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월드

월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릴래이
작품등록일 :
2016.12.29 16:12
최근연재일 :
2019.10.25 16:11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642
추천수 :
2
글자수 :
122,021

작성
19.10.23 16:57
조회
14
추천
0
글자
10쪽

07. 과거 (2)

DUMMY

그러자 툴툴대던 남자가 고개를 절레었다. 다른 누군가가 코웃음을 쳤다.


“하! 이러면 장소를 추측하기가 쉬워지지. 이 자들이 우릴 너무 얕본 것 같은데. 방향을 따지고 본다면 프로베 웨이스나 론다 쪽이 유력해 보이오.”


“젠장, 그럼 적어도 이틀은 더 이러고 있어야 한다는 거잖소. 이 안은 너무 비좁고 앉기가 불편하다구. 우리가 무슨 썩은 나무 안의 애벌레가 된 것도 아니고.”


툴툴대던 남자가 불만을 제기했지만 다른 이들에게 까진 영향이 없어보였다.


“뭐 어떻소. 단순히 훈련 받으러 간다 생각하면 되지 않겠소. 아, 이러고 있으니 예전 생각이 나는군.”


한명이 유쾌하게 받아치며 군인 시절 이야기를 꺼내자 다른 이들도 이에 동조했다. 마침 모두가 전역한 군인 출신들이라 서로 아무런 거리낌은 없었다. 저 마다 다른 흥미로운 사연들이 대화의 흥을 돋우었다. 그러나 이 와중에 브란드는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그들의 얘기를 경청하기만 했다.

긴 시간이 흘렀다. 이제 햇빛은 눈에 띄게 옅어지며 늦은 오후를 알렸다. 열기가 식어 진 햇빛과 마찬가지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마차 안의 사람들 또한 하나 둘 대화를 멈춰갔고 브란드와 메릭은 같은 자세로 바깥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윽고 아까보다 마차가 더욱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브란드는 방금 마차가 사방이 불규칙적으로 움푹 파여진 꼬불꼬불한 바닥에 진입 한 거라 생각했다. 그가 잘 알고 있는 길이었으므로 이다음 닥칠 상황을 알고 있었다.


“뭐든 꽉 잡으시오.”


브란드가 메릭을 보며 귀띔해주자 메릭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메릭이 물어보기도 전에 브란드는 마차의 기둥부분을 잡으며 온 몸에 힘을 주었고 그런 그를 보며 메릭도 똑같은 행동을 취했다. 뒤 이어 아래로 뻗은 비탈길로 인해 마차가 마부 쪽으로 확 쏠리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중심을 잃으며 서로의 몸을 압박했다. 마차 안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지만 이미 대비를 하고 있던 브란드와 메릭은 가까스로 자세를 유지 할 수 있었다. 비로소 마차가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마차 안에서 성난 목소리라 울려 퍼졌다.


“이 따위 길로 접어 들 거면 미리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한명이 따지자 마부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메릭은 놀란 눈으로 브란드에게 말했다.


“이걸 어떻게 안 거요? 여기 와 본적 있소?”


“그냥 어릴 때 기억이 있었소. 정말로 맞힐 줄은 몰랐지만.”


브란드가 얼버무렸다.




***




지금 그들은 월드 대륙의 역사상 비극적인 장소 중 하나인 곳을 지나고 있었다. 예전 쓰라이브 평야였던 시절에 이터나르 라고 불리던 그곳은 월드 대륙을 잇는 가장 넓은 강으로, 옛 사람들에겐 아름다운 명소로 잘 알려지곤 했었다. 주변의 말라비틀어진 고목들과 집터의 흔적이 한 때 이곳도 마을이라 불릴 수 있었던 터전이 충분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또한 평야를 지날 때마다 이터나르 강물로 목을 축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 것으로, 이전 세대의 사람들이 이 강물에 의존하는 바가 컸던 게 분명했다. 마실 수 있는 물이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선 축복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러나 여러 세대를 거치며 이터나르 강물이 흘렀다는 기억은 그 기억을 간직한 사람들에 의해 기록으로 밖에 남지 않게 돼 버렸고 결국 후세에 들어 원래는 강물이 지나갔을 마른 구덩이를 향한 사람들의 발걸음을 끝으로 옛 모습을 완전히 잃어 버렸다. 지금은 그저 사람들의 지름길로 활용 되고 있으며 이것이 월드 대륙을 지독히도 괴롭혀 오던 비의 부제가 만들어낸 산물들 중 하나인지도 몰랐다.

