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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사래 님의 서재입니다.

보통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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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래
작품등록일 :
2016.12.01 20:40
최근연재일 :
2019.03.02 20:28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1,862
추천수 :
105
글자수 :
163,954

작성
17.01.13 15:36
조회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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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그래도 나가 얘기는

DUMMY

팀장님께는 밤에 전화를 해서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필요한 만큼만. 계장님한테는 팀장님이 알아서 전해주리라 믿고서. 같은 팀원들 한테도 입을 다물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음날 출근해서 정인스럽게 아주 쿨하게, 짧게, 브리핑하듯이 설명을 했다.

“ 제가 일란성 쌍둥이래요. 우리나라 드라마 단골소재. 뭐 뻔하잖아요. 남편은 없고 애들은 둘씩이나 되고. 그래서 그나마 더 건강한 애를 고아원에. 그러다가 어찌어찌 재혼을 해서 나머지는 애는 일본에서 외동딸로 잘 자라고. 학회라나 뭐라나 뭐 어쨌든 한국에 들렀는데 우연히 자신과 똑닮은 사람 발견. 그래서 궁금해서 한 번 만나고. 엄마라는 사람은 만나고 싶지도 않다나 뭐라나.. 이제 와서 핏줄이니 뭐니 그런 느낌도 없고 괜히 잘살고 있는데 분란 일으키고 싶지도 않고.. 뭐 그냥 진정인은 진정인으로 한국에서.. 그쪽은 그쪽대로 일본에서.. 그렇게 살기로 했어요. 앞으로는 다시 볼 일 없을거에요.. 괜히 염려 끼쳐 죄송.. 질문은 안받음.. 전적으로 사생활이니까. 호기심도 사양”

다들 호기심과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지만 정인이 짧게 설명하고 고개까지 숙여가며 전날의 헤프닝을 사죄하며 사적인 영역으로 확실하게 선을 긋는 지라 더는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리곤 바로 손계장님과 김 팀장님을 호출해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원래 의도했던 중대 사안이 채운의 납치 해프닝으로 묻혀 버렸지만 셋은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 뭐 채운이 일은 헤프닝으로 끝났으니까 다시 모여야지.. 의논은 해봐야지”

팀장님이 먼저 얘기를 꺼낸다. 팀장님은 그대로 밀어붙일 의향인 것 같다. 계장님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보아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 하다.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문경행에서 뜻밖에도 채운의 아빠 살인범과 일치하는 DNA가 확인된 바람에 정인은 충격을 다스리느라 그날 하루 월차를 써야할 정도였다. 하루 온종일 고민을 해봐도 정인 혼자서는 답을 얻을 수 없어서 밤에 팀장과 계장을 만났다. 대강 전화로 알려 놓은 덕분에 두 분도 미리서 의논을 해 본 모양이었다.

팀 전체를 이 사건에 끌어 들일 수는 없겠지만 일단 팀원들도 알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모두 이의가 없었다. 더 이상 숨길 수는 없는 단계라는 것이었다. 계장님은 분명히 연관된 사건이 더 있을 것 같다며 공론화해서 수사를 하자고 했지만 정인도 팀장도 그런 확신은 들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정인의 사적인 문제까지 걸려 있어서 선뜻 찬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셋이서 의견을 나누어보아도 일치된 해결책을 얻을 수 없어서 결국 팀원 전체의 의견을 물어보기로 한 것 이었다.


그런데 너무 많은 걸 겪어버린 하룻만에 정인의 생각은 확고하게 바뀌고 말았다.

-위험하다

뭐라 딱히 설명하긴 힘든데 감이, 아주 불길한 감이 좀처럼 사라지질 않았다. 끌어들여서는 안 될 것 같다는 강력한 예감이 들었다.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이해시키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래도 해야한다.


“ 당분간은 저 혼자 더 조사를 했으면 좋겠어요. 문경에서 뭐라도 더 발견이 된다던가 다른 사건과 연관을 지을 만한 증거가 나오면 또 모르지만...”

“ 아니야 분명히 내가 감이 있다니까.. 분명히 더 있어.. 분명해.. 그러니까 밀어붙여 보자.. 까짓것 내가 밀어주면 되지 뭐...”

더 조심스러워진 정인과 반비례로 계장님은 더 확고해 지셨다.

정말로 뭔가 집히는 거라도 있으신건지...

팀장님은 조용히 정인을 바라본다. 정인의 의견에 따르겠다는 표현이리라. 현실적으로 팀원 전체를 움직여야하는 팀장님으로선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이리라.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뭔가가 더 있어야 한다.


