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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안녕히

열등 시민의 만렙 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TYE
작품등록일 :
2021.11.13 22:53
최근연재일 :
2022.04.27 01:01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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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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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0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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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림수

DUMMY

혼잣말을 내뱉고 나서야 근처에 일반인이 없는지 확인한다. 방금 만났던 경비는 멀리서 똑같이 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일단 자신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것만 해도 소란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강우성은 당부한다.

소리에 반응해서 바로 위를 본 게 아니라면 선홍빛 줄기가 눈 깜작할 새에 사라졌다는 걸 못 봤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그가 이아담의 집이 어느 곳에 있는지 알고 있기에 본 것이라 위치를 특정할 수 없었으면 빛 줄기를 못 보는 게 정상이다. 평소에 잊고 있었으면 강우성도 놓쳤을 테다. 너무 평온함에 찌들어 감각을 잠재우고 있었다면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반응 못하는 게 다반사인 소리다. 아무렴 똑같은 슈퍼 솔져 출신이라도 '이런 곳'에서 들을 소리는 아니기에 익숙하지 않으면 간과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강우성의 감각이 완전히 닫혀 있었다면 눈치를 못 채고 산책로만 돌았을 것이다.

사태가 터졌다는 걸 인식한 후, 그는 그래도 평정심을 유지한다. 결국 일이 벌어진 걸 알아챈 사람은 자신밖에 없고, 주변에는 민간인이 가득하다. 그리고 레이저 라이플을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불특정 다수를 위한 테러가 아닌 '이아담을 노리고 하는 강도짓'을 목적으로 한다는 걸 내포하고 있기에 섣불리 동요해서는 그가 지켜야 하는 원칙 중 하나인 '민생의 평안'을 해치는 일이 되어버린다.

빠르게 걷되 평범한 방법을 통해 현장으로 간다. 당연히 엘레베이터를 믿는 수밖에 없으며, 이아담의 집이 꽤 고층에 있지는 않아서 금방 갈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손나인의 시점


그녀도 레이저 라이플이란 걸 알아차린다. 레이저 라이플이 전장이 아닌 도시에 등장했다는 것부터 목표물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그 궤도가 이아담의 집이라는 것도 목격한다.

하필 자신이 통화를 진행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들리시나요?!"


마음속으로 10초를 센다. 응답이 없으면 차에서 뛰쳐나와 집으로 달려갈 심산으로 실제 시간보다 빠르게 카운트다운을 진행한다.


("누가 노린 거죠?")


그냥 당황한 것도 아니고 사람의 생사를 확인하는 일이라 소리를 높였던 손나인과 달리, 이아담은 살짝 당황한 것 같지만 그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군다나 레이저 라이플과 맞이한 쪽은 어디까지나 '손나인이 아니라 이아담 본인'이다.


"제가 알까요. 그런데, 괜찮은 거죠?"

("통화하고 있으니까 괜찮은 거죠.")

"그렇긴 하겠죠."


여기에 손나인은 다음 말을 덧붙인다.


"'그게' 막은 건가요."

("맞지 않았으니 그렇겠죠. 운 좋게 어딘가로 이동해서 저격을 피했다는 것도 아니고요. 때문에 유리에 구멍이 뚫렸죠.")


최악은 면한 상황이다. 이대로 이아담이 죽었으면 무기가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상황이고, 자칫하면 그 때의 참사가 몇 명밖에 없었던 공간이 아닌 아파트에서 벌어졌을 수도 있었다. 층 전체가 소각되어 상층 부분이 무너져 도미노처럼 옆동까지 덮쳤다면 인명 피해는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그러나 '뺏는 쪽은 그런 걸 전혀 손해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이런 계획을 짰을 게 분명하다. 물건의 소재를 알았다고 해도 주인이 없어야만 탈취 작전을 진행할 수 있기에 암살이 우선이었겠지만, 다행히 이아담은 살아있는 상태다.

그나저나 저 정도면 '보호할 의무가 없긴 하다.' 손나인은 만에 하나 이아담이 습격을 받았을 때의 가정을 하고 감시를 하는 중이지만, 그건 사고 현장에서 물건을 가졌지만 죽은 사례를 생각해서 그렇다. 그게 동기화 되기 전에 습격을 받아 일어난 불행이었다면, '완전히 물건을 받아들인 이아담은 거의 무적이 아닌가?' 그런 물건에 대항할 수 있는 수를 미지의 적이 사용한다면 자신이 막을 수 있는 방도는 없다.


