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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쨈 님의 서재입니다.

죽음 앞에 섰던 소녀는 죽음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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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쨈
작품등록일 :
2024.02.20 21:12
최근연재일 :
2024.03.02 22:01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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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추천수 :
1
글자수 :
28,397

작성
24.02.2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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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신의 눈 이름 아래에

DUMMY

그렇게 몇 주가 흘렀다.


81


많이도 줄었네~


위에 떠 있는 이 숫자가 기특하다.


신의 눈에서 숙식하는 날이 많아졌다.


집에는 안 들어가도 아무도 신경 안 쓰니까...


그날 새벽은 유독 잠에 들지 못하는 날이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회고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왔다.


낯선 영어가 들린다.


단장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내가 온 줄도 모르고 꽤 나이 들어 보이는 외국인과 화상통화하고 있었다.


단장이 되려면 영어도 잘해야 하는구나..


많이 힘들겠다..


화상채팅이 꺼지고 1층은 오직 어둠에 익숙해진 동공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와 봐.”


걸렸다.


“다영이잖아. 무슨 일이야?”


“그냥 잠이 안 와서요.”

그녀는 후후하고 미소지으며 옆에 앉아보라며 의자를 꺼내주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무 일도 아니야. 그냥.. 너도 알아야겠지.”


노트북에서 PPT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이건.. 스위스 조력 자살아닌가요?”


사실 안 찾아본 건 아니다.


정당하게 죽을 수 있는 게 최고니까.


“역시 아는구나. 그럼, 스위스 조력 자살을 처음 만든 곳이 신의 눈과 같은 스위스단체라는 것도 아니?”


놀랐다.


그렇게까지 확장할 수 있구나.


“하지만 신의 눈은 함부로 남을 죽이는 것을 금기하는 것 아니었나요? 스위스랑은 정 반대 성향인 것 같은데...”


“그래. 하지만 스위스단체는 반기를 들었어. 능력을 갖춘 우리가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가! 하면서 말이야.”


사실 정신적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닌 고통이 심해서 평생 마약성 진통제를 달고 살다가 결국엔 모든 것이 자신에게 맞지 않아서 죽어가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이미 3명이나 신청했다나 봐. 그러면서 하은이를 동행해 줄 수 없냐고 물어보더라고.”


그러고 보니 하은이 언니의 능력은 기억을 읽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스카우트하려는 거야. 하은이 능력은 정신이 끊어지면서 그대로 죽는 능력이거든.”


그래서 중간에 능력을 끊었구나.


“하여튼 얘들 때문에 요즘 문제야. 정상적인 사람에겐 신에게 주어진 생명을 다하는 것이 인간의 주 업무인데 왜 그걸 막으려고 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그래요. 우리 단장님 수고했어요.”


단장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 이해할 수 있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란 범주 내에서 영원히 고통받으며 살아갈 사람은 과연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내가 만약 마약성 진통제를 맞지 않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팔이 끊어질 듯 아픈 사람이라면 나는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조금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평생토록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 치료를 받으면서 제대로 된 회복을 느끼지 못하고 영원히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겠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주어지는 약은 굉장히 독하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나는 그렇게 믿고 몇 번이고 시도했다.


목을 매달았으며 팔에 남은 흉터 자국은 내 생을 이야기 해준다.


결국 그 사람은 깊은 수면에 빠지는 약을 먹으면서 하루를 제대로 살아본 적 없이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러다 결국 또 보호자의 눈에서 엇나가게 되면 죽을지도 모른다.


치료에 대해서 마음이 있고,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은 몰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 삶은 끊어질 듯이 아픈, 그것보다 더 마모된 하나의 밧줄과 다름이 없다.


새벽은 고요하다.


그리고 차분해진다.


신의 뜻이 어찌 되었든 난 잘되었으면 한다.


*************


오늘 선정지는 사이비 단체소탕이다.


“여기서 오늘 이유 없이 30명이 대량 자살 사건이 일어날 장소다. 오늘은 부단장님까지 오셨으니 모두 정신 똑바로 차리도록.”


지하 입구를 지키는 두 명이 있었다.


“현우 들어가서 모두 기절시켜라.”

“맡겨만 두라고!”


그의 능력은 시간 정지.


호흡이 멈춰있는 동안은 자신만의 시간이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순간 만에 두 명을 모두 쓰러뜨렸다.


“투입.”


기다란 복도로 또 두 명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소피아 투입 후, 신속하게 다영의 능력으로 한 명을 처치한다.”


소피아의 능력은 앞과 뒤로만 순간이동이 가능하다.


앞으로 이동한 소피아는 화려하게 들어가 손으로 바닥을 짚고 몸을 회전시켜 한 명의 턱을 돌려버렸다.


이번엔 내 차례야.


소피아의 몸 사이로 넝쿨을 내보내 질식시켰다.


