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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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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22.01.25 11:40
최근연재일 :
2023.11.27 22:00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5,000
추천수 :
44
글자수 :
766,041

작성
23.11.0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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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2. 의형제의 밤 나들이

재미나게 읽어주심을 감사합니다!




DUMMY

122. 의형제의 밤 나들이



황궁에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는 황제의 배려 아닌 배려에 진행 방향이 달라지게 생겼다. 그래서 모인 그 자리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까 논의하기로 한다. 이불장에 있는 방석 여섯 개를 꺼내 와서 바닥에 깔고 양반다리하며 앉는 일행.


“황제 폐하께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북쪽여관가에서 메디 부모님부터 찾고,”


열띈 토론을 이어간 끝에,


“우리 가족과 브라운 가족 다 계시는 바로 옆 위성도시 <제다스> 에 다 같이 간 후에, 집을 하나 새로 구해서, 지금처럼 메디 부모님이랑 다 같이 사는 건 어때요? 브라운과 저는 돌아온 후에 황궁에서 출퇴근하거나 숙소에서 살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 같고, 게일 삼촌은 어차피 루아와 가족 해주기로 하셨으니 루아랑 다니엘이랑 다 같이 있는 게 어떨까 하네요.”


“레오 네는, 가족이 많지 않습니까?”


“많지만 다 따로 살아요! 부모님 댁에는 부모님도 잘 안 계세요.”


잉?


“우리 부모님이랑 작은아버지(브라운 부친)랑 작은어머니(브라운 모친)랑 저희랑 똑같은 황궁 사람이라, 특별한 바깥 일 없으면 평소에는 황궁 안 숙소에 계시거든요.”


잊고 있었는데 사실이다. 즉, 황궁 밖 본가에 가더라도 어른들과 다 같이 지내게 될 확률이 낮다. 더군다나 브라운과 레오는 회수해놓기 위해 일행의 옆을 어느 정도 비워야 한다.


“삼촌, 설마 다 같이 지내고 싶어요?”


메디의 질문에 게일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 했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게일은 당연히 모두와 복작복작 시끌벅적하게 살고 싶지만, 남인데 왜 그래야 하냐며 싫다고 할 식구가 누구 하나는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다.


그래서 그는 긍정도 부정도 못 했다.


그 날 저녁. 드디어 상봉 마친 메디와 부모님이지만 낯빛이 좋지 않은 메디는 혼자 조용히 사라졌다. 브라운은 또 자취를 감춘 연인을 찾아다니며 1층 현관까지 내려왔다.


“혹시 메디 못 보셨습니까? 같이 저녁 먹으려고 찾는 중이에요.”

“2시간 됐나요? 얼굴이 너무 어두워서 어디 아픈 거 같아서, 불러 세웠는데 못 듣고 나가던데요.”

“어디 간다고는 말 안 하고요?”

“네! 제가 부르는 것도 못 듣는 것 같았어요.”


계산대를 맡은 직원의 말에 메디의 길을 조금은 찾은 브라운이 여관을 나섰다.


메디 부모님을 찾을 때와 마찬가지로 기력 확장 수법을 다시 써먹는 그는 중앙 분수 광장 벤치에서, 쓸쓸하게 앉아 있는 메디의 기력을 찾는다.


“왜 혼자 나와 있어. 엄마 아빠랑 회포 풀어도 부족할 시간 아냐?”

“그레이슬에 역병 퍼졌다는 거 진짜에요?”


“안 가봐서 모르지만 그럴 걸? 폐하께선 듣는 거짓말을 제일 싫어하시는 만큼, 자신이 하는 거짓말도 싫어하시거든.”


“혹시 8년 전 그거랑 같은 역병이면 어떡해요?”

“그게 뭔데?”

“우리도 몰라요. 그냥 편지로 받은 소식이 그랬으니까.”


무슨 소식일까 궁금한데 메디의 얼굴이 너무 어두워서 질문 못 하고, ‘모르는 게 약’을 다시 시전하게 되는 브라운.


“8년 전 이맘때 사람들이 갑자기 죽었대요. 그것도 엄청 많이. 엄청 빠른 속도로.”


생각한 범위 밖의 발언에 놀란 브라운의 입이 떡 벌어진다.


