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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바텐더의 감정조각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헤이즈.
작품등록일 :
2021.05.13 01:26
최근연재일 :
2021.05.30 22:46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964
추천수 :
123
글자수 :
94,469

작성
21.05.2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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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13 능력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 (2)

DUMMY

왜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X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글쎄.

이왕이면 X밭에서 구르지 않는 게 제일이지.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올림머리의 여학생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괜찮아요?”


그녀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거짓말하지 말고. 에휴, 미안해요.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혹시 모르니까 스마트폰 좀 건네줄래요?”


나락으로 떨어진 저 자식이 더 만만한 사람에게 악의를 쏟아부을 수도 있기에, 사후체크는 반드시 필요했다.


“이게 내 번호에요.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하고, 나중에 가게에도 한 번 초대할게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하예지······.”


“하예지 씨구나. 괜찮아요. 앞으로 저 자식이 해코지 못 하게 해 줄 테니. 아까 들려준 음성파일 있죠? 그거 카톡으로 보내줄 테니 꼭 가지고 있어요, 알았죠? 혹시나 박유혁이 지랄하면 써먹어야 하니까.”


내 말에 그녀는 놀란 듯이 올망올망한 토끼 같은 눈을 끔뻑이며 나를 바라봤다.


“고소···는 안 하시나요?”


고소는 무슨.


“저 머저리 아버지가 3선 국회의원인 건 사실이니까요. 진짜로 당했다면 모를까, 미수에 끝났으니 고소한다고 해도 얼마나 달라질지도 모르고요.”


그리고 약점이라는 건 갖고 있어야 의미가 있는 거다.

당연히 합의해 줄 생각도 없고, 가지고 있는 카드도 폐기하지 않을 거다.

물론 이 대학이라는 공간과 모든 관계에서 박유혁이라는 세 글자를 적출해 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어쨌든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어떻게든 되겠죠.”


이제 마무리만 깔끔하게 매듭짓는다면······.


과거에 놓아두었던 무기력한 후회를 거두어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는 타인의 사정에 절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말자.’


내 손끝에서 빚어지는 예술만이 내 삶의 전부니까.

그 외에 부차적인 것까지 너무 욕심내지 않기로 한다.


***


사태가 진정되었지만, 박유혁은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당연하겠지. 당장 짐 싸고 떠나도 모자랄 판에.


“야.”

“왜.”


“오늘 저녁에 말했던 거.”

“응.”


“그거 받아들일게. 근데 막 그렇게 큰 도움은 못 줘. 그나저나 저 새끼 이럴 줄 알고 기한을 일부러 그렇게 정한 거냐?”


“내가 이런 말 하니까 좀 역하긴 한데, 너 같으면 내가 만든 칵테일 한 번만 마시고 생각 안 날 수 있겠어?”


“그건 좀 고문이네.”

“본격적으로 칵테일 대회도 나가고 입소문도 많이 나면 앞으로 저런 새끼들 수없이 꼬일 텐데, 그때마다 항상 나한테 뭔 일이 생길까 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순 없잖아.”


“오늘 박유혁한테 지랄한 태도만 보면 완전 적극적이던데 무슨. 그 자식 부들부들하는 거 봤냐? 크으, 완전 사이다.”


이훈은 그렇게 말하며 속 시원하다는 듯이 활짝 웃는다.


“그건 쟤가 앞뒤 안 재고 일단 들이받고 보는 머저리라서 그랬지, 앞으로는 정계나 재계 인사들이랑도 막 얽힐 텐데 그때도 이런 얕은수가 통할 거라 생각해?”

“정·재계에 발이라도 담그려고? 꿈도 크다?”


나는 한숨을 푹 쉬면서 종이컵에 남은 글렌리벳을 따르며 말했다.


“내가 하백우 선생님의 길을 따라 걷고 있다고 치면, 언젠간 닥칠 미래야. 아니면, 내 칵테일이 그런 수준은 아니다 이거냐? 너 내 후원자 하기가 쉬운 줄 알어?”


