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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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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3.30 14:51
최근연재일 :
2016.02.02 20:41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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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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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658

작성
15.07.28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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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6화. 케를 수비전 - 작전회의

DUMMY

1028년 7주 3일, 페드루크 공작은 출진에 앞서 각급의 군단장들을 불러 모았다. 긴장감이 감도는 회의장에서 그는 거대한 지도를 펼쳐놓고 지휘봉을 들어 세부작전을 설명했다.


"우리는 케를을 세 방향에서 포위할 것입니다. 케를에 이르는 가장 짧은 루트인 케를 평야, 가장 먼 우회로인 동부 우체계곡, 그 중간의 거리인 서부 리텐브로 지방이 우리의 군대가 출진할 방향입니다. 케를은 제대로 된 성벽도 없고, 단시간에 성벽을 쌓기에는 방어선이 너무 길기 때문에, 쿠안은 농성전이 불가능합니다. 그는 필히 병력을 이끌고 우리를 요격하려고 하려 할 것입니다."


회의장에 울리는 근엄한 목소리를 이어 웅성거림이 뒤따랐다. 페드루크 공작은 조용해지는 것을 기다렸다가 지도에 표시한 각 루트를 지휘봉으로 가리키며 설명을 이었다.


"베버 바우몰 백작님의 3군단과 만수아 루헤쉬 백작님의 5군단은 케를 평야를 가로질러 최단거리로 공격해주십시오. 케를 평야는 대군이 움직이기 충분할 정도로 넓고, 평야를 지나자마자 도시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쿠안은 그 곳에 대규모 병력, 그것도 주력부대를 배치 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바우몰 백작님과 루헤쉬 백작님은 그 곳에서 적과 대치만 해 주시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대치를 하라는 말씀은... 싸우지 말라고 하시는 겁니까?"


만수아 루헤쉬 백작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그는 아직 30대의 젊은이였지만 페드루크의 부하들을 제외하면 전쟁 전문가가 거의 없는 연합군에서 비교적 전장에 선 횟수가 많은 축이었다.


"우리가 적보다 병력이 많다고 하나 쿠안의 군대는 전투경험이 많습니다. 교전을 한다해도 무리하면 안될 것입니다."


페드루크 백작의 말에 그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전력을 다하지 않고 적을 격파할 수 있는 것입니까?"


"가장 좋은 싸움은 전력을 다하지 않고도 이기는 것입니다. 저는 적의 주력과 교전하지 않고도 케를을 얻어보여 쿠안에게 제 분수를 알게 해 줄 것입니다."


납득하지 못하고 눈가를 찌푸리고 있는 루헤쉬 백작과 다르게 60줄에 접어든 바우몰 백작은 감동으로 눈을 빛내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이 전투에 여신의 가호가 있으리라!"


광신도에 가까워진 베버 바우몰 백작의 축언에 페드루크 공작은 멋진 미소로 화답하고, 카라자스 키르히르프 백작에게 시선을 돌렸다.


"키르히르프 백작님은 4군단을 이끌고 동부 우체계곡으로 가주십시오. 우체계곡은 케를 평야에 비해 길이 좁지만 군대가 움직이기 충분한 넓이입니다. 적들이 백작님의 출정 소식을 알면 그곳을 막을 수 밖에 없을 터인데, 그것만으로 쿠안은 적지 않은 수의 부대를 빼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쿠안이 계곡방면의 방어를 느슨하게 한다면 그 길로 케를로 진군하시고 아군의 후방을 지원해주시면 될 것입니다."


그 다음 공작의 아들 메이야 백작의 차례였다.


"너는 서부 리텐브로 지방을 통해 케를로 향해라. 어느쪽이든 아군이 움직이지 못하는 곳이 있다면 지원하고, 쿠안의 방어병력이 있다면 기회를 보아 격파, 케를을 노려라. 쿠안과 루이 시건을 사로잡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을 잊지 마라."


이제 공작은 모두를 향해 선언했다.


"저와 리프베아체님은 본대를 이끌고 케를 평야를 지원할 것입니다. 이것으로 우리의 30만은 적 3만을 전 방위에서 포위하게 될 것이며, 폐하를 농락하는 불온한 역적들을 모두 격파하게 될 것입니다!"


참모들은 마치 전장을 내려다 보고 있는 듯한 페드루크 공작의 빈틈 없는 작전에 감탄하며 환호했다. 각 군단장들은 각기 출병 선언을 하고 병사를 내었으니, 출격하는 병사의 그림자로 언덕과 언덕, 산등성이와 계곡이 가득찰 지경이었다.




한편, 루이를 구출해낸 쿠안은 본대로 합류하자마자 그 길로 케틀에 입성하도록 명령했다.


"입성이라고는 하지만 아예 케틀에는 들어가지도 않았죠."


아멜리아가 인상을 팍팍 쓰며 투덜거렸다.


"심지어 쉴수있는 막사를 설치하지도 않았잖아요. 여태까지 행군하느라 이미 녹초가 되었는데!"


