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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내 파티만 던전에서 무한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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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3.21 08:05
최근연재일 :
2024.03.27 13:48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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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5
글자수 :
97,405

작성
24.03.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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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왕의 저력

DUMMY

 지켜보던 이들은 말을, 마법진은 마력을 잃었다. 소음은 잃은 동굴에선 물 떨어지는 소리만 가득하다.


 - 말도 안 돼! , - 비겁하다 전이자! 도구를 쓰다니 인정할 수 없다!


 적막을 깬 건 히스의 부하놈들.


 - 그게 무슨 상관이냐. 던전이 인정한 걸 네놈들이 인정 안 한다고 어쩔 건데?

 - 추하다, 히스야!

 - 던전의 결정에 거스를 셈인가?!

 

 그에 맞서 야유를 퍼붓는 사람들.

 그 모든 소란에도, 나는 손에 쥔 검을 바라보고만 있다.

 판타지 창작물에서 흔히 나오는 ‘마검’을 뽑으면 이런 느낌일까? 


 ‘아냐, 뭔가 다르다.’


 나는 그저 검을 치켜들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알 수 없는 고양감은 뭐지?

 검이 내 마음 속에서 함성을 지르는 느낌이다. 나아가라고, 앞장서라고, 휘두르라고.


 『<카인의 첫 번째 검>

  희귀도 : 전설  /  입수 난도 : A+


  카인 왕국의 초대왕 카인이 처음으로 얻은 검. 

  검으로서의 위력은 훌륭하지만, 불굴의 의지를 가진 이만이 제대로 다룰 수 있습니다. 

  이 검을 다루는 자는 기이한 카리스마를 지니게 됩니다.

  사람들은 검의 주인을 맹목적으로 따를 것입니다. 따르는 까닭을 알 이유도 필요도 의지도 없이.』


 상태창이 일러준다. 신화 등급이라니 괜히 탐나지만, 인벤토리에 넣을 수 없으니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하는데···.


 ‘위력이 훌륭한들 내가 가질 필요가 없어. 검술을 배운 것도 아니고, 제대로 다루지도 못 할 테니.’


 나는 다른 손에 든 야전삽 - 마운틴 리무버를 쳐다본다. 이쪽이 내게는 훨씬 어울린다.


 ‘특수효과도 뭔가 내키지 않는다. 사람들이 나를 맹목적으로 따른다···라.’


 언뜻 생각하면, 이 세계에서든 내 세계에서든 정말 유용한 아이템이다. 내가 하자는대로 뭐든 시킬 수 있을테니.


 ‘저런 놈한테도 말이지.’


 나는 히스를 쳐다본다. 놈은 이를 갈며 나를 노려보고 있다.결과가 어떻게 나왔든 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표정. 어떻게 보면 저 놈이야말로 꾸준한 의지를 가진 게 아닌가 싶기도.


 ‘아냐. 이런 건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왜 따르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좀비처럼 이끌고 싶진 않다. 아니, 오히려 내가 사람들에게 이끌리는 셈이다. 

 나는 리더가 되고 싶지, 프리더가 되고 싶진 않다.


 “나좀 봅시다, 히스 경.”


 히스에게로 다가간다. 흠칫 놀라는 녀석.


 - 뭐, 뭐냐. 날 비웃기라도 할 셈인가?


 양심은 있는지 고래고래 따지진 않는다.


 “이 검은 이제 당신 거요.”


 나는 검을 거꾸로 쥐어 내민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흔들린다. 


 - 뭐, 뭣?

 “사정을 알았는데도 국보급 유물을 덥석 취할 순 없지. 당신이 말한대로, 이 검은 카인의 혈통을 잇는 자에게 가는 게 마땅할 듯하군.”


 잔뜩 흐트러진 금발 사이로 땀이 배어나온다.


 - 받아두겠다만···내가 고마워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네 말마따나 이 검의 소유권은 카인 왕실에 있어야 마땅하니까.


 쯧. 


 “마음대로 생각해. 하지만 나는 맹주 자리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 뭐라고?


 모두를 돌아보며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던전이 인정한 시점에서 나는 이미 이 연합 파티의 맹주. 히스 경, 당신에게 내준 것은 어디까지나 그 검의 소유권뿐이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분대장 일지].”