농담을 섞어가며 묻자 이훈이 내 등짝을 때리며 대답했다.


“에헤이~ 이 친구가. 거창하게 무슨 후원자는. 그냥 프리패스 티켓 하나 장만한 거지.”


“나중에 잘 도와주기나 해. 그나저나 왜 그렇게 빼? 너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린 거 보면 솔직히 박유혁보다도 있는 집안 자제처럼 보이는데.”


“너도 그런 걸 보기는 하는구나.”

“나도 인간이야 인마. 정말 도대체 넌 날 어떻게 보고 있었던 거냐?”

“속세에 관심이 없고, 해탈해서 감성이 메마른 인간?”

“뭐래.”


“이게 농담인 줄 아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아?”


확실히 엠티 와서 술 한 잔씩 돌려보니까 다들 하는 말이 똑같긴 했었지.


‘본성이 우울한 내가 얽혀봤자 좋을 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너야말로 왜 그렇게 빼고 있었던 거야? 실제론 안 그러면서.”

“글쎄다. 약점 잡히니까?”


유한철 회장에게 한 번 마음을 터놓은 이후로 굳건히 잠가놓았던 댐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책잡힐 부분이 생길까 봐 두려워서 말하지 못했을 민감한 부분들도 지금껏 어떻게 참아왔는지 모를 만큼 손쉽게 속마음들이 혀를 통해 굴려진다.


물론 아직도 무섭다.

내가 이 말을 해서 누군가가 상처를 입거나, 그 반대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서 모멸의 시선을 받을까 봐.


그렇지만 나에게 사람답다고 말해준 그는 그러한 것에 익숙해 보였다.


숨겨야만하고, 삶 자체를 멋지게 포장하는 것이 일상인 나와 같은 녀석.


“야. 어차피 대학 졸업하면 보지도 않을 사람들인데 뭐하러 책잡힐걸 생각하냐?”


“글쎄다. 아까 네가 말한 걸 생각하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내 말에 그는 창문 너머 묵직함이 느껴지는 밤바다의 전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대답했다.


“누가 심리학과 아니랄까 봐 남의 속 캐내는 거 하나만큼은 도가 텄네. 도가.”

“너도 똑같으면서. 아닌 척은.”


“야, 이거 보이냐?”

“존나 잘 보이지. 발렌시아가 브랜드잖아. 누가 그냥 잠잘 때 입는 반팔로 그딴 걸 입냐.”


“이건 어머니가 하도 뭐라고 해서 이렇게 입는 거야. 어딜 가나 항상 품격을 갖춰야 한다면서.”


“사석에서까지 품격을 논하다니, 도대체 무슨 집안이길래 그러냐?”


그는 한참을 고민하면서 입을 몇 번 열었다 뗐다 한다.

보다 못한 내가 말리려는 순간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생각보다 무게감이 엄청났다.


“이재희.”

“음?”

“우리 외할아버지가 이재희셔.”

“홀리 쉐엣.”


욕설이 섞인 감탄이 자동으로 나온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라는 윤성그룹의 그 사람이라고?


아버지도 윤성그룹의 증권사에서 일하셨었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귀하신 분이 계셨었네.


“너무 기대하지는 마. 서열상 내가 제일 막내라서 경영권 승계를 받을 일은 세상이 뒤집어져도 없을 테니까.”


말은 그렇게 하는데 의외로 얼굴은 평온하면서 후련해 보였다.

해탈한 것처럼 초연해 보이기도 하고.


“보통 그런 대기업 집안 자제 정도 되면 아득바득하면서 뭐라도 하려고 그러지 않냐? 게다가 윤성그룹 총수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거나 다름없는데, 생각보다 별 관심 없어 보이네?”


“욕심은 나지. 그런데 허황된 꿈은 목표가 아니라 망상이잖아. 손 밖으로 넘치는 것들을 하나씩 포기하니까 훨씬 마음이 편하더라고.”


