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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나라 님의 서재입니다.

대충 흑마법사가 되어 엑스트라 그만두는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한별나라
작품등록일 :
2020.01.30 21:01
최근연재일 :
2020.04.16 00:26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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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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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1화 누군가 시비를 걸었을 땐?

DUMMY

김요한은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 경매장을 헤매고 있었다.


어제 친구란 것들과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던 차에 아버지에게 걸려서?


아니다.


그럼, 아버지에게 끌려가 혼쭐이 나서?


그것도 아니었다.


평소처럼 조금의 야단만 했을 뿐이지 아버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매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불려서 혼나는 건 일상과 같은 일이 돼 버린지 오래라 별다른 느낌도 없다.

어린 꼬맹이도 아니고 다시 한 번 더 그런 짓을 하면 어디로 쫓아 보내 버린다고 하시는 것이 단순히 겁주는 말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아들을 길드장인 김하규는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


‘이 녀석을 어찌 해야 할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 김하규는 김요한을 아끼며 키웠다고 자신했다.


김하규는 최근 들어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하늘빛 길드의 길드장이었다.

그러나 길드가 행복이라면, 아들인 김요한은 정 반대. 항상 걱정거리다.


소중히 키운 아들이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하늘빛 길드를 믿고 마구잡이로 설치는 꼴을 지켜보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혼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내도 없이 혼자서 애지중지 키우다 보니 빗나가기 시작한 자식을 통제하는 일은 힘에 부치기만 하다.


“방법이 없을까.”


어제만 해도 그렇다. 녀석이 술집 테이블이란 테이블을 모조리 부순 탓에 막대한 지출이 생겼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길드의 이미지 때문에 보상은 철저히 하고 있어도 쓸데없는 지출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녀석에게 진실을 보여주어야 할 때가 온 것이겠지.”


그리하여 고민 끝에 데리고 온 곳이 경매장이다. 원래는 데려오고 싶지 않은 장소였다.

경매장에서는 남에게 계속 숙여야 했기에 아들에겐 이런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길드가 급성장하긴 했지만 이 곳에 오는 자들은 하나같이 한국 내에서 명망이 높은 자들.

김하규가 아무리 날고 뛴다 해도 그들의 아성을 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한 김요한이 요즘 들어 기공을 게을리 익히고 있단 것도 한 가지 이유였다.

길드 내에서야 천재라고 다들 띄워주지만 세계 아니, 한국을 기준으로 해도 아들을 뛰어넘는 천재들은 넘쳐났다.

최근 들어 믿기 힘든 소문을 접하기도 했다. 한산이가 직계도 아닌 그 호위를 하는 자들이 3성, 4성 경지의 마법사란 말이 신문에 보도됐다.


20살이 된 김요한도 아직 2성 최상급이건만, 2~3살 어린 녀석들의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경매장에 올 그들과 비견되는 천재들을 보면서 자신을 갈고 닦았으면 했다.


‘여기서 보고 들으면서 좀 더 나은 삶을 살 궁리를 해라.’


그런 김하규의 바람과 알맞게 요한은 충격받은 얼굴을 지어보였다.


그러나 김규한이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면.


벽을 보면 노력하는 자들도 있기 마련이지만 애초부터 꺾여버리는 자들이 있단 사실.

불행하게도 김요한이 바로 후자의 인물이란 점이다.


경매장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하늘빛 길드의 위광과 자신의 실력을 자신 있게 생각하며 당당하게 입장하던 요한이었다.

그러나 김규한과 함께 경매가 시작하기 전까지 기다리면서 본 것들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잘 지내셨습니까? 하늘빛 길드가 꽤 잘 나간다고 들었습니다.”


“하하. 그래봤자 5대 가문에 비하겠습니까.”


연신 굽신 거릴 정도로 저자세로 나가는 아버지. 이런 모습은 요한에겐 처음이었다.

실망? 아니. 그것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숙이는 상대도 5대 기공가문의 가주가 아닌 고작 그 후계자에 불과하단 사실이 너무나 믿기 힘들었다.


‘이렇게나 10대 가문과 차이가 있다고?’


그들이 한국을 지배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코웃음 쳤다.

자신의 아버지라면 길드에서처럼 그들에게도 당당하게 나가실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과는 정 반대.

김규하는 연신 허리를 굽혔다. 저들과의 세력 차가 상당하단 뜻이다.


게다가 자신의 옆을 지나쳐 가는 파란색 머리의 예쁜 여자아이가 5대 마법가문의 일원임을 알았을 때에도 믿기 싫었다.


‘이 녀석들이 기공이나 마법을 익히지 않았을 리가 없어.’


요한에게 더욱 충격적인 일은 자신보다 어려보이거나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기도 느낄 수가 없단 것.

경지가 자신보다 더욱 높거나 아니면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마력에 대한 통제력이 뛰어나단 말이었다.


