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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카프 님의 서재입니다.

시스템을 삼킨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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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카프
작품등록일 :
2020.10.13 04:16
최근연재일 :
2020.11.03 10: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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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3,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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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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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정체를 숨긴 자 (1)

DUMMY

출발한 지 19분 10초.

박진성을 힘겹게 도착했다.


“허억, 허억.”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그는 전광판을 바라봤다. 1조에서 2등. 그러나 기뻐할 수는 없었다. 1등과의 차이가 무려 10분. 그야말로 압도적인 차이였기 때문이다.


여유롭게 쉬고 있던 민혁이 박진성에게 다가온다.


‘왜 오는 거야···’


그렇게 민혁을 놀려댔는데 무슨 낯짝으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까.


터벅.


민혁이 박진성 앞에 멈췄다.


“뭐, 뭔데···?”


박진성이 눈썹을 찡그리며 바라봤다.

그러자 민혁은.


“푸후훕!”

“······”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 * *


모든 조가 체력 테스트를 맞췄다.

교관들이 예상한 대로 지원자의 70%가 떨어져 나갔다.


지원자들에겐 잠깐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고, 교관들은 그들의 기록을 감상하고 있었다.


“올해는 괜찮은 사람들이 많네요.”


아직 체력 테스트만 했을 뿐이지만 작년에 비하면 기록들이 월등히 높았다.


“특히 김민혁. 이 사람은 독보적입니다.”


다른 교관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체력 테스트로만 치면 프로 헌터들이랑 비교해도 꿀릴 게 없는 기록이었다. 그 정도로 다른 지원자와 수준이 달랐다.


“백진 길드 체력 테스트 신기록이라네요.”


전에 없던 기록을 세울 정도로.


“그런데 이 정도면 스카우트 받고 들어와도 충분한데 왜 못 받은 건지 의문이긴 하네요.”


“아직 체력밖에 안 봤잖아요. 다른 곳에 하자가 있을지 모르죠.”


사람마다 체력이 다르듯 체력이 유독 좋은 헌터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모두 뛰어난 헌터는 아니었다. 헌터에게 체력은 필수이나 체력만 좋은 헌터는 좋은 헌터가 아니니까.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두고 보면 알게 되겠죠. 체력만 좋은 쭉정이인지, 체력까지 좋은 괴물인 건지는.”


“그럼 슬슬 다음 시험 준비할까요?”


“아, 다음이면 그거죠? 이야, 학원에서 준비했던 사람들은 꽤 당황하겠네요.”


“항상 똑같으면 재미없으니까요.”


교관들은 당황할 지원자들을 생각하며 웃었다.


* * *


체력 시험으로 걸러진 인원들은 교관의 지시대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도착한 곳엔 오크를 본 떠 만든 모형이 있었다.


모형을 본 지원자들이 수군거렸다.


“뭐야...? 원래 근력 테스트는 강철 부러트리기 아니야? 학원에서 그렇게 알려줬잖아.”


그때 교관 중 한 명이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자, 자. 다들 조용히 해주시길 바랍니다.”


교관의 말에 주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처음 있었던 어깨빵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난 것이었다.


“다들 보셔서 알겠지만 이번 시험은 이번 근력 테스트는 강철 부러트리기가 아닙니다. 올해부터는 다른 방식으로 테스트를 진행할 겁니다.”


헌터 지망생들이 동시에 탄식을 내뱉었다.


거의 모든 지망생이 학원을 통해 시험에 대비했다. 그런데 전혀 준비하지 않았던 테스트가 나와 버렸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교관은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가볍게 웃었다.


“지금부터 근력 테스트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앞에 오크처럼 생긴 모형이 보이십니까? 이 모형은 오크를 완전히 본떠서 만든 겁니다. 근육이나 장기까지 전부 섬세하게 말이죠.


교관이 오크 모형을 툭툭 친 다음 말을 이었다.


새로 바뀐 근력 테스트는 정말 간단합니다. 제가 시범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교관이 마이크를 왼손으로 옮기고 오른손을 말아 쥐었다. 그리고 모형의 관자놀이를 정확히 가격했다.


쾅!


모형이 미친 듯이 흔들리더니, 전광판에 합격이란 단어가 나타났다.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쉽죠?”


지원자들은 그 모습을 보고 다시 안심했다. 테스트 방식이 의외로 간단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펀칭 기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시험이었다.


“그럼 호명하는 인원은 나와서 치시면 됩니다. 참고로 기회는 딱 한 번입니다.”


가장 먼저 호명된 지원자가 앞으로 나왔다. 긴장된 기색이 역력한 그는 호흡을 가다듬고 주먹을 날렸다.


딱.


“악! 아악! 뭐야 이거! 존나 아파!”


주먹을 날린 지원자가 주먹을 감싸 쥐고 방방 뛰었다. 오크 모형이 상상 이상으로 단단했던 것이다.


모형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고, 전광판에는 불합격이 나타났다.


“탈락입니다.”


얼마나 아픈지 눈물까지 흘린 지원자가 힘없이 내려왔다.


