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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월천의 작은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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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월천
작품등록일 :
2022.05.10 22:47
최근연재일 :
2022.07.25 16:23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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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44

작성
22.05.2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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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

DUMMY

** ** ** ** **


쏴아 -


뜨거운 물줄기가 새하얀 OLED 등에 비친 검갈색 머리카락에 닿아 목덜미를 타고 몸의 굴곡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다지 피곤하거나 지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을 정리할 때는 샤워를 하는 버릇이 있는 그녀였다.


거품을 낸 오른손을 들어 가슴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으음..”


눈을 감고 손과 가슴이 부드럽게 닿아 문질러지는 촉감을 느끼며 근육을 풀어주었고, 문질러 질 때마다 아래 가슴의 매화나뭇잎이 살랑거리며 떨어지는 것 같았다.

한껏 차분해지고 긴장이 풀려 초점이 없다시피 한 왕방울만 한 눈을 뜨고는 멍하게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이번에 주어진 의뢰는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호위. 늘 그랬듯 보상은 쉐도우에서 선입금을 주는 방식.’


끝이 조금 엉킨 머리카락을 풀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무엇으로부터.. 지켜야 하는 의뢰일까. 모리안.. 모리안.. 모리안.. 그놈이 뭘 하던지 관심도 없고 상관도 없지만.’


다리를 욕조에 올리고 거품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살짝 접힌 뱃살을 보던 그녀는 피식하고는 웃어버렸다.


‘뒤가 구린데 또 그놈의 호위를 해라?’


그녀의 머릿속에 SMP 000의 내부가 떠올랐다.

초록색 캡슐이 가득한 내부는 밖에서 보이던 것보다 훨씬 큰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죄수.. 뭐 대충 실험에 쓰일 재료겠지. 놈들 하는 짓이 매번 비슷한 짓거리니까.’

“역겹군”


육성으로 역겨움을 표하며 뒤돌아 엉덩이를 문질렀다.

허리 쪽의 문신 위쪽을 문지르는 그녀의 손놀림은 다른 부위보다 훨씬 천천히 또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내가 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놈은 나를 모를 텐데.. 내부에 적이 있는 걸까.’


애초에 이 바닥에서 누군가와 협업을 하고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은 세상의 뒷면의 일.

대소규모 기업을 등에 업고서 청부살인 업무부터 잠입. 위장. 위조. 등···

머리와 몸 모두 한계까지 끌어올려 선의 심판을 피해 가며 악행을 저질러야 하는 통칭! 빌런.


그런 빌련 들을 골칫덩이로 여기는 세계 정부의 의뢰를 받아들여 놈들의 규모가 얼마든 처단하는 일이었다.

그녀가 속한 곳은 이러한 대 빌런 특수부대인 쉐도우였다.


본래는 쉐도우와 같은 그룹이 2곳이나 더 있었다.

칼라. 라인.


두 그룹에서는 팀으로 의뢰를 부여해 빌런들을 상대해 왔지만, 내부에서 빌련 들에게 매수당한 요원들이 생겨났고 결국 의뢰 진행 중 변절자가 발생해 두 그룹은 거의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받게 됐다.

그리고 지금은 그들과는 다르게 개인이 팀이고 팀이 개인인 쉐도우만 살아남아 바퀴벌레처럼 증식하는 빌런을 처단하고 있다.


‘모르겠군. 언제나 난해한 임무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마지막 의뢰라 생각해서 그런지 조금 심라난걸. 보스가 재미삼아 보냈을까?....’


샤워를 끝마친 후 보습 크림을 몸에 바르고 머리를 털면서 욕실을 나오자 설명이 마른안주와 맥주를 테이블 위에 세팅하고 있었다.


‘암. 그럴 리 없겠지 ㅋ’


주희는 맥주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 듯 주황빛 홍조를 얼굴에 띈 채 자리에 털썩 앉았다.


“맥주나 까자.”

“옙”


치익


뭔가 말 수가 적어진 설명은 조용히 들더니 벌컥벌컥 마셔댔다. 주희는 그런 설명을 보지도 않고는 자신의 맥주를 마셨다.


“선배. 오늘 고생하셨고 죄송했습니다.”


맥주를 조금 들이켠 설명이 주희에게 사과했다.

주희는 웃으면서 고개를 젖혀 설명을 쳐다보았다.


“ㅋㅋㅋ 담아 두지 마. 아직 둘 다 살아 있잖아? 뒤지면 그때 풀린 내 동공 보고 사과하라고 ㅋㅋ”

“···말씀이라도 참··· 선배는 입만 곱게 써도 더 품위 있을 거 같은데 말이죠.”


씰룩


설명이 툭 던진 말에 주희의 두툼한 눈썹이 꿈틀거렸다.

재미있는 생각이 난 주희는 설명의 옆쪽으로 맥주캔을 들고 기어갔다.


“왜 이 선배랑 같이 한 방 쓰니까···”


기어오던 그녀의 상의가 오버 핏이라 축 늘어져 내부가 훤히 보여 허벅지까지도 보였다.


설명은 튀어나올 뻔한 맥주를 간신히 삼킨 채 고개를 돌렸다.


