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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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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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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1.01.2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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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23
추천
131
글자
12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2 - 꿈과 희망의 땅 (1)

DUMMY

" 가버렸나... "


역할을 마친 황금빛 열쇠가 재가 되어 흩날렸다. 동시에 삼차원 마법진 역시 빛을 잃고 공간은 다시 어둠으로 뒤덮혔다. 청년은 방금 전까지 진 중앙에 있었던 열한명의 사람 - 그는 도중에 난입한 한명은 보지 못했다 - 들을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 선조님들, 후손들을 너무 탓하지 마십시오. 적어도 선조님들의 피를 이은 사람이 한명은 여러분들이 염원하던 곳으로 갔으니까요. "


그리곤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해서 이동한 자들의 앞날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애석하게도 청년의 머릿속엔 피로 물든 미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 역시 어른들 말대로 없애버리는게 좋았을까. "


괜히 마법진을 남겨뒀다는 생각이 들자 청년은 문득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피로 흥건히 물든 손이 비쳤다. 눈을 깜박인다. 새하얀 손이 비친다.


" 괜한 짓을 했을지도... "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지만 시간을 되돌린들 청년은 똑같은 일을 할 것이다. 오직 그것만을 위해 수십년간 대를 이어 메달려왔던 선조들의 노력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으니까





마법진이 발동하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이한 공간으로 빨려들어가면서 우습게도 진환은 자신이 꼭 청소기에 빨려들어가는 먼지같다는 생각을 했다. 끝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통로를 따라 빨려들어가던 일행은 마침내 빛을 맞이했다.


쿠웅!


" 아흑! "


짐을 가득 진 배낭 덕분에 충격은 한결 줄어들었지만 양 손에 들고 있던 책더미가 허공에 흩날렸다가 추락하며 진환의 이마를 강타했다. 순간적으로 기묘한 비명을 내지른 그는 한참 뒤에야 멍한 정신을 수습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 끄으응... "


진환을 제외한 열명의 사람들이 각자 신음을 흘리며 일어서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성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마법진의 중앙에 도착하지 못하고 휩쓸려버렸으니 청년의 경고대로 최악의 경우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말리기 위해 찾아온 가장 친한 친구가 맞이한 불행에 어둠이 드리웠다.


' 그 녀석, 왜 괜한 짓을 해가지고! '


진환은 엉뚱한 짓을 벌인 성훈이나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자신을 탓했지만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충격에 빠져있던 그는 애써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 그래, 죽었을거라는 보장은 없어. 우리랑 떨어진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고 그대로 지구에 남아있을지도 모르잖아. 분명 그럴거야. '


억지라는건 알지만 그렇게 생각하자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애써 긍정적인 결론을 내린 그는 의식적으로 더 이상 성훈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속만 쓰릴 뿐, 바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때마침 주변을 살펴본 사람들의 흥분된 목소리가 그의 관심사를 현실로 이끌었다.


" 오오, 진짜다!! 진짜 판타지 세상으로 왔어! "


" 꺄~악! 어쩜, 성공이야, 성공!! "


각양각색의 환호성에 그제야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은 굉장히 넓은 밀림이었다. 그들은 밀림에 솟은 높은 산 꼭대기에 있었는데 전망대처럼 넓게 트인 시야 어디를 돌아봐도 대지는 잎이 넓은 초목으로 뒤덮혀 있었다. 넘실거리는 초록 빛 대지에서 사람들을 흥분시킨 건 하늘 높이 해가 뜬 방향 아래, 시야 끝에 살짝 걸쳐있는 마을이었다. 초록빛 일색의 대지에 붉고 하얀 인간의 마을은 분명히 눈에 띄었다. 거리가 너무 멀어 자세한 양식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 한국의 것과는 꽤나 다른 모습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직까지 대한민국에 이만한 밀림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마을이 있는 방향을 제외하면 어디건 지평선 끝까지 나무들이 빽빽히 늘어서 있었다.


