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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월천의 작은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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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월천
작품등록일 :
2022.05.10 22:47
최근연재일 :
2022.07.25 16:23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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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6,144

작성
22.05.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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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

DUMMY

체력 단련실


임택기와 히게이라는 근무 외 쉬는 시간에는 주로 체력 단련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후욱 후욱 후욱.. 어우 씨 팔이 불타는 거 같아!!”

“그럴 때 하나 더 ! 좋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좋아 마지막으로..!”


콰쾅!


더 이상 무게를 정자세를 유지하면서 벤치프레스를 올릴 수 없던 히게이라는 기구를 내려놓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씨팔! 힘들어! 어후”

“에헤이 하나만 더 했으면 딱이었는데.”


택기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히게이라의 팔을 마사지해줬다.

사이가 각별해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오랜 기간 파트너로서 코모도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그러리라.


띠링


그들이 한참을 운동 중일 때 주희와 설명이 체력 단련실을 찾아왔다.

어째 설명의 왼쪽 눈 두덩이가 조금 부은 것이 선배한테 맞은 게 틀림없다며 택기와 히게이라는 킥킥댔다.


주희는 둘에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여기 온 지 조금 됐는데 현장에서만 잠깐 뵙고 인사가 늦었네요!”

“아. 반갑군요. 안 그래도 한 번 인사하러 가볼까 했는데.. 먼저 찾아오게 해서 미안합니다.”


택기는 한국인인 주희에게 살갑게 대하며 인사를 주고 받았다.

주희는 택기의 뒤에서 숨을 몰아쉬며 손만 흔들거리고 있는 히게이라를 보며 씩 웃어 보였다.


“캬! 역시~ 쉬는 시간에도 자기 관리라니. 너무 철저한걸요? 코모도에서 차출된 요원들은 클라스가 다릅니다. 여기 이 녀석도 본받아야 할 텐데..”

“서···선배;;;”


히게이라는 펌핑된 가슴에 힘을 주며 으스댔다.


“만약을 대비한 것이니까요. 샘플도 도착했고 분석 기간에는 단련시간이 없을 테니까 미리 긴장을 끌어올려 둬야 합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네요ㅋㅋ!. 그럼 저기 보이는 엉성한 후임 녀석 자세 좀 잡아주러 가볼게요 저는.”

“들어가십시오. 레이디.”

“부끄럽게. 레이디라고 하지 않으셔도 돼요.”


히게이라는 능숙하게 주희와 대화를 주고받았고, 택기는 옆에서 그런 그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딱 붙는 레깅스에 헐렁한 흰 티를 입은 주희의 뒷모습을 보던 히게이라가 무표정한 얼굴로 웃었다.


“후후후.”

“왜 그렇게 웃어? 이상하게..”


히게이라는 눈빛을 초롱 빛내며 택기를 쳐다보면서 또 한 번 으스댔다.


“봤지? 이미 내게 넘어왔다. 저렇게 말끝마다 웃으면서 대답하잖아.”

“허? 병신 ㅋㅋ. 저게 호감의 표시로 보이나.”

“후후후 좋을 대로 생각해.”


드러누운 히게이라는 다시 한번 벤치를 고쳐 쥐고 힘차게 들어 올렸다.


**


“이이익..! 후”


덜컹!


주희가 얘기를 나눌 동안 든 근육을 자극하기 위해 머신을 이용하던 설명은 지친 표정으로 기구를 내려놓았다.


“후우.. 150키로 당기기가 한계인가..”

“한계는 무슨ㅋㅋ. 새끼야 다시 잡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기척도 없이 언제 왔는지 주희가 설명에게 말하며 걸어왔다

거울에 비친 그녀를 보면서 설명은 인사를 하려고 했다.


“엇 선배 언제 왔..!”


물컹


주희가 자세를 잡아주려 설명의 뒤에서 딱 붙자 설명의 뒤통수에 주희의 가슴이 닿았다.


‘이 탄탄함과 물컹함을 고려해보았을 때 이것은 스포츠 브라아아’

“아아아악!”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150키로에 맞춰진 기구를 당기는 설명.

힘이 다해 당겨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위험한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아이씨! 놀래라.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자빠졌어 미쳐가지고.”


주희는 깜짝 놀라며 설명의 뒤통수를 때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설명의 뒤로 붙어 등에 손을 대었다.


“잠깐 따끔할 거다.”

“네?.. 뭐하시는”


팍! 팍! 팍!