“도대체 얼마나 단단한 거야...?”


많은 지원자의 표정이 잿빛으로 바뀌었다. 근력을 테스트는 하는데 오크 모형이 저렇게나 단단하다니.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 다음!”


다음 지원자가 모형 앞에 섰다. 그는 모형이 단단하다는 걸 너무 인식한 나머지 힘없는 주먹을 날려댔다. 당연히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다른 지원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통을 참아가며 모형을 때렸지만, 합격은 나오지 않았다. 아니면 힘을 아끼느라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교관들은 그런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이러다 다 떨어지는 거 아닙니까?”

“이런 것도 모르는 놈들은 떨어져야죠.”


지원자들은 이번 테스트가 단순한 펀칭 기계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이번 시험의 진짜 의도는 오크 모형의 약점을 찾아내는 데 있었다.


그 약점의 위치는 실제 오크의 약점과 동일하다.


그리고 그 부위는 다른 곳에 비해 훨씬 부드럽게 제작되어 있었다.


즉 이번 테스트는 몬스터 약점인 부위를 찾아내 죽일 수 있는 힘으로 공격하는 게 목적이었다.


탈락한 지원자들은 그런 걸 전혀 생각도 하지 않으니 탈락하는 게 당연했다.


"그렇게 힌트를 줬는데도 원...“

“그러게 말입니다. 다 주입식 교육의 한계죠.”


헌터에게 필요한 건 수없이 많지만, 그중 하나를 뽑자면 위기 상황의 대처를 뽑을 수 있다.


하지만 유독 한국 헌터들이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이 다른 나라의 헌터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학원에서 시작된 주입식 교육 때문이었다.


헌터 시험에 대비해 같은 것만 계속 반복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던전에선 절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매 순간 변수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변수에 대처하지 못하는 헌터는 제일 먼저 죽어 나갈 뿐이다.


“이런 간단한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면 굳이 합격시킬 필요는 없죠.”


그게 이번 테스트의 종목을 바꾼 이유였다.


그리고 그때.

민혁의 차례가 다가왔다.


“오, 이번엔 저 친구네요.”

“체력은 잘했는데 이번에도 잘할지 기대되네요.”


교관들이 민혁을 알아보고 집중했다.


‘보면 볼수록 사기란 말이야.’


오크 모형 앞에선 민혁은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오크 모형에 생각지도 못한 조준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혹시나 했는데 조준점이 나오는 걸 보면 내 생각이 맞았어.’


민혁은 처음부터 이번 시험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종목이 바뀌었다면 분명 의도가 있을 테니까.


'게다가 교관의 시범.'


교관은 시범을 보여준다며 오크 모형의 관자놀이를 때렸다. 하필 복부 같은 면적이 넓은 곳을 놔두고 어째서 관자놀이를 때렸을까.


‘그 부위가 오크의 약점이기 때문이겠지.’


오크는 신체의 대부분이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복부는 그중에서 가장 단단한 부위에 속했다.


그리고 관자놀이는 오크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모형 앞에 선 민혁의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교관이 때렸던 곳 그대로 조준점이 표시돼 있으면 딱 사이즈 나오지.’


관자놀이뿐만 아니라 오크의 약점이 뽑히는 부분에는 죄다 조준점이 나타났다.


이 중에서 고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민혁은 교관과 똑같이 관자놀이를 노리기로 했다.


그런데 그때 탈락한 지원자가 씩씩거리며 교관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시험 종목이 갑자기 바뀐 건 그렇다 쳐도. 이거 합격 할 수 있는 건 맞아요? 지금까지 한 명도 통과를 못 했잖아요!”


교관은 단호하게 말했다.


“가능합니다.”


그리고 민혁을 보며 다시 말했다.


“아, 계속하시죠.”

“네.”


민혁은 다시 자세를 잡았다. 뒤에서 탈락한 지원자가 계속 뭐라 말했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온 힘을 다해 관자놀이를 가격한다.


쾅!


콰드득!


“어...?”


그런데 한 번의 주먹질로 오크 모형이 박살이 나버렸다.


“뭐, 뭐야? 이거 고장 난 것 같은데요...?”


당황한 민혁이 교관을 바라봤다.


그런데 교관의 표정도 어딘가 고장 난 것 같았다.


“가능하죠...?”


교관이 따지고 있던 지원자에게 말했다.


“.....”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괴물이네요.”

“괴물입니다.”

“괴물이 맞습니다.”


교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전부 민혁에 관한 얘기였다.


마정석은 굉장히 단단한 광물에 속했다. 그런데 그걸 가공해 만든 모형을 깨부쉈다. 단 한 방에.


헌터에겐 별것도 아닌 일이지만 헌터 지망생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랭크 측정에서 기대되는 건 또 처음이네요.”


높은 등급의 유망주는 이미 스카우트가 된 상태다. 당연히 시험을 보러 온 지원자 중에서 엄청나게 높은 등급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민혁의 압도적인 모습은 저절로 기대하게 만들었다.


“빨리 시작하죠. 저도 뭐가 나올지 궁금하니까요.”