“증상은 복통과 설사와 탈수였어요. 먹어도 계속 뒤로 나오니까 맥아리 없어서 죽는데, 그 역병의 유행이 엄청 났었대요. 저와 우리 엄마 아빠는 이곳 스토리아에 있을 때라서 살았어요. 제 친 외가 친척이 거의 다 급사急死했어요. 그리고······. 우리 오빠도······.”


메디는 그 때 받은 편지의 내용과 편지가 주던 공포가 떠올라, 얘기할 때의 감정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 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10년 남짓 같이 지낸 오빠를 인사도 못 하고 떠나보냈는데 그 마음이 오죽하랴.


메디의 나이에 비해 엄마 아빠 연세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는데, 급사한 오빠와 나이차가 심할 것 같지는 않다.


8년 전과 올해 지금, 그레이슬 왕국에 다시 퍼지기 시작한 공포의 역병은 다름 아닌 콜레라다. 콜레라는 콜레라균(Vibrio cholerae)의 감염으로 급성 설사가 유발되어 중증의 탈수가 빠르게 진행되며,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1급 전염성 감염 질환이다.


콜레라균은 분변, 구토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감염되며, 오염된 손으로 음식을 조리하거나 식사할 때에 감염될 수 있다. 날것이나 덜 익은 해산물이 감염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 8년 전에도 우기가 지나간 후의 9월 말 10월 초에 발병했었다.


21세기 현대는 대비 방비와 치료제 구비 등으로 콜레라로 죽는 사람이 적지만, 조선시대를 빼다 박은 그레이슬 왕국은 얘기가 다르다.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레오는 그레이슬 왕국에 퍼지기 시작한 역병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꼭 확인하고 싶은 브라운이다.


‘이게 뭔 감정이지?’


그는 메디를 토닥여주는 한편으로 고개를 갸웃댔다. 마음과 생각과 감정이 이상했다. 메디의 슬픔과 안타까움에 공감해주는 것과는 별개로, 메디네 가족과 그레이슬에서 겪은 큰 일이 스토리아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었고, 우리 가족 일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라는 안도라는 감정이 눈을 떠서 브라운을 흔들어댔다.


주변에 이런 큰일을 겪어본 사람은 20년 전 일을 당한 게일 삼촌이 전부인데다가 삼촌은 남이나 다름없고, 메디는 현재 사랑하는 사람이고 자신의 일부다. 마음에서 두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이 다른 만큼, 공감하는 마음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브라운으로서는 자신이 지금 접하는 이 이중심리에 대해 제대로 말할 수가 없는 지금 상황이 조금 답답하다.



“어디 갔다 와? 메디랑 같이 오붓한 시간 보내기라도 했어?”

“······.”


레오의 질문에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젓는 브라운은 다른 질문을 한다.


“저녁은?”


“먹었어. 너랑 메디랑 둘이 밖에 있다길래 외식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먹었어. 메디 부모님도 잘 드셨고. 근데 너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우리,”

“어?”

“맥주 한 잔 할까?”


주변 누가 상喪이라도 당한 것만 같은 얼굴로 술 먹자는 권유까지? 얼굴 보이지 않던 3시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을 겪은 것일까.


잠옷 위에 가운 하나 걸치고, 아직 무복 차림의 브라운과 같이 여관을 나가는 레오.


딱 절반만 켜진 조명으로 인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까운 술집은, 마법사 아저씨가 운영하고 있는 듯, 술집 전체가 마법의 힘이 좔좔 흘러내리고 있었다. 들어가기 전부터 그걸 느낀 레오는 슬쩍 웃을 뿐이었다.


앞장서서 들어간 브라운은 맥주와 안주가 탁자에 도착하기 무섭게, 주변 손님들을 의식해 방음막까지 쳐달라고 부탁한다.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직감에 말을 목 안으로 삼킨 채 맥주를 천천히 마시는 레오.


“그레이슬에 역병 돈다고 하잖아.”

“······?”


“너 전에 있던 세계에서도 그런 일 많았어? 사람 목숨 많이 앗아가는 위험한 역병이 유행하는 일.”


“푸훕! 콜~록! 콜록콜록.”


질문 하나 했을 뿐인데 레오의 반응은 브라운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질문의 강도가 갖고 온 충격에 놀란 마음과 맥주 주변 정리를, 탁자 한쪽 갈색 휴지로 닦으며 대충 끝낸 레오는 잔을 내려두고 브라운을 바라보며 질문을 되돌려준다.


“후~ 너 내 이전 세계에 대해 질문하는 게 아주 그냥 자연스럽다?”


