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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사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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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래
작품등록일 :
2016.12.01 20:40
최근연재일 :
2019.03.02 20:28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1,860
추천수 :
105
글자수 :
163,954

작성
18.12.31 15:06
조회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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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내가 필요할테니까

DUMMY

“ 뭐 형사적인 직감이랄까? 아님 그동안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촉이라고 해야 할까? 뭐 똑같은 건가? 허허.. 아무튼 내 지론은 그래.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놈 없다. 그런데 아무리 털어도 먼지가 안 나온다면?”

잠시 말을 끊더니 고개를 갸웃한다.

오른쪽 입 꼬리가 실룩이더니 살짝 올라간다.

“그건 정말 위험하단 말이지”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확신에 찬 표현이다.

“ 나도 안유근 저이 한테 악감정은 없었어. 아니 오히려 그동안 호감이 있었다는 표현이 더 맞겠지.. 그런데 말이야 보면 볼수록 말이야 어딘지 깨름직 하더란 말이야. 뭔가가 자꾸... 아이구 뭐라고 말을 해야하나..”

그러면서 손계장은 자신의 가슴을 가리킨다.

“ 자꾸 여기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더라고..”

“ 그래도 정인이가 사진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 그저 너무도 잘난 사람에 대한 시기심, 부러움 정도로만 생각했지. 그런데 정인이가 사진을 보여주는데 갑자기 여기가 확 뚫리는 거야”

다시 한 번 손계장은 자신의 가슴을 가리킨다.

“ 내 촉은 분명 뭔가가 있다는 걸 알려 줬던거지”


손계장은 내 눈치를 한번 보더니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어쩔 수 없었단 소리를 하고 싶은 거다. 결국 그 곳에 간 것이다. 내가 다녔고 그 이전에 안유근이 졸업을 했고 현재 손계장의 사촌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곳.

뭐 예상은 했기에 별로 놀랍지도 않다.

“ 나도 6년동안의 학적은 전부 조사해 봤는데 특이사항은 없던데요. 뭐 발견한 거라도 아니 들은 거라도 있는 거예요?”

손계장이 말을 멈추자 정인이 답답해서 선수를 친다.

“ 뭐 언론에서도 원체 많이 떠들어 댔으니까 내가 묻기도 전에 사촌놈이 먼저 자랑질을 해대더라고. 같은 동기이니 더 할 얘기가 많겠지. 알아서 학창시절 얘기를 미주알고주알 죄다 알려주더라고.”


손계장이 목소리랑 말투까지 흉내 내며 사촌동생의 말을 옮긴다.

“ 뭐 지금이야 용된거지.. 그때는 저나 나나 뭐 다 똑같은 학생이었지 별반 차이 있나? 그래도 참 용하긴 해.. 뭐 거의 대부분이 그랬지만 그녀석도 공부만 하지 별로 친구도 없었거든요. 동아리 활동도 전혀 안했고. 게다가 일본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연수도 다녀오더니 뜬금없이 미국에 있는 공대를 가질 않나.. 하여튼 종잡을 수가 없는 놈이었어. 그래도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때가 가장 압권이었지.. 정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구리를 보는 느낌이랄까. 뭐 지금도 여기저기 나오는 그 녀석 얼굴을 보면 내가 알던 그녀석이 맞나 싶을 정도라니까요.”

“ 장학금? 일본에서?”

“ 예.. 일본어를 곧잘했어요. 일본인이 학교로 찾아와서 얘기하는 걸 본적이 있거든요.. 뭐라는 지는 몰랐어도 하여튼 의사소통이 되더라고요.. 방학때 일본으로 연수를 다녀온 적도 몇 번 있었고.”

“ 다른 학생들도 받았어? 그 장학금?”

“ 아니 내가 알기론 그 녀석 혼자였어요. 능력자지 뭐.. 어떻게 일본 기업으로부터 장학금을 받는지.”

“뭐 공식적으로 기록에 남아 있는 거였어?”

“ 아니.. 아닐걸요.. 우리도 몰랐는데 방학 때 공항에서 우리 과 애를 마주치는 바람에 우연히 일본 연수를 가게 된 걸 들킨거죠. 그제 서야 그 녀석이 실토를 하더라고. 그렇잖아 고등학교 선생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의대 학비에 방학 때마다 일본연수를 보내겠어요? ”


정인의 의자가 점점 더 손계장 가까이로 다가오고 있다. 정인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지고 있고 손계장은 이미 짐작했다는 듯한 여유로운 얼굴이다.

“ 그... 일본 회사 이름은 들으셨어요?”

“ 그래... 사촌놈이 들었더라고.. 역시 천재들은 틀려.. 일본어를 모르는데도 희한하게 한번 들은걸 기억하고 있더라고.... ”

“ 스미토모”


더 이상은 피할 수가 없다. 너무도 자주 같은 이름이 언급되기 때문이다.

