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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내 파티만 던전에서 무한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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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3.21 08:05
최근연재일 :
2024.03.27 13:48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016
추천수 :
15
글자수 :
97,405

작성
24.03.21 08:07
조회
106
추천
1
글자
11쪽

이세K 푸드 체험

DUMMY

 - 쇠, 쇤네를 던져버린 일은 이 개들을 처리하고 나서 말하겠어욧.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수인은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며, 굵은 바늘처럼 생긴 비수를 날린다. 멋진 비도술이다.

 윙드울프로서는 나무를 오를 수도 넘어뜨릴 수도 없으니 분통 터질 것이다.


 - 어디 늑대 가죽 좀 마련해볼까!


 드워프는 거대 망치 대신, 도끼날과 합쳐진 워해머를 쥐고 뛰어든다.


 - 크르르!


 그나마 동결 효과를 덜 받은 늑대들이 달려든다. 가장 키가 작은 드워프를 만만히 여겨서다.


 - 대가리는 박제로 만드면 고향 펍에 갖다놓기 딱 좋겠군.  


 달려드는 놈들의 턱을 망치 머리로 쳐 올린다. 곧바로 자루를 돌려 쥐곤, 내려오는 목덜미를 벤다.


 - 정말 야만스럽네요.


 무도가도 질 수 없다는 듯 돌진, 얼어붙은 늑대 머리를 밟고 뛰어오른다. 바람의 기를 뿜는 장타로 내상을 입힌다.


 - 크르륵...크륵!


 윙드울프들은 날개 꺾인 채 후퇴하려 한다. 

 드워프와 무도가만으로도 감당하기 벅찬데, 대가리 위로 수인의 비수가 꽂혀대니 아주 죽을 맛이다.


 - 도망친다! 파티장, 지시를 내려다오.


 드워프가 외쳤지만 남자는 침착하다. 

 돌진했을 때처럼 일렬로 후퇴해야 하는 늑대들.


 - [빙창(氷槍)]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대신, 앞질러 온 엘프가 양손을 포개 앞으로 내밀고 있다.


 - 크르...끄르륵.


 일자로 길게 뻗은 냉기의 창이 모든 늑대를 꿰뚫었다.


 - 너희에게 감사한다.


 마치 기도를 끝내듯 손을 내려놓는 엘프. 다른 여인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뜬다. 이 엘프 아줌마가 이런 말을 하다니?


 - 너희들이 저놈들을 놓칠 거라 믿고 와 있었다. 그 덕분에 일망타진 할 수 있었으니, 감사하는 바이다.


 냉기가 감돈다.


 - 귀큰 년! 뭐가 어째? 내가 저놈들을 놓쳐? 오냐, 네년만은 안 놓쳐주마!

 - 뒤에서 물장난만 쳐놓곤 어딜 잘난척이람?

 - 아, 아가씨 말이 맞아요오. 당신은 너무 건방져욧!


 즐거운 뒷풀이가 한창일 때, 남자는 그제서야 헬멧을 벗는다. 땀에 젖은 검은 머리 아래로, 준수하지만 다부진 이목구비가 드러난다.


 “자, 그럼 이제 휴식을···.”


 정다운 대화를 나누던 여인들이 갑자기 자신에게 삿대질을 해댄다. 


 - 크르앙!


 얼어서 쓰러져 있던 덕분에 사살당하지 않은 개체가, 남자의 맨머리에 송곳니를 드러낸다.


-----


 - 대쟝!  ,  - 아재!  . - 행벅!  , -파티장! 


 저마다의 호칭으로 남자를 애타게 부르는 여인들. 멀리서 ‘어떡해’만 외치는 대신, 달려 오면서 외친다는 점에서 그들은 숙련된 모험가라 할만하다.

  다만 사방에 꽂힌 거대 말뚝과 뒹구는 늑대 사체 때문에 속도를 내진 못 한다.


 - 크르?


   윙드울프는 허공을 깨물고 의아해한다. 

 남자는 뒤를 돌아보는 대신 앞으로 뛴 것. 그대로 축발을 딛고 옆으로 몸을 튼다. 그 반동으로 힘껏 휘두른 헬멧. 


 - 켕!


 멋지게 대가리를 강타. 윙드울프는 풀썩 쓰러진다. 


 “놀랬잖아 시발.”


  남자는 왼발로는 늑대의 뒷다리를, 오른발로는 날갯죽지를 밟는다. 윙드울프는 일어서려 하지만 관절이 밟힌 데다, 자신의 거체(巨體)가 방해가 돼 바둥거릴뿐.


 ‘아직도 힘이 이렇게 남아있다니...이놈이 멀쩡한 상태였으면 이렇게 쉽지 않았겠어.’


 방검 조끼의 패치에서 전기충격기를 꺼내는 남자. 파지직!


 - 크르...케르륵! 케ㄹㄹㄹ

  

  윙드울프는 격하게 경련한다. 몸이 얼었다 녹아 젖은 상태이니 버틸 수 없을 것.


