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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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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래이
작품등록일 :
2016.12.29 16:12
최근연재일 :
2019.10.25 16:11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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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021

작성
19.10.0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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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고민 (2)

DUMMY

“글세, 잘 모르겠는걸. 잘 지냈어, 제퍼슨?”


브란드가 말했다. 제퍼슨이 미소를 지었다가 걱정 되는 눈길로 변했다.


“어디 아프세요? 안색이 안 좋군요,”


아까 자빠진 후유증 때문에 브란드의 표정이 약간 어둡자 나온 질문이었다.


“별건 아니고....... 잠을 잘못 잔 것 같아.”


걱정 말라는 씩으로 대답하던 브란드는 제퍼슨의 손에 문서로 보이는 양피지 같은 게 있다는 걸 발견했다.


“총 결산이 나온 모양이로군. 오늘이 그날이지?”


“불행히도 그렇죠. 일단 봐보세요. 전 물탱크들을 옮기고 있을게요.”


제퍼슨이 양피지를 건네곤 수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자 브란드는 양피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경악하며 중얼거렸다.


“개자식들 같으니라고.”


그가 돈을 벌어야 하는 진짜 이유는 ‘급수료’ 때문이었다. 앞서 설명한 것에 보충하자면 현재 월드 대륙의 사정상 물이 굉장히 귀했기 때문에 솔롬국은 서쪽의 큰 호수를 이용하거나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는 것 말고는 물을 얻을 방법이 없었다. 서쪽의 호수는 언제 바닥날지 몰라 불안한 상태였으며 수입에 따른 국고가 심하게 낭비되므로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선대의 국왕이 일단 물에 세금을 달아 국력을 유지하려 애썼고 그래서 만든 것이 지금의 급수료 였다. 시민들이 돈을 내야지만 물을 마실 수 있는 법안을 상정키로 한 것이었다. (이쯤에 워터 블룸 기업도 설립 되었다. 원래 급수료의 취지는 나라의 국력 유지였지만 왕실이 자금을 독점 하는 거라 오해해 부당하다고 생각한 이 회사에서 자사의 권리를 주장하는 바람에 법정 선고에 따라 지금은 일부 회사의 자금으로 쓰이게 돼 버렸다.) 문제는 그 급수료가 집값보다도 비싼 편이어서 브란드가 예전에 받던 임금의 반은 여기에서 빠져 나가 버리곤 했다. 브란드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별도의 비상금을 저축 해두었기 때문인데 안 그래도 이 비상금마저 위태위태한 상황에서 급수료까지 올라가버렸으니 브란드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브란드가 제퍼슨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이봐, 제퍼슨. 난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데. 이 빌어먹을 것이 왜 올랐는지 설명해주겠어?”


“어..... 급수료 말인가요?”


브란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퍼슨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제게 물으셔도 소용없어요. 저도 오늘 통보를 받았거든요. 궁금하긴 매한가지인걸요. 보통 한달 전 쯤엔 미리 통보를 하는데 말이죠. 저희 관리장님의 말씀으론 호수의 영향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고 하던데요.”


“미치겠군.”


브란드가 한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었다. 앞날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착각을 느낀 브란드는 마음이 심란 해지자 이런 불안한 생각을 잊으려 제퍼슨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았다. 막상 보고만 있자니 무안 해진 브란드는 몸을 움직여 보기로 했다.


“내가 좀 돕고 싶은데. 될까?”


무언의 충동을 느낀 말이 튀어나왔다. 제퍼슨이 브란드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아까 브란드의 욕실에 있던 나무통은 물탱크라고 불리고 있는 일종의 물 저장소였다. 물탱크는 물이 부족한 솔롬국의 생존 방법으로 여러 방면에서 이용 되고 있었다. 이 물탱크를 만든 ‘워터 블룸 기업’ 은 이런 쪽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서쪽 최후의 호수의 수질이 안 좋았지만 이 회사에서 마실만한 물로 바꾸는데 크게 기여 하였고 매우 엄격하고 확실한 검증을 거쳤기에 정화 된 물의 수질은 믿을 만했다.

브란드는 수레의 물탱크를 하나 든 후 제퍼슨을 따라 자신의 방으로 이동했다. 무게가 무거워 하나씩 들어야 했다. 다른 물탱크들도 옮겨야 했기에 손에 있던 건 그냥 아무 바닥에나 내려뒀다. 겨우 2번 옮겼을 뿐인데 벌써 힘이 들었다. 브란드의 몸이 결코 허약 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반면 많은 경력이 쌓여 있던 제퍼슨에겐 누워서 떡 먹기 인 듯 보였다. 물탱크를 들었는데도 제퍼슨은 거의 달리다시피 브란드를 앞섰다. 매번 휙휙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에 브란드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계속 이런 일을 해왔을 제퍼슨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런 걸 두고 직업 정신이라고 한다지.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제퍼슨이 부러울 지경 이었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한 끝에 세달 동안 쓸 열통의 물탱크가 채워졌고 그 다음 브란드의 집안 구석에 널브러져 있던 빈 물탱크들을 수거 하여 수레에 담았다. 아까 허리를 삔 덕분인지 브란드는 많이 힘들어하는 얼굴이었지만 정신을 다른 데로 팔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제퍼슨이 수레를 정리 할 동안 돈 주머니에서 결산 된 금액만큼 동전을 꺼냈다. 주머니에서 동전이 한두 개씩 사라질 때마다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 작업을 마친 제퍼슨이 만족스러운 듯 현관문에 들어와 말했다.


