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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외계행성 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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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과학자
작품등록일 :
2019.04.01 10:44
최근연재일 :
2019.05.08 22:31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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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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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6,453

작성
19.04.1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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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알스 플리릿을 탐험하다

DUMMY

알스 플리릿은 피나트 산맥을 수원으로 하는 기나스 강을 끼고 발달한 도시다. 주요 산업은 피나트 산맥에서 나오는 광물들을 제련하여 물건을 만드는 것으로, 적게 잡아도 록스 아일랏의 열 배는 됨직한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록스 아일랏에는 드물었던 다층 건물들이 이 곳에서는 흔하게 보였고, 대로도 록스 아일랏의 가장 큰 길과 비교하여 네 배는 더 넓었다. 도로를 끼고 발달한 번화가들은 틸롯들이 끄는 수레와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혼잡했다.

물론 전체의 규모로 따지면 지구의 현대 도시들에 비할 바는 못되었지만, 밀집도만 따져서는 그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 것 같았다.

록스 아일랏은 완전히 시골이었구나.

산맥 건너편과는 딴판이다. 공기가 아예 달라진 느낌이다. 멈춰 있는 것 같은 록스 아일랏에 비해 이 곳은 끊임없이 맥동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다.

주변을 구경하고 있는 사이에 틸롯 수레는 외성 지역을 지나 내성 지역으로까지 들어갔다. 수레는 아엘바의 안내에 따라 정원이 딸린 2층짜리 저택 앞까지 이동해 멈췄다. 아엘바는 여기까지 우리를 실어준 수레꾼에게 감사를 표하고 사례를 전달한 후 나를 집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사용인으로 보이는 갈색머리의 여성이 마중을 나왔다.


“어서오세요. 아구스 부인. 이야기는 부군께 전해 들었어요. 아버님의 일은 정말 유감이에요.”


아엘바는 겉옷을 벗어 루비아에게 건네며 주변을 둘러봤다.


“고마워요 루비아. 디다가 말썽은 안부렸죠?”


디다를 찾았던 모양이다. 루비아는 받은 겉옷을 접어 팔에 걸치며 대답했다.


“네. 얌전히 잘 지내고 있었어요. 부인이 언제 오시냐고 보챈 것을 제외하면요.”

“달랜다고 고생 많았겠네요. 그런데 지금은 어디에 있어요? 자고 있나요?”

“네. 방금 전에 잠들었어요. 데리고 올까요?”


루비아는 집 안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엘바는 깨울 필요 있냐면서 나중에 따로 확인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오자마자 미안하지만, 식사 준비를 부탁해도 될까요? 배가 좀 고프네요.”

“얼마든지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런데 같이 오신 어린 손님이 드실 것도 같이 준비해야겠죠?”

“내 정신 좀 봐. 소개한다는걸 깜빡했네. 손님이 아니라 앞으로 이 집에서 같이 살 아이에요. 인사하세요.”


아엘바는 그러면서 나를 루비아에게, 루비아에게 나를 소개했다. 짤막한 소개에 따르면 루비아는 짐작했던대로 가정부 겸 보모의 역할로 아구스 부부에게 고용되어 있다고 했다.

루비아가 식사 준비를 하러 주방으로 들어간 사이, 앞으로 내가 지내게 될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2층에 있는 그 방은 록스 아일랏에서 살았던 방보다 훨씬 넓고 고급스러웠다. 나무가 양각된 장식이 있는 옷장, 퀸 사이즈는 되어보이는 침대, 유려한 곡선으로 된 네 발 테이블 위에는 비어있지만 꽃병까지 놓여져 있었다.

방은 주기적으로 관리를 한 듯 먼지가 내려앉은 흔적 하나 없이 깔끔했다. 내가 “손님 방이에요?” 라고 물었더니 아엘바가 조금 씁쓸해 하는 얼굴로 대답했다.


“손님 방은 따로 있어. 원래는 아버지를 모시려고 마련해뒀던 방이야. 그런데 아버지 본인께서 록스 아일랏을 떠나실 생각이 없으시다고 하셔서 놀리고 있었어. 네가 사용해주면 아버지도 좋아하실 것 같아.”


그렇구나. 아마 언제가 되었든 부발이 이 곳에 왔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뒀던 모양이다. 이제와서는 의미없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고마워요. 깨끗이 사용할게요.”

“그런거 생각하지 않아도 돼. 그냥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지내.”


그러면서 아엘바는 나중에 식사가 준비되면 부르러 올 테니까 그 때까지 편하게 쉬고 있으라는 말을 하고는 방을 나갔다.