  “휴···.”


  남자는 그제서야 소매로 땀을 훔친다. 


 - 괜찮은가.

 - 괜찮냐? 어이. 괜찮냐고!

 - 괜찮은...것처럼 보이네요 뭐. 흥.

 - 괜찮아요오?!


 온통 달려드는 여인네들.


 “일단은...?”


 사실 남자는 괜찮지 않았다. 하지만 ‘늑대보다 너희같은 인간흉기들이 달려오는 게 더 무서웠다’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파티가 모인 것이 신호였던 것처럼, 마지막으로 남은 윙드울프가 축 늘어진다. 


 [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모두의 반지가 진동하며 초록색 빛을 뿜는다. 이 표시가 의미하는 것은 퀘스트 종료.


 [아이템  <윙드울프의 날개> 획득.

 효과 : 무소음 활공]


 “10층 공략 완료!”


 남자가 힘차게 외친다.

 10층 마지막 챕터의 퀘스트는 ‘모든 괴물 섬멸’. 윙드울프 무리가 마지막 퇴치 대상이었던 것이다.


-----


 “이번에는...10 시간 정도 쓸 수 있겠군. 야영을 하자.”


 남자의 말에 파티원은 크게 기뻐했다.


 - 정말이냐? 푹 쉴 수 있겠구만! 10층까지 올라왔는데 맥주, 어때?

 - 밥, 밥부터 먹고 싶어요 호에엥 ,  - 들레! 내 목욕 단장부터 시켜줘야지!

 - 파티장, ‘귀마개’라는 물건은 남아있나? 소음이 너무 심하군.


 파티는 야영을 준비하느라 떠들썩하다. 시끌벅적한 활기, 다른 파티의 야영과 비교하면 참으로 색다른 분위기다.


 ‘퀘스트를 빨리 완수하길 잘했다. 모두 지쳐있어.’


 각 층에 입장하면 반지의 보석은 빨간빛을 띈다. 퀘스트 제한시간이 지날수록 빛은 깜빡거리고, 시간이 되면 던전 입구로 추방돼 등반 실패로 판정된다.

 문제는, 제한시간이 얼마만큼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붉은 빛이 빠르게 깜빡거릴수록 등반자들의 심장 또한 빨리 뛰는 것이다.


 - 들레는요, 반지가 초록초록 빛날 때가 제일 좋아요오. 헤헿.


 퀘스트를 완료하면 반지는 초록빛을 뿜는다. 초록빛 또한 갈수록 깜빡거리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음 퀘스트가 시작된다. 즉, 초록빛이 나오는 동안은 휴식 시간인 셈이다. 퀘스트 완료를 일찍 마칠수록 휴식시간이 길다는 것은 숙련된 등반가들의 상식.

 하지만 등반에 지친 이들을 괴롭히는 문제가 있었으니, 휴식시간이 얼마만큼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 여차하면 다음 퀘스트가 시작돼 버리니 마음편히 쉴 수 없는 것이다.


 - 초록초록은 옘병. 너 괭이, 촑같은 소리 하지 말고 장작이나 주워 와.

 - 장작을요? 쇤네가요? 왜요오? 도, 도끼를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뭐? 어이 파티장. 오늘 저녁 메뉴는 고양이 스튜 어떠신가?


 그러니 대부분의 파티에게 요리라는 행위는 사치다. 보존식을 대충 쑤셔 넣고 조금이라도 더 쪽잠을 자는 것이 일상.


 “그 전에 부상 확인부터. 윙드울프에게 물리면 날개뼈가 튀어나오니까.”


 남자는 아까의 싸움으로 찌그러진 헬멧을 던진다. 


 “전투력 보존 합시다.”


 사실 시간만이 휴식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다. 등반자들이 지쳐 곯아 떨어진 틈을 타, 괴물들이 습격하는 일도 결코 드물지 않으니까. 그렇기에 누군가는 불침번을 서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의 파티만은 마음껏 휴식을 누릴 수 있다!



 “다친 사람은 없는 모양이군요.”


 전이자, 즉 이세계에서 온 자들은 (던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이능력들을 2~5개씩 갖고 있다.

 남자의 메인 능력은 ‘인벤토리 - 관물대’. 아공간을 만들어 물건을 보관하거나 소환할 수 있다. 앞서 우리가 몇 차례 봤던 능력.

 그리고 첫 번째 서브 능력 ‘점호 시간’을 통해 반지의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다. 


  “<결계 소환 - 생활관>”


 남자가 시동어를 외자 그의 주위로 연초록 막이 펼쳐진다.

 두 번째 서브 능력 ‘결계 소환 - 생활관’. 휴식 시간 동안에 한해, 괴물들과 다른 사람들 들어올 수 없는 결계를 소환할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서브 능력 ‘분대장 일지’.  파티원들의 건강 상태(질병, 피로도, 배고픔 등)를 파악할 수 있다.