“제기랄. 그래도 그런 거물급 인간이랑 같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니. 저, 명함 좀 받아도 되겠습니까?”


일부러 저자세로 굽신거리며 말하자 이훈이 손을 대충 휘저으며 저지한다.


“칫. 지랄은. 명함도 안 팠다. 누가 관심 있냐. 현 회장님은 첫째고, 그 아래로도 네 명의 자식이 있는걸. 애초에 우리는 게임 밖이지.”


“그래서. 승계 레이스는 미리 포기한 거야?”

“어. 나중에 파벌싸움이 될 때 어느 쪽에 붙을지나 생각하는 중이야.”


“사업가들은 대부분 다 그렇냐? 뭐가 그렇게 집안이 흉흉해?”


“너무 악랄하게 생각하지는 마. 재벌도 휴먼이야, 휴먼.”

“그래.”


분위기가 특별하다고는 생각했는데, 진짜 재벌이었구나.


그런 것 치고는 생각보다 저렴한 농담과 소탈한 성격이 출신과 개인 사이에 괴리감을 자아내지만, 어째선지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피식.


“신기한 녀석 같으니라고.”

“내 입장에서는 너가 더 신기해. 완벽한 맛도 맛인데, 뭔가 분위기에 착 녹아드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지. 인테리어가 그래서 그런가?”


“느낌이 어땠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붕 뜨는듯한 기분이랄까, 애들끼리 노는데 막 뭔가 간질간질하는 느낌이 올라오더라고. 평소 같았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레크리에이션이 재밌게 느껴질 정도였다니까?”

“그건 마지막 엠티라서 그래. 마지막이라서.”


지금까지 가게에서 그랬던 것처럼 일률적으로 찍어낸 칵테일이라서 예상대로 격렬한 반응은 없었다.


‘성공한 칵테일의 키워드는 위로랑 감동이고, 양산형 칵테일은 분위기랑 여유가 주된 반응인 게 확실하네.’


지금껏 가게에서는 직접 물을 수 없었기에 눈치껏 파악하고 있던 능력의 윤곽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분석을 마치고 시계를 바라보니 자정을 한참 넘긴 시간이었다.

확실히 조금 피곤하긴 하네.


“어휴. 박유혁 그 개새끼 때문에 아주 그냥 피곤해 죽겠다 죽겠어. 안 그래도 교수들이 강제로 끌고 와서 예정에도 없던 격무에 시달렸는데.”


“나도 오늘은 이상하게 많이 움직여서 피곤하네.”

“잘 즐겼나 보네.”

“그러게. 진짜 잘 놀았다.”


나는 하품을 하며 못생긴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암. 난 잔다. 글렌리벳 남은 거 마시고 싶으면 마셔라.”

“난 이제 니가 만든 술 말고는 관심 없는데.”


“아, 남자가 주는 관심은 좀 그런데.”

“그 남자가 윤성그룹의 아들이라면?”

“오. 개꿀.”


“킥. 자라. 나도 잔다.”

“잘 자라. 내일 보자.”


깔아놓은 이불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니 은색 달빛이 남색 바다에 반사되어 규칙적으로 일렁이고 있다.


그 규칙적인 진자운동은 마치 최면처럼 점점 무의식 속으로 나를 인도한다.


홍채에 담기는 광경은 시신경을 타고 근거 없는 안정감을 일으키고, 반대로 눈꺼풀은 아래로 밀어낸다.


그렇게 마지막 잠자리에 들 때 즈음엔 오늘 벌였던 일들의 걱정이 어느새 씻은 듯이 사라진 상태였다.


***


“그래서. 사흘 동안 연락 하나 없다가 이제야 방문하신 이유가 고작 그겁니까? 사과가 아니라?”


“이후 의원님께서도 많은 편의를 약조하셨습니다. 부디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나는 물기 묻은 글라스를 닦아낸 뒤 진열대에 걸어놓으며 대답했다.


“부탁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닌 것으로 압니다만.”


