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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내 파티만 던전에서 무한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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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단장
작품등록일 :
2024.03.21 08:05
최근연재일 :
2024.03.27 13:48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015
추천수 :
15
글자수 :
97,405

작성
24.03.2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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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원딜의 민족

DUMMY

 굉음이 땅을 울린다. 흙먼지가 들판을 덮는다.


 - 저 오크놈 머리 박살났겠는데? -  이번 전이자는 원소 소환사인가?


 구경꾼들의 웅성거림은 먼지의 벽이 걷히면서 잦아든다.

 

 - 크으...쿨럭.


 고요해진 평원을 다시 깨우는 격한 기침소리는


 - 어째서...그 바위를···.


 오크의 것.


 “베개치고는 좀 크지?”


 놈의 머리맡에 커다란 바윗돌이 박혀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탄성을 지른다.


 - 어째서...내 머리에 소환하지 않은 거지?

 “그러면 죽으니까.”


 내 대답에 눈을 부라리는 오크.


 - 죽일 가치도 없다 이건가?!

 “이건 어디까지나 결투, 죽고 죽이는 전투가 아니지. 무엇보다 당신은 내 동료가 될 사람이니까.”


 아무리 죽어도 부활한다지만, 오크 머리 터지는 걸 굳이 봐서 뭐 하겠나. 원한을 만드느니 덕을 베푸는 게 낫지.

 오크는 한숨을 크게 내쉰다. 


 - 내가 졌다. 나는 네게 목숨 한번을 빚졌다.


 승패는 깨끗이 인정하는군. 생각한대로다.


 - 내 도끼는어디 있나? 

 “여기.” 


 나는 도끼 자루를 건네주었다.


 - 두 손으로 물건을 주고 받는 건 동방대륙 인간들이 예를 표하는 방식인데···.


 사실 쿨하게 한 손으로 주고 싶었다. 그러기엔 도끼가 너무 무거웠다고는 차마 말 못 하겠다.


 “내가 있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요. 자, 팔 아프니까 어서 잡으시지?”

 - 패자에게 이런 대접을 해 주다니.


 자루를 잡고 몸을 일으키는 오크. 와, 진짜 ㅈㄴ 무겁네. 아무렇지 않은 척 버텼다.


 - 나는 자네가...내 자루를 그 아공간이란 곳에 숨겨놓을줄 알았지.


 하려고 한다면 할 수 있었겠지만, 굳이?


 - 목숨처럼 여기던 무기를 얕잡아 보던 상대에게 빼앗긴 시점에서...이미 난 패배했다. 이 바윗돌로 내 머리를 찍을 필요도 없지. 이미 내 자존심은 박살났다.


 자기반성은 늘 옳다.


 “그리 자책하지 맙시다. 나로서도 사력을 다한 싸움이었으니까요. 좀만 늦었으면 이 도끼에 내 머리가 쪼개졌겠지.”

 - 자네 혹시, 내가 머리를 노릴 거라고 예측했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쉬운 일이지.


 - 어떻게?! 수평베기를 할 수도 있잖나. 

 “대각선으로 내려 벨 수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반드시 머리를 노릴 것 같더군요.”

 - 어떻게 안 거지?


 나는 오토바이 헬멧을 벗었다. 아, 시원하다.


 “첫 번째 이유, 헬멧.”

 - 그 투구가 왜?


 헬멧을 툭툭 건드린다. 깨지거나 금간 곳은 없는 듯하군.


 “당신은 이 헬멧을 유심히 보시더군요. 본적 없는 이세계의 방어구. 굉장히 신경쓰였겠죠. 얼마나 단단한지? 무슨 특수 효과는 없을지?”


 헬멧에 달린 택티컬 플래시를 딸깍. 성능이 좋은지 꽤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온다.


 “기껏해야 불빛 나오는 정도? 이게 다입니다.”


 모드는 여러가지 있네. 붉은 레이저 포인트, 점멸등, 빛이 퍼지는 각도 조절등···.


 - 아니, ‘빛 지속 주문’을? 그것도 광선을 여러가지 형태로 변형하다니?!

 - 전이자가 저런 아티펙트를 갖고 있었다니···저건 이세계의 <마력석>인가?

 - 과연 이세계의 물건, 대단해···.


 난 그저 손전등을 시험해봤을 뿐인데 ‘일본 대단해!’를 방불케하는 반응들. 혹시 단체로 날 조롱하는 건가 싶지만 그런 기색은 아니다.


 ‘불쏘시개 이세계물에서 이런 묘사가 많지.’


  ‘아아, 이것은 OO이라고 한다.’ 라든지  ‘우리 세계에선 이걸 맛있다고 해.’  심하면 ‘방정식을 알다니 이세계인은 초천재인가!’ 식의. 


 - 계속 말해보게! 내가 그 투구를 관찰한 게 어쨌단 말이지?


 오크의 재촉에 나는 잡생각에서 깨어났다. 