“아.. 선배.. 쫌”


설명의 어깨에 맥주를 든 팔을 걸치고는 삐딱하게 기대어 반대 손가락으로 브라끈을 당겨 상의 밖으로 꺼내었다.


“꼴리느냐 ㅋㅋㅋ 꼴에 남자라고.

“히에에엑!!! 뭡뭡.. 뭐하는 겁니까. 이런 건 매뉴얼에···!!”


팽팽해진 브라끈을 보고 있자니 설명은 죽을 맛이었다.


딱콩!

“억”


자세를 고쳐 잡은 주희는 맥주를 쭉 들이켰다.

조금 흘러나온 맥주가 주희의 턱선을 타고 가슴골로 흘러내려 갔다.


“새끼. 오늘 있었던 일도 매뉴얼에 잘 기록해 둬. 오늘처럼 꾸리 한 상황에 대처하려면 그 개 같은 매뉴얼에 잘 적어 놔야 헤쳐나가지.”

“··· 옙 알겠습니다. 선배 인수인계 명목이긴 하지만 첫 임무를 선배랑 하게 되어 다행입니다.”


꿀꺽꿀꺽

“크으! 지랄 ㅋㅋ 잘 들어”


새로 깐 캔을 단숨에 비워버리고는 설명을 쳐다보았다. 설명 또한 주희를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공허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 깊이가 가늠되지 않았다.

하지만 서늘함 마저 느껴지는 저 공허한 청색 눈을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깊디깊어 보이는 저 눈빛 속에 작은 불티가 보이는 것만 같았기에.


“쉐도우에 둘이서 일하는 경우는 없다. 이건 이례적이고. 어쩌면···”


주희의 머릿속에 과거 동료의 목을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콰지짖

“후우··· 무슨 생각일까.. 야 재미없다. 잔다. 치우고 자라 ㅋㅋ”


숨을 고른 주희는 엉덩이를 긁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고, 설명도 맥주를 마저 털어 마시고 술 상을 정리했다.


멈칫


멈칫한 설명의 손끝에는 주희가 찌그러트린 100원짜리 크기의 작은 구슬처럼 동그란 맥주 캔의 잔해가 있었다.


“··· ···”


설명은 다시 한 번 방문을 열고 옆으로 드러누운 채 자려고 누워있는 주희의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 ** ** ** **


2주 뒤


구름이 펼쳐진 하늘이 오늘도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몸으로 알려주었다.


탁 타닥 타닥 탁 탓탓


조종석 내부.

바쁘게 움직이는 카키색 장갑을 낀 손이 위아래로 빼곡하게 나열되어있는 버튼을 조작했다.


“좋아. 이제···”


꾸욱

뾰쪽한 이를 드러내며 씩 웃던 의문의 조종사는 피아노를 다루듯 신속하게 버튼을 조작 후 마지막 초록 버튼을 눌렀다.


파짓 파지짓 파지


하늘색 대기와 하얀색 구름 사이에서 전기가 일더니 얼룩이 걷어지는 듯 거대한 비행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딸깍


자동 비행 버튼을 누르고는 카키색 장갑을 아무렇게나 툭 던져버리고는 가슴팍을 풀어헤쳤다.

그제야 숨통이 트였다는 듯 봉긋한 가슴이 슈트 밖으로 풍만함을 드러냈다.


치지직


카키색 장갑 안에 숨어있던 새하얀 손으로 헤드셋의 마이크를 내려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헤드셋 아래로 주황색 머리카락이 조금 떡져있었고 입과 콧등 주변엔 묘한 느낌을 주는 주근깨가 자잘자잘하게 박혀있었다.


“긴 비행도 이제는 끝났군. 기지에 가서 텐동이나 실컷 먹고 술에 절어야겠어.”


옆자석의 조종사는 벌써 갑갑한 헤드셋을 벗어 던지고는 청색 머리칼을 털며 맞장구쳤다.


“그거 좋지. 이번에 내 관자 뺏어 먹으면 얼굴에 리볼버를 갈겨버릴 거니까 그렇게 알아.”

“ㅋㅋㅋ. 너한테 죽는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


두 조종사는 묘한 눈길을 주고받으며 잡담을 이어갔다.


치직 치직 치직


후미의 연구소에 연결된 무전기가 거칠게 떨었다.

언제 양말까지 벗어 던졌는지 발가락을 벌려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에 무전기 줄을 꽂고는 자신의 귀로 가져다 대는 주황색 머리칼의 조종사.

버튼을 누르자 노쇠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틱. 틱. 여기는 히만 박사일세. 곧 도착하는 건가? 스텔스가 풀리는 특유의 진동이 느껴지는군.”

“하! 무서운 감각이네! 할아범!’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자네밖에 없을 거야. 쏘야.”


쏘야는 한껏 신이 난 듯 주황 머리칼을 한 움큼 잡아 빙글빙글 돌리며 답했다.


“ㅋㅋㅋ. 뭐 어때. 그나저나 이번 보급된 신형 통역기는 수준급인걸? 저번 통역기의 에러를 생각하면 이번 것은 정말 굉장하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되잖아?! 그렇지 진?!”