 나는 서브능력을 발동한다. 파티원들의 상태를 상세히 살필 수 있는 능력.


 「임시 파티원 추가! 이번 퀘스트에 한해 다른 파티원들이 ‘분대원’으로 취급되어, 전이자님의 능력 [분대장 일지]와 [휴식 결계 - 생활관]의 대상이 됩니다.」


 역시 생각대로다. 우리 파티뿐 아니라 다른 파티원들의 이름과 상태가 주르륵 뜬다.


 “들레 양, 지금 배 고프죠? 제일 먹고싶은 건···물고기, 그 중에서도 양미리?”

 - 헤에엣. 어, 어떻게 아신 거죠오?


 「숙련도 상승!

  서브 능력 3 [분대장 일지]의 숙련도가 ‘낮음 9’에서 ‘낮음 7’로 상승하였습니다. 」 


 하도 파티원들 상태를 들여다봐서인지, 이 능력의 숙련도가 제일 높은 상태다.


 “루나, 왼쪽 허벅지에 욱신욱신한 통증이 있죠?”

 - 햄벅, 어떻게 그걸···.


 소스라치게 놀라는 루나. ‘누나 지금 맥주 땡겨서 미치겠죠?’라고 물어보려다 바꾼 질문이다. 괜히 아니라고 성낼 수도 있으니까.


 ‘또 누구를 짚어보지. 나루는 괜히 들쑤시지 않는게 좋겠고···.’


 앙헬라 쪽을 바라본다.


 「파티원 5 앙헬라 - 피로도 85 / 공복도 55 / 부상도 15 :  근육통, 근육의 긴장 등.

  그녀는 따분함과 스트레스 그리 궁금함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앙헬라 씨는···좀 쉬는 게 좋겠군요.”


 아주 조금 커진 눈으로 날 쳐다보는 앙헬라.


 “크리스(메이스잡이) 씨, 지금 히스 경 검을 팔면 얼마나 받을지 상상하고 있나?”

 - 뭐, 뭣? 아, 아닙니다 남작님. 절대 아닙니다!

 - 이 자식···행여라도 허튼 수작 부리지 마라!


 사실 이건 그냥 때려맞힌 거다. 상태창엔 ‘검을 보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고 뜨길래 해본 말. 그런데 진짜였는지 덜덜 떠는 메이스잡이 놈.


 “이건 내가 가진 이능 중 하나, 파티원들의 상태를 알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내가 파티장일 때만 사용가능합니다.”


 웅성거림이 잦아든다.


 “바꿔 말하면, 내가 여러분 전부의 파티장이 되었단 것!”


 너흰 파티원이고, 난 파티장이야.


 “여러분께 부탁하겠습니다. 나를 믿고 따라와 달라고.”

 

 고요함 속에서 함성이 터져나온다.


 - 핸벗이 우리를 이끈다. 따람라!


 오크 어를 외치는 드나드. 

 그에 맞춰 우리 파티원들과 들레, 루나 등도 뭐라 응원을 보내온다.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뜨거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내래이션.

 아차, 저걸 잊을뻔했네.

 

 「왕의 부활을 저지하십시오.」


 오거 왕 크손의 뼈는 완전한 모습을 갖춰간다.


 “모두 물러나! 각자 동선 겹치지 말고 원형으로 둘러싸시오!”


 대부분 나의 말을 잘 따라주었다.


 - 이놈! 우리 남작님께서 계시는데 감히 너 따위가 상전 노릇을 하다니!


 속마음을 들켜 화났는지 뻗대는 메이스잡이. 저 바보 자식!

 저놈은 멍청하게도 크손에게서 등을 돌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크리스, 피해!”

 - 내게 명령하지 마라! 나는 남작님의 명령 외엔 듣지···


 놈의 유언은 거기서 끝났다. 거대한 오른발에 눌려 단말마조차 지르지 못 했기 때문.


 - 그오오오오오오!

 

 뒤틀린 쇳소리가 동굴 속에 메아리친다. 놈이 발을 들어올리자 메마른 흙먼지 사이로 핏방울이 튄다.

 비틀린 척추, 짜부라진 머리, 흩어진 뇌수.


