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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쨈 님의 서재입니다.

죽음 앞에 섰던 소녀는 죽음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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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쨈
작품등록일 :
2024.02.20 21:12
최근연재일 :
2024.03.0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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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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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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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신의 눈 이름 아래로 (2)

DUMMY

은지 언니의 인계 과정은 착실히 진행되어 갔다.


“이제 혼자서도 잘할 수 있겠구나.”


“응, 언니 덕분이야.”


은지 언니의 소파는 우리들 그리고 태민으로 채워져 있었다.


태민이 계단에서 내려왔다.


평소와 달라진 점 중에서 큰 것이라면 그의 장난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잘..잤어?”

“그대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느냐? 잘 잤느니라. 남편.”


현우가 깜짝 놀라서 뛰어올랐다.


“형님! 벌써 그렇게 빨리 갔습니까? 언제 그렇게..”


태민의 딱밤을 현우는 시간정지로 피했다.


“야 이..새끼야.. 우리는 수명이 길지 않잖아. 그러니까 남은 여생은 좀 그렇게 된 거지..”


은지 언니에게 그가 다가갔다.


“고양이.. 아니지. 자기야, 공개된 장소에서는 애정행각은 그렇지 않아?”


그는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가족 아니더냐.”


“가족이라도 보여줄 것이 있고 아닌게 있다고.”


가벼운 입맞춤이 세상에서 그렇게 달콤해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거기 커플이신 분들, 이제 방 빼신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부단장님이 태민의 방에서 나와 우리에게 말해주었다.


“언니 가는 거예요?”

“잠깐, 이 이랑 여행이 하고 싶어져서 말이다.”


“마지막은 함께 하고 싶으니까 돌아올거야. 나도 고양이 보내고 남은 수명동안 뭐 하겠어. 다시 신의 눈에 가입해서 일해야지.”


“재밌게 놀다 와요 언니.”


“우리도 언니랑 여행 가고 싶었는데 아쉽다.”


“은지.. 행복해?”


소피아의 말에 그녀는 끄덕였다.


“수고 많았어요.”


부단장님이 원탁 테이블을 쳤다.


“우린 이제 우리가 할 일을 해야지?”


“‘넵’”


밤이 길어진 겨울 무렵부터는 자경단으로 지정된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이 일이다.


“계절상 평소보다 자살 건수가 늘어나니깐. 알아줬으면 한다. 수명 수명해도 할 일은 해야지.”


나와 현우가 한 조가 되어서 내가 있던 도시로 돌아왔다.


오랜만이네.


짐 싸고 도망 나온 지 반년은 넘은 것 같다.


“돌아오니 어때?”


“기분이 썩 좋진 않네요.”


그가 킥하고 웃으며 어깨동무했다.


“괜찮아. 그때랑 달라진 거라면 내가 있잖아.”


“지아 언니나 하은 언니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넌지시 장난을 던졌다.


“하~ 그래, 그렇단 말이지. 나도 상처받는다고.”


그가 머리를 헝클었다.


“최악이에요”


“일부러 그런 거야.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가야 하는 건데.”


남는 시간 동안은 역사가 시작된 그 장소로 가기로 했다.


“여기서 시간 좀 죽이죠.”


서로 나뉘어 노인분들의 집을 들렀다.


여긴 변한 게 없네.


사람은 적은데 꾸준히 죽는 사람은 나왔다.


다음 생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평안하셨으면 합니다.


몇 시간이 지나 우리는 모였다.


“갔다 왔어?”


“기분이 그래요. 항상 이곳은..”


그는 살짝 안아주었다.


“저기 고시원이 모인 곳에도 갔다 왔어. 노인뿐만 아니라 청년인데 고독하게 죽은 사람들도 있더라.”


“우리는 왜 태어난 걸까요?”


“나도 모르지. 신의 뜻 아니었을까?”


나는 조금 더 그의 몸에 맡기기로 했다.


“단장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신의 뜻이 그렇게 중요해요?”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신의 뜻 말고는 설명하기 힘든걸.”


그는 나를 좀 더 편하게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나도 말이야. 신을 만나기 전에는 신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이게 뭐람? 죽으려고 하니까 신이 보이지, 뭐야. 그들이 설명해 준 것도 알겠어. 우리의 전생 영혼이 천상을 갈 정도로 착하지도 지옥에 갈 정도로 나쁘지도 않았기 때문에 신의 과제인 인간세계로 다시 돌아가거나 무로 가거나 한다는 거 말이야.”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마 내 전생은 행복했나 봐. 아니면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었겠지. 그런데 이런.. 내가 되고 말았지, 뭐야. 인생은 최악이었어. 태어나서부터 부모는 없지. 보육원이라는 곳은 폭행이 즐비한 곳이었지. 난 뛰쳐나왔어.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했지. 그게 참 힘들더라고.”


그는 나를 꼭 껴안았다.


