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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열등 시민의 만렙 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TYE
작품등록일 :
2021.11.13 22:53
최근연재일 :
2022.04.27 01:01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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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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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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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천재일우

DUMMY

순식간에 일어난 사태라서 금방 파악이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딘가에 '박았다'는 사실만은 알겠지만 정확히 어디에 박았는지는 알 수 없다. 일단 강우성은 속단은 않기로 한다. 저 제트 코스터가 자신이 본 것과 비슷하다고 느끼긴 해도 정확히 그 개체인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또한 '고의'가 아닌 정말 사고일 수도 있기에 잠자코 침묵하고 있기로 한다.


뚜루루루-

위이잉-


상황이 발생했다면 어김없이 연락이 올 것이기에, 원하지는 않았지만 기꺼이 찾아온 현상을 손나인과 강우성은 맞이한다. 둘 다 통화 상대에게 인사를 나누지 않고 듣기만 한다.


("상황 등급 3. 만반의 준비를 갖춰서 '본 장소'로 이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평소에 상황 등급이 무엇인지 의식하고 있지 않으면 해석할 수 없는 말이다. 곱씹어 보면 이렇다. 등급 3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하는 바는 '기관 자체에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를 뜻한다.' 이렇게 메세지를 전달할 때 일부 정보를 숨기는 형식으로 말을 가려서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장소가 그 해당 사항이다.

즉, 제트 코스터가 들이박은 건물이 아무래도 기관 건물이라는 말이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단순히 충돌 사고에서 끝났다면 몰라도 '전화로까지 호출을 한다'는 말은 사건이 휘발된 게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란 소리다. 건물과 제트 코스터의 내구도를 살펴 보건대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 것은 제트 코스터의 부피로는 건물을 관통하지 않는 이상 쉽게 되진 않을 테고, 제트 코스터도 기체에 큰 결함이 있지 않은 이상 탑승자들은 보호되었을 것이다.


"빨리 가자."

"그럼 저 놈들을 끌고 와야지."


딱히 별 수도 없다. 전화를 받은 둘의 입장에서는 한시가 급한 상황이나···










같은 시각



"······."

"무슨 말이 들려오나?"


수화기를 집어 든 이아담이 아무 말도 없자 주름 진 여성은 기어코 이에 관여한다.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지만 일단 무슨 전화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건 답답할 지경이다. 조금은 사태가 파악이 된다면 여성이 도울 수도 있는 상황이니, 무엇보다 이아담은 이런 데에 있어서 문외한이라서, 다만 안전하다는 건 맞기에 여성이 일부러 건드리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맡겼지만 그래도 답답한 건 답답한 거다.

그러더니 이아담은 말하는 게 아니라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아무 말도 없이 전화가 끊어졌네요."

"아무것도 아니었던 건가."


단순히 이아담의 동거인과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 다른 용무로 이 전화로 걸려온 것일 수도 있단 판단이다. 그렇다면 이상하긴 하다. 용무가 있었다고 하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터인데 의심을 안 할 수야 없다. 그러나 여성은 미련을 당장 버리기로 한다.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 논해봤자 크게 의미는 없을 터라 얼른 다른 데에 눈길을 돌린다.


"그보다 소리가 들리지 않았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요."

"벽이 박살 난 소리였던 것 같은데."


이아담은 의문을 품는다. 소리가 들린 것까지는 이해가 가도 소리의 종류에 대해서 파악한다는 게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냥 노련미라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기관에 대해서 놀란 게 한두번이 아니라 새롭다고 할지라도 이젠 신비롭지 않은 일들이다.


"네, 본진이 박살이 나고 있죠."


이 때, 손나인이 창문으로 올라와서는 전보를 전달한다. 2층이라 도약으로 가능한 높이이긴 하다, 고 이아담은 금세 적응한다.


"우리 건물을 들이박았다고?"

"얼른 가야죠."

"'그 녀석들' 제정신인가?"

"모르겠네요. '그 녀석들'이 제정신이 아닌 것 맞겠지만, '이 녀석들'인지도요."


이아담은 틈을 타서 중요한 사실을 물어본다.


"저는 동원되는 건가요?"

"······."

"······."