 「히스 카인의 파티원 크리스가 사망했습니다.」


 내레이션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시체와 무기, 소지품이 사라진다.

 남은 것은 뼈뿐.


 - 그오오오···.


 크리스의 유골은 둥실 떠오르더니, 크손의 반쪽난 해골에 자석처럼 들러붙는다.


 - 크, 크리스!


 그대로 돌진하는 히스.


 “안 돼, 일단 물러서!”


  부하를 아끼는 마음은 기특한데, 무작정 개돌하지 마라고 좀.


 - 하아아아압!


 내게서 받은 검을 휘두르는 히스. 하지만 그 공격은 간단히 막혔다.


 - 그워어!


 크손은 손가락 뼈마디 사이로 검을 잡아내었다.


 - 냄···새. 


 뭐라고 중얼거리는 놈. 다른 이들은 모두 얼이 빠져 지켜보고만 있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이들은 모두 공격해요! 당장!”


 일기토 구경할 필요가 없지.


 “[소환 - 제일 큰 쇠구슬]. 바우날, 머리를 노려요!”


 나는 즉각 바우날의 탄환을 보급해준다. 고블린 스켈레톤들은 이거 한방에 몇 놈씩 나가떨어졌던 걸 떠올리며.


 - 알았수!


 있는 힘껏 돌린 투석구. 하지만 크손은 머리를 잠시 움찔했을뿐이다. 저 놈 두개골은 대체 뭐로 만들었기에?


 - 카인의 냄새···살려두지 않는다···.


 크손은 왼손을 크게 휘두른다.


 - 크읏···.


 튕겨져 나간 히스 놈. 그 바람에 크손의 손가락 사이에 낀 검 또한 날아가


 - 크헉···!


 히스의 남은 부하, 창잡이의 복부를 관통했다.

 갑주를 뚫고 나간 것도 모자라 벽에 깊숙히 박혔다.

 그야말로 괴물같은 힘. 맨손으로 드래곤을 잡았다는 게 내게도 실감난다.


 ‘카인인가 하는 양반은 대체 어떻게 저런 놈을 맨손으로 잡은 거지?’


 창잡이의 시체와 무기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남은 것은 뼈뿐.


 「히스 카인의 파티원 해리스가 사망했습니다. 해당 파티의 생존자는 3명. 더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면 해당 파티의 잔여 생존자는 모두 추방되고, 퀘스트에 실패하게 됩니다.」


 음산하게 깔리는 내레이션.

 

 ‘연합 파티라고 해도, 각 파티 생존자가 3명 미만이 되면 탈락하는 건 똑같단 말인가?’


<20화 - 왕의 저력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글을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내 파티만 던전에서 무한보급>은 타플랫폼에서 유료 연재를 하게 됐습니다.

유료 회차인 21화부터는 문피아에 올릴 수 없는 점 사과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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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파티만 던전에서 무한보급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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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이후 회차 안내 24.03.27 15 0 -
» 왕의 저력 24.03.27 13 0 9쪽
19 뽑아든 의지 24.03.26 17 0 11쪽
18 재회 24.03.26 20 0 10쪽
17 강화는 신중히 24.03.26 23 0 10쪽
16 냉탕과 열탕 사이 24.03.25 25 0 11쪽
15 평판의 중요성 24.03.22 36 0 11쪽
14 칙칙한 초콜릿보다는 24.03.22 35 1 10쪽
13 뼈는 잘 발라먹자 24.03.22 39 1 10쪽
12 원딜의 민족 24.03.22 31 1 11쪽
11 듀얼! 24.03.22 44 1 11쪽
10 내분 24.03.22 38 1 10쪽
9 던전 안내자가 힘을 숨김 24.03.21 48 1 10쪽
8 가챠 시간 24.03.21 48 1 10쪽
7 반전 24.03.21 41 1 10쪽
6 나이는 숫자일뿐 그런데 그 숫자가 ㅈㄴ 큰 24.03.21 49 1 12쪽
5 검은 막 24.03.21 53 1 13쪽
4 자 연습해 볼까요, 행복 24.03.21 63 1 14쪽
3 행복할 수 없는 남자 24.03.21 80 1 12쪽
2 이세K 푸드 체험 24.03.21 106 1 11쪽
1 전투 시작 24.03.21 20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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