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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외계행성 적응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가짜과학자
작품등록일 :
2019.04.01 10:44
최근연재일 :
2019.05.0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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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6,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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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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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아엘바와 테타르가 알스 플리릿에 놀러오다

DUMMY

연쇄살인사건 이후, 친구들의 실력이 부쩍 좋아졌다. 100번의 연습보다 1번의 실전이 더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처럼 2:1이기는 해도 조사관들과 겨루어 본 것 것, 제대로 싸워보지는 못했으니 살의를 가진 적과 마주해본 것이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준 것 같았다.

하지만 친구들은 실력 상승을 다르게 해석했다. 바로 수호성이 가호를 내려준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친구들은 그 날을 기점으로 수호성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비시는 올곧음의 티발리라는 수호성을, 모벳시는 신중함의 잔델이라는 수호성을, 렉토이는 고집의 토마스라는 수호성을, 바로키는 침착함의 카네드라는 수호성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다.

친구들의 나이 16세. 일반적으로 수호성과 소통하기 시작하는 것이 성인식을 전후한 때라고하니 상당히 이른 나이에 별에게서 가호를 받게 된 셈이다.

물론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믿지는 않았다. 나는 그 것을 끔찍한 괴물과 마주하고, 그 기억을 꿈으로 해소하는 단계에서 신앙의 대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잠자는 도중에 그 이야기를 듣고 깼다고들 하니 아마 그 해석이 맞을 것이다.

실력이 좋아진 것은 친구들 뿐만이 아니었다. 실력의 격차가 큰 적을 상대한 덕분인지 내 실력 역시 큰 폭으로 성장했다. 그건 다음날 루페르티가 혀를 내두르며 놀라움을 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루 아침에 사람이 아주 달라진 것 같구나. 이 정도면 11단계는 되겠어. 놀랍구나 놀라워. 이런 성장세라면 네가 어른이 되자마자 두르로 인정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겠어.”


루페르티는 내 성장을 기뻐해줬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 씁쓸해하기도 했다.


“이거, 조금만 더 지나면 내가 가르칠게 없어질 수도 있겠구나.”

“설마요. 아직 많이 모자란데요. 아직 멀었어요.”

“아니야. 내 생각으로는 이대로 3년만 지나면 네가 나를 뛰어넘을거다.”


그러나 루페르티와 내 실력이 교차하는 시점은 그보다 빨리 찾아왔다. 그로부터 12개월이 더 지났을 때 나는 루페르티와 거의 대등하게 겨룰 수 있었다. 다만 매번 한 끗차이로 패배하기는 했다. 그 것이 약 12개월간 계속되었다. 내가 한 걸음 나아가면 루페르티도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 것에도 끝은 있었다. 결국 내가 그를 추월하는 시점이 찾아오고 말았다. 나는 루페르티의 검을 모두 파훼하고 루페르티의 목 앞에 내 목검을 드리웠다. 루페르티는 그 것을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졌다. 내가 더 이상 가르칠 것은 없겠구나. 이젠 이 수업도 그만해도 되겠어.”

“이제 겨우 한 번 이긴건데요 뭘. 아직 많이 모자라요.”


지금까지를 생각하면 얼마간은 더 엎치락 뒤치락하며 상호간의 실력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루페르티의 의견은 달랐다.


“내가 이길 자신이 없다. 방금 했던게 내 최선이야. 오늘보다 더 잘 해낼 자신이 없구나. 하지만 너는 아닐거야. 그렇지?”

“왜 갑자기 약한 소리에요. 칼셀루스 루팔도 그동안 실력이 늘었잖아요.”


루페르티는 껄걸 웃었다.


“운 좋게도 그간 막혀 있던 부분의 답을 찾았던 것 뿐이야. 그런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지 깜깜하구나. 내 수호성이신 인내의 세르두스께서 새로운 말씀을 내리신다면 모를까, 나 혼자 힘으로는 여기서 더 발전하기는 힘들 것 같다.”


나는 같이 답을 찾아나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려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 말을 하는 루페르티는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후련하게 보였다. 나는 그 것을 보고 어쩐지 루페르티가 그간, 적어도 최근의 12개월 동안 내게 추월당하는 시간을 늦추기 위해 무리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정말로 루페르티가 한계를 느낀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앞으로 루페르티와 하는 대련은 루페르티의 자존심만 상하게 할 뿐이리라.

나는 더 고집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알았어요. 그래도 아쉽네요. 조금 더 겨뤄봤으면 좋았을 텐데.”


내 말에 루페르티가 끌끌 웃으며 농담조로 이야기했다.


“인석아. 한 번 이겼으면 됐지 얼마나 나를 이겨먹을 생각을 했던거냐.”


나 역시 농담조로 대답했다.


“글쎄요. 지금까지 진 것만큼은 겨뤄봤어야 하지 않을까요?”

“욕심도 많아. 마지막에 이겼으니 그걸로 만족하거라.”


루페르티가 웃는 얼굴로 내게 꿀밤을 먹이며 말했다.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지만 상황상 이런건 맞아주는게 예의겠지.

농담은 여기까지로 하고. 중요한게 남았다.


“그런데 여기는 계속 사용해도 되는거죠?”


수련 장소로 여기보다 더 적합한 곳이 없었다. 반쯤은 친구들과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앞으로 혼자 수련을 하게 되더라도 가급적이면 이 곳에서 훈련을 계속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거라.”


루페르티는 흔쾌히 내 요청을 승낙했다.


“지금까지처럼 깨끗이 사용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와도 좋아. 내가 너를 더 못가르친다고 하더라도 네가 내 제자 중의 하나인건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

“고마워요.”