자신은 천재가 아니었다. 이들에 비하면 일반인이나 마찬가지다.


“아버지.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요한은 처음 마주친 현실에 강한 충격을 받고는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 결국 도피하다시피 경매가 열리는 장소를 나와 정처 없이 걷고 있었다.


‘그 녀석들은 대체 뭐지.’


그 마음속에는 어쩔 줄 모르는 질투와 화가 치밀고 있었다.


한참을 허송세월 보내다가 또래로 보이던 그들을 따라잡지 못할 것만 같은 절망,


그리고 언제나 대단할 줄 알았던 아버지의 나약함을 처음 본 실망감.


마지막으로 하늘빛 길드가 아닌 저들 가문에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질투.


일반인들이 하늘빛 길드면 잘 사는 거라고, 사치스런 생각이라며 욕을 할 만한 일이었다.


툭.


그 때, 누군가 옆을 부딪쳤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다.

땅만 보며 걸어가고 있던 자신의 잘못이란 것은 알고 있었다.


‘이 자식은 어디 집 자식이지?’


혹시나 유명 가문의 자제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몸을 경직되게 만들었다.


천천히 얼굴을 들어 쳐다보았다. 안 좋은 예감과는 반대로 부딪친 사람의 얼굴은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의 얼굴이다.

기존 유명가문의 자제들의 얼굴은 사전에 미리 익혀 둔 덕에 주요 인물인지 아닌지는 구분이 가능했다.


얼마 전까지 한산이가에서도 쉬쉬되면서 떨거지 취급 받는 이유성까지 얼굴을 외울 필요는 없었기에 저지른 잘못된 판단이었지만 그것을 깨닫게 해 줄 사람이 옆에 없었다.


최근 티비라도 봤으면 뉴스를 통해 알 수도 있었지만 뉴스는커녕 티비조차 보지 않는 생활에 그건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부딪치고도 사과도 요구하지 않는 없는 어벙한 녀석이란 생각에 고작 해 봐야 어디 중견길드쯤에서 왔나 싶다.


게다가 이름도 모를 정도로 인지도가 없는 녀석에게서는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혹시? 이 녀석도?’


이내 코웃음을 쳤다. 아까 그 괴물같은 녀석들과 비슷한 경지였다면 이름을 모를 리가 없다.

요한은 제멋대로 유성이 일반인이라 판단했다.


‘잘 걸렸다.’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한계에 대한 분이 차오르던 분노를 어딘지 간에 발산하고 싶은 상황이다.

지금은 이 혼란스러운 감정을 놈에게 터뜨리기 위해 시비를 걸었다.


놈의 멱살을 잡아끌었다.


“너 이 자식 사과 안 하냐.”


상대의 얼굴이 어이없단 듯이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웃기는 자식이네. 네가 먼저 부딪쳐 놓고는 적반하장이야.”


요한에게 멱살을 잡힌 상대, 유성으로써는 김요한의 이런 사정을 알 수 없으니 화가 날 수밖엔 없다.

아니, 알았어도 괜한 곳에 화풀이 하지 말라고 꾸짖었을 것이 확실하다.

사과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냥 지나가면 ‘아, 저런 싹퉁머리 없는 새끼들도 있지.’ 라며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갑자기 시비를 걸어온다? 그것도 먼저 잘못했으면서?


넘어갈 수 없었다.


“도련님한테서 손 떼!”


옆에서 연화가 소리치며 마법을 전개하려 했다. 유성은 손을 들어 막았다.


뒤에서 소리치는 연화의 목소리에 요한은 그 여자를 쳐다봤다.


‘뭐야. 여자도 데리고 왔어?’


이렇게까지 예쁜 여자를 본 적은 없었다. 빨간색 머리가 눈에 띄었지만 천천히 그 모습을 보니 어느 것 하나 안 예쁜 구석이 없다.


어떻게 이런 녀석이 저런 여자와 같이 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

멱살을 쥔 손에 힘이 더 들어간다.


“여기에 여자나 끼고 들어오다니. 넌 어디 길드 출신이지? 여기가 단순히 놀러 오는 곳 인줄 아냐.”


경매장에 온다고 공들여 차려 입힌 비서 같지 않은 차림새에 한 말이었지만 유성에게는 시비라고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와. 미친 새끼네 이거. 어디서 배워먹은 자식인지 모르지만 가정교육이 아주 잘됐어.”


물론 비꼬는 소리였다. 상대도 그 본의를 깨닫고는 더욱 강하게 멱살을 쥔다.


“뭐라고?”


“제대로 못 들었으면 다시 말해줄게. 가정교육 파탄으로 받은 새끼야.”


이미 살펴본 놈의 기운은 기껏해야 2성 정도. 자신과 같은 경지였다.

그러나 차이는 있다. 유성은 이미 2성에서 3성으로 넘어가려는 지점. 놈은 아직 2성 중반이었다.


