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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라 님의 서재입니다.

위키니트 이계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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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ch
작품등록일 :
2017.01.01 21:49
최근연재일 :
2017.02.17 23:03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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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61
추천수 :
332
글자수 :
236,265

작성
17.01.2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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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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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4 시련(2)

DUMMY

“좋습니다. 지금부터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드래곤 골렘, 연과의 충돌 후 구조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영감탱이를 걷어 차 깨운 일이었다.


이미 점심이 다 되어간다는데 잠이나 퍼 자고 있으니 화가 났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샌드위치를 앞에 놓고 회의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가르는 힘내서 리키 찾아 왔는데.. 기의 냄새로 찾아냈는데.. 몬스터랑도 싸우고 짝퉁 드래곤이랑도 싸워야 해서 힘들었는데.. 그런데 왜 회의를 해야 해..? 가르는 회의 싫은데..”


가르는 샌드위치를 앞에 두고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다.


먹을 것을 앞에 두었음에도 저렇게 칭얼댄다는 것은 상당히 많이 기분 나쁘다는 표시였다.


“가르. 회의는 중요한거야. 무언가를 하기 전에는 반드시 회의를 해야 한다고 했지?”


무엇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회의를 해야 한다.


이것은 위키를 하며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사실 중에 하나였다.


문서를 수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수정된 문서가 사실이어야 한다는 것인데, 때로는 정보가 늦어서 오래된 정보를 쓰게 된다거나, 혹은 잘못된 정보를 쓰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럴때 그런 것을 막아주는 것이 바로 회의였다.


수십명, 가끔은 수백명의 접속자들과 의견을 주고받아 기록될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고, 이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가르는 바보라 회의를 해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걸. 저번에도 쏠로가 말한 거 다 틀렸잖아. 가르는 회의 싫어.”


그 좋아하는 먹을 것에 손도 안대고 볼을 부풀린다.


하기야 누구라도 회의에서 매일 의견이 통하지 않으면 기분 나쁠 만도 했다.


특히나 가르는 기운차서 싫어, 싫어! 이러면서도 정작 회의가 되면 무엇이라도 반드시 말을 하는 성격인지라 더욱 회의가 싫은 것일지도 몰랐다.


“가르. 저번 회의는 가르가 정보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열리지도 않았을거야. 도움이 안된다고 하지만 애초에 그 회의는 가르의 도움이 없었다면 열리지도 않았어.”


“에..? 그.. 회의가 열린 건 가르의 정보이지만 그게 가르의 도움이야..?”


어라, 이상하네.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조금만 더 말을 꼬았으면 속았을 것 같은데, 이걸론 부족한가보다.


“그리고 가르는 충분히 회의에 도움이 되었어. 왜냐면 가르가 말했던 게 틀렸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알게 된 거잖아?”


“가르가 바보인걸 알게 되는 게 모두한테 도움이야..?”


자기 자신을 바보라고 알고 있지만, 바보라고 남들이 생각하는 것은 싫다.


그야말로 당연한 불만이었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특히나 회의라면 더더욱.


“아니야, 생각해봐. 네가 틀린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그것으로 인해 모두가 그 의견이 틀렸다는 것과, 왜 틀렸는지를 알게 된 거잖아. 저기 조용히 있는 영감도 아마 너랑 비슷한 생각을 했거나, 혹은 그보다 못한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


“아, 왜 날 끌어들여.”


“아니에요?”


“아니.. 뭐, 그렇긴 한데 난 조용히 있었잖아.”


“봐봐, 이런 사람들에게 그게 왜 틀린 건지 알게 해 주고 나나 솔로씨 같은 사람들에게도 생각을 다시금 정리할 수 있게 해 주거든.

솔직히 네가 먼저 틀리지 않았으면 나도 같은 실수를 했을거야. 우리가 생각할 여지도 작아졌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회의에는 어리석은 의견이나 바보같은 의견은 없어. 어떤 의견이든 중요한거야.”