“그래? 그러면 내가 몇 명 아이들을 이곳으로 더 보내도 되겠느냐? 눈여겨 본 아이들이 몇몇 더 있는데.”


은근슬쩍 사범 역할도 떠맡길 생각인가 보다. 나는 그 것은 거절하기로 했다. 루페르티도 되면 좋고 안되면 어쩔 수 없고라는 식으로 그냥 던져본 말이었는지 더 권하는 일은 없었다.



그 이후로도 실력이 쭉쭉 늘었으면 좋겠지만, 그 이후로 내 검술 실력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방향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동안은 나보다 뛰어난 스승의 지도 아래 막힘없이 실력을 상승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혼자서 길을 찾아 스스로 발전해 나가야 했다.

나는 그 것이 막막하게 느껴져 여전히 편지를 주고 받고 있는 카딘에게 그 고민을 상담하기로 했다. 카딘에게서 돌아온 답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본즉 좋은 스승들에게 여러 요령들을 배워 실력을 키워온 것 같구나. 그러니 혼자 서게 되었을 때 막막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 네가 해야할 일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기본을 돌아보고 기본에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지 점검해 보거라. 그러면 네가 나아가야 할 길을 스스로 찾을 수 있을거다.-


요약하자면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었다. 실제로 그간 기본은 충분히 연습했다고 생각해 소홀해졌던 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이야기를 듣고 그 것을 추론해낸 카딘에게 감탄을 느끼는 한편으로 현재 겪고 있는 정체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지루한 반복작업은 피할 수 없으리라.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느긋하게 생각하기로 하고 편지의 다음 내용을 읽었다.


-미안하구나. 네가 길을 헤매게 된 것은 내 책임이 크다. 내 사정으로 네 교육을 다른 이들에게 맡긴 잘못이다. 내가 없는 동안 너를 가르쳐준 스승들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올곧은 방법으로 너를 이끌어주지못해 미안하다.

예전에도 글월로 보낸 적이 있었지만 내가 전쟁이라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전쟁이라는게 원하다고 끝이 나는게 아니구나. 면목이 없다. 처음에 2, 3년이면 끝날거라고 이야기했었는데 벌써 그 시간은 지나간지 오래로구나.

어쩌면 10년이 지나도 전쟁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러대 내가 너를 데리러 가는 것보다 네가 나를 찾아오는게 더 빠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구나.

요새 생각을 하는건데, 라포르와 폴라르 관계를 없던 것으로 하는게 어떤가 싶다. 네 나이에 나란드에 비견되는 능력을 가졌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성장할 수 있을텐데 내가 너를 폴라르로 속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는구나.

네가 원한다면 내가 은퇴한 두르나 두르를 배출한 명가에 폴라르로 소개시켜주도록 하마. 너라면 그들도 가르침을 아끼지 않을거다.-


아무래도 카딘은 나를 직접 가르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부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괜히 고생할 필요 없이 실력을 쌓을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러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카딘이 소개시켜준다는 곳이 어떤 곳인지는 몰라도 카딘처럼 나를 생각해줄 것 같지는 않다. 재능을 보고 계산적으로 나를 받아들이는 곳이라면 계산적인 관계밖에는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딘과의 관계도 시작은 계산적으로 시작했다는건 부정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는 것이 편지로도 느껴졌다. 눈 앞의 이득을 쫓는다고 이런 인간관계를 잃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다른 사람의 폴라르로 들어가게 된다면 관계는 자연스레 소원해질 것이 분명했다.

지금 잠시 헤맨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스스로 길을 찾아낼 수 있겠지. 괜히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거다.

나는 카딘에게 보낼 답장에 생각해 준 것은 고마우나 그녀가 해준 충고에 따라 혼자 길을 찾아보겠다고 답과 함께 친구들과 알스 플리릿 근방의 틸롯 목장에 방문해 틸롯을 타는 법을 배웠다든지 하는 알스 플리릿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소한 일상들을 적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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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유엘라와 테타르가 알스 플리릿에 놀러오다 +4 19.05.08 557 13 10쪽
57 유엘라와 테타르가 알스 플리릿에 놀러오다 +2 19.05.07 300 6 10쪽
56 유엘라와 테타르가 알스 플리릿에 놀러오다 19.05.06 209 9 11쪽
» 아엘바와 테타르가 알스 플리릿에 놀러오다 19.05.05 229 9 10쪽
54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5.04 205 10 11쪽
53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5.03 204 7 13쪽
52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5.02 196 8 9쪽
51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5.01 208 8 9쪽
50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4.30 229 9 10쪽
49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 19.04.29 207 10 13쪽
48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4.28 219 10 9쪽
47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4.27 248 11 12쪽
46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4.26 215 11 7쪽
45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2 19.04.25 246 11 10쪽
44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4.24 227 9 8쪽
43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4.23 229 9 10쪽
42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3 19.04.22 276 13 10쪽
41 아엘바가 옛날 이야기를 하다 19.04.22 253 14 17쪽
40 루페르티 루팔의 교습소에 가다 +1 19.04.21 279 14 9쪽
39 루페르티 루팔의 교습소에 가다 +1 19.04.20 220 12 11쪽
38 루페르티 루팔의 교습소에 가다 19.04.19 214 9 11쪽
37 루페르티 루팔의 교습소에 가다 19.04.19 221 10 11쪽
36 루페르티 루팔의 교습소에 가다 +3 19.04.18 232 10 13쪽
35 알스 플리릿을 탐험하다 19.04.18 224 10 10쪽
34 알스 플리릿을 탐험하다 19.04.17 230 10 11쪽
33 록스 아일랏을 떠나다 +4 19.04.16 239 12 11쪽
32 록스 아일랏을 떠나다 +3 19.04.16 225 8 12쪽
31 장례식 +2 19.04.15 233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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