“ 그럼 일단 일주일만이라도 시간을 주세요.. 문경은 제가 나녀올께요. 그놈의 흔적은 몽조리 찾아올께요. 그래서 뭔가 아주 조금이라도 연관 지을만한 뭔가가 나오면 그때 움직여요.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 진짜 이번엔 내 감이 맞다니까.. 뭔가가 더 있어.. 분명하다니까.. 괜히 시간 낭비할 필요 없어.. 그 동안 어디서 무슨 일이 더 터질지 모르는 거라구...”

계장님이 이렇게 까지 강력하게 자신의 의견을 어필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게다가 사건이 아니라 단지 감을.. 정말로 뭔가 있는 건가

팀장님 마저 솔깃해 하는 눈치다.


이말 만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안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쩔 수가 없다.

“ 음.. 사토코.. 그 일본 사는 쌍둥이 동생이 저더러 위험하대요..”

갑작스런 정인의 고백에 두 사람은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앞으로 내밀어져 있던 등을 꼿꼿이 펴서 의자에 붙인다. 그리곤 다음 말을 재촉하듯 정인을 쏘아본다.

“ 그애도 자세한 건 모르나봐요.. 어쨌든 제 신변에 위험이 닥칠 수가 있다고 느꼈대요.. 그래서 이번에 온 거구요.. 이말까진 안 하려구했는데...참...”

둘은 충격으로 할 말을 잃은 듯 눈만 깜박인다.


“ 그냥 제 생각이겠지만.. 혹시 만에하나.. 채운이 아빠가 나 때문에.. 혹시 나 때문에..”

“ 말도 안돼.. 벌써 몇 년이 지난 일인데.. 게다가 쌍둥이가 나타난 건 최근이고.. 그런 어처구니 없는 말이...”

팀장님이 의자까지 박차고 일어나며 큰 소리로 외치다가 주위 시선을 의식한 듯 뒷말을 얼버무리며 어정쩡하게 앉는다.

“ 그럼 그건 좀 오버야.. 그때 정인이 넌 겨우 학생이었잖아.. 말도 안돼지 그럼.. 그건 아니야...”

계장님이 팀장님 의견에 쐐기를 박듯 부드럽게 정인을 타이른다.

“ 아닐거에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만에 하나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느낌이 좋질 않아요.. 왠지 모르겠는데 자꾸 불안해져요.. 이런 상태로 팀원들을 끌어 들일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조금만.. 딱 일주일만 시간을 주세요.. 그 다음엔 두 분 의견 따를께요...”

정인의 확신 섞인 부탁에는 늘 그렇듯 두 분은 이기질 못한다.


그래서 정인은 혼자서 다시 문경에 내려가 좀 더 조사를 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어엿한 협조 공문까지 지참하고서.. 동석삼촌은 이미 퇴원을 한 상태인데다가 이미 들을 건 다 들었을 뿐만 아니라 섣불리 얘기를 꺼냈다간 일을 더 크게 만들 소지가 컸으므로 그저 혼자서 조용히 수사를 해 나갔다.

일단은 문경 경찰서의 협조를 얻어서 삼촌이 발견된 장소 주위 cctv부터 확보하기로 했다. 물론 가장 먼저는 편의점이었지만 그곳 영상에서는 쓸만한 영상은 확보되지 못했다. 읍인지라 cctv를 갖추고 있는 가게도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다행히 편의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고 바로 옆에 지구대가 있어서 그곳의 cctv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일단 그곳에서 영상을 확인한 바로는 도움이 될 만한 영상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일단 영상은 압축 복사를 해두었다. 읍내 전체를 구석 구석 살펴보는데 하루면 충분할 만큼 작은 곳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cctv 영상을 몇 번을 돌려가며, 눈이 빠질 만큼 상세히 들여다 봤지만 건질 만한 것은 없었다. 상세 지도까지 펼쳐놓고 관련성을 조사해봤지만 막다른 골목이었다.

무엇보다도 뜬금없이 문경이라니..

도대체가 연결고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정확하게 급소를 찔러서 한방에 죽일 수 있을 정도라면 분명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전문 킬러라는 소리인데 왜 하필 그 작은 도시인 문경에...


그래도 진전은 있다. 일단은 신뢰는 가지 않지만 그놈의 얼굴을 본 사람이 있다.

몇 년 만인가..

다시 나타났다.

분명 어딘가에 뭔가를 흘려 놓았으리라.