“제발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아뇨. 비서님이 꿇는 무릎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박수혁 의원이 직접 와도 이 부분에 대한 협상은 없습니다.”


“저희가 제시한 금액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원하시는 대로 더 얹어······.”


불쾌하다.


“돈으로 사람의 업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당장 나가세요.”


“가, 강준 님!”


“앞으로 무슨 이야기를 진행하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오라고 하세요. 이야기는 더 이상 듣지 않겠습니다.”


보통 이렇게 화가 났다는 걸 드러내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아직도 과거와 연관된 일만 떠올리면 감정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그런가 드물게 목소리에 분노가 실린다.


그 분노가 비서를 향하기 직전에 두터운 문이 열리며 안경을 쓴 중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 내가 직접 고개를 숙이면 들어 줄 건가?”

“의··· 의원님!”

“차 안에 들어가 있게.”

“···네.”


비서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두꺼운 철문을 열고 나갔다.


“자, 그럼 이제 애비의 입장에서 대화를 좀 나눠보지. 혹시 지금 주문받나?”


“내키진 않지만, 내어는 드리겠습니다.”


나는 아까와는 달리 감정을 가라앉히고 대답했다.


그 미묘한 간극이 박수혁으로 하여금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것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힌다.


“···갓 파더로.”


‘어림도 없지. 내가 감정에 휘둘려서 죽빵 한 번 갈길까 봐?’


역시 사회는 눈칫밥으로 먹고 사는 거다.

이런 나로 길러줘서 부모한테 고마워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참.


내가 굳이 발렌타인 위스키 17년을 꺼내 들자 박수혁이 물었다.


“대학생에게 3억이라면 꽤 큰돈으로 알고 있는데.”

“큰돈이죠. 근데 제 인생 값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청년이 욕심도 많군.”


박수혁은 물을 한 모금 들이키더니 말을 이었다.


“과연 그 쓸모도 없는 놈을 위해, 애비인 내가 나서서 비호해 줄 것 같나?”

“정치인이시면서 이미지 관리 안 하십니까?”


“허. 이미지 관리?”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조소를 흘린다.


“이제 막 3선이 된 의원인 내가, 그깟 이미지 관리 하나 못 할까 봐 걱정되나?”


나는 글라스를 꺼내다 말고 뒤돌아서 대답했다.


“언론이 이 맛있는 소재를 그냥 놔둘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언론은 진실을 말하는 확성기가 아냐. 돈 냄새를 따라다니는 탐지기지.”


박수혁의 적반하장에 가슴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아까의 그 위선적 태도도 짜증 났지만, 안하무인 하면서 표리일체인 것도 열 받기는 마찬가지더라.

그냥 좀 적당히 살면 어디가 덧나냐.


“그렇담 할 얘긴 없네요. 말씀하신 대로라면 자료는 언론사 말고 야당에 넘겨주면 참 좋아할 것 같은데, 어쨌든. 갓 파더 나왔습니다.”


내가 일부러 세상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내려놓자, 박수혁도 지갑에서 삼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나에게 뿌리며 대답했다.


“웨이터 주제에 예의가 없구먼.”


그리고 더는 자리에 있기 싫다는 듯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딜 가시려고.


저번 엠티를 기점으로 이제는 모든 사람의 기억에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건 욕심이라고.

그렇기에 내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이훈이 내려놓은 것처럼.

나도 지금껏 붙잡고 있었던 욕심을 내려놓는다.


“야 이 나쁜 새끼야.”


“뭬야?”


점잖지 않은 욕에 입구로 향하던 박수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등을 홱 돌렸다.


그리고 그 역겨운 눈빛을 똑똑히 쳐다보면서.


“이건 마시고 가셔야지.”


촤악!


손가락 끝에 황홀의 감정을 담아 갓 파더를 놈의 면상에 뿌렸다.


“으, 풉풉! 너 이 새끼 뭐 하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눈매가 갑자기 축 쳐진다.


“제가 만든 칵테일은 마음에 드셨습니까?”


