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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쨈 님의 서재입니다.

죽음 앞에 섰던 소녀는 죽음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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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쨈
작품등록일 :
2024.02.20 21:12
최근연재일 :
2024.03.02 22:01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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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추천수 :
1
글자수 :
28,397

작성
24.02.20 21:16
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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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죽음 앞에 섰던 소녀는 죽음을 먹는다.

DUMMY

수명이 정해져 있다면 어떨 것 같아?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내가 약간의 괴롭힘으로 망가지고 이리저리 알 수 없이 흔들리며 걸어가다 결국엔 종점에 이르기까지 말이야.


흔들리는 고리 앞에서 힘껏 뛰어서 내 몸을 맡기면 내가 편해질지 생각해 본 적 있을까?


숨 막히고 조이고 옅어지는 의식 속에서 누군가가 다급하게 불러서 구해진 경험 있을까?


하늘에서 그러더라고 사람은 정해진 수명이 있고 그전에는 안 죽는다고 해.


내가 정해진 수명은 100세.


지독해.


하지만 하늘에서 나에게 구원해 준 방법이 하나가 있어.


죽은 영혼을 수집해서 가져올 것 혹은 죽음을 각오한 수명이 남은 영혼을 구조 할 것.


그 이후로 난 주변에서 죽음의 암향을 느낄 수 있게 되었어.


“죽으실 건가요?”


“난 이제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빚.. 빚밖에 없어! 이제 그놈들이 찾아올 거야! 그 전에 죽어야 한다고!”


바로 뛰어들지 않는다는 것은 한 번은 붙잡아주길 원한다는 것.


하지만 그에게 남은 수명은.


이제 없다.


“마음대로 하세요. 그전에.”


낡고 작은 유리관을 그의 눈앞에 보였다.


“영혼은 수거하겠습니다.”


“어어어....”


그의 영혼이 빠진 시체가 강 아래로 떨어진다.


아저씨의 영혼은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다.


시체에 물이 가득 찬다.


숨이 막히고 심장이 멎는다.


영혼은 자연스럽게 소멸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유리관을 통해 하늘로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스스로 죽은 영혼들은 대게 하늘로 올라가게 되면 괴로움으로 날뛰게 된다.


막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고 하니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영혼들은 대게 소멸한다고 한다.


선택권 없이 소멸한다는 건 슬픈 일이지만..


나는 어떻게든 소멸하었으면 좋겠다.


영혼의 기억을 모두 지우고 다시 태어난다 한들 그 전의 내가 기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


아차, 어떤 사람들은 하늘의 행동에 대해서 비난할지도 모른다.


스스로 죽는 행위에 대해서 방관한 것이 아니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 아저씨를 살렸다면 다른 방식으로 죽었을 것이다.


이 장소가 아니라면 다른 장소에서 스스로 마감했거나 빚 때문에 불량배들이 찾아오는 것 같았으니까...


아마 장기 적출당해서 죽지 않았을까?


나쁜 아저씨의 스토리를 가졌다고 한들 내가 알 필요는 없다.


나는 내 수명만 줄이면 돼.


다음날이 밝았다.


대학에 다니고 친구를 사귀고 공부를 할 나이인 20대 초.


난 휴학을 냈다.


이유는 대학에 다니는 것이 정신적으로 벅차서이다.


대학이라는 곳이 나에게 너무 힘들었다.


정상적인 생활이라는 것이 나에게 너무 와닿지 않아서 두려워서..


누군가가 다시 나를 해코지하진 않을까 무서웠다.


그러면서 즐거운 일보다는 무겁고 붙잡는 일들만이 생겨났다.


정신약도 계속 늘어만 갔고 죽고 싶다는 생각은 나날이 늘어가다 충동적으로 시도해 버렸다.


그 사건을 계기로 다니던 한 학년만 끝내고 휴학을 냈다.


그러므로 오늘도 죽음을 수거하러 가볼까?


유난히 뜨거운 봄날.


일부 사람들은 슬슬 반소매를 입기 시작했다.


여름만 되면 다른 사람들 눈에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된다.


팔에 있는 칼자국 때문에 긴소매만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름이 오는건가...