속력을 늦춘 마차가 메마른 땅을 걷는 동안 순식간에 찬 공기가 주변을 에워쌌다. 쨍쨍했던 오후와는 다르게 급격히 낮아진 기온으로 바람마저 써늘해진 듯 했다. 마차 안의 일행들은 포대에서 가운으로 추정되는 거적 대기들을 꺼내 각자의 몸에 둘렀다. 브란드는 꽤 만족했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마차가 이동하며 불어오는 맞바람이 마차의 틈마다 세어 들어왔기 때문에 그리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추위에 벌벌 떨던 그들은 이내 참지 못하고 마부에게 외쳤다.


“잠시 멈춰! 멈춰보시오! 마차를 멈추라구!”


그들이 마부가 있는 쪽의 막을 툭툭 치자 곧 바로 마차가 바퀴를 질질 끌며 멈췄다. 말들이 입술을 굴리는 소리와 함께 마부가 말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먼.”


그러자 마차가 아주 크게 흔들리며 일행들이 기겁을 했다. 마부가 마부 석에서 내린 것이었다. 잠시 후 뒤칸으로 뚱뚱한 마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대로 계속 갈 생각이오? 이런 날씨엔 우리도 도저히 버티질 못하겠소.”


“잘 알고 있소. 마차는 아침까지 여기서 멈춰 있을 것이오. 자고 갈 생각이거든.”


“이 한복판에서 자라고?”


제스터가 경악했다. 마부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잖소. 야외 취침이야 이전에도 많이 해보지 않았소? 아, 혹시 군대 안 갔다 온 사람 있소?”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오. 이 서늘한 날씨를 좀 보시오. 이런 실오라기 하나로 어떻게 잠을 자란 말이오?”


“출발 전에 포대자루를 줬잖소. 거기에 나뭇가지들과 부싯돌이 들어 있을 텐데. 정 못 버티겠으면 그걸로 불을 피우면 될 거요.”


그 말에 브란드와 메릭이 나머지 한 포대를 열었다. 비교적 크고 묵직한 포대의 안에는 수십 개의 나무 장작들이 빽빽이 세워져 있었다. 브란드가 장작 하나를 꺼내 일행들에게 보여줬다.


“그 정도면 밤새 피울 분량은 될 것 같은데 말이오.”


곰곰이 생각하던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헌데 이게 다라면 좀 문제가 되는데. 이봐, 마부 양반. 지금 목적지 까지 얼마나 남았소?”


“어림잡아 이틀 정도는 더 가야 할 것 같소.”


마부가 대답하자 제스터가 따졌다.


“그럼 이 정도 장작으론 부족하잖아. 일정에 맞게 물품을 챙겨줬야지.”


마부는 별거 아니라는 태도로 말했다.


“이 시국에 아낄 건 아껴야 하지 않소? 우린 그렇게 여유 넘치는 인간들이 아니오. 지금은 그냥 그걸로 만족하고 당신들끼리 알아서 해보시오. 난 그다지 춥진 않아서 저쪽에 혼자 있겠소.”


마부가 돌아서며 왔던 길로 되돌아가자 툴툴대던 남자가 작은 소리로 불평했다.


“젠장, 일자리 하나 얻자고 이렇게 까지 해야 돼?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군.”


어이가 없어진 메릭도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졸지에 거지꼴이 된 듯 하구먼. 달리 방법은 없어 보이는군. 일단 이것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지 고민해봐야겠소. 이걸 하루 만에 다 쓰기엔 좀 그렇지 않겠소?”


“이건 나누어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니오. 콩 한쪽을 나누어 먹는 느낌 아시오? 지금이 딱 그거요.”


밤이 점점 깊어가고 있었기에 일행들에게 많은 시간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바람이 그들의 살갗을 스칠 때 마다 모든 감각이 아려오는 느낌을 받았고 자신들도 모르게 몸이 떨려왔다. 황혼의 틈으로 희미한 초승달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그들은 보다 적은 개수를 계산해보거나 일일이 장작을 잘라보기도 하는 등 여러 대책을 간구해봤다. 하지만 별로 달라질게 없었다. 아무리 봐도 지금의 수량으론 이틀 이상은 버티기가 힘들어 보였다.


