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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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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22.01.25 11:40
최근연재일 :
2023.11.27 22:00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4,997
추천수 :
44
글자수 :
766,041

작성
23.08.30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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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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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08. 밤과 아침

재미나게 읽어주심을 감사합니다!




DUMMY

108. 밤과 아침



멀리서 보면 산의 한 가운데에 자리한 절이 환히 빛나고 있다.


한밤에 갑자기 찾아온 손님 다섯 때문에 절에 깨어 있던 스님 두 분이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절의 앞마당에서 아이를 받고 인사를 처음 나누었던 스님은 품의 아이를 잠자리 봐주고 방에서 재우느라 바쁘셨고, 다른 두 분이 절 곳곳에 있는 전등에 불부터 켜고, 일행 다섯이 하루 묵을 방에 이불 피느라 바쁘시다.


산등성이에 있는 절,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지만 춥지 않아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일행도 절 마당 한쪽 별채의 창고 같은 곳에 마련된 빈 방에 얼른 들어가 이부자리 피는 것을 돕는다.


“갑자기 찾아왔으니 도와드리겠습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네, 저녁 먹었습니다.”

“그림 우리는 여러분의 내일 아침만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네. 내일 아침만 준비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쉬십시오.”


스님 두 분은 이부자리 피기를 끝내고 합장을 하고 방을 건너가고, 레오는 안고 있었던 루아부터 방 안쪽에 조심히 내려놓는다. 레오가 루아의 옷을 갈아입히는 사이, 메디와 브라운, 게일도 점차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서두른다.


메디와 레오가 방에 천으로 가림 막을 쳐서 환복이 원활하다.


“먼저 눕겠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요, 모두.”

“네, 삼촌~ 편안한 밤 보내셔요~ 내일 아침에 뵐게요!”

“그래요.”


레오는 루아를 봐주고 자신도 옷 갈아입고 루아 옆에 눕고, 절의 전등불을 끄는 것은 브라운이 도맡아 끄고 방으로 들어와 마지막으로 눕는다. 합법적인 합방이 가능한 오늘도 연인끼리 누워 한 이불보와 한 이불을 덮고 있다.


“합법적인 합방, 너무 좋다. 그치.”

“그러니까요~ 그동안 불법적인 합방 때문에 좀 많이 걸렸었잖아요.”

“여관 직원과 주인에게 걸린 적도 많았지.”


루아를 품에 안고 토닥이던 레오가 브라운과 메디의 꽁냥꽁냥에 끼어들기 한다.


“야. 우리끼리 얘기하는데 눈치 없이.”

“그래서 불만이냐?”

“그건 아니고. 루아는 잘 자?”

“응, 너무 잘 자. 우리 아가씨는 요즘 낮밤을 아예 잃어버리셨어.”

“초기니까 그렇겠지. 그럼 메디 어머니도 그럴까?”

“아, 정말 그런 거면 어떡하죠? 우리 엄마, 잘 건너올 수 있을까요?”


잘 못 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본다.


마력 확장으로 인기척 읽는 공간 범위를 넓히면 부모님 찾는 건 가능하겠으나, 마력소모가 극심해지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즉, 레오처럼 기절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함부로 인기척 읽는 공간 확장을 못 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잘 하실 거야. 걱정 마. 이상하다, 과일은 없는 방인데 계속 과일 냄새가 나네.”


입덧하는 중인 레오의 코가 훨씬 예민해지고 있다. 브라운과 메디도 코에 힘을 좀 더 모아본다.


“레오, 언제부터 났어?”

“아까······. 편지 받았을 때부터?”

“편지? 그럼 편지에 과일 냄새가?”


깜깜한 방에서 마법으로 전등에 불을 붙이고 일어난 레오가 메디에게서 받은 편지 뒷면에, 초에도 불을 붙인 뒤 편지 뒷면을 그을려 본다. 편지의 공백에 떠오르는 글자는 날짜와 일정이었다.


어머니를 대신해 식당을 도와주시던 아주머니께 식당을 일임하고 짐 싸서 출발하는 날짜는 9월 5일, 대여한 마차로 국경선으로 이동, 10일 정도 걸릴 예정, 9월 16일 황국 입국, 황궁 북쪽 위성도시에는 이르면 9월 30일이나 10월 3일 도착할 예정. 마부아저씨에게 일정 확인 마쳤으니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메디는 숨은 글씨가 드러나는 것을 보며 고개를 갸웃댄다.


“이게 뭐에요?”

“보안을 하고 싶었나 봐. 어디서 배우셨나본데.”

