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잠시 안녕히

열등 시민의 만렙 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TYE
작품등록일 :
2021.11.13 22:53
최근연재일 :
2022.04.27 01:0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6,915
추천수 :
29
글자수 :
314,574

작성
22.03.05 21:58
조회
44
추천
0
글자
11쪽

가정

DUMMY

"혐오하고 있던 거냐."

"지난번에 의사를 다 표출했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관심이 없을 줄 알았지 '없애기 위한다'는 건 못 느꼈지."

"아,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네? 난 '소망'을 이야기한 거지 '형처럼' 적극적이진 않아. 단지 말이 그렇다는 거야."


납득한 강우성은 동생의 다음 말도 경청한다.


"그래서 찾아냈어?"

"회수하긴 글렀지."

"누가 가지고 있는 건데?"

"그나마 가지고 있어도 안전한 새끼."


정말 안전하긴 해서 괜찮긴 하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강우성도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방치하는 중이다.


"안전한 사람이 있나?"

"있어."

"일단 안심해도 되는 거지?"

"어."

"'호텔은?'"


역시 귀가 마냥 어두운 게 아닌 동생이라 강우성은 반박을 당한다.


"그건 확실치 않아."

"안전한 거 맞아?"

"내 말을 믿어."

"전장이라면 몰라도 이 평화로워야 하는 구역에서 그딴 걸 만들었다는 걸 용납을 못하는데,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큰아버지 역할 아니야?"

"그 똥을 치우려고 우리가 이러고 있지."

"최소한 피를 묻히는 일이겠지?"

"일어난 사건들이 그렇긴 하지."

"그 밖에도 더 있다고?"

"이상한 놈들도 꼬이고 있거든."

"이젠 잔인한 건 그만하고 싶어."

"넌 손을 쓰지 않아도 돼."


동생은 전역 후에 배우로 전향한 상태다. 대학을 따로 다닌다는 선택지를 위해서 공부에 전념하는 시간을 할애하기조차 아까워서 억지로 대학로를 찾아가 연극배우부터 시작한 일생을 사는 중이라서 강우성과 달리 폭력에서는 충분히 멀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강우성이 다르게 평가하기를, 폭력에서 멀어졌다고 하는 게 '절대 폭력적인 수단을 취하지 않는다는 한계'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맹목적인 긍정은 불가하다. 배우면 배우지 이제 군인도 아닌 사람에게 "큰아버지를 말리지 그랬냐?"고 타이를 순 없다. 정작 '강우성 본인도 방치하고 있었다.'


"단순 노망이라고 얕볼 게 아니었나?"

"미쳤다고 생각했지."

"그렇지? 나만 그런 거 아니지?"


애먼 자책이다. 이제 와서 말리지 않은 것에 후회를 하는 건 소용이 없다. 일어난 일에 책임을 진다는 건 본능이 아니다. 그럴 마음이 든다는 것 자체는 선한다고 말할 수 있어도 선한 것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것도 있다. 동생이 가진 모든 것들은 이 사건에 있어서 하등 쓸모가 없다. 인맥이야 예술에 관련된 사람들만 포함되어 있으니 동생에겐 개입할 여지가 없다.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그런 물건이 없어지면 해결되는 일이잖아?"

"가장 속 편한 방법이지."

"믿을 건 '형뿐'인가."


딱히 '다른 형'은 어떤지 물어보지 않는 강우성이다. 아무래도 '대답이 예상되기' 떄문이다. 이 중에서 다른 누구보다 '야심가'라고 할 만한 상대에게 바랄 걸 바래야지, 그런 곳에 기대를 품다가는 배신을 당할 우려가 크다. 동생이 강우성에게 전면 의지해야 하는 구조다.


"'아버지는 모르지?'"

"그걸 나한테 왜 물어."

"형도 말한 적이 없는 거지?'

"나도 없을 테고, 그 새끼도 없을 테지."

"누굴 말하는 거야?"

"아, 그 새끼들이구나."


소시오패스와 큰아버지를 뜻한다.


"자칫하면 우리 나락으로 갈 수도 있겠지?"

"옷만큼은 던져버려야겠지."


강우성에게는 관원복인 한편 동시에 자신들의 위상을 알려주는 그 복장을 갖추고 있는 것만 해도 충분히 우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지위라도 올라가는 건 쉬워도 한순간에 불순분자로 낙인 찍혀 떨어지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니 아직 비밀로 하는 편이 낫다.

세상 웬만해서는 그럴 일이 없다고 해도 꼭 무덤까지 끌고가야 한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라면 먹으러 갈래, 라고 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도대체 그런 이야기가 왜 나온 건데."

"걱정되어서 그랬지."

"저녁 안 먹었냐?"

"방금 들어왔거든."

"나도 안 먹었다."


라면을 먹지 않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므로 둘은 같이 나가기로 한다.