나는 들고온 짐을 적당히 정리하고 침대에 살며시 걸터앉아 봤다. 그간 사용했었던 딱딱한 나무침대와는 달리 푹신푹신 했다.

아엘바를 따라오기로 한 건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더 좋은 환경에 더 넓은 세상에. 분명히 옳은 선택이었다. 어쩌면 영혼에 대한 단서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좁지만 아늑했던 그 방이 자꾸 떠올랐다.

여기도 좋지만 거기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이제는 아니겠지만.

-

나는 몇 주간 알스 플리릿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호기심을 채우려는 목적 반, 나중에 유엘라와 테타르가 찾아왔을 때 안내해주기 위한 목적 반이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런건 미리미리 해두는게 좋지 않겠나.

집 주변에서부터 시작한 이 유람은 내성 전체로, 그리고 외성으로까지 범위를 넓혀갔다. 그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로미눔을 모신다고 하는 커다란 사원이었다. 돔 형태의 지붕을 가지고 있는 그 건물은 안에 밤 하늘의 천구(天球)를 본 딴 천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것은 마치 내가 플라네타리움 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다. 중앙에 광원을 두고 벽에 투영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벽의 구멍을 만들어 두는 형식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순간 만큼은 밤 하늘과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사원이 세워진 목적은 낮에도 밤 하늘과 통하기 위함이라는 모양이다. 별은 그자리에 있고 태양빛이 강해 가려진 것 뿐이라 의미 없는 일이다 싶기는 했지만, 건물 자체로는 종교건물이 그렇듯, 장엄한 느낌을 가져다줬다.

그 외에도 상점 거리에서 팔고 있는 물품들이 더 다양하고 다채롭다든지, 음식점 거리의 음식들이 더 특이하고 고급져 보인다든지, 보고 먹고 즐길 것이 많아 나중에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안내할 것이 없어 곤란하지는 않겠다 싶었다. 그래도 여기저기 많이 다녀봐야겠다 싶다. 그래야 그 중 가장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줄 수 있을 테니까.

나는 대로변을 중심으로 돌다 차츰 좁은 골목길로도 발을 옮겼다. 뭔가 숨겨진 볼거리는 더 없나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건 부주의한 행위였다. 공동체로 살아가는 록스 아일랏에서의 생활에 너무 익숙해진 탓에 사람이 악의를 품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그 대가로 나는 여섯 명의 불량배들과 마주해야했다. 나보다 서너살 정도 더 많이 나이를 먹은걸로 보이는 사람들, 그러니까 아직 성인식을 치루지 않아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선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건들거리는 본새로 내가 들어선 골목의 앞 뒤로 나타나 나를 에워쌌다.

그 중 대장 격으로 보이는, 험상궃음을 흉내낸 양아치의 얼굴을 한 사내가 나이프를 공중으로 던졌다 받아들기를 반복하며 이죽거렸다.


“땡땡이라도 쳤으면 집으로 돌아갈 일이지 내성의 도련님이 이런데는 왜 어슬렁거리시나? 우리 같은 사람을 만나면 어쩌려고?”


다른 다섯이 그런데 만나버렸네? 라며 뭐가 그리 재밌는지 낄낄거리며 웃었다. 나름 위협을 줘서 압박을 가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다지 긴장감은 들지 않았다.

좋은 목적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겠지. 그래도 대화가 우선이다. 무턱대고 쌈박질을 해서야 문명인이라고 말 할 수 없지 않겠는가.


“도련님이라니? 내가?”

“여기에 댁 말고 누가 더 있겠어? 시치미 뗄 생각은 마셔. 그렇게 입고 다니는건 내성 사람들 밖에는 없거든.”


그제야 나는 내가 왜 타겟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연한 하늘색으로 물들인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새 옷을 입고 있었다. 아엘바가 얼마 전 가지고 있는 옷이 너무 적다면서 사다 준 옷 중의 하나였다.

그에 반해 나를 둘러싼 이들은 날염을 하지도 않은 칙칙하고 거친 옷감으로 만든 낡고 더러운 옷을 입고 있었다. 나와 대비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옷이 아니더라도 이런 길을 계속 돌아다녔다면 늦으나 빠르나 언젠가 이런 작자들과 마주하게 되었을 것 같기는 하다. 차림새가 비슷하더라도 낯선 사람이 제 영역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시비를 걸었을 것이 분명하니까.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가급적이면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비켜줄건데?”

“좀 적선 좀 해주셔야지. 가진 것 다 내놓고 가셔.”