드러내고 신명나게 떠들지 않았으니 잊을 만도 한데, 브라운은 머릿속 한 구석에서 레오의 과거에 대해 확실히 기억하고 있으려고, 계속 되새기고 있기라도 한 모양이다.


“내가 전에 23년 살았던 인생을 의사로 살았던 것도 아니고, 신도 아닌데 다 알 수가 없잖아. 뭐, 많기는 하지. 루아 말에 따르면 루아가 사고 나기 전에도 대규모 역병 하나 돌고 있었던 모양이던데. 그리고 그렇게 하면서 의학발전이 있는 거니까.”


스토리아도 최근 네바라는 큰 도시에서 역병 돌아서 의원과 마법사가 총출동하지 않았던가. 마법사가 전혀 살지 않는 그레이슬왕국은 역병이 한 번 돌면 더 크게 돌게 되리라.


“왜, 뭐 심각한 일이야?”


의형제의 질문을 받은 브라운은 안주로 나온 마른 먹거리를 먹으며, 메디에게 들은 그대로 전하며 맥주를 마시고, 이래서 ‘방음막을 쳐달라고 했구나’ 라는 생각 아래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레오.


그가 살았던 시대는 21세기 현대이고 의학발전으로는 최첨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전 세계라고 해도 조선시대를 살다 온 게 아닌 만큼, 레오도 학창시절 책과 짬짬히 본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배운 역사를 끄집어내느라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


“설사, 탈수, 구토, 조선시대, 으음~”

“어때? 접한 적 있어?”

“없어. 그냥 역사드라마를 직접 본 게 있나, 기사로 본 게 있나 생각 중이야. 식중독, 아니고 콜레라인가.”


현대에서도 식중독으로 죽는 사람은 없었다. 조선시대에서도 단순 식중독으로 급사할 수는 없으리라. 루아랑 같이 있었던 15년,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라 집에서만 주로 지냈고, 남는 시간은 음악 듣기와 드라마보기 등 단순 취미활동을 즐겼었다.


“엇!”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다. 그 드라마에 의하면,


“콜레라 맞겠다!”

“콜, 뭐라고?”


“현대 의학에선 지금 그레이슬에 쳐들어온 역병을 그렇게 정의하고 있어. 물론 내가 직접 보지 않는 이상 그게 맞다 틀리다 확신할 수 없지만 말이야.”


“나을 수 있어? 치료제는?”


브라운의 질문에 레오는 머리에 찾아온 두통 때문에 손끝으로 이마를 짚은 채 답한다.


“내가 살던 시대에선 없던 병이야. 아주 오래 전에 지나간 병이야. 치료는 가능한데 그레이슬 환경으로 그게 가능할까? 그걸 모르겠어.”


“그럼 어떻게, 또 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죽어?”


“우리나라 마법사 의원이 건너갔다고 하지 않았어? 도와주겠지. 그레이슬에선 8년 전 악몽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트로이카제도에도 도움을 요청했을 거야.”


레오가 떠올린 드라마에선 조청과 설탕, 꿀 등 당분 가득한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으로, 역병에서 벗어났었다. 해당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은 의사였고 의원이었기 때문에, 콜레라를 대응하는 게 가능했으나 지금의 레오는 의원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가족 중 의원인 작은 누나와 매형이 있지만, 따로 생활한 시간이 인생의 절반을 넘는 만큼, 레오는 스스로 생각해도 의학적 지식이 해박하다고 할 수 없다. 이번 여행 때문에 기초적인 수준을 조금 배워놨을 뿐이다.


“있잖아. 나 아까 좀 이상했어.”

“뭐가?”


브라운은 메디를 토닥이며 위로해주던 와중 접한 양가감정에 대해 털어놓는다. 얘기 들으며 맥주 마신 레오는 브라운의 얘기가 끝나갈 때쯤 잔을 내려놓는다.


“그럴 수 있어. 가까운 사람 불행 안타깝고 속상하고 슬퍼하면서, 동시에 그게 내 거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거.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고.”


“다행이다. 내가 나쁜 아이가 아니라서.”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메디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레오의 따끔한 한 마디에 브라운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 정도는 알지, 나도. 짠.”

“짠.”


둘은 잔을 부딪치며 맥주와 함께 밤 나들이를 즐긴다.




혹시 보게 된 오타 와 문맥상 안 맞는 부분 등, 말씀해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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