" 다들 통성명부터 하죠. 이제 당분간은 함께 지낼 사이잖아요? "


좋아서 껑충껑충 뛰던 여자가 먼저 제의했다. 갓 스무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젊은 여자는 열한명의 지구인들 중 셋 밖에 되지않는 여자 중 하나였다. 그녀의 제의는 타당했다. 적어도 이 밀림을 빠져나갈때까지는 함께 행동하는게 유리했으니까.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의외로 시원찮았다.


" 네가 무슨 도움이 되는데? 보아하니 남들 뜯어먹으려고 작정하고 책하고 몸만 덩그렁히 온 모양인데, 널 먹여살려가며 데려갈 가치가 있나? "


배낭 하나 가득히 짐을 가진 삼십대의 사내가 싸늘하게 물었다. 그는 꼭 조폭처럼 험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차갑고 위협적인 목소리까지 더해져 일행 중에서 가장 위험한 냄새를 풍겼다. 하지만 여자는 그런 것은 개의치 않는지, 아니면 눌리면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당당하게 받아쳤다.


" 어머, 말이 좀 심하시네요. 가치가 없으면 죽어야 한다는 것 처럼 들리는데, 사람을 그런 식으로 밖에 못 보나요? "


그러자 사내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이곳의 현 주소를 깨닫게했다.


" 까불지 마라. 여긴 아무것도 없어. 너희 눈에 저 멀리 마을이 보이니까 아직도 문명사회에 있는 줄 아는 모양인데, 당장 여기서 니년을 쳐죽여도 말릴 놈 하나도 없어. 여기 있는 새끼들 믿는거라면 꿈 깨시지! "


" 꺄악! "


사내는 말릴세도 없이 여자의 뺨을 전력으로 후려갈겼다. 그 야만적인 행동에 사람들의 몸이 굳었다. 그렇다, 이제부터는 무력이 곧 법이다. 좌중은 한순간 사내에게 압도당했다. 순식간에 일행의 주도권을 쥔 것이다. 어쩌면 그는 이것을 노리고 일부러 이런 퍼포먼스를 벌이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는 너무 흥분했다. 조금만 차분하게 주변을 살펴보았으면 좋았을텐데.


파지지지직!


" 커어어억! "


털썩, 방금전까지 위엄넘치던 사내의 몸이 힘없이 쓰러진다. 그의 뒤로 스턴건을 쥔 어디에나 있을법한 사십대 아저씨의 푸근한 몸이 보였다. 그러나 그 차갑게 가라앉은 눈만큼은 남달랐다. 이미 바닥을 겪었던 사람의 눈이다.


" 어디 중학생 시절에나 통할 짓을 하고 앉았어? "


그는 배낭에서 자일을 꺼내 사내의 손발을 꽁꽁 묶고는 그의 주머니와 품을 뒤져 손바닥만한 칼과 라이터를 꺼냈다. 이로서 사내는 완전히 무장해제 상태가 되었다. 아저씨는 버둥거리는 사내에겐 눈길도 주지않고 그의 짐을 뺨을 얻어맞은 여자에게 던져주었다.


" 그건 아가씨가 가지쇼. 저런 싸가지없는 새끼는 짐승밥이 되도 싼놈이요. 여기 온 것도 어차피 사람 죽이고 도망쳐온거겠지. "


" 고맙습니다. "


짐을 받아든 여자는 그 사이 볼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다. 아저씨가 던진 짐을 받아든 그녀는 그 무게에 잠시 휘청거렸다. 안을 열어본다. 식량과 스리아 어 교본, 길쭉한 회 칼이 두 자루 들어 있었다. 애시당초 필요한 것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갈취할 생각이었던 모양인지 그 외에는 갈아입을 옷조차도 없었다. 아저씨가 벌떡 일어서자 남은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다 같이 일어나 바닥에 버둥거리는 사내를 내버려두고 자리를 옮겼다. 오래 내려갈 것도 없었다. 삼분정도 내려가니 부러진 나무가 있는 넓은 공간이 나왔다. 부러진 나무에 걸터앉은 아저씨를 필두로 사람들은 각자 자기 좋을 자리를 골라 앉았다.