“안되겠는 걸.”


이내 체념한 일행들이 여기저기서 한숨을 쉬었다.


“너무 지치는군. 우리 밤새 이럴 참이요? 이러는 와중에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소.”


메릭도 아쉬운 듯 장작을 만지작거리며 동조했다.


“나도 더 이상은 못 참겠소. 점점 몸도 차가워지고 있고 말이오. 그냥 하루만이라도 따뜻하게 지내보는 게 어떻소? 불이라도 피우고 나서 나중의 일을 도모해 봅시다.”


“이봐, 잠깐만!”


제스터가 갑자기 만류하듯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외치자 다른 일행들이 깜짝 놀랐다. 이어 잠시 흐르는 침묵을 그가 다시 깼다.


“생각해봤는데, 굳이 이것들로만 고민 할 필욘 없지 않나?”


“뭐가 말이오?”


메릭이 물었다.


“주위를 잘 둘러봐.”


제스터가 주변을 가리키며 말했다. 황야의 구석구석에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나머지 신경 쓰지 못했던 뼈가 앙상한 나무들이 일행들의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일행들은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메릭이 당황하며 물었다.


“당신 설마, 저 나무들을 베어 오자는 거요?”


“그럼 더 좋은 의견이라도 있어?”


제스터가 되묻자 일행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브란드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저건 불법 일 텐데........”


사실 그의 말대로 월드 대륙에서의 벌목 행위는 죄질이 가장 큰 범죄 중 하나로 여겨져 있었다. 비의 부제가 만들어낸 물의 희소성과 더불어 열악한 환경을 버텨야 하는 나무들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가 그러했다. 무엇보다 엄격한 법 집행을 위해 살았든 죽었든 관계없이 나무라 불리는 모든 것에 적용시켰기 때문에 일행들이 내켜하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뭐, 어때. 어차피 어디에서라도 저 나무들이 쓰일 일은 없을 거야. 게다가 여긴 우리뿐이잖아. 군인들이나 조사 단원들이 돌아다니지 않는 한 그다지 켕길게 없지. 우리만 함구하고 있으면 되는 거고.”


이 순간 브란드는 복잡한 마음에 휩싸였다. 그는 만약 지금 자신이 현역이었다면 벌어졌을 상황을 상상해봤다. 이걸 잠입 수사로 봐야하는 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월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 글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19.10.28 13 0 -
공지 간략 지도 19.09.25 44 0 -
공지 메틴 섬 19.09.25 35 0 -
공지 솔롬국 영토 지도 19.09.24 46 0 -
24 07. 과거 (3) 19.10.25 13 0 10쪽
» 07. 과거 (2) 19.10.23 15 0 10쪽
22 07. 과거 (1) 19.10.21 17 0 11쪽
21 06. 출항 (4) 19.10.19 12 0 9쪽
20 06. 출항 (3) 19.10.18 17 0 9쪽
19 06. 출항 (2) 19.10.16 17 0 10쪽
18 06. 출항 (1) 19.10.14 13 0 11쪽
17 05. 의문 (3) 19.10.11 17 0 9쪽
16 05. 의문 (2) 19.10.10 17 0 9쪽
15 05. 의문 (1) 19.10.08 12 0 10쪽
14 04. 고민 (4) 19.10.07 17 0 14쪽
13 04. 고민 (3) 19.10.04 19 0 11쪽
12 04. 고민 (2) 19.10.04 31 0 10쪽
11 04. 고민 (1) 19.10.03 20 0 11쪽
10 03. 정체 (4) 19.10.02 17 0 16쪽
9 03. 정체 (3) 19.10.01 18 0 14쪽
8 03. 정체 (2) 19.09.30 16 0 13쪽
7 03. 정체 (1) 19.09.29 18 0 12쪽
6 02. 소집 (3) 19.09.28 28 0 20쪽
5 02. 소집 (2) 19.09.27 28 0 13쪽
4 02. 소집 (1) 19.09.26 33 0 12쪽
3 01. 본능 (2) 19.09.23 50 0 12쪽
2 01. 본능 (1) 19.09.22 59 0 9쪽
1 프롤로그 +2 19.09.21 130 2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