“그런.. 거야?”


“물론이지. 그러니까, 가르 앞으로도 열심히 회의에 참가해줄래?”


“응! 가르 열심히 할게!”


가르는 환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로진 영감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그러니까 왜 날 끌어들여!’ 라며 불평을 내뱉었다.


뭐 저 영감이라면 말은 저렇게 해도 내 뜻을 전부 이해해 줄테니, 문제 해결.


회의를 시작해볼까?


“저기.. 그런데 저희는 왜 회의에 참가하는 거죠..? 이 회의는 저희가 낸 시련을 해결하기 위한 회의잖아요..?”


“응! 응!”


카튜샤, 프랑 자매가 차례로 의문을 제기해왔다.


문제 출제자를 데리고 시험을 보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시련에 드래고니안 종족은 참가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나요?”


“예?”


“혹시라도 시련에 참가하기 위해 온 사람의 동료가 드래고니안일수도 있잖아요.”


“그, 그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그런 규정은 없었던것 같아요.”


“그쵸? 거기다가 시련을 선택할 때 카튜샤씨랑 프랑은 저의 편을 들어준다고 못 정하게 했잖아요. 그럼 실질적으로 시련을 제시한 출제자도 아닌데, 상관없죠.”


어라? 그런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카튜샤씨.


프랑은 그 옆에서 언니가 그렇다면 그런가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래서 법은 확실해야한다.


어설프게 비어 있으면 이렇게 가볍게 넘어설 수 있게 되거든!


“전 영주가 이런 식으로 해낸 건가..”


과연 그렇군.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영감님.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같은 취급하는 건 기분 좋지 않은데 말이지.


“악용하지만 않으면 되죠.”


“뭐, 어느 쪽 관점이냐에 따라 악용이냐 아니냐가 갈라지기는 한다만.”


“오늘따라 왜 그렇게 머리가 좋아요?”


“누가 나를 걸고 넘어져서 말이다.”


이해해주기는 개뿔이!


“크흠! 그래서, 회의의 내용입니다만.”


나는 우선 샌드위치를 베어 물었다.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지라, 그 더러운 양식장에서 나온 토드의 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도 너무 맛있었다.


흠.. 약간 닭고기 맛이 나네... 나중에 위키에 자이언트토드의 고기는 꽤나 맛있다고 적어두기로 하자.


“물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어제 기억이 날듯 말듯 나지 않았던 설화는 날아드는 연에게 대응하는 가르의 모습을 보는 순간 떠올랐었다.


딱히 그 영웅이 드래곤이나 용을 상대한 적은 없지만, 다양한 괴수와 싸웠던 영웅의 대표적인 모습이었기에 퍼뜩 떠오른 것이다.


30년간 단 한 번도 청소한 적이 없는 아우게이아스 왕의 마구간을 청소하는 과제를 해결한 그리스의 대표적인 영웅 헤라클레스다.


그는 강물의 방향을 틀어서 물로서 오물을 쓸어버렸었다.


이번에 내가 사용하고자 하는 방법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 조금 여쭈어보고 싶은게 있는데요. 물을 사용해서 오물을 쓸어버리게 되면, 문제가 되나요?”


“문제가 되냐는 말씀은 어떤 문제를 말씀하시는 거죠?”


“제 힘이 아니라 물의 힘으로 청소한 것이니 안 된다거나...”


헤라클레스는 이 시련을 실패한 것으로 취급받게 되는데, 이는 그가 대가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설과 강물의 힘으로 청소한 것이기 때문에 본인의 힘이 아니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설 이 있었다.


이곳에서도 그럴지도 모르기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아뇨. 물을 사용하든 불을 사용하든. 그것이 본인의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이라면 지혜를 활용해 시련을 통과한 것이니까요. 문제없어요.”