" 자자, 이제 편하게들 자기소개나 해봅시다. 난 박연혁이요. 이름이 연혁이라서 예전에는 놀림 많이 받았지. 그리고 이쪽은 내 아내인 장연희라고 합니다. 이름이 비슷한 걸 인연으로 어쩌다보니 결혼까지 했지요. 마지막으로 우리 딸 현이. 다들 귀엽게 봐주십시오. "


" 장연희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


" 박현이에요. 짤 부탁합니다. "


연혁의 나이는 확실히 마흔은 넘겼고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는 장연희의 나이도 최소한 서른 후반줄이었는데 어른들이 하는걸 따라 인사하는 그들의 딸 박현은 아직 일곱살도 되지않은 듯했다. 설마 어린 딸을 포함해 가족 전체가 이주를 결심하다니, 얼마나 힘들면 저런 결단을 내렸을까? 진환은 저 사람들이 대체 무슨 일을 겪고 여기까지 왔는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 서정미입니다. V 대학 경영학부 1학년이에요. 잘 부탁드려요. "


박연혁 가족들에 이어 뻗어버린 사내에게 얻어맞았던 여자가 자기소개를 했다. 예상대로 이제 대학 2학년 올라가는 풋내기였다.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자 눈치를 보던 사람들도 하나 둘 자기소개를 했다. 사람들의 나이대는 생각보다 높았다. 고등학생이 제법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진환의 예상과는 달리 최종적으로 남은 자리에서 고등학생은 그 하나뿐이었고 박현을 제외하면 갓 스물하나인 서정미가 제일 어렸다. 나머지는 대게 이십대 중반에서 삼십대 초반이었다.


" 정미양은 왜 여기오려고 정했나요? V 대학이면 학교도 제법 명문이고 이제 스무살이니 한창 재미있는 일이 많을 나이인데. "


자기소개가 끝나고 분위기가 좀 풀리자 김영훈이라 자신을 소개했던 스물다섯살 청년이 물었다. 연애쪽으로는 세포가 발달하지 못한 진환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호감어린 태도였는데 제법 곱상하게 생긴 서정미가 마음에 든 눈치였다. 그러자 서정미는 대뜸 손가락을 들어올리더니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불을 피워올리는게 아닌가! 모두의 눈이 부릅떠졌다.


"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전 백여년 전에 지구로 왔던 사람들의 후손 중 한사람이에요. 우리를 여기로 보내준 현준오빠랑은 먼 친척뻘이죠.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집안에 내려오는 이야기도 있고해서 전 어릴 적부터 마법소녀를 꿈꾸며 마법을 공부했어요. 너무 어려워서 아직 대단한 마법은 못쓰지만요. "


그녀는 부끄러운 듯 아직은 딱 라이터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것만으로도 여차할 때는 도움이 되는 특기였지만 영훈은 그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를 놓치지 않았다.


" 그럼 스리아 어도 잘하겠네요? "


" 네! 여러분이 말을 익히는걸 도와드리고 통역을 해드릴 정도는 할 수 있어요. "


사람들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교본이 있다고 해도 당분간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큰 문제였지만 훌륭한 통역사가 합류함으로서 해결된 것이다. 환호소리로 타오르는 분위기에 박연혁이 기름을 끼얹었다.


" 다행히 나침반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마침 마을도 정북쪽에 있으니 침이 가르키는 방향으로만 나아가면 마을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


희망적인 소식이 겹쳐지는 가운데 열명의 사람들은 서로 역할을 나누었다. 먼저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르니 두 명씩 조를 짜 불침번을 정하고 순서를 맞췄다. 여자들과 아직 어린 박현은 불침번에서 제외되었기에 번을 서는건 남자 여섯명, 세 조였다. 덕분에 한명이 남았는데 이것은 매일 돌아가면서 한명씩 쉬는걸로 합의헀다. 식량도 일일분 정도의 개인 비상식량을 제외하곤 공동으로 쓰기로 합의했다. 책만 덜렁 들고 들어온 정아가 가장 큰 헤택을 받았지만 유일한 통역사인 그녀에게 음식을 나눠주는데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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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는 스킵하고 넘어가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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