쿠안은 아멜리아의 불평을 무시하고 사열된 병사의 앞에 서서 근엄한 얼굴로 모두를 둘러보았다.("잠깐만요! 대장님, 듣고 있는건가요?!"라고 외쳤을 때 아델베르트가 그녀의 정수리를 눌러 조용히 시켰다.)


"적이 출격했다고 한다. 총 병력은 30만이며, 적들은 제대로 훈련된 병사들이다. 사실 나는 적이 일부려 병력을 축소시켜서 말했을거라 생각한다. 적의 총 수가 적어도 50만, 많으면 100만에 이를 거라 예상하고 있다."


쿠안의 설명에 병사는 물론 듣고있는 참모들 마저 깜짝 놀랐다. 쿠안은 동요하지 않고 연설을 이었다.


"도망치고 싶은가? 그것도 좋겠지. 허나 우리가 물러나면 황제폐하를 지킬 군대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나는 나의 목숨을 폐하를 위해 걸었으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물러날 자들은 여기에서 빠져라! 허나 잊지마라, 역사가 너희를 비겁자라 기억한다는 것을! 폐하를 버리고 본인의 안위를 위해 도망쳤다는 것은 후대로 전해질 것이다!"


"... 쿠안님 왜 저래요? 평소에는 저런 연설 안하잖아요."


아멜리아는 참지 못하고 아델베르트에게 소곤소곤 물었다.


"아마, 우리 군의 대부분의 의용대라서 그럴거야. 용병대일 때랑은 다르니까."


"사기고취를 하기위해 황제폐하를 팔아먹고 있는거군요?"


아멜리아가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치며 이해했고, 그녀의 말은 충분히 옳았다. 하지만 아델베르트는 쓴 웃음조차 지을 수 없었다.


'쿠안님도 저 연설을 원해서 하시는 것은 아니시겠지.'


그녀의 더벅머리 상관이 지금 목에 핏대를 세우고 하는 저 연설은 충성심을 고취시키고 병사들의 목숨을 걸게하는 목적이 아니리라.


'병사들을 살리기 위한 연설...을 하시는 거구나.'


아델베르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쿠안의 전술은 언제나 희생자를 최소로 했다. 아무리 완벽한 계획이라도 어쩔수 없는 희생자가 나오게 된다면, 쿠안은 과감히 전략 자체를 수정, 혹은 폐기해버렸다.


"작전은 다시 세우면 그만이야. 그게 나의 일이고. 내가 세운 작전으로 누군가가 죽는 것은 싫어. 그게 우리편이라도 싫고, 적이라도 싫어."


수년 전, 아델베르트가 쿠안과 사귈 때 그는 술에 취하면 이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터무니 없이 복잡한 작전을 짜기 위해 며칠씩이나 커피향기에 파묻혀서 머리를 쥐어짜던 그는 항상 어린애처럼 투정부렸다.


"우리가 이겨야해. 당연히 말이야. 하지만 우리편도, 적도 죽으면 안 돼. 아니, 어쩔 수 없이 죽을 수는 있지만, 희생은 안 돼. 자발적 희생도 싫지만, 강요된 희생은 더욱 싫다고."


"궤변이시군요."


아델베르트가 그렇게 평하면 쿠안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가끔은 웃어주기도 했지만, 그 웃음은 평소 그가 짓는 의기양양한 미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아델베르트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쿠안은 일장의 연설이 끝낸 다음 벌컥벌컥 하마처럼 물을 들이키며 참모들이 회의실에 모이는 것을 기다렸다. 격한 연설 때문에 그는 땀 투성이었고, 아멜리아는 코를 막고 한 손을 휘휘 공중에 저어서 자신이 모시는 대장이 땀냄새가 심하다는 것을 어필해보았다. 하지만 쿠안은 개의치 않고 몇 번 물을 들이킨 다음, 참모들이 회의실에 모이자마자 "이번엔 적을 격파하기가 힘들어."라고 고백했다.


"네? 아까 연설할 때는 그냥 우리가 다 이김! 이렇게 들렸는데요?"


아멜리아가 투덜거리자 쿠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 있나. 적은 우리의 10배는 많아. 이번 적장은 무려 페드루크 공작이고, 그 아래 병사들도 민병대 수준이 아냐. 유명한 장수만 쳐도 두 손으로 세도 모자라고, 유능한 참모는 수레로 실어 날라야하는데 우리가 그냥 이길 수 있을리 없지."


쿠안의 물 흐르듯한 절망적인 설명에 아멜리아는 입을 헤-하고 벌리고 눈을 깜빡이다가, "그럼 도망쳐야하나요?"라고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아니, 뭐 격파하긴 힘들지만 할만큼 해봐야지. 안되면 그 때가서 생각하자고."


쿠안은 큭큭 웃고 작은 지도를 꺼내서는 벽에 붙였다.


"적은 세 방향으로 오고 있지. 이대로라면 케를은 완벽히 포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아. 난 가까운 길의 적은 격파하고, 먼 길의 적은 속이고, 중간 길의 적은 막을 생각이야."


쿠안은 세 방향의 길에 목탄 펜으로 검은 줄을 긋고, 각각의 군단장 이름을 적어넣으며 설명했다.