매우 어려운 문제다. 기본적으로 가지 않는 게 원칙이다. 전력이라고 해도 '불완전 전력'으로 인식되어 격리되어 생활을 보내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어기고 손나인과 강우성이 작전을 벌인 것이라 동원하는 게 이상한 상황이긴 하다. 운반까지는 작전 안이라고 치더라도 그 이후에 정작 '침략을 당한 기지를 보호하지 않고 방관하라'고 지시하는 것도 묘한 선택이다.


쿠돠-타, 우돠-타-, 지리징-


경직된 상태에서도 폰이 울리자 이아담은 슬며시 전화를 잠시 받기로 한다.


"여보세요."

("한 번 '시험'을 봐도 괜찮겠습니까?")


이 말에 이아담은 잠깐 고민을 한다. '그 분'이다. 절대 잊을 수 없는 목소리라서 시험의 의미를 간단히 파악한다.


"실적이 좋으면 어떻게 되는 거죠?"

("추후에 통지를 하겠지만 조기에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시죠.")

"거절하면 어떻게 됩니까?"

("그럼 저희가 해결하죠.")

"리스크가 없는 상황입니까."

("당신이 잘못하는 게 리스크죠.")


간접적으로 욕을 먹고 있더라도 무덤덤하게 결정을 내린다.


"가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죠.")


말이 끝남과 동시에 통화는 종료된다. 직후 이아담은 둘에게 이 사실을 간단히 알린다.


"'높으신 분'이 가라네요."

"가죠."


손나인이 손을 내민다.


"혼자서 내려가죠."


그러자 바로 손을 회수하고 손나인은 창문으로 나선다. 주름 진 여성도 체력을 멀쩡하므로 그곳으로 가뿐히 빠져나간다. 이아담은 몸을 던진 후에 착지 직전에 양발에 온 신경을 쓴다. 여차 실수로 몸이 넘어진다고 해도 동거인이 바로잡아 줄 것이지만 일종의 몸풀기로 시도한 일이다. 그 결과 매우 간단히 가속만 줄이는 것으로 안전하게 착지한다.








7분 후


꽤 아수라장이 되어있을 거란 생각으로 이아담은 마음을 추스리나 현실을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도착하기 이전에 건물 위에 혹처럼 제트 코스터가 박혀있는 모습을 보고 세상이 맛이 갔다는 감상을 하려니까, 제일 맛이 간 것은 그걸 둘러싸고 있는 묘한 분위기다.

'위기감이 없다.' 일단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임시로 반경 100m 영역의 도로를 통제하고 있는 중이나, 그것 말고는 밖은 평화롭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게 상황이 궁금해서 그런 거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열 띤 불구경에 그는 주차할 장소를 따로 찾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게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 막혔으니 갓길 주차가 최선이다. 다만, 이아담에게는 대로에서의 갓길 주차가 익숙하지 않다.


"인질이었던 사람은 여기에 계시죠."

"세 번째 장비는 없나?"

"없습니다."

"인질 보호를 위한 여분은 필요한 거 아닌가."

"몇 명을 납치하는 게 더 중요해서 말이죠."


그런가하면 아무리 묶어 놓았다고한들 일을 치르는 중에 깨어나면 곤란하긴 하다. 여차하면 도주를 막는 방안으로 주름 진 여성이 대기하는 게 나은 편이다.


"내가 그 4명을 돌봐주지."

"갔다오죠."


손나인의 말에 이아담은 운전석에서 내린다. 그 이아담 뒤로 손나인의 차를 몰고 있었던 강우성이 내린 상태다.


"여차하면 사살할 수도 있는 작업인데 괜찮나?"


그렇다고 강우성이 이아담이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진 않다. 이미 한 명을 죽였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이란 간단한 개념은 아니기에' 불안을 삼키고자 확신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아직 내가 그런다는 게 실감이 안 가지."

"못하겠다는 거냐."

"'내가 하는 느낌이 아니라'는 거지."


그 말에 강우성은 당장 불안이 닥칠 이유는 없다고 받아들인다. 결국 물건은 사용하겠다는 의미이니 계획이 실패할 확률은 매우 희박해졌다.

통제를 진행하고 있는 기관 관계자에게 신분증을 보여줌으로써 셋은 건물 내부로 진입한다. 셋 다 제복과는 관련없는 복장을 하고 있어도 이번만큼은 상황 자체가 예외라 당당하게 공공장소로 들어오듯 1층을 누빈다. 게다가 이아담은 애초부터 제복이 없으므로 해당이 안 되긴 하다.