“메디, 아버님 식당하신 댔지? 그 식당에서 우리나라, 특히 마법사 여행객을 만났나 보다.”


편지에 글자 숨기는 방법을 손님에게서 배우신 모양이다. 스토리아에서 그레이슬로 여행 간 마법사를 만나서 배웠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 일정표대로 오셨다면 이미 들어오셨을 것이다.


“근데 북쪽에 서신다고 적혀 있네요. 북쪽에 서도 괜찮습니까?”


전등 불 때문에 환해져서 게일도 결국 눈을 뜨고 편지를 본 뒤 레오와 브라운을 본다.


“아니요. 우리 집과 브라운네 집, 전부 황궁 기준 남쪽에 있어요.”

“황궁 도착하면 메디 부모님부터 데리고 내려 와야겠네요.”

“그러게요. 우리는 못 올라가니까 부모님을 데리고 남쪽으로 와야겠네요.”

“그렇게 합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도란도란 수다 중인데 지금이 한밤중이라는 것을 잊은 모양이다. 절 본체 건물과 똑 떨어진 별채의 창고 같은 방에서 자는 중이라, 오늘은 저번 주막에서처럼 ‘시끄럽다’ ‘잠 못 잤다’는 불평불만 들을 일 없다. 일행의 수다에 부채질하는 것이 생겼으니. 창고 방 안쪽 구석에서 곤히 자던 루아가 벌떡 일어나 한 마디 남기며 모두의 시선을 모은다.


“배고파.”

“잠도 안 오는데 야식 먹을까요?”

“좋습니다. 이공간에 먹을거리 있나 찾아볼게요.”


자리를 털고 일어난 다섯 명은 별채와 본채 사이의 평상에 자리 깔고 시리얼과 우유로 간단히 배를 채운다.


“음, 야식으로는 괜찮네요. 포만감도 있고.”

“루아, 좀 더 줘?”

“응, 조금만 더.”


2인분을 챙겨 먹어야 하는 루아는 특히 더 먹는다.


“시리얼, 많이 남았습니까?”

“아니요. 그렇게 많은 량은 아니에요.”

“혹시 모르니 남겨놓는 게 어떨까 합니다만.”

“그렇게 하려고요.”


게일의 의견에 동조하는 레오다.


절에서의 밤이 천천히 깊어간다.




한편. 메디의 제안을 받고 깊은 고민 끝에 스토리아로 이민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움직인 부부는, 시간이 흐른 후에 이번 이민 결정에 천운이 따랐다며 하늘에게 감사의 인사를 잠시 올리게 된다.


왜냐하면 10년 전 그레이슬 왕국 남부를 덮친 뒤, 무려 2년이나 괴롭히며 많은 사상자를 낳았던 역병이 이번에는 북부를 덮쳤기 때문이다. 메디 부모님이 국경선을 나와 스토리아로 건너 들어가던 그 시점에, 그레이슬 왕국은 8년 전 겨우 지났던 악몽의 역병이 재발되고 있었다.


또 다시 2년이나 고생할 수는 없다는 판단 아래, 역병을 잠재우고 병자들을 살리기 위해, 옆 나라 스토리아와 트로이카에 사신을 보내 도움을 청하기로 하는, 그레이슬 왕국의 새로운 임금(전 임금의 조카). 시간과 싸우며 빠른 속도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윗대에서 키웠고 지금도 왕궁 안에서 키우고 있는 새, 비둘기를 전서구傳書鳩로 활용한다.



9월 22일 수요일 8시가 넘어가는 시각, 수다 떨며 야식까지 챙겨먹고 늦게 잔 일행은 보란 듯이 일어나지 않는 중이다. 6시가 되기 무섭게 일어나 승복을 갖춰 입고 아침 식사까지 마친 스님 일행은 각지에서 자신의 일을 보는 중이고, 막내 아이, 동자승 ‘유몽’ 은 별채 근처에서 기웃대는 중이다.


“유몽. 일어난 기척이 느껴지지 않느냐.”

“응? 아, 스님!”


절에서 가장 나이 많은 최고참 관리 승려가 다가오자, 동자승 유몽은 도도도도 뛰어서 최고참 관리 승려 앞에 서서 꾸벅! 인사부터 한다.


“어젯밤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유몽은 어제 늦은 밤 뒷간에 가려고 일어났다가 절 밖에서 환한 빛 한 덩이를 봤고, 가까이 가려고 하다가 길을 잘 못 들어서 호랑이와 맞닥트렸다. 냅다 뛰다가 넘어지기도 했다고. 몸집이 커다란 여자 어른이 토닥여준 것도 기억하고, 그녀가 품에 안고 안심시켜주어 안심하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고.