"케를 평야는 최단거리고, 기병이면 2일, 보병이면 6일이면 지나갈 수 있어. 여긴 우리의 주력부대로 막는 수밖에 없어. 10만의 숫자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데다가 후방에 적의 본대도 있으니까. 아론을 대장으로, 아델베르트를 참모로 삼겠어. 적은 이동속도를 맞추기 위해서 출격일을 다르게 하고 있어. 병사를 충분히 쉬게한 후 상대해도 괜찮을거야."


"운용을 할 지휘관이 몇 명 더 필요합니다. 누가 좋겠습니까?"


아론이 묻자 쿠안은 길게 생각하지도 않고 "카를로스, 알투로, 디지가 좋겠군."이라고 대답한 다음, "마루자나님도 라즈나 일족과 함께 같이 가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거의 대부분이네요. 다른 루트는 괜찮나요?"


아델베르트의 지적에 쿠안은 웃어보이고 다시 펜을 놀리며 말을 이었다.


"리텐브로 지방으로는 메이야 백작이 온다고 해. 그 수가 적지 않으니 내가 직접 가겠어. 팽님은 150명의 라즈나 일족에서도 특히 강한 이들을 뽑아 저와 함께 가주십시오."


"쿠안님의 뜻이라면 기꺼이 함께 하겠습니다."


팽은 우아하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쿠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까부터 안절부절하고 있는 휴고에게 다가갔다.


"동부 우체계곡은 우회로고, 주력 이동로는 아니지만 분명히 군대가 이동할만한 길은 있습니다. 잠복하기에도 최적이지요. 문제는 그 숫자가 5만입니다. 어설픈 병력으로는 적과 맞설 수 없어요. 그렇기에 우리는 아군의 최정예를 배치할 생각입니다."


휴고는 하얗게 질려서 "최정예라구...?"라고 중얼거렸다.


"물론 왕실 근위병이지요."


쿠안은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환한 미소를 뿌렸고, 아멜리아는 으엑, 하고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참모는 포웰이 좋겠군요."


그 한마디에 거품물고 졸도하기 직전 상태가 된 오스본 포웰을 무시하고 쿠안은 아멜리아에게 "너도 같이 가드려라."라고 명령했다.


"... 헤에..."


아멜리아는 안절부절 못하는 두 남자를 번갈아바라보다가, "정말요?"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작전은 준비되어 있어."


쿠안은 의기양양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작가의말

케를은 라빈 그라나드의 입구에 있는 상업도시로, 부호들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상업으로 성공한 대부호들은 아름다운 저택을 도시 외각에 둘러 지었는데, 하나같이 웅장한 외관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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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7화. 그리고 첫번째 싸움 15.08.28 223 4 24쪽
98 96화. 첫번째 교전 15.08.26 82 5 9쪽
97 95화. 알리시아 영지의 마녀 15.08.21 118 4 13쪽
96 94화. 여신을 따르는 부족 15.08.19 88 4 13쪽
95 93화. 마후라나 15.08.17 81 4 14쪽
94 언젠가의 이야기 15.08.12 77 6 22쪽
93 92화. 케를 수비전 - 흙벽 위의 아가씨 15.08.10 95 5 13쪽
92 91화. 케를 수비전 - 세번째 전술 15.08.06 121 5 16쪽
91 90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2) 15.08.05 70 5 15쪽
90 89화. 케를 수비전 - 데이멋 성의 사투(1) 15.08.05 51 4 10쪽
89 88화. 케를 수비전 - 두번째 전술 15.07.30 143 5 19쪽
88 87화. 케를 수비전 - 첫번째 전술 15.07.30 223 3 9쪽
» 86화. 케를 수비전 - 작전회의 15.07.28 164 4 11쪽
86 85화. 약속을 지키는 것 15.07.26 90 4 16쪽
85 84화. 새로운 무기를 -2 15.07.22 199 4 13쪽
84 83화. 해피엔딩 15.07.22 104 5 12쪽
83 82화. 검과 탄환 15.07.20 136 4 11쪽
82 81화. 게랄드의 함정 15.07.16 98 6 9쪽
81 80화. 볼페레 15.07.15 136 3 9쪽
80 79화. 유지니오의 군대 15.07.13 49 4 17쪽
79 78화. 재앙을 막을 땅 15.07.10 83 4 10쪽
78 77화. 있을 수 없는 계략 15.07.08 103 5 17쪽
77 76화. 예지는 진실을 담고 있는가 15.07.06 50 3 28쪽
76 75화. 티에세를 향하여 15.07.02 95 4 9쪽
75 74화. 쿠안은 새로운 검을 얻고 15.07.01 167 4 8쪽
74 73화. 세만 요새 공성전 -1 15.06.29 102 4 12쪽
73 72화. 고집불통의 두 사람 15.06.29 58 3 12쪽
72 71화. 사자의 방문 15.06.26 166 4 3쪽
71 70화. 충성의 저울질 15.06.26 220 3 7쪽
70 69화. 스스하 수비전 -2 15.06.22 91 3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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