“그러게. 하지만 뭐.. 우리 둘은 이딴 통역기 같은 게 없어도 충분히 서로 알고 있으니까. 문제없어.”


쏘야가 고개를 옆으로 꺾으며 땀에 젖은 청색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말리는 진이 쏘야를 보며 야릇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쏘야가 입고 있던 회색 상의에 딱딱한 두 돌기가 튀어나왔다. 약간 상기된 얼굴을 한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창밖을 보았다.


“으흠~ 어서 도착하고 싶은걸?”

“틱. 틱. 여전히 잘 어울리는군. 일단 알겠네. 나는 이쪽 인원들과 흩어놓은 자료를 정리해두겠네. 참. 이번엔 정말로 살살 착륙해주길 바라네. 요즘 허리가 쑤셔서 말이야.”

“알겠어. 할아범 나만 믿으라구.”


쏘야와 진은 히만 박사의 무전에 씩 웃으며 무전기를 끊었다.

곧바로 다른 채널로 바꾼 후 다시 어디론가 무전을 하는 쏘야는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표정을 한 채 무전기를 입가에 대고 노래를 불렀다.


치직


“여기는 노바디. 코모도 응답하라~ 응답~ 응답~ 응답~ 응답~”


지직


“··· 여기는 코모도. 쏘야. 그렇게 장난스럽게 무전하면 안돼요··· 모두가 듣고 있다구..”


건너편의 여자는 굉장히 난처한 듯했고, 아이를 달래는 듯이 조심스럽게 무전을 했다.

하지만 쏘야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뭐 어때. 격식 차리는 건 나랑 안맞다고~”


스텔스가 풀린 비행기는 동력을 온전히 비행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더욱 빠르게 구름을 뚫으며 날아갔다.

그럼에도 큰 진동 하나 없이 비행이 되는 것을 보니 그 기술력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거의 다 왔으니까~ 착륙지점 좌표나 발송해달라고~”

“알겠어요. 곧 봐요 쏘야. 진”


무전을 끝내고 쏘야는 조종석에 발을 올리고 뒤통수에 두 손을 가져다 댄 채 눈을 감았다.


** ** ** ** **


삐익 삐익 삐 삐익!


캡을 거꾸로 쓰고 그 위에 헤드셋을 착용한 요원이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빨간색 봉을 흔들면서 주변을 통제했다.

지게차들은 빠르게 컨테이너를 들어 공간을 마련하였고 인부들은 바닥에 그려진 흰색 라인을 따라 에어건으로 먼지를 털어냈다.


지이잉 푸슈욱


지변이 동글게 파이며 라인을 따라 도킹 부가 드러났다.


쿠구우우우우


“비시킵쇼! 이제 착륙합니다.”


착륙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은 거대한 비행정의 착륙을 지켜보고 있었다.

신입 유씨가 수건으로 이마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물었다.


“그냥 착륙하면 되는 것이지 왜 저렇게 도킹을 하는 거유?”


신입 유씨의 질문에 도킹하는 비행정에 눈을 고정한 채 제일 마지막으로 뒷걸음을 치며 다가오는 요원이 답했다.


“저건 그냥.. 비행정이 아니거든요.”


푹 치이이익!


도킹 탭이 열리고 비행정에서 수많은 원기둥이 나오며 정확하게 라인과 맞물렸다.

도킹을 마치고 비행정의 양옆에 달린 가드와 스크류가 작게 말리면서 세로로 접혔다.


“저건. 거대한 이동식 연구실이네.”


치이이익

수직으로 작게 말린 스크류가 좌우로 갈라지며 글씨가 새겨진 탭이 보였다.



K O D O M O


푸취이이이익!

칙 치지지익


도킹이 완료되고 스피커가 켜졌다.


“앗..아앙!! 아아아앙!!!”


소리 Max의 신음이 기지에 울려 퍼졌고 잠시간 정적이 흘렀다.


“··· ···!!?”

“??!”

“뭐..뭐야 무슨 소리지?”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만 보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 했고 상황실에서는 똥 씹은 듯한 표정을 한 직원들이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댔다.


도킹이 되는 순간 가버리는 순간 가버리는 쏘야.

그런 그녀가 축 늘어지는 것을 보며 진은 눈을 감으며 구겨지는 미간을 손가락으로 집으면서 마이크를 껐다.


‘기계 따위에게 질투심을 느끼다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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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22.07.15 16 0 10쪽
28 28 22.07.13 17 0 10쪽
27 27 22.07.11 16 0 14쪽
26 26 22.07.08 17 0 11쪽
25 25 22.07.06 17 0 10쪽
24 24 22.07.04 30 0 13쪽
23 23 22.07.01 77 0 14쪽
22 22 22.06.29 27 0 12쪽
21 21 22.06.27 29 0 11쪽
20 20 22.06.24 26 0 12쪽
19 19 22.06.20 27 0 12쪽
18 18 22.06.17 27 0 12쪽
17 17 22.06.15 26 0 12쪽
16 16 22.06.13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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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22.06.06 30 0 15쪽
12 12 22.06.03 2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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