("미우나 고우나 파괴될 수 없는 물건이라면 들고 가야죠. 그리고 '그 쪽과 모른 척하고 지내려고 해도 불가능하다는 걸 방금 깨달았죠.'")


의도한 건 아니라도 이 사건으로 인해 손나인은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


"교섭 완료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동맹 활동을 할 거죠?")

"오늘은 이만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유리를 교체해야죠.")

"그거 직접 갈 수 있는 건가요."

("창틀 전체를 바꿔야 하는 건데 그럴 수는 없죠.")

"그럼 그것부터 해결하죠."

("이딴 게 동맹 활동인가요.")

"'잡을 수도 없는 놈들' 보고 보상 청구를 할 수도 없죠."


그렇게 둘은 파손된 창문에 대한 회의를 시작한다.









강우성의 시점


그는 올라오기 전에 여성의 행동을 살펴보지 못한 걸 후회한다. 이미 엘레베이터를 탄 시점에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기에 잠시 '다른 가능성'을 잊기로 한다. 당장 이아담의 집으로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아담이 레이저 라이플에 맞아 즉사를 했다면, 이 아니라 즉사를 했을 경우를 봐서 '회수를 하러 오는 자'가 있다고 믿는다. 만에 하나 죽지 않았더라고 해도 시간차를 줄이기 위해서 미리 대기하고 있거나 아니면 이미 돌입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주변을 순찰한다고 해도 '만약 건물 내부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면' 모를 만도 하다. 그러니 올라가 보는 일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도 그나마 현명한 선택이다.

모퉁이를 돌아 이아담의 집으로 향하는 복도로 돌입하는 도중, 그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모퉁이 뒤에 바로 숨는다.

자신이 향하려던 집 앞에 모자를 푹 눌러 쓴 사람이 있다. 문을 열려는 시늉이나 초인종을 누르는 시늉도 하지 않는다. 다만, 오른손 검지 손가락이 귀를 향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통신기를 부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우성은 그가 공작원이라고 확정 짓는다.

어느 정도 교신을 한 공작원은, 집 앞에서 멀어진다. 강우성이 있는 방향과 반대로 빠른 걸음으로 달아난다. '어떤 내용' 때문이라고 생각되어도 듣지를 못했으니 바로 알 수는 없다. 그래도 그가 추측하기로는 이렇다.

집의 창을 통해서 레이저 라이플로 저격을 했다는 것은 동일한 고도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고도라면 산책로의 강우성을 못 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때문에 저 용의자가 도망을 치는 게 아니라면, 결국 하나의 가능성만 남는다. '저격을 했지만 암살을 실패했다.'

이아담의 생사에 관해서는 그렇게 추측으로 단정 짓고, 강우성이 할 일은 하나로 귀결된다. 용의자를 쫓아가는 일이다.

허나 여건이 그렇게 좋진 못하다. 어설프게 쫓아가도 중간에 놓친다면 안 하는 것만 못하고, 혹은 함정에 걸려들 수도 있는 것이라서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는 맨손으로 뒤를 따라가기로 결심한다.

엘레베이터 대신 계단을 타고 내려갈 때에는 3층 이상의 격차를 유지한다. 좀 더 속도를 높인다고 해도 강우성이라고 못 쫓아갈 건 없다. 그러나 내려가면서 느낀 것은 '용의자도 자신과 비슷한 부류'라는 점이다. 하기야 이런 일은 벌이는데 그 정도 요건도 안 되면서 벌이지는 않을 테니 제 아무리 인구 비율로 따지면 흔하지 않은 슈퍼 솔져라도 납득하게 된다.

실외로 나간 후에는 10m를 유지하고 은폐를 자연스럽게 시도한다. 몸을 숨기겠다고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뒤로 돌아봤을 때 신체 일부만 가릴 정도로 스쳐 지나간다. 정작 용의자는 뒤를 돌아보지 않아 심리적으로 강우성이 지고 만다.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용의자는 아파트와 방음벽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향한다. 대놓고 음침한 공간으로 들어가서 그는 조심스레 뛰어간다.

그곳에는 어떠한 특이한 게 있을 리가 없다. 나무조차 심어져 있지 않은 빈 곳은 잡초도 아닌 시멘트 범벅으로 평평한 길이 있을 뿐이다.