같은 시각


손나인은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있으나 선뜻 움직이지 않는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백지다. 글자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닌 화면이나 곧 쓰다가도 지우는 게 다반사다.

프로파일링이라고 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작업이라도 마땅히 그녀가 프로파일링을 배운 적도 없는지라 곤란해 하는 중이다. 그리고 자신의 직업이 경찰이 아닌 이상 일일이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관 전체의 데이터 베이스는 다른 인원들의 도움으로 충당되고 있어도 개인은 그럴 수가 없다.


"곤란하네."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토대로 생각하려고 해도 '도대체 무엇을 쫓아야 하는지 그 목적도 없다.' 이아담의 신변이 확보가 된 게 '장점만 있는 건지조차 알 수 없다.' 과연 이아담이 제대로 물건을 다룰 줄 안다고 하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일이다. 그걸 제쳐두더라도 손나인에게는 무언가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으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게 큰 문제점이다.

당장 파악되는 것은 '두 집단'이다. 이아담 주변에서 테러를 강행한 쪽과 이아담을 호텔에서 데리고 나갔던 쪽, 후자는 '어차피 못 쫓을 수준이라는 걸 알고' 나머지 하나가 문제인데, 이들이 뭘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다.


[탈취를 당했을 경우]


프로파일링은 집어치우고 손나인은 시나리오를 작성하기로 몰두한다. 집단의 목적이 탈취일 때, 이아담이 기관의 밑에 들어왔다는 정보를 알아냈으면 취할 행동을 예측해 본다. 탈취가 아니라고 하기에는 어렵긴 하다. 그럼에도 '탈취라고 가정'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제일 예상하기 쉬운 시나리오는 옛 군사 기지에 직접 쳐들어가는 것이다. 센서가 있다고 해도 경고를 하는 정도의 시스템이지 방범 장치가 있어 그들을 지켜주지는 않는다. 지켜주는 건 그 물건이겠는데, 그래서 그 습격이 무조건 위험하다는 발상은 섣불리 할 수 없다. 물건이 가진 힘이 워낙 뛰어나서 탈취를 당한다는 발상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다면 '그들이 물건의 공략법 알고 있을 경우'가 있다. 당연히 일반적이지 않다. 기관이 물건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는 보호 관찰과 '이아담이 결코 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발상에서 이루어지는데, 손나인이 생각하는 이유를 하나 덧붙이자면 '물건의 약점을 본인들이 알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제어를 한다'는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추론이다.

시간 문제다. 적들이 먼저 탈취를 해버린다면 손쓸 도리가 없을 테고, 기관이 물건의 약점을 파악하게 된다면 그래도 희망은 생기는 법이다. 당연히 '빼앗길 수 있다'는 전제가 들어가야 성립된다. 가장 무난한 시나리오는 역시 이아담이 빼앗기지 않는 것인데, 현재로써는 무리가 있는 요구는 아니다.


[협박을 당했을 경우]


그러니 무력으로 물건을 빼앗는다는 상상은 말도 안 되므로 다른 방법에서 생각한다.


[부모님]


이아담이 여기에 들어온 제일 큰 원인으로 이 말고는 아는 바가 없다. 그의 부모님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위장 요원을 주변에 투입했다고 손나인은 내용을 들은 바가 있다. 그녀의 상사, 주름 진 여성이 이야기한 것이다.


[납치]


그러나 병력이 투입이 된 것은 아니므로 납치를 당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과투자를 하는 것도 기관의 입장에서는 곤란한 처지이므로 이 건에 대해서는 다른 방면으로 확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황이 제대로 발생한 분위기가 아니므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폭발 사고, 아파트에서의 난동, 호텔에서의 살인사건, 특히 살인이 제일 큰 건이긴 해도 겨우 그 정도로 여론이 동요하지 않는다. 여론의 눈치를 보는 입장에서 제약이 많이 생긴다.


[협박]


그렇게 하여 부모님과 물건을 물물교환을 한다고 했을 때, 그녀는 이아담의 생각을 알지 못한다. 최근에 사이가 악화 되었다고 해서 그걸로 가치가 격변했다고 믿을 수는 없다. '객관적'으로는 이아담이 물건을 건네주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남이 보는 시선은 그걸 수밖에 없다.


[결렬]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다른 집단이면 몰라도 이아담의 집에서 그 괴한이 있는 집단이라면,


[=살해]


손나인의 생각은 이렇다. 이러면 완전히 이아담은 그들에게서 놀아난 꼴이 되어버린다. 어느 선택지로 가든 이아담에게는 불행이 닥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제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비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동기화]


폭발 사건 현장에서 봤을 때에는 동기화 과정이 길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넘겨준다고 하면 바로 기능이 적용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저격으로 사살할 수 있겠다. 환경 및 상황에 따라 확률은 다르더라도 신빙성 있는 전술이다. 한편, 그렇게 되면 이아담은 물건에서 해방이 되는 것이기도 해서 원래의 세계로-


[폐기]


'불가능하다.' 이아담은 강을 건넜다. 이미 물건과 함께 하겠다고 온 순간부터 '그런 행복한 결말은 존재할 수 없다.' 이아담에게서 물건이 떼어진다고 하면 '기관에게 이아담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나마 있는 권리를 잃을 뿐더러 직장까지 버리고 왔는데 감히 그래서는 그만 철저하게 이용당한 게 된다.