“이제 곧 의식이 시작된다! 빨리!”


그 후에 복도에 있던 두 명은 빠르게 해치우고 문을 부수듯이 열어서 의식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젠장! 저것들은 뭐야! 빨리 해치워!”


신도들은 어리둥절하듯 쳐다봤다.


“여러분들 걱정마십쇼. 갑자기 소란이 있을 뿐입니다. 자, 의식을 진행합시다. 모두!”


“신의 뜻대로”


“부단장님 얼른!”


그들이 밧줄에 목을 매달자, 부단장님은 거품 방울을 일으켜 밧줄 곳곳에 묻혔다.


그러자 밧줄들이 물거품으로 변하더니 사람들이 떨어지면서 아수라장이 되었다.


“밧줄이 사라졌어.. 신이야.. 신의 뜻이...”


“우리는 신의 능력을 갖추고 신의 뜻을 행하는 자들입니다. 저 간약한 돼지 녀석이 당신들을 홀린 겁니다. 다영 양!”


도망가려는 교주를 붙잡고 하늘에 들어 올렸다.


“모두 여기서 나가십쇼. 신은 절대 당신들이 죽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어서!”


신자들이 우루루 나가기 시작했다.


“부단장님. 경찰들이 몰려왔답니다.”


“우리도 여기서 이제 물러난다!”


단체로 흔적제거를 사용하여 이곳에서 탈출했다.


야외에 있던 팀과 만났고 성공적으로 우리는 오늘의 할당량을 해냈다.


*******


어느 날 새벽.


새로운 능력은 아닌데, 새벽에 깨어있는 인간을 찾는 힘을 얻은 것 같다.


2층 체육관으로 조심히 내려갔다.


“민준아, 준호야, 같이 이렇게 살면서 좋아진 여자 선배들 없냐?”


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 없습니다.”


“하하.. 저도 없습니다. 다들 멋있는 선배님들이거든요.”


“하~ 재미없네. 이 새끼들~”


“그럼 새로 들어온 갠 어때?”


“다영 씨 말씀하시는 거죠?”


내 얘기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팔에 난 상처도 그렇고 능력도 그렇고 얼마나 죽음이 가까웠으면 신이 저런 능력을 줬을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동감하는 바입니다.”


“짜식들아! 내가 그거 물어봤냐!”


“아이~ 형님~ 참으십쇼. 제 생각에는 귀여운 면은 있는데 사람이 참 어딘가 어두워서 다가가기 힘들어서 솔직히 제 스타일은 아닙니다.”


“그래~ 나는 이런 걸 원했다고~ 짜식 현우야 그래, 너밖에 없다.”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구나.


“그럼, 선배는 좋아하는 선배 있습니까?”


민준의 기습 질문에 상황이 잠시 조용해졌다.


“야~ 내가~ 좋아하긴 무슨.”


그의 목소리에서 망설이는 느낌이 느껴졌다.


“야! 다른 거 해!”


다른 남자들의 대화가 시작되려는 찰나에 조용히 계단에서 빠져나왔다.


다음 날.


평범한 하루.


소파 한 곳에는 은지 단장이 항상 누워서 게임 하고 있고 소피아가 무릎배개를 해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다.


한 소에는 랜덤의 행동 단원들이 앉아 있다.


그리고 항상.


“요~ 고양이~”


태민 오빠가 은지 단장을 괴롭히러 온다.


“맨날 게임만 하지 말고 좀 대화하고 놀아 어~”


그리고는..


항상 주먹을 맞고 날아간다.


그게 우리의 일상이다.


“자! 재현이가 새로운 곳을 알아냈다! 모두 모이도록!”


부단장님이 호출하면 그때부터 일은 시작된다.


평범한 일상은 아니지만 이제야 사람들과 살아가는 일상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


오늘은 빨리 끝날 일이지만 그만큼 사람이 많이 죽을 일이라고 말했다.


오늘은 낮에 임무를 시작했다.


버스 타는 건 오랜만이네.


우리는 버스에 탑승했다.


사람이 가득 실린 버스에서 오늘 대량 학살이 벌어진다.


잠시 후 칼을 든 범인, 두 명이 앞뒤로 버스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가능하면 능력을 쓰는 것을 자중하라고 했다.


갑자기 현우가 일어나더니 앞에 있던 성큼성큼 걸어갔다.


당황한 범인들이 정신 못 차리고 있었다.


우리도 움직이자.


“저 새끼 잡아!”


범인은 칼을 써본 적 없는 초보자, 현우 오빠가 당할 리가 없었다.


뒤따라가는 범인은 태민 오빠가 헤드락을 걸고 은지 단장이 명치를 쎄게 때려서 기절시켰다.


범인 둘은 단숨에 제압되고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내렸다.


“제가 따라올 일은 없었네요.”


“네 능력은 만일의 일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니 걱정말거라.”