좋았어! 최소한 그리스의 억지부리는 신들보다는 훨씬 진보적인 사상이네!


뭐 신화에서도 헤라가 말 그대로 억지를 부렸다고 나오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확실하게 물로 해결하겠습니다.”


“물을 쓴다는 것은 좋다. 애송이 물을 어떻게 거기까지 끌어올 셈이냐?”


양식장은 섬의 중앙, 지리적으로 높은 곳에 있는데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을 어떻게 끌어 올릴 것이냐고 로진영감은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다 생각이 있죠. 아, 시간이 좀 걸려도 상관 없죠?”


“네. 문제없어요. 아까 말씀하신대로 어느 정도의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니까요.”


“좋습니다! 그럼 시작해봅시다!”


이후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구조의 설명과, 로진 영감이 생각하는 구조의 내구성 그리고 신뢰성을 고려한 테스트 방법, 그리고 카튜샤씨의 조언에 따른 지리적 판단이 한동안 오갔고, 가르는 열심히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가르가 던진 수많은 의견중 하나는 멋지게 통과되는 쾌거를 올렸고, 가르는 만세를 불렀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나는 대략적인 설계를 영감과 완성시켰고 로진 영감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동시에 갸웃거렸다.


“뭐, 분명 이렇게 만들면 되기는 하겠다만.. 정말 이걸로 해결해도 되는 건가..?”


“되겠죠. 안 된다는 ‘규정’ 있었어요?”


“넌 정말 악당이구만. 알겠다.”


영감은 껄껄 웃으며 프랑과 함께 공업소가 몰려있는 마을의 오른쪽으로 떠났다.


공구나 대장간의 제공을 거부할지도 모르지만, 영감님이라면 잘 해결하리라고 믿는다.


“그럼 우리는 우리대로 가 볼까?”


“응!”


“네.”


가르와 나 그리고 카튜샤씨는 배를 타고 이 거대한 온천으로 나아갔다.


목적지는 섬과 폭포의 가운데, 드래곤 골렘 연이다!





“저기.. 아무리 그래도 그건 곤란하죠.”


우리의 제안에 연은 난색을 표했다.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난감한과 거절이 담긴 목소리였다.


“안 된다는 법 없잖아요.”


“물론 카튜샤씨나 프라우씨가 여러분을 도울 거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제가 주역이잖아요. 이걸 해드렸다간 세르게이씨가 몇 년을 삐쳐 지내실지.. 자칫하다간 백년이 넘게 저랑은 말도 안하실겁니다.”


“그건 제가 어떻게든 해 드릴게요. 촌장의 딸로서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잘 해결해보이겠어요.”


“그렇지만..”


늠름하게 말하는 카튜샤씨의 말에 연은 조금 고민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아직은 이쪽을 도울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그렇다면, 당근으로 안 된다면 채찍이지.


나는 천천히 몸을 수그려 팔로 땅을 짚었다.


“가르야...”


“리키 왜 그래?!”


“아까 전에 연씨가 들이받은 허리가..!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라는데 아이고 내 생명!!!”


“네?!”


“아이고, 나 죽네!!”


“아니, 방금전까지 말짱하셨잖아요?! 회의하시기 전에 드워프를 발로 차서 깨우는 걸 제가 봤어요!”


어이쿠 그냥 골렘이 아니라 시야도 엄청나게 넓으신 모양이다.


그런데 그런건 알게 아니지.


“아이고!! 이 골렘이 뺑소니친 것도 모자라서 사람 잡네! 아이고! 지병인 골렘이 부탁을 안 들어주면 상처가 커지는 병이..!”


“그런 병이 어디 있어요?!”


“아!”


가르가 손바닥을 탁! 쳤다.


그리고는 아이고오오오~~ 라며 바닥에 픽 쓰러지더니 헐떡이기 시작했다.


