있는 모양이다.


캐리어를 열자 검과 갑옷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단조로운 생김새였지만, 기품이 넘치는 것이 보통 무기는 아닌 것 같았다. 갑옷 또한 비슷했다.


박진성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 말했다.


“레어 등급입니다.”

“레, 레어요? 와, 지원자가 쓰는 건 처음 봐요! 지금까지 노멀밖에 못 봤는데.”


이지연이 관심을 보이자 녀석의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그런데 그때.


띠링.


[살기를 감지했습니다.]

[전투 모드가 활성화됩니다.]


민혁에게 경고음이 울렸다.


‘살기? 여긴 던전도 아닌데? 그렇다면...’


민혁은 최소한의 동작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이 살기는 몬스터의 것이 아니다. 사람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지? 별로 생각나는 사람은 없는데··· 혹시 박진성 이 새낀가?’


유독 녀석을 많이 놀리긴 했다. 무엇보다 이곳에 와서 박진성 말고는 이렇다 할 트러블이 전혀 없었다.


민혁은 박진성을 유심히 살펴봤다. 놈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면 분명 평소와 반응이 다를 터.


하지만 놈의 태도는 여전히 변함없었다.


레어템 덕에 기세가 등등해져서 옆에서 깐죽거리기 바빴다.


“어이, 너도 멀뚱멀뚱 있지 말고, 무기 좀 꺼내 봐.”


이놈은 아니다.

민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녀석의 멍청한 표정을 보면 도저히 살인을 할 놈으로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왜? 못 보여 주겠어? 무기 보관용 캐리어도 없구만. 원래부터 없었던 거 아니야? 으응?”

“또, 또 깝친다.”


레어 정도면 이번 시험에 힘 좀 쓰긴 했다. 하지만 민혁이 가진 무기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보여줄 순 없지.’


적이 있다는 걸 아는데 굳이 자신의 패를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그만 싸우시고 다들 무기나 챙기러 가요!”


조원들이 길드에서 빌려주는 보급용 장비를 받으러 갔다.


“넌 안 가지러 가냐?”


“필요 없어.”


“뭐...? 뭐가 필요 없다는 거야. 빨리 가서 당장 가져와! 무기도 없는 놈이 안에 뭐가 나올 줄 알고 안 챙겨 가겠다는 거야?”


“싫은데?”


“아, 빨리 가져오라고! 너 하나 때문에 다 뒤질 수도 있다고!”


그제야 민혁은 씨익 웃으며 무기를 가지러 갔다.


‘확실해. 저놈은 아니야.’


혹시 몰라 반응을 떠봤다.


만약 박진성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면, 굳이 무기를 챙기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기가 없어야 죽이기 편할 테니까.


‘뭐, 그게 아니라도 좀 깝치긴 하지만 사람을 죽일 놈은 아닌 것 같지만.’


팀원들이 장비를 갖추고 한자리에 모였다.


“어차피 저희끼리 포지션을 나누는 건 의미 없다고 봅니다.”


제일 먼저 말을 꺼낸 건 민혁이었다.


“던전 난이도도 높을 것 같진 않으니까 몬스터 잡을 땐 다 같이 덤벼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좋네요.”


손상현이 대답했다.


다른 팀원들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동원이 뚱한 표정을 지었지만, 반박하진 못했다.


그때 교관이 소리쳤다.


“준비되신 분들은 교관을 따라서 정해진 던전에 입장하시면 됩니다.”


민혁의 팀은 교관을 따라 던전으로 이동했다.


조 편성 후 미리 이동했던 터라 던전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던전이 가까워지자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진성아, 그만 좀 떨어라. 오줌 쌀까 봐 무섭다.”

“뭐, 뭔 개소리야!”

“푸훕!”


민혁이 가벼운 농담을 던지자 다들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린 것 같았다.


이젠 진짜로 던전에 들어갈 시간이다.


“자, 들어갑니다.”


그 말을 끝으로 모두 던전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순간.


게이트의 색깔이 피처럼 붉게 물들었다.


“어···? 어! 레드 게이트다!”


***


던전 안.


“이거 뭔가 이상한데요?”

“그냥 던전이 아니에요!”


붉게 변한 게이트를 보며 팀원들은 패닉 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경우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레드 게이트.’


하지만 그 와중 민혁은 다른 것에 놀라고 있었다.


[히든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던전 공략 시 히든 스킬을 획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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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정체를 숨긴 자 (4) 20.11.03 248 13 12쪽
22 정체를 숨긴 자 (3) 20.11.02 282 11 12쪽
» 정체를 숨긴 자 (2) 20.11.01 329 10 13쪽
20 정체를 숨긴 자 (1) 20.10.31 367 11 12쪽
19 시험 (3) 20.10.30 389 13 13쪽
18 시험 (2) 20.10.29 415 12 13쪽
17 시험 (1) 20.10.28 432 10 13쪽
16 첫 던전은 캐리해야지 (3) 20.10.27 463 12 15쪽
15 첫 던전은 캐리해야지 (2) 20.10.26 490 10 15쪽
14 첫 던전은 캐리해야지 (1) 20.10.25 550 13 13쪽
13 정체가 드러나다 (2) +1 20.10.24 586 15 14쪽
12 정체가 드러나다 (1) 20.10.23 585 12 12쪽
11 탈출 (3) 20.10.22 605 13 12쪽
10 탈출 (2) +2 20.10.21 593 14 13쪽
9 탈출 (1) 20.10.20 632 12 13쪽
8 탈출을 준비하다 (3) 20.10.19 667 9 16쪽
7 탈출을 준비하다 (2) 20.10.18 691 12 13쪽
6 탈출을 준비하다 (1) 20.10.17 734 14 14쪽
5 변화의 시작 (4) +1 20.10.16 831 16 17쪽
4 변화의 시작 (3) +2 20.10.15 941 14 12쪽
3 변화의 시작 (2) +1 20.10.14 992 18 13쪽
2 변화의 시작 (1) +3 20.10.13 1,215 18 14쪽
1 프롤로그 +1 20.10.13 1,182 14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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