다만, 그곳에는 하수구로 통하는 맨홀이 있다.

방음벽을 타고 넘어간 게 아닌 이상 맨홀로 사라졌다고 강우성은 판단한다. 확인 삼아서 맨홀을 한 손으로 들어올리니 어떤 맨홀보다 열기 쉽다는 걸 느낀다. 최근에 인부들이 이걸 건드리지 않았다면 흙먼지와 녹으로 잘 빠지지도 않았을 게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맨홀이 아무나 열라고 가볍지 않은 점도 고려하면 합리적인 의심이다. 이에 강우성은 밑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안은 점장이 준 물건 덕분에 라이트가 없어도 지나갈 수 있다. 추적하는 기능은 없어 맨눈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의외로 이런 곳이 따라가기는 쉽다.


투, 투, 투, 투-


넓지 않은 공간인 만큼 마음 놓고 뛰기는 힘들 뿐더러 그만큼 소리도 잘 울린다. 반대로 말하면 '강우성이 쫓는 것도 상대가 알 수 있다.' 웬만해서는 추적을 안 하는 게 신변에 이롭다. 게다가 사전 정보도 없이 하수구를 모험하는 것은 많은 위험을 동반한다. 허투루 이런 경로를 이용하는 게 아닐 터인 상대이기에 무턱대고 쫓는 것은 그라도 담력이 충분히 되지 않는다. 애초에 '담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력의 문제다.' 하수구가 그들의 통로라는 것만 알아도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이아담의 시점



"어떻게든 그 쪽에서 지불하겠다고 열을 올리는 게 신기한데요."

("당신이 관계자가 되었다고 해서 당신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죠.")

"그보다, 어차피 그 쪽도 이건 재앙과도 같지 않나요. 정녕 만들지 않았다고 하면 말이죠."

("글쎄요. 모든 경우를 따지면 '배후에 저희 인물이 관련되어 있을 수도 있죠.' 적어도 당신은 관련이 없는 게 맞고요.")

"뭐, 그래주면 고맙죠."

("창문 건은 이렇게 완료 되었고, 동맹 관련해서는 추후에 연락을 드리죠.")

"그러죠."


이아담이 먼저 통화를 종료시킨다. 그리고 그는 뒷목을 잡는다. 하마터면 레이저에 맞을 뻔했다는 것에 애써 맞을 수도 있었던 부위를 만져보나 상처는 없다. 다만, 상처는 없다고 해도 열은 무시를 못한다. 한순간이어도 자신의 등 뒤에서 덮쳤던 공격의 열기가 기온을 상승시켰다.

그는 지금 묘한 기분이다. 분명히 '큰일이었다.' 그러나 큰일로 이어지지 않았다. 특히나 등 뒤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열기가 무언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무엇이었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걸 동거인이 막아주었다, '손쉽게.' 아니, 손을 쓰지도 않았다. 철벽이라고 외치지 않아 방어 기능이 작동이 안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안 되는 이아담이다. '상상 이상으로 안전하다.'

맹신해서는 안 되는데, 맹신할 수밖에 없다. '실감이 나지 않더라도' 동거인이 없으면 안 된다는 걸 느낀다. 공격의 위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창문의 구멍을 보고 알 수 있다. 유리가 깨지지도 않고 녹은 구멍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만 해도 계산은 된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도 '감각은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는 이성과 감성이 분리된 묘한 상태에 빠져 있다


"내가 맞았다면 어떻게 되는 거야?"


[소유자가 목숨을 잃음에 따라 동기화 해제 절차가 진행됩니다.]


"폭발은 안 일으키고?"


[소각 프로세스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제가 적을 인식했을 때'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격을 한 건가."


한동안 방어 기능을 비활성화할 수는 없다고 뇌리에 각인시키는 이아담이다. 동거인을 뺀 '자기 본인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닐 테다.' 언제든지 일상을 침범해서 은밀하게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적의 방패'를 이용해야만 한다.

물론 방패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겠다. '아직은' 자기 자신이 창을 빼어들기 이전에 손나인을 시작으로 다른 형태의 창을 이용하기로 한다. 정보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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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견적 22.02.10 64 0 12쪽
21 초동 22.02.08 7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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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영향 22.02.04 8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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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대단원, 그리고 새로운 극 22.01.15 283 1 13쪽
4 위기 22.01.13 35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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