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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월천의 작은 서재

화성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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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월천
작품등록일 :
2022.05.10 22:47
최근연재일 :
2022.07.25 16:23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240
추천수 :
1
글자수 :
196,144

작성
22.07.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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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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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9

DUMMY

‘지금!’


자신의 몸통을 향해 달려드는 녀석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문규는 옆쪽으로 몸을 날려 알파의 찢어진 아가리를 피했다.


콰아아앙-


철판에 부딪힌 녀석의 머리통이 내는 충격음은 단 한방으로 자신을 피떡으로 만들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알려주었다.

문규는 녀석이 다시 공격준비를 하기 전에 이곳을 떠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이야!! 어서 튀.. 어?”

[시시시싯-]


여자아이들에게 도망치라는 메시지를 주며 자리를 박찬 문규는 알파가 들어온 찢어진 철문을 보고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벌어질 대로 벌어져 버린 구멍에서 다른 알파가 뒤늦게 컨테이너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은 것이었다.


“하..하하하.. 시발.”

‘하나가 아니었잖아.’

“무···문규.. 어.. 어떻게.. 히끅.. 뒤.. 뒤.. 뒤..”


오금이 저려 꼼짝도 못하는 문규의 옷을 잡아당기며 수진이 무어라 외쳤다.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왜 무엇 때문에 수진이 그러는지는 모를 수가 없었다.


푸르르륵-

[그웨에엑..]


몸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듣는 것은 문제없었다. 얼굴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 소리와 낮게 그르릉 거리는 소리.

먼저 들어온 알파가 몸통을 틀었다.

이제 문규 일행은 알파에게 둘러싸여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버렸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이 단어 외에는 다른 것은 생각나지 않았다.

얼마나 아플까?

다리부터 찢어질까?

누가 제일 먼저일까?

여기서 살아나갈 수는 있을까?

수 많은 질문이 0.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머릿속을 가득 채워 극도로 심한 현기증이 일어났다.


‘아. 이게 파노라마인가. 시발. 아직 손도 못 잡아봤는데..!’

[그르르르륵]

뚝. 뚜우욱-


입가의 근육들이 잔 경련을 일으키며 위아래로 밀려나 안쪽에 있는 이빨이 드러났다. 그 안에서 흘러나온 산성 물질이 침처럼 떨어지는 것이 50배는 천천히 떨어지는 듯했다.


뚝.


놈의 입가에서 마지막으로 흘러내린 타액이 바닥에 닿았을 때. 시간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캬아아아악!]


입이 벌어진 크기만 봐도 단번에 머리부터 무릎까지 삼켜질 것이 분명했다.

문규는 곧 벌어질 대살육의 두려움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키아아악-!

감은 두 눈은 촉각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 녀석이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게 달려든 것 같다.

콰직-!

으깨지는 소리.

몸에 고통은 없었다.


‘여자아이들이 함께 당한 걸까?’


두 눈을 뜨고 싶은 문규였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이 마지막 차례가 된다고 해도 친구들의 죽음을 마지막 장면으로 기억하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자기가 좋아하던 수진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여자아이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았다. 분명했다.

이건.. 모두가 당해버린 거다!.


촤아아악-!

[키아아악!]

후두두둑


‘촤아악? 뭔가에 베이는 소리?’


무언가가 잘려나가는 소리와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 사람에게서 나는 소리가 아닌 듯했다.

그리고 곧 익숙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 남자네? 내가 봤던 놈 중에서 제일 멋지다 너. 여기서 나가면 나랑 데이트할래?”

‘엉.. 이 목소리는..’


구부린 무릎을 고무망치로 때린 듯 의지와 상관없이 문규의 눈이 떠졌다.

눈을 떠보니 손톱 같은 것에 크게 베이고 파인 알파의 시체가 두 구나 널브러져 있었다.


척-

“별로 안 늦었지? 이제 집에 가자.”


놈의 사체를 밟고 올라서며 등장한 주희는 검갈색 머리의 흰 피부 쭉빵 미녀가 아닌, 짙은 초록빛과 흰색 물감이 섞인 듯한 그러니까.. 알파와 흡사한 피부를 한 인간형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누님.. 어?...”