입구로 들어선 이아담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재난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멀쩡히 일을 하고 있다.' 대피라는 인식이 없는 듯 북적북적 타이핑에 전념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위층이 마비되었으니 아래층으로 모였다고 보이나 이아담은 인정을 할 수가 없는 모습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유가 없진 않을 거다.'"


강우성은 이아담을 골칫거리라고 대한다. 그렇다고 통제가 없는 아예 무성의한 상황도 아니다. 센서를 통과해 입장하려는 순간 한 명이 뛰어와서 이아담네를 맞이한다.


"이아담이 누구시죠."

"접니다."


행동으로 급함이 느껴진다. 말을 다하지도 않았으면서 부른 이는 등을 보인 후에 이어 말한다.


"따라오시죠. 나머지 두 분은 대기 해주세요."

"예에."

"네."


같이 해결하고자 온 이아담은 손나인, 강우성과 헤어지게 된다.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할 틈이 없다. 이미 이곳에는 무장한 인원들이 가득하다. 참사가 벌어졌음에도 엘레베이터는 멀쩡히 운행 중인지 전부 엘레베이터 앞에서 모여있다. 검은색으로 무장된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혼자만 평상복이라서 이아담은 긴장하느라 사고를 정지한다.


"이걸 귀에 착용하고 탑승하세요."


가는 선과 2개의 알맹이로 된 작은 물체의 정체는 누가 봐도 송수신기라고 알 수 있다. 선이 귓등의 모양새를 하고 있어 착용법도 간단히 알 수 있다. 처음 보는 물건임에도 이 자리에서 어리버리 할 수는 없으니 차분하게 착용한다.


("우선 탑승하시죠.")


어김없이 '그 분'의 말소리가 들려와서 본분을 이행한다. 묵묵히 혼자 엘레베이터의 버튼을 눌러 마침 1층으로 되어있던 엘레베이터의 문이 바로 열리자 그 안으로 들어간다.


("목적지는 8층.")


8층을 누르고 문이 자동으로 닫히기를 기다린다. 닫힘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그렇기에 이아담은 이제 손을 놓기로 한다. 살짝 고개를 들어 엘레베이터가 올라가는 현상을 무심하게 지켜본다.

유심한 건 이 사태에 대해서다.


"내리자마자 바로 있는 건가요?"

("아니요. '감금해 놓고' 있어서 갑작스레 조우할 걱정은 안 해도 되니 걱정 마시죠. '그 단계'까지 성장했다고 바라고 있진 않습니다.")


과소, 과대를 논할 것도 없다. 그게 '진실'이라서 논하는 것 자체가 입이 아픈 일이다.

어느덧 8층에 도착했다는 걸 숫자를 보고 꺠닫는 이아담이다. 유난히 시설이 좋은 만큼 엘레베이터도 빠르다고 생각되는데, 그게 기분 탓은 아니라고 이 속도가 말해준다. 열린 문에서 눈으로 전달되는 풍경은 싸늘함이다. 1층과 달리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도 않는 8층은 난방도 끊겼는지 몹시 춥다는 인상이다. 이건 그의 기분 탓이 맞을 수도 있다.


("셔텨를 올립니다.")


셔터라고 하기에는 하얀 벽에 가까운 기물이 정말 셔터라고 위로 올라간다. 한둘이 아니다. 셔터로 아예 부대를 에워싸고 있었기에 꽤 많은 벽들이 이아담이 지나가라고 길을 열어준다. 그래도 다른 층으로의 도주는 못하도록 가장자리의 셔터는 올리지 않는 모습이다.

시야가 개방되는 아래에서부터 밑의 장면과 비슷한 걸 이아담은 목격한다. 들이박은 제트 코스터의 기체를 떠올리면 충분히 그 안에 들어갈 만한 병력이 똑같이 검은색으로 무장한 채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마지막 기회냐."


이아담은 아무 반응도 없다. 다만, 여기에 강우성과 손나인이 있었으면 달랐을 테다. 자신이 모른 때에 자신의 집을 침범했던 괴한이 광선 톱을 든 채 이아담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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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부. 휴양(?) 22.02.23 5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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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적성과 권리 22.01.19 19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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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대단원, 그리고 새로운 극 22.01.15 28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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