* * *


남은 지원자들이 랭크를 재기 위해 줄을 섰다.


‘의외로 많이 통과했네.’


민혁이 모형을 부순 후 다른 지원자들도 근력 테스트에 대해 눈치를 챘다. 전부 관자놀이만 노린 것이다.


“어? 어디서 본 뒤통순데.”


민혁이 자신의 앞에 선 사람을 유심히 지켜봤다. 쳐다보는 걸 알아챈 걸까. 그의 목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민혁은 씨익 웃으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거, 이거 꿀팁 찾으러 다니시는 꿀벌 박진성 씨 아니신가.”


“거, 그냥 모르는 척하지...”


박진성은 체력 테스트 이후로 민혁을 피해 다녔다. 게다가 근력 테스트에서 오크 모형까지 박살 냈으니 도저히 만나고 싶지가 않았다. 자신이 한 짓이 있었으니까.


“금방 떨어질 줄 알았는데 오래 가네.”


“뭘 빨리 떨어져! 여기까지 왔으면 통과나 다름이 없는데.”


“오오, 랭크에는 자신이 있나 봐?”


박진성은 대답 대신 웃었다.

어지간히 자신이 있나 보다.


어느덧 박진성의 차례가 다가왔다. 그는 자신 있게 측정 기계 앞에 섰다.


민혁은 그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생각보다 능력치가 낮게 나온다면 신명 나게 놀려주기 위해서.


“잠깐 숨을 멈추세요.”

“훕!”


교관의 말대로 숨을 멈추자, 기계가 작동됐다.


띠링.


박진성의 등급이 나오자 교관들이 감탄했다.


“오오, 괜찮네요.”

“A급이면 상당한데요?”


그의 등급은 A. 굉장히 높은 등급에 속했다.


물론 A등급 헌터라는 건 아니다. 성장 가능성이 A라는 뜻이었다.


헌터 지망생의 현재 등급을 재는 건 무의미하기에 성장 가능성을 측정하는 것이다.


박진성이 민혁을 보며 봤냐? 하는 표정을 지었다.


등급 좀 잘 나왔다고 기세등등해진 모습이 퍽 웃기다.


“다음 분 오세요.”


민혁의 차례가 되었다.


교관들은 물론 다른 지원자들까지 집중한 채 쳐다봤다. 이전에 모형을 부숴버린 걸 보고 남다르다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


교관이 침을 꿀꺽 삼킨 뒤 능력을 재기 시작했다.


“어? 이게 왜 이러지...?”


그런데 측정을 하던 교관이 당황했다.


“무슨 일이야?”


다른 교관들이 몰려왔다. 민혁의 등급이 궁금해서 기다리고 있던 교관들이었다.


“이거...? 설마...?”


측정 기계를 본 교관들이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측정 불가.


기계에 나타난 등급이었다.


“설마 측정 불가 헌터?”


나타낼 수 있는 등급 중 가장 높은 건 S등급이다. 그러나 S급을 넘어선 존재한다. 루카스 밀러. 그리고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괴물 같은 헌터들.


사람들은 그들을 측정 불가 헌터라고 불렀다.


“설마 한국에도 측정 불가 헌터가 나온 건가... 그것도 우리 백진 길드에...!”


교관이 감동에 찬 눈으로 민혁을 바라봤다.


하지만 민혁은 그런 걸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왜··· 갑자기 측정 불가가···?’


그때 교관이 민혁을 불렀다.


“저... 김민혁 씨.”

“예?”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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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정체를 숨긴 자 (3) 20.11.02 282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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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체를 숨긴 자 (1) 20.10.31 367 11 12쪽
19 시험 (3) 20.10.30 389 13 13쪽
18 시험 (2) 20.10.29 415 12 13쪽
17 시험 (1) 20.10.28 432 10 13쪽
16 첫 던전은 캐리해야지 (3) 20.10.27 463 12 15쪽
15 첫 던전은 캐리해야지 (2) 20.10.26 490 10 15쪽
14 첫 던전은 캐리해야지 (1) 20.10.25 550 13 13쪽
13 정체가 드러나다 (2) +1 20.10.24 586 15 14쪽
12 정체가 드러나다 (1) 20.10.23 585 12 12쪽
11 탈출 (3) 20.10.22 605 13 12쪽
10 탈출 (2) +2 20.10.21 593 14 13쪽
9 탈출 (1) 20.10.20 632 12 13쪽
8 탈출을 준비하다 (3) 20.10.19 667 9 16쪽
7 탈출을 준비하다 (2) 20.10.18 691 12 13쪽
6 탈출을 준비하다 (1) 20.10.17 734 14 14쪽
5 변화의 시작 (4) +1 20.10.16 831 16 17쪽
4 변화의 시작 (3) +2 20.10.15 941 14 12쪽
3 변화의 시작 (2) +1 20.10.14 992 18 13쪽
2 변화의 시작 (1) +3 20.10.13 1,215 18 14쪽
1 프롤로그 +1 20.10.13 1,181 14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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