곧 경찰이 오고 두 범인은 살인미수죄로 체포되었다.


“우리나라 법은 너무 약한 것 같아요. 저런 사람들은 평생 못 나와야 하는데..”


“요~깜찍이~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괜찮아. 우리가 있는데 뭔 걱정이야.”


“돌아가자구나. 이제 푹 쉬어도 되겠지.”


단장은 평소의 고양이로 돌아왔다.


“고양이, 너 또 게임하려고 그러는 거지? 너 중독 아니냐?”


“닥치거라. 너 같은 인간쓰레기한테 듣고 싶진 않구나.”


“뭐 이게..!”


우리는 또 한 번 웃으며 돌아갈 수 있었다.


************************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이제 쌀쌀한 가을..이 아닌 겨울 같은 날씨가 되었다.


84


평범하게 웃고 떠들며 지내던 우리의 날들에 작은 스크래치가 났다.


평소라면 모바일 게임한다고 절대 나선 적 없는 그녀가 우리 모두 앞에 섰다.


“흠흠.. 모두에게 알려줄 것이 있어서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


“왜 그래. 폼 잡고 말이야.”


“맞습니다. 평소에는 게임만 하시던 분이 직접 이야기를 다 하시다니 말입니다.”


“야! 고양이, 그냥 게임이나 해!”


평소 태민이 다가가면 극혐하며 주먹을 날리면 은지가 오히려 그의 어깨를 잡았다.


“너도 슬슬 말할 때가 되지 않았나.”


“어이, 뭘 말하라는 거야.”


그녀는 오히려 눈물을 지었다.


“오늘부로 행동단장직을 인계하려 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의 수명은 32.


다른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팀에 들어갔지만, 그녀는 행동단장이라는 이유로 모든 일에 들어갔던 이유가 컸다.


“난 또 뭐라고..”


태민이 머리를 긁었다.


“어이, 고양이. 내가 널 그렇게 쉽게 보내줄 것 같냐고!”


태민은 은지 단장의 멱살을 잡았다.


“자네도 얼마 남지 않지 않았나.”


“그래. 나도 38. 몇 주, 아니 몇 달이면 죽겠지. 그래서. 뭐. 너도 아직 살려면 더 할 수 있잖아. 더 해보라고!”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됐네. 난 신의 눈에 많은 것을 받았어. 그러니 이제 내어 줄 때가 된 것이겠지.”


“너는 왜 항상..”


그의 눈물이 그녀의 얼굴에 흘렀다.


“어이, 고양이. 나쁜 짓 해도 되냐?”


“오늘만큼은 용서하겠다.”


그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만족했느냐?”


“만족이고 자시고 나랑 조금만 더 살면 안 되냐고!”


“말하지 않았느냐? 받은 것을 돌려줄 때라고..”


“나한테 받은 건 없는 거냐.”


“추후에 생각해 보겠다.”


그는 그녀를 놔주었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고양이. 아니 은지 단장.”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하은 언니에게 다가갔다.


“하은. 네가 다음 단장직을 맡아줄 수 있겠나?”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해보면서 느꼈지만, 소피아와 현우는 단장을 하기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네. 태민은 나와 같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고 남은 건 지아와 하은. 둘 아니겠나. 그런데 지아는 현장에 직접 투입되어야 하는 경우가 커. 전장을 지휘해 줄 인재는 그대가 제격이라고 생각하네.”


하은 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앞으로 해볼게.”


“내가 많이 돕겠네.”


그녀는 마치 늙은 고양이 같았다.


여자들끼리 모여서 많이 울고 이야기하고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했다.


“은지 언니,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최대한 많은 전장에 너와 같이 투입되어서 여러 가지 가르쳐 주며 다 알려주었다고 생각할 때쯤이면 뒤에서 있겠지.”


“언니, 앞으로 살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어요?”


“5년 정도 되겠구나.”


5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시간마저 할애하려고 한다.


“태민 오빠랑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그 바보가 이제야 고백했다는 게 놀랍더구나.”


모두가 인정하는 느낌이었다.


어린애도 아니고 한 명만 집중적으로 괴롭히는 경향이 있었다.


“남은 여생 정도는 그 녀석과 살아줘도 되지 않을까 싶구나.”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썩 재미는 녀석 아니더냐?”


우리의 밤은 깊어져 갔다.


작가의말

열심히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댓글로 이런 부분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라고 해주신다면 감사합니다. 내용 받들어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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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 섰던 소녀는 죽음을 먹는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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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또 다른 나 24.03.02 1 0 13쪽
4 신의 눈 이름 아래로 (2) 24.02.26 2 0 12쪽
» 신의 눈 이름 아래에 24.02.25 4 0 13쪽
2 신의 눈 24.02.24 4 0 14쪽
1 죽음 앞에 섰던 소녀는 죽음을 먹는다. +1 24.02.20 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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