 “좋아, 그럼 신나게 쉬어볼까!”

 - 호에에~ 속곳 벗고 소리 질러! 


 이때까지의 진중함도, 전투복도 집어 던진 남자. 활기가 도는 것이 꼭 막 전역한 사람 같다.


 “오늘의 메뉴 선택권자는...어디 보자. 나네.”


 여인네들에게 다행스럽게도, 남자의 요리 솜씨는 썩 훌륭했다. 남자에게는 불행하게도, 여인네들은 요리하고 싶어하는 이가 없었다. 제일 골치아픈 것은 파티원들의 식성이 극명하게 다른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요리를 도맡는 건 남자이되 메뉴는 번갈아가면서 고르게 된 이유이다.


 “오늘 주 메뉴는 김치찌개.”


 무슨 음식인지 알리없는 드워프와 엘프는 생소하단 표정을, 무도가와 수인은 무슨 음식인지 알기에 뜨악한 표정을 짓는다.


 “날도 추운데 풍술이며 빙속성 마법에 치이니...고향의 맛이 절로 생각나더이다.”


 조리 도구와 생수통부터 소환한 남자. 그 사이 드워프는 수인이 모아온 장작에 불을 붙인다. (그 장작이 하필 윙드울프들을 깔아뭉갠 말뚝을 쪼개왔다는 걸 알게된 것은 나중 일이다.)


 “소환. 묵은지, 멸치 육수팩, 돼지고기, 슾햄, 두부, 파, 그물버섯. 햅반. 계란.”

 - 파티장, 부디 맥주도 부탁한다! 아, 미안하지만 너희 나라 맥주는 빼주겠나.

 “...소환, 수입 맥주 카테고리 중에서 랜덤으로 다섯 병. 소환, 칵스 맥주 한 병.”


 남자의 표정이 조금 구슬퍼졌다.


 - 킁킁. 이거 좀 묘한 냄새인데. 음, 이 햄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구만. 결코 고급 햄은 아닌데 왠지 마음에 들어.


 드워프는 그 사이 슾햄을 생걸로 주워먹고 


 - 흥, 이게 뭐람? 고작 김칫국에 닭알부침? 뭐, 밥은 이밥이니 그렇다치겠어요. 무림 명문 부여 세가의 영애에게 보리밥같은 걸 먹이면 가만있지 않을 테니.

 - 아, 아가씨. 영애라는 말은 스스로를 부를 때 쓰는 게 아니라고 대장이 몇 번이나 말했···아얏.


 무도가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면서도, 즉섭밥을 흘긋흘긋 보는 게 신기한 눈치다.


 - 무엇을 먹든 지금의 여유에 감사하마. 어포와 육포를 씹은 채로 웅크려 잠드는 것보단, 낯선 세계의 음식을 체험하는 것이 훨씬 즐거울 테니.


 엘프는 묵은지에 낀 성에를 녹여 없앤다. 요리에 소질이 없는 그녀로서는 최대한의 어시스트를 해 준 셈이다. (비록 남자가 그걸 알아차리진 못 했지만)


 이윽고 한 상이 잘 차려졌다. 큰 냄비 가득 끓인 김치찌개, 햄 구이, 즉석밥 위 계란후라이.


 “잠깐, 내가 떠 주지.”


 남자는 각자 다른 비율로 건더기를 떠 주었다. 


 엘프 : 버섯과 파 많이

 수인 : 국물에 멸치육수팩 추가 투  & 고기 많이

 무도가 : 골고루 & 두부 많이

 드워프 : 국물 적게, 고기와 햄 많이

 

 “어때, 쩔지?”


 그날 하이스트 던전 10층에서는 이세K - 푸드 추종자들이 늘어났다. 냄새를 맡고 온 등반자들이 ‘한입만’을 외치며 둘러싼 것이다. 물론 결계 안으로 들어올 순 없었지만.

 (덕분에 남자는 귀중한 정보를 얻었다. 결계 안에서 나는 소리나 냄새의 경우, 괴물들은 감지할 순 없지만 다른 등반자들은 느낄 수 있다는 것을)


[2화 - 이세K 푸드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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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뼈는 잘 발라먹자 24.03.22 39 1 10쪽
12 원딜의 민족 24.03.22 3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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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던전 안내자가 힘을 숨김 24.03.21 48 1 10쪽
8 가챠 시간 24.03.21 48 1 10쪽
7 반전 24.03.21 41 1 10쪽
6 나이는 숫자일뿐 그런데 그 숫자가 ㅈㄴ 큰 24.03.21 49 1 12쪽
5 검은 막 24.03.21 53 1 13쪽
4 자 연습해 볼까요, 행복 24.03.21 63 1 14쪽
3 행복할 수 없는 남자 24.03.21 80 1 12쪽
» 이세K 푸드 체험 24.03.21 107 1 11쪽
1 전투 시작 24.03.21 20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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