대장 격은 저글링을 하던 단검을 고쳐쥐며 혀로 검면을 햝았다. 겁을 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따로 무기를 가져오지 않은데다가 상대는 다수. 지구에 있던 당시의 나라면 벌벌 떨었을 것 같다. 하지만 검술을 배우고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 상대를 보는 눈이 갖춰진 지금은 글쎄. 그다지 두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서 있는 자세나 몸을 움직이는 것만 봐도 상대가 기본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하수,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게 뻔히 보였다. 총이라면 긴장을 좀 했겠지만 그런게 있을리도 없고.

그래도 내 선택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었다. 나는 괜히 드잡이질 하다가 옷이라도 찢어지는 것보다는 그게 더 낫다고 봤다. 아엘바에게 변명할 말을 만드는 것도 귀찮고.

그리고 내 눈이라는게 반드시 옳다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혹여나 예기치 못한 사고라도 당할 바에 그냥 몇 푼 건네주고 치워버리는게 나은 선택이다. 오래 전 지구에 있을 때도 그 것이 정답이었다.

나는 허리에 매고 있던 주머니를 끌러 우두머리에게 던졌다. 어차피 평소에 돈을 많이 들고 다니지 않아 나빗동화 3개 정도 밖에는 없었다. 이 정도는 아쉽지 않다.

불량배의 보스는 그래. 그러셔야지. 라며 야비한 웃음을 흘리며 주머니를 열어봤다. 그리고 얼굴을 굳혔다.


“이것밖에 없다고? 야이.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야. 우리가 지금 장난하는 걸로 보여? 말로 해주니 만만하게 보이디?”

아니. 말로 안해도 만만하게 보이긴 하는데.


“뭘 기대한건지 모르겠는데 나도 그게 가지고 있는 전부야.”


“마빗금화는 아니라도 적어도 카빗은화는 들고 다녀야 하는거 아니야? 이거 완전히 맹탕이잖아?”

맹탕이라 미안하게 됐네.


“이제 그만 가고 싶은데. 좀 비켜주면 안 돼?”


우두머리는 대답 대신 눈을 좁히며 나를 아래 위로 훑어봤다. 그리고 엄지와 검지로 턱을 쓰다듬었다. 꼴에 어디서 본 것은 있나보다. 그는 한참을 훑어보다 툭 내뱉듯이 말했다.


“다 벗어.”

“어?”

“다 벗으라고 이 새끼야. 적당히 봐주려고 했는데 니 태도를 보니까 그렇게 못해주겠다. 가고 싶으면 다 내놓고 가.”


잘 모르겠지만 내 태도가 띠꺼웠나보다. 아니야. 그보다는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마지막으로 기회를 줘보기로 했다.


“가급적이면 신사적으로 해결하고 싶은데.”


하지만 우두머리는 헛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나와 말을 섞고 싶지 않은 것인지 부하들을 둘러보며 턱짓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새끼. 전부 벗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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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유엘라와 테타르가 알스 플리릿에 놀러오다 19.05.06 211 9 11쪽
55 아엘바와 테타르가 알스 플리릿에 놀러오다 19.05.05 233 9 10쪽
54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5.04 209 10 11쪽
53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5.03 207 7 13쪽
52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5.02 200 8 9쪽
51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5.01 210 8 9쪽
50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4.30 235 9 10쪽
49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 19.04.29 211 10 13쪽
48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4.28 224 10 9쪽
47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4.27 250 11 12쪽
46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4.26 217 11 7쪽
45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2 19.04.25 250 11 10쪽
44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4.24 231 9 8쪽
43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19.04.23 232 9 10쪽
42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다 +3 19.04.22 280 13 10쪽
41 아엘바가 옛날 이야기를 하다 19.04.22 255 14 17쪽
40 루페르티 루팔의 교습소에 가다 +1 19.04.21 283 14 9쪽
39 루페르티 루팔의 교습소에 가다 +1 19.04.20 224 12 11쪽
38 루페르티 루팔의 교습소에 가다 19.04.19 218 9 11쪽
37 루페르티 루팔의 교습소에 가다 19.04.19 224 10 11쪽
36 루페르티 루팔의 교습소에 가다 +3 19.04.18 236 10 13쪽
35 알스 플리릿을 탐험하다 19.04.18 226 10 10쪽
» 알스 플리릿을 탐험하다 19.04.17 234 10 11쪽
33 록스 아일랏을 떠나다 +4 19.04.16 243 12 11쪽
32 록스 아일랏을 떠나다 +3 19.04.16 229 8 12쪽
31 장례식 +2 19.04.15 236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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