팔이 또 욱신거린다.


하늘에서 내려진 특단의 조치 중 하나는 더 이상 스스로의 몸에 상처를 주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얻는 능력이 꽤 된다.


솔직히 말해서 한국 사회에서 죽음을 모으기란 꽤 힘들다.


전쟁을... 휴전국가이긴 하지만 무작정 미사일이 날아오진 않으니 전쟁으로 죽는 사람은 없다.


가난으로 인해 기아로 죽는 사람도 없다.


살인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국가도 아니며 내가 응급실에서 대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남은 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밖에 없다.


뭐.. 보통은 자식과 소식이 끊긴 독거노인들의 수명을 담는 것이 대부분이다.


“오늘은 여기구나.”


높은 언덕으로 낡은 집들이 줄줄이 있는 곳으로 도착했다.


버스도 몇 번 안 선다.


이럴 거면 능력으로 투명화랑 날 수 있게 해주지.


“통과”


벽과 문을 통과할 수 있다.


그냥 편안하게 누워계신다.


“고생 많으셨어요.”


영혼관을 꺼냈다.


하얀빛들이 관으로 들어오고 이내 관 속에 영혼은 하늘로 올라갔다.


그래도 누가 들어왔다는 게 알려지면 위험하려나.


“흔적제거”


지금까지 내가 들어왔던 흔적은 하늘의 힘으로 과거로 돌아간다.


그리고 한동안 나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된다.


어떤 물건도 사람도 닿지 않고 통과하며 발자국과 같은 흔적은 남지 않는다.


오직 하늘만이 나를 보고 있다.


문을 지나 다시 나왔다.


그동안 내가 만든 숫자는 95.


오늘도 죽음을 수거하러 다녀볼까


*********


밤이 되었다.


보통 스스로 마감을 하는 시간은 혼자 있는 시간대에 많이 일어난다.


특히, 새벽 대의 시간대라면 더욱이..


사창가로 들어왔다.


한국에 사창가가 어디있냐라고 하겠냐마는 찾아보면 다 있다.


하늘에서도 그렇고 코에서도 냄새가 다 난다.


골목 깊숙한 곳에 여자 한 명이 쓰러져 있었다.


이미 마약에 절여져서 정신도 못 차리고 자신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아마 마약에 손을 대고 나서부터는 이곳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떻게든 지금 살릴 수 있겠지만 얼마 안 가서 또 여기로 와서 손을 댄다는 뜻이겠지.


난 당신들이 마음에 안 들어요.


하늘이 몸을 파는 행위도 마약을 하는 행위도 엄하게 다루는 것을 별개로 난 당신들이 싫습니다.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았다느니 하는 말이 말이 되냐고.


성노예를 파는 시대도 나라도 아니고.


스스로 매음굴에 들어가서 마약에 빠지는 꼴이라니..


죽으려고 했던 나보다 멍청해 보여서 더 경멸스러워 보였다.


“어이~ 뭐야~ 새로운 여자애를 데려온 거야?”


그렇다고 당신들만 싫어하는 건 아니야.


성욕에 미쳐서 마약에 미쳐서 사람들을 이렇게 만든 당신들도 최악이야.


“손대지 마!”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왜 그래~ 너도 재밌게 즐기자구. 자, 가자.”


“닥쳐.”


팔을 걷어서 상처 부위로부터 가시가 돋아났다.


“지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를 거야. 이 마약쟁이들아.”


이건 하늘로부터 내가 받게 된 죄악 중 하나.


줄을 이용해서 죽으려 한 죄로 상처를 찢고 가시가 돋아나는 기술을 받았다.


하나의 호신용 기술이자 낙사를 방지하기 위한 줄로 이용되기도 한다.


“컥..커억..”


녀석들의 목에서 가시에 찔려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한 녀석은 도망갔다.


마음 같아선 신의 능력으로 죽여버리고 싶지만, 그것은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킨다.


어쩔 수 없이 풀어줄 수밖에.


남자는 보기 흉할 정도로 네발로 기어서 도망갔다.


앗...따거..


팔에서 피가 흐른다.


가방에 있던 붕대로 대충 지혈하고 감았다.