 “앗, 죄송. 당신은 이 헬멧을 경계하면서도 호승심을 드러냈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방어구인지 몰라도 이 도끼로 못 쪼갤 것은 없다. 승부다!’하는 식으로 생각하셨겠죠.”

 - ...자네, 마음을 읽는 능력도 있는가?


 웃음이 터지는 걸 간신히 참았다.


 “두 번째 이유, 그 도끼 덕분입니다.”

 - 도끼?

 “나를 관찰한 직후 그 도끼가 번뜩였으니까요. 강한 적이라고 생각할수록 날카로워지고 강해진다면서요? 당신이 나를 경계하게 됐거나, 호승심을 가졌거나 혹은 둘 다라고 생각할 수밖에요.”


 한방 먹은 표정을 짓는 오크. 무기뿐 아니라 그 주인도 정말 상태를 잘 드러내는구만.


 - 그렇군. 그럼 세 번째 이유는 뭔가?

 “결투 시작 직전에 당신이 외쳤죠. 내 머리를 쪼개주마라고. 당신은 결코 허언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읽기 쉬운 타입이지, 정말로.


 - 단지 그것만으로?

 “물론 아닙니다. 돌진할 때 당신의 무게 중심이나, 머리 뒤로 도끼를 치켜든 자세는 어딜 봐도 도약 공격이었습니다.”


 검도를 조금만, 아니 군대에서 곡괭이질만 해 봐도 알 수 있는 자세지.


 - ...완패다. 행벅, 약속대로 너를 파티장으로 따르마. 네가 파티를 이끄는 동안, 내 목숨은 너의 것이다.


 한 쪽 무릎을 꿇고 두 주먹을 땅에 대는 오크. 떡대가 있으니 꽤 폼이 나는 동작. 꼭 터미네이터가 나타날 때의 모습같다.


 “우수한 전사를 동료로 맞아 기쁩니다, 드나드 씨.”


 바드하는 박수를, 진오리는 존경의 눈길을, 바우날은 휘파람을, 구경꾼들은 욕설을 내뱉었다.

 내 첫 파티는 이렇게 완성되었다.


-----


 “바우날씨, 뒤!”


 한참 돌팔매질에 열중인 반족은 내 외침을 듣지 못 했다.


 “이런 씁···.”


 별 수 없이 달려간 나는 가속도를 살려 높이 뛴다.


 “실례!”


 바우날의 머리 위를 뛰어넘어 스켈레톤을 걷어찬다.


 - 쿠루룩.


 나동그라진 스켈레톤은 곧 비척거리며 일어선다. 질긴 놈들이네 진짜.

 나는 등에 멘 철퇴를 꺼내 쥔다.


 “합!”


 풀스윙으로 스켈레톤의 머리를 날려버린다.

 <단다니움>이라는 금속으로 만들었다는 쇠몽둥이. 정말 단단하구만. 꽤 무거운 게 흠이지만, 이런 단순한 무기가 내게는 딱 맞다.


 - 아이구, 고맙수 파티장.

 “별 말씀을.”


 내가 머리 위로 날아들어 질겁한 바우널은 연신 고개를 꾸벅인다.


 - 근데 이 해골바가지들 정말 징하구먼유. 부숴도 부숴도 계속 뼈가 붙어서 일어나버리니 말이우.


 대꾸하기도 지쳐서 숨을 몰아쉰다.


 - 전이자님, 조심해영!


 저 앞에 있던 바드하가 내게 일러준다. 설마···.


 - 쿠루루.


 기묘한 소리를 내며 일어난 스켈레톤이 제 머리를 주우려고 더듬거린다. 완전 4D 공포영화네.


 “미친!”


 머리를 날려도 움직인다고?


 “에잇!”


 굴러다니는 해골을 그대로 내리친다. 금이 간 곳을 망치처럼 내리찍으니 뼛조각이 사방으로 튄다.

 머리 잃은 몸체는 부르르 떨더니 주저앉는다.


 “허억...헉.”


 동굴은 춥고 건조한데 땀이 용암처럼 솟는다.


 “전열 주목!”


 앞에서 한참 싸우고 있는 드나드와 진오리를 목청껏 불렀다.


 “대가리, 대가리를 부숴!”

 - 알겠소.

 - 알았다!


 내 말을 들은 파티원들은 해골 바가지를 집중적으로 노리기 시작한다. 무도가 진오리는 그녀의 무공 <다섯 도깨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한 대상에게 진심을 담은 공격이 5타째 명중하면 원래의 5배 위력을 낸다는 무공. (5번째 공격이 정타가 아니면, 자신에게 대미지가 돌아오는 게 함정)


 - 일격, 이격, 삼격, 사격 !


 스켈레톤의 골반뼈, 갈비뼈, 양쪽 쇄골에 차례로 날리는 정권. 뼈마디가 급성 골다공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시원하게 박살난다.


 - 오격!


 다섯 번째 정권이 두개골을 꿰뚫는다. 캬, 멋지구만.


 - 흐아아압!


 드나드의 도끼질 또한 일품. 도끼의 궤적이 지나간 자리를 뼛가루가 수놓는다.