“그래서 다리 아래로 뛰어내렸어. 죽음을 마주하기 직전에 강에 사람이 떠내려 가고 있다고 신고한 한 아주머니 덕분에 깨어나게 되었고 수명을 알게 되었고 신의 눈을 알게 된 거야.”


그는 몸에서 나를 떨어뜨렸다.


“이제 알겠냐, 꼬맹아. 신의 뜻으로 태어났든 무슨 뜻으로 태어났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진짜 중요한 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라고.”


크게 해맑게 웃어주었다.


나는 잠깐 그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자, 그럼, 이제 슬슬 위치로 가야겠지?”


“으응.”


“왜 그래? 어디 고장난 것 마냥.”


“아..아무것도 아니야.”


컴컴한 아파트.


띵- 15층입니다.


“이 집이라고 했지?”


“응.”


“‘통과’”


문을 통과해서 넓은 거실로 나왔다.


찬 바람이 불어온다.


남자 한 명이 서있다.


그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진우 씨, 당신을 구하러 왔습니다.”


“저를 구하겠다는 겁니까?”


“당신은 아직 살날이 더 남았습니다. 어서 이리로 오시죠.”


“저는 외롭습니다. 정말 외로워요. 주변에 사람은 없고 온통 인터넷 속 거짓말들뿐입니다. 전 이런 인생에 대해서 환멸이 났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인생에서 도움도 안 되는 인간, 하나 줄어들면 오히려 좋은 것 아닌가요? 사람도 너무 많다던데 저 하나 죽어서 에너지 절약도 하구요.”


“그런 무슨 개소리를..”


난 오빠를 막았다.


“그러면 한 번 뛰어내려 보세요.”


“야!”


소곤소곤 말했다.


“어차피 구할 수 있으니 상관없어요.”


“내가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말 뛰어내릴 겁니다!”


“그러지 말고 이리로 오시죠. 외로움과 슬픔은 치료하려면 할 수 있어요.”


“다가오지 마! 나 진짜로 뛰어내..”


그는 발이 헛디뎌서 뒤로 넘어갔다.


팔에서 넝쿨을 뽑았다.


그의 몸통을 잡고 끌어올렸다.


그는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찬 공기를 맞았다.


“어떠세요. 뛰어내려 본 경험이.”


그의 얼굴은 눈물, 콧물로 범벅되어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많이 힘드시면 치료를 받으셔야 해요. 무작정 참는 건 답이 아니에요.”


“넵.. 알겠습니다.”


유리관을 꺼냈다.


신의 힘으로 강제로 늘어난 생명은 언젠가 파멸을 가진다.


“아직도 죽음을 원하신다면 도와드릴게요.”


“아직.. 조금 더 살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흔적을 지우고 그에게는 무엇인가 왔다 간 것처럼 느끼게 해두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야! 강다영. 너 미쳤어? 자살하려는 사람을 더 부추기는 행위는 금기시되어있다는 거 몰라?”


“오빠.”


그의 눈을 똑바로 봤다.


“우리가 만날 사람들은 자살할까 말까 하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지금 자살해서 죽어버린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거라구요. 그 사람들을 억지로 살려봤자 하루나 이틀밖에 더 못 살아요. 전 봤어요. 그런 사람을.”


무작정 구했던 유흥업소에서 마약에 중독되었던 여성이 떠올랐다.


“오빠도 그렇게 느끼지 못했나요?”


그도 뚜렷하게 말하지 못했다.


“오빠, 그 사람들은 자신이 한 번 죽었다는 걸 인지해 주거나 뭔가 커다란 충격을 줘야 해요. 그리고 자기 삶에 대해서 되돌아보고 붙잡아주고 살아날 사람은 살리고 죽을 사람은 편안히 보내줘야 하는 게 우리의 일이에요.”


“넌 생각보다 이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봤구나.”


내가 한 번만 죽어본 것이 아니다.


두 번은 시도해 보면서 느꼈다.


한 번으로 깨닫지 못한 사람은 다시 똑같은 일을 언젠가 곧 반복하게 되어 있다.


우리는 수명이 남은, 그러니까 그날 절대 죽지 않을 자살시도자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그날 꼭 죽는 그런 사람들만 만난다.


그들과는 또 다른 행동으로 그들을 일깨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오늘 살린 사람도 35이라는 나이에 죽는다.


신의 힘으로 늘려놓은 수명은 언젠가 벌을 받는다.


신은 자비롭지 않다.


새로운 생명을 살 기회 따위 주지 않는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베개 삼아서 잠시 포개어 잠에 들었다.


************


12월이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은지 언니와 태민 오빠가 없는 자리는 쓸쓸했지만 우리끼리 조금씩 감싸안았다.


그리고 현우 오빠와의 경비 역할은 즐거웠다.


울기도 했고 웃기도 했고 화도 냈고.. 서로 가까워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크리스마스.


모두와 행복했다.