자주 했던 거라서 익숙했다.


이제 남은 건 이 여성분인데...


일단 구조 할까...


그녀를 붙잡고 억지로 끌고 와서 경찰서 앞에 버려두고 왔다.


그녀의 시간은 하루 늘어났다.


**********


다시 그녀의 곁으로 돌아갔을 땐 마약중독으로 인한 고통이 너무 심하게 느껴져서 결국 스스로 끔찍하게 생을 마감한 것이었다.


차라리 그때 영혼을 수거했더라면 이런 꼴은 안 봤을 텐데...


영혼관을 꺼내어 그녀의 영혼을 수거했다.


영혼관이 깨져라 소리치고 흔드는 영혼을 하늘로 올려보냈다.


************


나날이 시간은 지나갔다.


내 수명도 조금씩 줄어만 갔다. 94.. 93.. 92..


그렇게 후덥지근한 여름이 찾아왔다.


여름은 다른 계절보다 스스로 목숨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조금 줄어드는 계절이다.


즉, 난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씀.


독거노인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의 영혼을 수집하기 힘들어져서 다른 지역으로 가봐야 하지 않을까 고민 중이다.


죄송한 말씀입니다...


독거노인분들이 쓸쓸하게 안 돌아가셨으면 하는데 말이야.


오늘은 평범한 아파트 거리로 들어왔다.


여기서 냄새가 난단 말이야.


“통과”


문을 통과해서 처음 맡은 냄새는 엄청난 술 냄새.


그리고 아이의 울음소리와 어른의 고함이었다.


화장실에서 들려왔다.


장면은 끔찍했다.


아이가 운다는 이유로 욕조에 아이를 넣고 덮개로 덮어두었다.


“울지마!”


엄마로 보이는 여자...


저건 엄마가 아니야.


“흔적제거”


급하게 나와 가정폭력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바로 달려올지 그냥 장난 전화로 받을지 의문이었다.


정확한 건 저 아이는 여기서 죽는다는 것.


“으아아아아아!”


땅을 치고 후회했다.


어째서 난 저 아이를 살릴 수 없는 것인지.


어째서 무력하게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눈물이 흘렀다.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저 아이가 무슨 죄가 있어서 저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걸까?


그리고 신은 어째서 이 모든 것을 방관하는가?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이들은 자신의 죄 앞에서 혹은 고통 앞에서 쓸쓸하게 죽어가야만 했던 사람들이었다.


신은 그들을 모두 방관만 해왔다.


신은 평등하다.


왜?


나를 괴롭히던 그 녀석들도 저기에 있는 여자도 모두 자신이 그 사람보다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고통을 주고만 있다.


그런데 신은 그 모든 것에 침묵하고 있다.


신은 자비롭다.


침묵하고 있는 신이 자비로울 리가.


하지만 난 신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그리고 그의 뜻에 따라서 일을 행해야 할 뿐..


******


잠시 후 경찰이 들이닥쳤고 여자를 체포했다.


하지만 아이는 이미 시체가 되어있었다.


나는 흔적제거를 통해서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아이의 영혼을 흡수했다.


영혼관이 흔들렸다.


다만, 지쳐서 외치지 못할 뿐이었다.


하늘로 올라가는 영혼을 보면서 인간의 나약함을 느꼈다.

숫자가 바뀌었다.


92


그리고 얼마 후 뉴스에서 부모 모두 공범인 것으로 밝혀졌다.


역겨운 인간들.


***********


오늘은 다른 지역으로 가기로 했다.


기차를 타고 문득 잠에 들 때쯤 도착했다.


오늘은 무슨일이 있을까?


두려움이 약간 들지만 오늘도 한 발 걸어갔다.


91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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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 섰던 소녀는 죽음을 먹는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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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또 다른 나 24.03.02 2 0 13쪽
4 신의 눈 이름 아래로 (2) 24.02.26 3 0 12쪽
3 신의 눈 이름 아래에 24.02.25 4 0 13쪽
2 신의 눈 24.02.24 5 0 14쪽
» 죽음 앞에 섰던 소녀는 죽음을 먹는다. +1 24.02.20 1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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