 - 시시한 마물이군.


 스켈레톤은 시시한 상대라고 여겼는지 도끼의 날은 뭉툭 그 자체. 하지만 오크 전사가 휘두르는 힘과 중량감이 더해지니 강력한 둔기가 되어버렸다. 내 빠따질이랑 비교되네 거.


 ‘그래도 수가 너무 많군.’


 뒤에 남은 스켈레톤이 수백 체씩 득시글. 눈구멍 사이로는 구더기들이 드글드글. 으, 아직 2층 첫 번째 챕터인데 난이도 실화냐. 이번 챕터 이름이 뭐랬더라··· <왕의 부활>? 맨 끝 스켈레톤의 뒤에는 관이 하나 놓여져있다. 아마도 저게 그 왕이란 놈의 것이겠지.


 ‘남은 시간...40분.’


 반지가 붉은색으로 천천히 깜빡거린다.


 ‘남은 시간 안에 저 해골들을 없애지 못 하면 저 왕이란 놈, 그러니까 보스몹 같은 녀석이 깨어난단 건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바드하 양, 저것들을 한번에 모아줄 수 있나요?”


 후열에서 고리를 열심히 날리고 있던 바드하를 부른다.


 - 뭔가 좋은 생각이 있나보군영. 좋아영. 전사 분들은 잠시 비켜주시졍.


 바드하는 양 손목의 금고리 하나씩을 꺼내고, 팔을 넓게 벌린다.


 -  조여라!「넛도 카티럭갤」!


 우우웅.

 금반지가 빛나더니, 넓게 흩어져 있던 스켈레톤들이 일렬에 가깝게 모이기 시작한다.


 - 아니, 안내원 아가씨. 지금 뭐 하는 짓이우? 기껏 박살낸 놈들을 다시 짜맞추면 놓으면 어쩌잔 거유!!!


 짧은 발을 동동 구르는 바우날. 

 바드하의 주술로 스켈레톤을 한데 모은 것까진 좋은데, 팔다리가 박살나 널부러져있던 스켈레톤의 뼈마디를 조립해버린 것이다.


 - 데헹. 미안해영. 이젠 알잖아영, 제 주술에는 부작용이 있는 겅.

 - 참말로 미치겠수!


 하지만 이번엔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더 좋다. 더 이상 붙어버리지도 못 하게 통째로 박살내면 되니까.


 “바우날 씨, 가장 길게 날릴 수 있는 투석구를!”

 - 알겠수.


 나는 바우날에게로 다가가


 “소환 - 제일 큰 쇠구슬.”


 내 손 안에 꽉 차는 쇠구슬을 쥐어주었다. 이거 열 개에 무려 1 포인트 짜리다. 구슬이라기보단 포탄이라고 해도 좋을 크기. 사람들은 왜 인터넷으로 이런 걸 사가지?


 - 다들 뒤짝으로 물러나 계슈!


 투석구에 쇠구슬을 감아 돌리니 붕붕 거리는 소리가 커져간다.


 - 엇차!


 콰지지지지직! 

 죽 늘어선 스켈레톤의 해골을 꿰뚫는 탄환.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뼈다귀들을 보니 쾌감이 장난 아니다. 천자총통이 쏜 철환이 왜놈들을을 부술 때 바로 이런 느낌일까.


 - 우와앙, 멋져영!

 - 대단하오.

 - 나쁘지 않군.


 파티원들의 찬사를 들으며 코를 슥 훔치는 바우날.


 “아직 끝이 아닙니다! 드나드 씨, 앞으로 나서세요. 바드하 씨는 술법을 준비하고!”

 

 내 말에 퍼뜩 자리를 잡는 파티원들. 자, 이제 막타를 날려볼까.


<12화 - 원딜의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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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뽑아든 의지 24.03.26 17 0 11쪽
18 재회 24.03.26 20 0 10쪽
17 강화는 신중히 24.03.26 23 0 10쪽
16 냉탕과 열탕 사이 24.03.25 25 0 11쪽
15 평판의 중요성 24.03.22 36 0 11쪽
14 칙칙한 초콜릿보다는 24.03.22 35 1 10쪽
13 뼈는 잘 발라먹자 24.03.22 39 1 10쪽
» 원딜의 민족 24.03.22 32 1 11쪽
11 듀얼! 24.03.22 44 1 11쪽
10 내분 24.03.22 38 1 10쪽
9 던전 안내자가 힘을 숨김 24.03.21 48 1 10쪽
8 가챠 시간 24.03.21 48 1 10쪽
7 반전 24.03.21 41 1 10쪽
6 나이는 숫자일뿐 그런데 그 숫자가 ㅈㄴ 큰 24.03.21 49 1 12쪽
5 검은 막 24.03.21 53 1 13쪽
4 자 연습해 볼까요, 행복 24.03.21 63 1 14쪽
3 행복할 수 없는 남자 24.03.21 80 1 12쪽
2 이세K 푸드 체험 24.03.21 106 1 11쪽
1 전투 시작 24.03.21 20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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