처음으로 느낀 크리스마스의 행복이었다.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보낸 첫 첫눈이었다.


“오빠, 크리스마스 축하해요.”


“너도 축하한다. 아, 선물이 있는데.”


선물함에 이쁜 목걸이가 있었다.


“아니, 그냥 길거리에 팔길래.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려고..”


“나는 준비도 못 했는데..”


“야야! 울긴 왜 울어!”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었다.


채워진 목걸이가 너무 아름다웠다.


첫눈이 내린 그날 너무 행복했다.


*******


그리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집에서 복귀하라는 통보였다.


아마 휴학이 끝나갈 때가 되어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올 것으로 생각했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이유로 신의 눈 활동에서 잠시 멀어져야 할 것 같아요.”


의자에 앉아있던 현우가 벌컥 일어났다.


“야! 그게 무슨..”


준호와 민준이 붙잡았다.


“괜찮겠니? 돌아가도? 마음만 먹으면 여기서 독립할 수 있는데.”


하은 언니가 대답해 주었다.


하지만 몸은 말하고 있다.


두려워하고 있다.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렇구나.”


하은 언니가 떨리는 내 몸을 안아주었다.


“언제든지 오고 싶으면 와도 괜찮아. 여긴 네 집이니까.”


눈물이 쏟아졌다.


“응..으응!”


어깨를 적셨다.


그렇게 신의 눈을 나왔다.


그리고 현우 오빠가 뛰어나왔다.


“야! 갈 거면 X톡 줘.”


“더하고 싶은 말은 없어요.”


“더 말하면 네가 못 갈까 봐 못 하는 거야. 멍청아.”


뒤돌아 다시 가려던 찰나.


“아무래도 말해야겠어.”


그가 나를 꼭 껴안았다.


“사랑한다고.”


“응. 나도 사랑해.”


“나중에 다시 보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인사를 했다.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거실에 앉아 있었다.


“일탈은 잘 즐겼니?”


“네. 행복했어요.”


“다시 공부하러 가야지.”


“네.”


방으로 들어왔다.


제일 죽음의 향이 강한 곳으로 돌아왔다.


대학은 복학 신청했고 그녀와 마주 보며 밥 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녀에게 다시 물어볼 용기는 목걸이가 주었다.


“왜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절 내버려두신 거예요?”


“뭘 말하는 거니?”


“제가 망가질 때까지 절 내버려두신 이유요.”


“그게 내가 알아야 할 일이었니?”


그녀는 내 눈도 안 보았다.


“그럼, 왜 죽어가는 저는 왜 살린 거예요?”


“법적으로 처벌은 받기 싫었으니까. 그렇게 싫었으면 학교 다니며 자취할 때 자살하지 그랬니?”


“부모라는 사람이 그런 말 해도 되는 거예요?”


주먹을 꽉 쥐었다.


“부모가 밥 맥여주고 공부만 시켜줬으면 됐지 뭘 더 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학교폭력으로 도와달라고 할 때도 그렇게 말한거예요?”


“그건 네가 못 나서 당한 건데 나에게 왜 말하는 거니? 네가 공부를 잘했다면 그런 일은 안 당했을 건데.”


머리 옆의 벽을 쳤다.


“밖에 돌아다니면서 쌈박질이나 배운 거니? 멍청한 거 티 내는구나.”


잠깐 그녀를 죽일까 생각했다.


죽인다고?


내가 어째서..


또 그 녀석이 나온 것 같았다.


그래선 안 돼.


나는 방으로 도망 왔다.


진정하자.


신의 눈에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목걸이의 문양을 만졌다.


난 최대한 이곳에 있으면서 조용히 살기로 했다.


그 녀석을 깨워서는 안 돼.


숨 막힐 것 같은 집에서의 생활이 끝나갈 무렵 새로운 X톡이 왔다.


오빠가 우리 학교 주변으로 부서를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자기야, 집에 자주 가도 될까?’


‘여자 집에 함부로 와도 되나용?’


‘그럼 가지 마?’


(강아지의 실망하는 콘)


‘앜 대신에 오는 날은 정해줘요.’


‘알았어요~’


외롭지 않겠다.


**********


학교 주변 집을 구하고 물건을 옮기니 나름 깔끔한 원룸이었다.


평소에는 잘 화장하지도 않았는데 남친용 화장품도 왕창 사 버렸다.


이미 흑심이 가득하다.


아~ 불경한 자로다.


하지만 그가 처음 우리 집으로 들어온 것은 좋지 못한 일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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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 섰던 소녀는 죽음을 먹는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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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또 다른 나 24.03.02 2 0 13쪽
» 신의 눈 이름 아래로 (2) 24.02.26 3 0 12쪽
3 신의 눈 이름 아래에 24.02.25 4 0 13쪽
2 신의 눈 24.02.24 4 0 14쪽
1 죽음 앞에 섰던 소녀는 죽음을 먹는다. +1 24.02.20 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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