지치지 않으면 된다. 반드시 찾고야 만다.

동석이도 물리치고 근 1주일 가량을 매달렸지만 별다른 단서는 찾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의구심만 키운 셈이다. 어쨌든 그래도 확보한 자료는 집 창고방에 소중히 간직했다.


더 이상 혼자서 움직이는 건 무리가 있을 듯 싶어 일단 확보한 자료는 보류상태로 2팀에 복귀하려는 찰라 김팀장님한테서 연락이 왔다. 단순히 저녁 먹는 자리인 줄 알고 간 자리에는 손계장님과 모르는 분도 한 분 같이 있었다. 그동안 경과보고야 매일 팀장님께 했기 때문에 새삼스레 보고할 일은 없었다. 무슨 일인가 의아해 하는 표정의 정인을 보더니

“ 어.. 진경장은 처음 볼거야.. 진경장이 들어오기 직전년도에 아마도 그만 두셨을테니까.. 아마 이름은 들어봤을거야.. 사명철 경사님이셔..”

“ 이미 퇴직했는데 경사는 무슨... 아무튼 반가워요.. 사명철이유”


현역에서는 물러났다고 하지만 역시 경찰밥은 무시 못한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아저씨 마냥 유행이 지난 잠바를 대충 걸쳐입고 머리도 깔끔하게 손질되지 않아서 부스스했지만 눈빛 만은 날카롭기 그지없다. 그런데 악수를 하자고 내민 손은 의외로 따뜻하다. 얼마나 거칠게 살았는지를 훤히 알 수 있는 투박한 손이다. 눈빛을 제외하고는 온 몸에서 기가 다 빠진 사람인 듯 굉장히 피로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다소 실망하는 듯 한 눈치다. 아니 많이?

뭐야? 도대체 이 요상한 분위기는?


술이 한 두 잔 오갈 때 까지 아무도 말이 없다. 정인은 그저 눈빛으로 팀장님과 계장님을 다그쳐보지만 둘은 애써 정인의 시선을 무시한다. 아마도 본인이 얘기를 꺼내길 기다리는 눈치다.

“ 내가 도저히.. 음...”

얘기를 꺼낼 듯 하시더니 다시 입을 다물고는 연거푸 소주를 안주도 없이 두잔을 들이킨다.

“ 아무리 생각을 해보고 또 해봐도 아닌 것 같아서 내가 보자고 했수. 나는 그냥 오중이 이놈한테 얘기를 했는데 이놈이 꼭 아가씨 아니 애엄마라고 했쥬.. 아이고 미안.. 진경장님하고 같이 의논을 하자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이 분도 막상 정인의 얼굴을 보니 믿음이 가지 않은 것이리라. 그래서 망설였던 것이다.

“ 뭐 더 이상 물러설 데도 없고.. 도저히.. 도저히...”

붉어진 눈시울을 주먹으로 쓱 닦는다.

손 계장이 사명철의 등을 쓸어준다. 여전히 어리둥절해 있는 정인에게 도저히 안되겠는지 김 팀장이 얘기를 시작한다.

“ 막내 아들이 군대에 갔는데..”

“ 아니제.. 그래도 나가 얘기는 제대로 해야제...”

그러더니 사명철은 따라놓은 술을 단숨에 마시고는 등을 꼿꼿이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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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저건 살인이에요 17.01.22 346 1 9쪽
27 안돼요.. 안돼 17.01.17 347 1 10쪽
26 증거로 사용 못해요 17.01.16 398 1 10쪽
25 그 대학교 나왔다믄서? 17.01.14 307 1 9쪽
» 그래도 나가 얘기는 17.01.13 301 1 11쪽
23 안뺏겨.. 절대 17.01.05 224 2 12쪽
22 한 아이가 있었는데.. 17.01.02 303 3 11쪽
21 겨우 10살이었다. 17.01.01 325 3 9쪽
20 꼭 그때 같았어..아빠..그때 16.12.31 280 5 10쪽
19 여자? 엄마 여자였어? 16.12.30 291 5 8쪽
18 근디 와요? 16.12.27 278 4 9쪽
17 삼촌? 이분이 삼촌이셔? 16.12.26 264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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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더이상은 못해 16.12.23 314 3 9쪽
14 저놈.. 수상해 16.12.22 298 3 10쪽
13 엄마야.. 넌 누꼬? 16.12.21 480 4 8쪽
12 머리가 빙빙 돈다 16.12.20 364 4 8쪽
11 감이 그래요 +2 16.12.19 339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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