“어..언니! 모습이..”

“일단. 이놈들 좀 처리하고 얘기해줄게.”

샤아아악-


머리를 감싸고 있던 점막이 사라지며 주희의 얼굴이 나오자 그제야 아이들은 조금 안도가 되는 듯했다.

아이들의 떨떠름한 반응을 뒤로하고 주희는 상처 입고 땅으로 널브러진 녀석들을 보며 손에 집중했다.


스르륵-


수트처럼 입혀진 점액질이 주희의 손을 타고 뻗어 나와 손끝에서 꿀렁이더니 검의 모양처럼 변했다.

알파들은 죽은 게 아니었다. 주희에게 받은 데미지가 커 회복하는 데 오래 걸렸을 뿐.. 녀석들의 벌어진 상처가 끓어오르며 서서히 회복되고 있었다.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끝내주는 회복력이 아닐 수 없었다.


[크르륵.. 숙..주 융합..]

“!!!”


어느정도 회복한 녀석이 낮게 으르릉거림과 동시에 언어를 쏟아냈다.


“··· 미안하지만. 너희는 우리 별에서 못 살 거 같다. 사연은 대충 알겠다만..”

샤악-


검으로 변한 오른팔이 가볍게 사선을 그어졌다.

지잉-


“사라져.”

촤촤촤촤촤!

[키에에에엑!!!]


대충 팔을 들은 것 같은 몸짓에 녀석들의 회복되던 몸 곳곳이 잘렸다. 부글부글 끓으며 회복되던 몸통이 이번에는 그 반대로 좀먹듯이 타들어 갔다.

두 마리의 알파는 괴로움에 몸부림을 쳤지만, 처음의 기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주희는 약간 씁쓸한 눈으로 마지막 몸부림을 쳐대는 녀석들이 최후를 맞이할 때까지 쳐다봐 주었다.


[케···케에에엑-]

텅- 터덩..

결국, 큰 몸뚱이들은 7할이 넘는 살을 태워 먹고 난 후에야 활동을 멈추고 고요하게 잠들었다.


“나 잘살기도 바쁜데 여기서 둥지 틀 생각 하지 마. 난 일상을 살아보고 싶어.”


주희는 약간은 슬픈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의 등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은 그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싱긋-

“잘 버텨줬다. 꼬마들.”


돌아선 주희는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가슴을 활짝 펴주었다.


“이제 이 언니만 믿어.”

“언니.. 이게 어떻게 된.. 아악!!”

“세희야..!! 어떡해”


몸을 일으키려던 세희가 다친 다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좀 전.. 녀석의 타액을 맨살에 로션 바르듯 접촉했으니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일지도..’


주희는 세희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다리에 손바닥을 올렸다.

흠칫-!

약간은 물컹하고 차가운 손의 얇은 점액 막이 닿자 세희의 하얗고 허벅지가 얕게 진동했다.


“으윽.. 으.. 어..? 하아.. 기분이 이상.. 이상해져요.”


주희의 손이 닿은 후 조금 뒤부터 세희의 동공이 풀리더니 고통스러움에 주름진 표정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야.. 권세희. 무슨 표정이야.. 변태냐?”

화악-

“···!”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는 걸 깨닫자 급격하게 부끄러움이 몰려든 세희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탓- 탓탓-!

“자~ 됐다. 완치!”


세희의 허벅지에서 손을 떼고 어깨를 으쓱해 하던 주희는 손뼉을 치며 콧대를 세웠다.

세아는 궁금하고 또 신기한 광경에 주희에 대한 경계를 풀고서 물었다.


“언니! 어떻게 된 일이에요?!”

“흐음. 내 능력을 세희에게 써준 거지. 일종의 힐.러.랄.까?!”

“어.. 완전 이상해 누나.”


쾅-

“커헉!”


머리에 찐빵만 한 혹이 생기고 나야 꼭 깨닫는 문규였다.