“다친 곳은 없느냐.”

“다행히 없습니다, 스님.”

“들어가서 공부하자꾸나. 손님은 그냥 두도록 해라.”

“예, 스님.”


유몽은 최고참 승려의 손을 잡고 본채로 향한다.



9시 넘어서 느적대며 일어난 메디와 브라운이 주방 위치를 알려달라고 한 뒤, 우리 식사는 우리가 준비하겠다며 소매를 걷어붙인다.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와 부추, 달걀, 두부와 껍질을 까야 하는 콩 등, 재료를 확인한 브라운과 메디는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역시 절은 절인가 봐요. 고기가 없네요.”

“조금 아쉽지만 재료는 많으니까 이걸로도 충분해.”

“오빠, 뭘로 할까요?”


“어··· 콩은 밥에 넣어 완두콩밥으로 하고, 감자는 채 썰어서 볶자. 고구마는 크게 썰어서 굽고, 부추 잘잘하게 썰어 넣은 달걀말이, 두부는 으깨서 스테이크처럼 할까.”


모든 재료를 다 쓰라고 말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오빠, 차림표가 점점 본격화 되어 가는 거 같아요. 우리 둘이서 그게 가능하겠어요?”

“하하, 그런가? 레오는 말에게 밥 주러 갔으니 못 오고, 게일 삼촌께는 부탁드리기 미안하고.”

“오빠. 고구마는 빼요. 감자도 썰기 힘든데 고구마까지 썰려면 나 손목 나가요.”


“알았어. 우리 둘이서 해야 하니까 고구마는 빼고 감자채볶음과 부추 달걀말이, 두부스테이크, 이렇게 할까?”


“응! 일단 감자와 부추를 씻어올게요.”

“난 콩을 깔게.”


밥에 넣고 앉히기 위해 콩부터 까는 브라운. 흙을 털어낸 감자와 부추를 갖고 부엌으로 돌아온 메디는 작은 칼로 감자 껍질부터 깐다. 콩을 적당히 깐 뒤 쌀을 씻어서 안치는 솥에 콩을 넣고 불을 붙인 브라운은 감자 껍질 까기를 도맡고, 메디는 큰 칼로 채 썰기에 돌입하는 등, 둘이서 바삐 움직인다.


“도와줄 거 있지?”


말 세 필에게 밥 먹이기를 끝낸 레오가 부엌으로 들어와 도와주기 시작하면서 음식 준비에 속도가 붙는다. 그 와중에 레오도 육류가 없다며 투덜댄다.


“절은 이래서 문제야. 고기가 없어, 고기가.”


채식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절 스님 모두가 불편해하지 않는데 정작 손님이 난리다.


“하하, 저희만의 원칙이니 어쩔 수 없지요. 이해와 양해 부탁드립니다.”

“알고는 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음식 하느라 바쁘면서도 최고참 승려의 질문에 답하는 레오와, 뒤에서 고개 끄덕이느라 바쁜 메디와 브라운이다. 일행 중 채식주의자가 없어서 최고참 승려를 포함한 절 안의 승려 모두가 알게 모르게 눈치를 봤다.


식사 준비가 끝나고, 평상에서 완두콩 덕에 밥 색이 약간 초록색을 띄는 밥과 감자채볶음, 두부스테이크, 부추 달걀말이를 그릇에 올려 배달 마치고, 밥 냄새를 맡고 일어난 루아를 본 레오가 그녀를 데리고 평상으로 나온다. 아침 식단을 확인한 루아도 한 마디 거든다.


“고기가 없네······.”


“콩이 밭에서 나는 고기에요. 거기 있잖아요. 밥에 있는 콩이 밭에서 나는 고기이고요, 거기 스테이크처럼 보이는 건 두부네요. 두부도 콩으로 만든 음식재료이지요.”


식사를 마치고도 밥 냄새에 이끌려 평상 근처에 서 있는 동자승 유몽이 쌜쭉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 끼만 먹고 가는 것이니 참읍시다. 죄송합니다, 우리가 몸을 쓰는 직업을 갖고 있어서 단백질에 예민합니다, 스님.”


“서운해 할 뿐, 고기 구해달라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 중입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깡마른 체격의 민머리 스님 한 분이 동자승 유몽 뒤에 서서 일행을 바라보며 웃는다.


“예,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혹시 보게 된 오타 와 문맥상 안 맞는 부분 등, 말씀해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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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0. 동자승 가출 사건1 23.09.06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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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 밤과 아침 23.08.30 1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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