“덕분에 수월했군요. 보답을 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


“괜찮아. 그냥 몸을 풀어보고 싶었을 뿐이야. 오히려 내가 더 고맙지.”


브란드가 동전을 내밀어 주자 제퍼슨은 동전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데 브란드, 대장간은 아직 복구 안됐나요?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은데요.”


“좀 더 기간이 있어야 한다더군. 얼마나 걸릴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생각보다 큰 화재였으니 복원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모양이야.”


“유감이군요. 대체 누가 그런 짓을 벌인 거죠? 범인은 잡혔나요?”


“글쎄, 얼마 전 부터 조사 단원들이 왔다가고 있긴 한데, 아직 자세한 수사는 하지 않았다더군.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브란드는 잠시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이봐. 그 덕분에 난 엄청난 손해를 봤어. 당분간은 새 일자리를 구해야 되는데, 도무지 내게 맞는 직장을 찾을 수가 없더군. 혹시 네 직장에서 노동자를 모집 하고 있진 않아?“


“그런 소식은 듣지 못했어요. 만약 그렇다면 공고문을 올렸겠죠. 당분간은 구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제퍼슨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둘러야 할 거에요, 브란드. 지금 주위가 어수선 할 때라 특히 이런 시기엔 경계를 해둬야 하거든요. 서두르지 않으면 뒤로 밀려나 버리는 수도 있어요. 제 주위에도 시기를 놓쳐서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니까요."


제퍼슨이 충고했다. 충분히 일리가 있었기 때문에 브란드는 그의 말에 공감했다. 그 순간 브란드는 아까 전에 보았던 세 번째 종이의 내용을 다시 떠올렸다. 이상하긴 하지만 '날씨가 참 좋군' 이라는 구절이 기묘하게 여운을 남겼다. 제퍼슨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에겐 거기에 적힌 한마디가 유일한 기회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제 말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진 마세요.”


제퍼슨이 무안한 듯 말하자 브란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네 말이 맞아. 이렇게 계속 꾸물거릴 틈이 없다는 건 사실이니까. 조만간 구할 거야. 늦어도 두 달 안엔 구해야겠지. 그 정도면 충분해”


이렇게 말했는데도 브란드의 기분은 전혀 개운치 않았다.


“당신이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에요. 그나저나, 어수선 하다는 말을 얼마 만에 써보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거 아세요? 요즘 무장한 군인들이 성문을 자주 드나든다고 해요. 이틀 전엔 500명 남짓의 군인들이 도성을 떠났다고 하더군요. 대수롭다고 생각하기엔 상당한 병력인 걸요.”


“500명이? 10명도 채 나가본 적 없는데....... 뭔가 큰일이 있는 모양이군. 동쪽 때문인 것 같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게 아니고선 군인들이 움직일 이유는 없죠. 잠시도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는 군요, 개 같은 동쪽 놈들. 그런 놈들은 망해도 싸다고 생각해요.”


순해 보이는 청년에게서 욕설이 나오자 브란드는 깜짝 놀랐다. 제퍼슨이 이어서 말했다.


“이런, 지체하고 말았네요. 다음에 봐요, 브란드.”


“수고해.”


브란드가 대답했다. 그는 수레로 향하는 제퍼슨의 뒷모습을 멀찍이 바라보았다.

제퍼슨과 작별인사를 한 후 브란드는 자신이 자빠졌던 현장에 가보았다. 바닥엔 자빠진 충격으로 박살나버린 의자의 나뭇조각들이 널 부러져 있었다. 브란드는 한숨을 쉬며 나뭇조각들을 집은 후 한 구석으로 처박았다. 그리고 옮긴 물탱크들을 구석의 남은 공간에 정렬시켰다. 아까보다 피로가 더 느껴지는 듯 했고 허리도 욱씬 거리는 상태여서 브란드는 힘겹게 침대로 가 누웠다. 정신이 없긴 했지만 아침 일과가 이렇게 끝났다.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잠시 쉬고 싶었고 그 무엇에도 방해 받고 싶지 않았다. 꿈도 꾸고 싶지 않았다.




***




“차를 내어 드릴까요?”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몇 시간 후 브란드는 심리 상담사인 카를로스라는 남자의 집에서 서로 대면하고 있었다. 브란드의 집 보다 넓고 주거공간도 확실히 구별 되어 있는 집이었다. 처음 방문은 아니지만 브란드는 매번 이 집의 평수에 감탄했다. 그들은 거실의 탁자에 마주보며 앉았다. 카를로스가 자신의 찻잔을 내려놓았다.


“오늘 기분은 어떤가요, 브란드씨?”


오랜 연륜이 묻어나 보이는 인자한 인상을 가진 카를로스가 부드럽게 질문하자 브란드는 대답했다.


“썩 좋진 않습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카를로스가 다시 질문하자 브란드는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머뭇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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