팍!

팍!


주희가 몇 초 되지도 않는 시간에 등 근육을 따라 검지로 수십 번을 찌르자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지만, 너무 아프면 아프다는 말도 안 나온다고 했던가.


“어 으아. 어어..억”


어디가 아픈 사람처럼 입만 뻐금뻐금 거리는 게 꼴이 우스웠다.

하지만 주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몇십 번을 더 찔렀고 허리에 힘을 잃어 앞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설명의 승모근을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눈물과 콧물이 줄줄 흘러내렸지만, 손을 올릴 힘도 나지 않았던 설명은 거울에 비친 악마의 모습을.

너튜브에서 본 숟가락 살인마가 떠올랐다.

숟가락 하나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던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자 이제 마지막이다.”


투둑 탁!


주희는 설명의 이마를 잡고 목과 머리가 만나는 부분을 빠르게 세 번 눌렀다.


파지지지짓!!


설명은 골반에서부터 머리까지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이후 전해지는 통증에 뒤통수를 부여잡았다.


“아! 선배 진짜 아파서 죽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설명의 짜증에도 주희는 아빠 같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불길한 느낌이 잔뜩 전해졌다.


‘뭐..뭐지 뭔가 많이 불길한데?’


“다시 잡아.”

“네? 뒤통수요?”

“아니 새끼야··· 머신 다시 잡으라고”

“어.. 그러고 보니..”


머리부분까지 타고 온 전류를 느끼고 나자 몸이 개운해짐을 느낀 설명은 주먹을 몇 번 쥐어보더니 기계를 다시 잡았다.

그립감이 처음 운동할 때처럼 꽉 찬 느낌이었다.


땡. 덜크렁


“자. 이제 180으로 놓고..”


물컹


주희가 바짝 붙어 설명의 자세를 보좌했다.


“내가 놓으라고 할 때까지 당기는 거다.ㅋㅋㅋ”

“예..?”

“망가지면 다시 고쳐줄 테니까 마음껏 망가지라고! 당겨!!”

“으아아악!”


그렇게 두 시간 동안 체력 단련실을 누비며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게 된 설명과 주희였다.


덜··· 터덜터덜크렁


기계조차 지쳤는지 이상한 소리를 냈다.


“더.. 더는 못해애애액!”

“이 새끼가.. 무게치더니 맛이 갔나.. 아무튼, 고생했다. 샤워하고 갑판으로 나와 가족사진 한 방 찍어야지?”

“네에···.”


지옥같던 운동시간이 끝났고 설명은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갔다.

오늘 비번이었던 주희는 입고 있던 차림 그대로 갑판으로 향했다.


‘가족사진 찍는 게 모리안 새끼 악취미거든’


** ** ** **


모든 점검이 끝났고 분석이 들어가기 하루 전날 갑판에는 기지의 모든 인원이 모였다.

모리안은 손뼉을 치며 시선을 모았다.


“자, 다들 모인 것 같군. 이번 분석에서 총괄을 맡은 러시아의 유디스 모리안입니다.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고 또 실험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장비 세팅에 힘써주신 점.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모리안은 비장한 표정으로 인원들을 천천히 훑으며 아이 컨택을 했다.

잠시 시간차를 두며 자신에게 시선을 더욱 집중시키게 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저희는 분석이 끝날 때까지 각자의 맡은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해 나가시면 됩니다. 어찌 보면 참 쉬운 일이니 피곤하고 지치더라도 부디 힘내 주시길 바랍니다.”


그 짧은 몇 마디에는 힘이 실려 있었고 많은 이들의 고생을 다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존중과 격려가 담겨있었다.

잠시 잡담하던 사람들을 뒤로한 채 카메라를 세팅한 모리안은 타이머를 돌리고 자리로 달려갔다.


“그럼 모두 렌즈를 봐주게!”


찰칵!!


140여명의 얼굴이 담긴 사진이 저장되었고 모리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좋군. 이제 오늘 하루는 푹 쉬고 내일부터 본 업무로 들어가도록 하지!!”


** ** ** ** **


식당에서는 만찬이 이어졌다.

택기와 히게이라는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골라와 채소와 함께 먹었고 한쪽에 모여 앉은 니옴 팀장과 그의 휘하의 요원들은 술상을 벌였다.


처음에는 얼굴도 몰랐던 사이었지만 같이 땀 흘리고 일하면서 친해지게 된 기술공들은 사이사이에 끼어 앉은 연구진들과 친목을 다졌다.