“으.. 으윽.. 골렘이 들이 받았던 온몸이 너무 아파.. 카튜샤.. 가르가 죽거든 골렘이 부탁들 들어주지 않아서 상처가 덧나 죽었다고 해줘...”


가르의 고개가 툭 떨어지더니 숨이 멎었다.


“가르!!!”


나는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다가 픽 쓰러졌다.


“카튜샤씨.. 부디 저의 원통한 죽음을..”


“아, 진짜 알았다고요. 들어드리는 쪽을 생각해 드릴 테니 일단 일어나세요. 숨 쉬세요! 그러다 진짜 죽어요!”


연의 다급한 외침에 가르가 한쪽 눈을 찡긋 떴다.


“푸하!! 가르 정말로 죽는 줄 알았어!”


“숨을 안 쉬면 당연히 죽죠!!”


연은 그 거대한 드래곤의 육체로 한숨을 내쉬며 앞발로 눈을 가렸다.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너무도 아름답고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와 보니 그냥 착하고 불쌍해서 안쓰러워 보였다.


수호자로서 규칙을 지켜야 하는데 착하고 밀어붙이는데 약해서 번번이 드래고니안들에게 당하고 산다는 카튜샤씨의 설명은 정말 너무도 잘 들어맞았다.


“저기.. 세르게이씨가 집이나 건축물 같은 것을 만들잖아요. 그리고 제 몸의 정비도 세르게이씨가 하고 있는데.. 진짜로 뒷일이 없어야 합니다..?”


“네. 걱정 마세요. 최악의 경우에는 제가 직접 정비해드릴게요.”


“저는 고장 나기 싫어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이 마을에서는 지속적으로 제가 만들 그걸 쓰게 될테니까, 세르게이씨도 고마워하지 싫어하지는 않을 거예요.”


삐지기는 하겠지만요.


나는 뒷말을 숨기며 연을 설득했고, 연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좋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도와드리기로 하죠.”


“좋아. 그럼 다음은.. 쏠로씨인가?”


“응. 아마 지금쯤 오고 있을거야!”


작가의말

원래 법은 어기라고 있습...


저는 준법정신이 투철한 모범시민이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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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6 전설의 시작(1) +2 17.02.13 269 6 12쪽
37 #5 내정(14) +4 17.02.09 323 4 13쪽
36 #5 내정(13) +6 17.02.07 377 6 15쪽
35 #5 내정(12) +2 17.02.07 357 8 10쪽
34 #5 내정(11) +5 17.02.05 390 5 12쪽
33 #5 내정(10) +2 17.02.04 395 6 10쪽
32 #5 내정(9) +4 17.02.02 387 6 11쪽
31 #5 내정(8) +4 17.01.31 448 6 10쪽
30 #5 내정(7) +2 17.01.30 325 7 9쪽
29 #5 내정(6) +2 17.01.29 329 7 11쪽
28 #5 내정(5) 17.01.28 344 4 11쪽
27 #5 내정(4) 17.01.27 384 7 14쪽
26 #5 내정(3) 17.01.26 433 5 15쪽
25 #5 내정(2) +4 17.01.25 455 6 11쪽
24 #5 내정(1) +4 17.01.24 527 6 9쪽
23 #4 시련(5) 17.01.23 526 6 10쪽
22 #4 시련(4) +1 17.01.22 446 8 12쪽
21 #4 시련(3) 17.01.21 432 5 10쪽
» #4 시련(2) 17.01.20 478 6 12쪽
19 #4 시련(1) 17.01.19 545 8 15쪽
18 #3 용의 호수(7) +4 17.01.18 605 6 14쪽
17 #3 용의 호수(6) 17.01.17 534 6 18쪽
16 #3 용의 호수(5) +2 17.01.16 526 9 14쪽
15 #3 용의 호수(4) +2 17.01.15 632 6 11쪽
14 #3 용의 호수(3) +1 17.01.14 683 7 8쪽
13 #3 용의 호수(2) 17.01.13 590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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