손계장님은 그날 스미토모 라는 단어를 내뱉고는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는 단어이지만 나한테는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감지한 것이었다.

SB...Sumitomo Bio

스미토모 사토코

그리고...

미치... 스미토모 미치

그 뿐만이 아니다.

정인은 스미토모란 단어만 들으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왠지 모를 차갑고도 기분 나쁜 바람이 정인의 몸속을 한번 휘감고는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이유는 모른다. 그저 본능적으로 아님 잠재 기억 속에 있는 뭔가가 스미토모란 단어를 거부하는 느낌 더 정확히는 두려워하는 느낌이었다.


사토코를 만나기 이미 이전에 스미토모에 대해서는 조사해 본 적이 있었다. 1946년 그러니까 전후 바로 창립된 회사로 작은 철강업체에서 출발해서 서서히 군수업체로 바뀐 회사다. 창업자의 이름을 따서 스미토모 주식회사.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도 별로 없고 가족 경영이다 보니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은 중소기업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요즘 시대에 홈피도 없는 회사다. 모을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다고 밖에 할 수 없다.


SB도 내 나름의 추리일뿐 S가 스미토모라고는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공식적인 명칭은 SU BIO이다.

그런데 그런 회사에서 한국인에게 장학금이라...

그것도 안유근 혼자...

분명 뭔가가 있는데 어디서부터 파헤쳐야 할지 어떻게 가닥을 잡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그리고...

분명 나 자신과도 연관이 있을 거라는 이 막연하지만 점점 더 확실해 지는 느낌...

피하고 또 피하다가 결국은 마주하기 싫은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끔찍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 심정이다.

그래.. 부딪쳐보자.. 어차피 이젠 피할 수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도대체 어디서부터...

아니 알고 있다. 이미 알고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공중전화 부스로 가서 전화를 건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낯익은 목소리가 전화를 받는다.

“ 나야 정인”

상대방이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생생히 전달된다.

“ 대답은 하지 말고 통화가 가능한지만 알려줘.. 여기 나리타 공항이야..”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십 분 뒤에 전화를 달란다.


“ 미쳤어?”

사토코가 공항에서 나를 태운 후 뱉은 첫마디다.

밀폐된 장소 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이 많은 장소가 더 안전하지 않을까 해서 근처 공원에 차를 세우고 벤치에 앉았다.

사토코는 연신 주위를 둘러보면서 안절부절 못한다.

“미행은 없었어? 아니지 눈에 띄게 미행하지도 않겠지? 미쳤어?”

사토코는 다시 한 번 같은 단어를 내 뱉더니 엉거주춤 엉덩이를 겨우 의자에 걸치기만 하면서 나를 째려본다.

“ 위험하다고 알려줬잖아. 나도 미행당하고 있을 거라고 알려줬잖아. 그런데 겁도 없이 여기까지 와. 내가 번호를 준 건 정말로 정말로 마지막을 대비해서 준거야. 그런데 이렇게...”

사토코는 그 때 보다 야위었다. 낯빛도 많이 어두워졌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당당함도 밝은 에너지도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 괜찮아.. 어차피 죽일 거였으면 진작에 손을 썼겠지. 분명 감시는 하는데 나타나지도 죽이지도 않는 건 앞으로도 죽일 의사는 없다는 뜻 일거야. 아마..”

정인은 뱉고 싶지 않았고 쉽게 입 밖으로 내서도 안 되는 단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 내가 필요할테니까.. 실험하고 싶을거야... 적어도 자신들의 소중한 자산을 흠집내지는 않을거야”


사토코의 갈피를 못잡고 움직이던 손가락이 뚝 멈춘다.

움직이지 마세요.. 찰칵... 그때처럼 모든 동작이 일순 멈춘다. 정지화면처럼.

아는 것이다. 아니 적어도 눈치는 챈 것이다. 사토코는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찾아본 것이다. 사토코도. 아무리 찾지 말라고 해도 찾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어디까지 알아냈을까..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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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여자? 엄마 여자였어? 16.12.30 291 5 8쪽
18 근디 와요? 16.12.27 278 4 9쪽
17 삼촌? 이분이 삼촌이셔? 16.12.26 264 4 8쪽
16 나 잘한 거지? 16.12.25 360 4 10쪽
15 더이상은 못해 16.12.23 314 3 9쪽
14 저놈.. 수상해 16.12.22 298 3 10쪽
13 엄마야.. 넌 누꼬? 16.12.21 480 4 8쪽
12 머리가 빙빙 돈다 16.12.20 364 4 8쪽
11 감이 그래요 +2 16.12.19 339 4 7쪽
10 나 왔어.. 오빠 16.12.18 468 3 9쪽
9 나 여기 가봤는디 16.12.17 304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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