주희는 갑판으로 수육과 국밥을 들고 나와 소주를 깠다.

다진 양념을 한 숟가락 넣고 국밥에 풀은 후 고기와 함께 큰 숟가락을 떠 입에 털어 넣었다.


“어으 앗임메 (어우 맛있네.) 이어이 (이거지.)”


밤공기가 쌀쌀했지만 뜨끈한 국밥과 소주라면 어느 정도 추운 것은 잊혀지리라.


“언니. 저 왔어요!”


땋은 머리를 말아 올린 세아와 친구들이 봉투에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주희에게 찾아왔다.


“이런 데서 혼자 먹으면 엄청 외로워 보인다구요 누나?”

“넌 좀 그 입 좀 어? 입! 입!?”


문규가 깝죽거렸고 수진이 문규를 다그쳤다.


“저도.. 소주..”


세희가 얼굴을 붉히며 술을 얘기했다.

아이들을 보던 주희는 가슴 속에서 잊고 있던 묘한 감정에 의문을 품었다.


‘정말이지 나도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걸까.’

“어서 와. 여기가 다 내 자리여! ㅋㅋ 아무 데나 퍼질러!”


주희는 갑판은 통통 치며 애들을 앉혔다.

신 나게 술상을 세팅한 아이들은 낄낄거리면서 조금씩 취해갔다.


“선배 저도 왔다구요?! 혼자 두지 마세요 엉엉”


한층 덩치가 커진 설명이 피자를 세 판이나 들고 나타났다.


홍조를 띤 얼굴로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으로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주희를 보자 설명은 달려오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는 그녀를 보았다.

아이들은 신나게 떠들어댔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런 목소리들이 들리지 않았다.

설명은 그녀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술 기운 일리는 없었다.

그녀가 몇 년을 이 업계에서 일을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명은 짧았지만, 그녀와의 동행으로 느낀 것들이 있었다.


‘그녀는 지금 자유를 갈망하고 또 자유를 두려워하고 있다.’


왕방울만 한 주희의 눈동자의 아랫부분에 약간의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평소에 내게 말하든 보여주든 행동하던 그 모든 것들이 어쩌면 가식이 아닐까.’


설명은 살짝 미소 지어주며 문규의 엉덩이를 걷어차 옆쪽으로 밀어내고 주희의 옆에 앉았다.


철썩


그우우우웅


“어 고래다.”


멀리서 들려오는 고래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바다를 보면서 무슨 말을 할지 잠시 고민을 하던 설명이 결심에 찬 듯 옆을 돌아보았다.


“?”


그의 눈에는 시체가 된 피자 세 판이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주희는 양손에 피자를 들고 설명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으웁.. 꿀꺽. 야 너 안 먹으려는 거 같아서 내가 다 먹었어. 졸라 맛있네”

“하.. 선배···”


설명은 못생긴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피자를 가지러 갔다.

주희는 입가에 묻어있는 피자 소스를 혀로 핥아 먹으면서 그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으음.. 나 취해떠. 언니 방에 가서 잘래”

“아..안됩니다. 아가씨..”


찌릿

술 기운이 퍼진 세아가 경호원에게 눈을 흐렸다.


“읏”


세아가 술을 많이 마신 듯했고 경호원이 안절부절못하면서 그런 세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오두방정을 떨어댔다.


“세아 두고 아저씨도 가서 하루 쉬어. 내가 주는 휴가야.”

“당신의 뭘 믿고 제가 가서 쉰답니까.”


여전히 그녀를 경계하는 경호원.

그런 그를 주희는 꽤 기특하게 생각했다.


“괜찮아. 내 모든 걸 믿어 봐. 난 거짓말 같은 건 안 하니까.”

“··· ··· 좋습니다.”


왠일인지 순순히 물러나는 경호원.

주희는 자신의 허벅지를 베고서 잠든 세아의 볼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저..”


고개를 들자 세희가 붉어진 얼굴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저도..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오..”


술 기운을 빌어 용기를 낸 듯했다.

주희는 잇몸이 보일 정도로 크게 웃으며 세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ㅋㅋㅋ 쌉가능.”


달빛을 받으며 노랗게 빛나던 갑판의 밤은 그날 따라 빠르게 지나갔다.


작가의말

제목에 @. 마지막 임무 - 소제목으로 파트를 나눠 보는 건 어떨까요? 조금 고민이 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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