[그웨에엑 정확하게 말해. 여자. 내 힘이라고.]

“어··· 어어어?!!”

“꺅!! 괴물이!!”

“어..언..언니!! 어어···언니!! 어깨에!”


갑자기 주희의 등에서 점액질로 구성된 얼굴이 하나 튀어나왔다. 쭈욱 늘어난 녀석은 세희의 상처가 있었던 곳을 보더니 촘촘하게 박힌 이빨이 드러날 정도로 찢어져라 미소를 띠며 주희의 어깨로 올라갔다.


“아. 얘기 안 했지? 새 친구야. 이름은 룩.”

“에.. 친구..”

“저딴 콧물 같은 놈이 친구라고요?!”


쾅-

“커헉!”

머리에 찐빵만 한 혹이 두 개가 생기면 키가 커진다는 것을 깨달은 문규였다.


히죽-

[안녕? 친구들.. 그웨엑.]


주희의 어깨에서 뻗어 나온 룩은 얼굴을 360도 회전시키면서 아이들에게 인사했다. 아이들은 그런 룩을 보며 아직은 떨떠름한 듯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말.. 말을 하잖아?”

“괜찮은 거 맞죠.. 언니?”

[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여자를 잡아먹기라도 한다는 건가? 그웩..]


아이들의 물음에 룩의 눈알이 얼굴의 절반보다 커지며 장난스럽게 히죽거렸다. 물론 아이들은 그게 히죽거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네네?! 아니요!! 그러니까 그..”

[틀렸다! 정확하게는 그 반대다!]


식은땀을 흘리며 당황하던 세아가 답하기도 전에 룩은 언짢은 듯 소리를 질렀다. 눈매가 가늘어진 룩은 주희의 목을 몇 바퀴 감으며 그녀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댔다.


[그웨에엑!! 여자를 잡아먹으려다 반대로 잡혀먹혔다. 그 결과 신기하게도 나에게 이성이 생겨났다! 그웨에!]

“그렇게 좀 안 웃을 수 없냐? 못 생겼는데 그렇게 웃으니까 더 못 생겨 보이잖아.”

[그웨에엑! 그웩 그웩!]

‘저..저게 웃는 거였어? 적응 안 되네..’


룩은 주희의 말에 이빨을 드러내면서 허공에서 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낮게 울리는 녀석의 웃음.. 소리를 듣고 있자니 괜히 짜증이 나는 것 같았다.


털썩!

“흐아.. 뭔가 긴장이 풀리니까.. 다리에 힘이..”


풀썩 주저앉은 아이들의 다리가 덜덜 떨리는 것이 보였다. 주희는 그런 아이들이 내심 대견해 보였다.


“그럴만하지! 너희는 정말 잘 버텨 줬어.”

‘어른도. 아니 훈련된 요원들도 너희처럼 버티지는 못했을 거야.’


쿠구구구구-

“··· 음. 갑판인가. 꽤 큰 녀석인 것 같은데.”

[그웨에에엑!!!]


갑판방향에서 옅은 진동이 울려 퍼진 것을 느끼자 룩의 고개가 휙 돌아가 갑판 방향 쪽으로 괴성을 뿜어냈다.

주희는 갑판으로 올라가는 통로에서 미약하게 맡을 수 있는 설명의 체취가 느껴졌다. 아이들을 돌아보며 주희는 미소 지었다.


“조금 있다가 올라올..”

‘후.. 늦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싫어요!”

“같이 갈래!”

“저도요..”


주희는 단호한 아이들의 대답에 눈썹을 올리면서 맹한 표정을 지었다. 쉬었다가 온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요즘 아이들은 강한 면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 가자 갑판으로. 갑판으로 가서.”

취르르르륵-


룩은 다시 주희의 몸으로 스며들며 투구를 만들어냈다.


“다 죽여버리는 거야”

[다 죽여버리는 거다.]

히죽-


결합된 주희의 얼굴에 선이 그어지며 숨겨진 이빨이 드러났다.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주희의 목소리는 룩과 결합하여 기계음처럼 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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