명백히 비아냥대는 말투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렇게 찰나의 시간 동안, 그는 입술을 혀로 핥기만을 반복하더니 이내 입술이 말랐는지 고개를 떨궈 바닥에 흘린 액체를 멍하니 바라본다.


‘역시 불쾌해.’


저번 엠티 때 교수를 대접하면서 어렴풋이 느꼈던 감각이 밀려온다.


무언가 잃어버린듯한 공허한 감각.


인간의 감정을 잠시나마 지배할 수 있다는 정복감보다도 무언가가 뭉텅이로 빠져나간 듯한 허무감이 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건 내가 그리던 바텐더가 아니야.


“인제 그만 돌아가세요. 비서 부르기 전에. 앞으로 다시는 뵐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어질러진 사념에 빠져있던 그는 입맛을 쩝 하고 다시더니 문을 열고 가게를 나섰다.


‘앞으로 이 능력은 봉인하자.’


더 깊이 감정을 바라보니 지독하게 외로우면서도 살이 에일듯한 한파가 가슴을 휘갈기며 지나가고 있었다.


“이 개 같은 세상은 왜 이렇게 복잡한지.”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언제나 서로 좋은 얼굴로 마주하는 이상은 현실이 될 수 없음을 알기에 더더욱 뒷맛이 쓰다.


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은 마음에 세상은 더 악독한 사람으로 답한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잖아.’


꿈속의 그와 같은 능력을 얻고, 꿈속의 그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 실마리를 잡았는데, 삶의 원동력이 된 가치관들을 내려놓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면 정말로 나라는 인간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만 같아서.

정말로 이 세계에서 필요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아서.


주먹을 꽉 쥐어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삼킨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지금까지 보았던 수많은 손님들의 다채로운 표정이 떠오른다는 점일까.


“지금처럼만, 이대로만 가자.”


결국 오늘의 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꿈속의 그 사내처럼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윗니로 아랫입술을 강하게 씹으니 비릿한 혈향이 올라오며 쓰린 현실을 더 부각한다.


그렇게 그의 발자취를 뒤쫓아간 결과, 지금 내 주변엔 누가 있는가.


‘자업자득이지만······.’


새벽의 고요한 감성이 나를 더 외롭게 한다.


작가의말

오늘은 글을 올리면서도 마음이 좀 무겁네요.


일단 연참을 하려고 써보긴 했는데 무리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글의 퀄리티도 사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5화 땐 그래도 나름 봐줄만한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화는 그것보다도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틀이나 미룰 순 없기에 이번 화를 그냥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글의 퀄리티가 낮은 건 기말이랑 엮여서 피곤한 것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요소는 제 필력 부족이겠죠.ㅠㅠ


주인공의 감정선 묘사, 각 조연과의 연계성, 지지부진한 전개, 반복되는 묘사, 작품 속 어두운 분위기에 점점 먹혀들어가는 것까지

전부 개인적으론 기준미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초반부에만 어두운 느낌을 주고 주인공이 여러 사람들과 만나면서 점점 밝아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는데, 무언가 맞물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플롯은 착실히 따라가고 있건만, 개인적으로 첫 에피소드인 엠티부분부터 줄거리가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글이 난잡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고요.


앞으로 주인공의 밝은 모습을 그리면서도, 주변인물들이 치유를 받는 그런 상황을 좀 만들고 싶은데 제가 여러모로 부족한가 봅니다.


그래도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여전히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래도 이 재미있는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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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도 있고, 글의 퀄리티가 뒤죽박죽이라서 주기적인 업로드를 약속드리지 못하는 점은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저 틈틈이 열심히 써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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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알코올에는 파랑이 어울리지 않는다. +3 21.05.18 81 9 15쪽
4 #4 첫 실패 +1 21.05.16 77 7 15쪽
3 #3 내가 바텐더를 하는 이유 +1 21.05.15 81 11 14쪽
2 #2 각성 인식 +2 21.05.13 96 17 15쪽
1 #1 이상향 +2 21.05.13 151 2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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