[X]


'그냥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손나인은 이 시나리오에 대해서 그렇게 평가한다.


위이잉-


다음 시나리오에 돌입하기 전에 전화부터 먼저 받는 손나인이다.

받지 않을 수 없다. 상대가 주름 진 여성이다.


"여보세요."

("마침 잘 받았네.")

"무슨 일이죠?"

("네가 긴히 가야 할 곳이 있다.")

"'그 사람' 있는 곳은 아니죠?"

("그건 정말 큰일이고. 이것도 큰일이긴 하네.")

"얼마나 큰일이죠?"

("사람이 죽게 생겼다.")


하필 이맘때에 불행한 사건이다.


"어떻게죠?"

("총상으로.")


이상하다. 웬만한 사고사면 경찰이 맡을 일이거늘 주름 진 여성이 자신한테 알려 줄 필요는 없다고 손나인은 생각한다. '예삿일이 아니라는 소리'라고 받아들인다.


"누가요?"

("'내가 그럴 것 같다고.'")


따로 적으려고 했던 다른 시나리오가 실현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열등 시민의 만렙 무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동결에 들어갑니다. 22.05.03 47 0 -
공지 연재주기는 제 맘대로입니다. 21.11.13 65 0 -
59 다이웬(1) 22.04.27 37 0 11쪽
58 정비 22.04.23 34 0 12쪽
57 결함 22.04.21 39 0 11쪽
56 족쇄 22.04.18 37 0 12쪽
55 살의 22.04.17 38 0 12쪽
54 상부상조 22.04.14 38 0 12쪽
53 동형 22.04.08 40 0 12쪽
52 이질감 22.04.07 40 1 13쪽
51 동질감 22.04.05 42 0 13쪽
50 본심 22.04.03 47 0 12쪽
49 잔향(2) 22.03.29 43 0 12쪽
48 잔향(1) 22.03.26 41 0 12쪽
47 미시감 22.03.25 45 0 12쪽
46 해소 22.03.22 47 0 12쪽
45 눈높이 22.03.20 41 0 11쪽
44 천재일우 22.03.17 38 0 12쪽
43 무혈 22.03.15 41 0 12쪽
42 통고 22.03.10 46 0 12쪽
41 실리 22.03.08 45 0 12쪽
» 가정 22.03.05 45 0 11쪽
39 조종 22.03.04 50 0 12쪽
38 히든 22.03.03 43 0 12쪽
37 소통 22.03.02 46 0 12쪽
36 성급한 22.03.01 50 0 12쪽
35 천성 22.02.27 46 0 13쪽
34 허울 22.02.25 45 0 12쪽
33 자제 22.02.24 51 0 12쪽
32 2부. 휴양(?) 22.02.23 52 0 11쪽
31 절연 22.02.21 56 0 14쪽
30 역할 22.02.20 57 0 13쪽
29 묘연 22.02.18 59 0 11쪽
28 결단 22.02.18 56 0 12쪽
27 일생 22.02.16 58 0 11쪽
26 심동(心動) 22.02.15 63 0 12쪽
25 조우 22.02.14 67 0 11쪽
24 우회 22.02.13 64 0 12쪽
23 신용 22.02.12 66 1 12쪽
22 견적 22.02.10 64 0 12쪽
21 초동 22.02.08 76 0 11쪽
20 주제 22.02.07 73 0 12쪽
19 노림수 22.02.06 77 0 12쪽
18 영향 22.02.04 81 0 13쪽
17 동승 22.02.03 88 0 12쪽
16 태동 22.02.02 91 1 13쪽
15 옳은 방식 22.02.01 90 1 12쪽
14 꼬리 잡기(1) 22.01.30 106 0 12쪽
13 적응 22.01.28 117 0 12쪽
12 수단 22.01.27 123 0 13쪽
11 불청객 22.01.27 136 0 12쪽
10 행동 요령 22.01.25 141 0 11쪽
9 무기 22.01.24 165 0 11쪽
8 적성과 권리 22.01.19 192 0 12쪽
7 인간과 기계 22.01.18 221 1 12쪽
6 자기소개 22.01.17 235 3 12쪽
5 대단원, 그리고 새로운 극 22.01.15 283 1 13쪽
4 위기 22.01.13 356 2 12쪽
3 전개 +1 22.01.12 516 2 12쪽
2 1부. 배경 22.01.10 789 5 12쪽
1 프롤로그. 추격자 21.11.14 1,136 1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