고작 그런 실력으로 연화를 값싼 여자인 것 마냥 제멋대로 평가하고 자신에게 무례를 저지르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유성은 놈의 손을 잡았다.


“어서 손 떼라. 후회하기 싫으면.”


“해봐. 할 수 있으면.”


더 이상 괜한 시비를 참기 힘든 유성은 손에 마력을 투사하기 시작했다. 직접 마법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마력 정도는 괜찮을 거란 판단이었다.


“크윽.”


놈이 갑작스럽게 투사된 마력에 데미지를 입고 손을 뗐다. 그의 손목에는 검은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다.

흑마법도 사용하지 않아 흑마력만으로 입힌 데미지지만 일반 마력에 기초를 둔 마력보단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이 자식.”


김요한이 검게 물든 팔목을 쥐며 뒤로 물러섰다. 아티팩트를 쓴 것이 확실하다. 그렇게 판단을 했다.


그 때, 누군가 끼어든다.


“거기까지 하시죠. 경매장에서의 싸움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기계음으로 손을 본 것 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이건 내 뒤?’


유성은 기척 없이 다가온 누군가에게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여우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이 서 있었다.

나름 실력자가 확실하다.


“관리인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이유성님.”


“이봐. 그 자식이 아티팩트를 썼어.”


유성이 말을 이어서 하려던 찰나, 뒤에서 놈이 끼어들었다.


“못 들었어? 그 놈이 아티팩트로 날 공격했다고. 어서 쫓아내지 않고 뭐 해.”


유성을 손짓하며 연신 윽박지르고 있다.

기껏 마력만 사용해 줬더니 마법을 얻어맞고 싶은 모양이다. 연화를 말린 것도 잊은 채 한 번 제대로 공격을 하고 싶은 생각이 마음에 불을 지피고 있다.


“휴우. 이 새끼가. 진짜 한판 해 보자는 거지?”


“닥쳐. 여기서 아티팩트든 뭐든 마법 쓰면 안 되는 거 모르냐? 넌 지금 나한테 마법을 썼다고.”


“멍청아. 난 마력만 썼을 뿐이다.”


마법을 쓰지 말란 것은 이미 주의사항으로 알고 있었다.

말 그대로 유성은 마력만 썼을 뿐이다.

그 사실을 관리인에게 어필하자 한숨소리만 되돌아왔다.


“두 분 모두 이대로 계속 다투실 요량이십니까?”


“저 녀석이 사과하면 그만두도록 하죠. 어차피 여자나 끼고 오는 놈인데 얼른 내쫓아 버려요. 우리 아버지에게 직접 항의를 듣고 싶지 않으면 그렇게 하시는 게 좋으실 걸요?”


결국 김요한이 자신의 아버지의 권세를 빌려서 관리자를 압박하려 했다.


유성의 신분을 알고 있는 관리자로써는 당혹스러운 일이다.

만약 유성이 한산이가 가주에게 이 일을 알리기만 해도 한산이가의 체면을 생각하는 그 거인은 하늘빛 길드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유성을 모르고 한 생각에 불과하다.

유성은 한산이가에 보고할 생각 따윈 없다. 저 정도 녀석을 직접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무능으로 비쳐질 뿐이다.

그렇다고 봐 줄 생각인가? 더더욱 아니다. 갑작스레 걸어온 시비를 마음 넓게 봐줄 일은 없다.


“저 녀석이 고개를 숙이며 연화와 저에게 사과하면 조용히 넘어가겠습니다.”


“이 자식이. 나와. 한 판 붙자.”


힘으로 압박하려는 요한의 도발이었다.


“지금 싸우자고? 그래. 한 판 붙자 이 새꺄.”


도발임을 앎에도 유성은 선뜻 받아들였다.


“할 수 없군요. 두 분을 위해서 따로 시시비비를 가릴 장소를 마련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둘의 얼굴에 의문이 서린다. 둘의 표정에서 의문을 알았는지 관리인이 설명해 주기 시작한다.


“가끔 여러분들처럼 불화가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때를 대비해 만들어 둔 경기장이 있습니다. 그 곳은 서로 항복할 때 까지 전투를 멈추지 않습니다만,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그 곳에서 해결하시겠습니까?”


“야 쫄은 거 아니지?.”


요한이 또 시비를 걸었다. 유성이 혹시나 도망칠까 싶어서 한 말이지만 유성의 기분만 더 상하게 할 뿐이다.


“좋아요. 가시죠.”


유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관리인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놀랍게도 4명이 서 있는 장소가 확 변했다.


“경매장 안에 텔레포트 구역으로 설정돼 있었군요.”


연화가 놀라움을 숨기지 못해서 물었다.


“그렇습니다. 관리자에게만 부여되는 고유마법이지요.”


경매장 내에서만 가능한 것이라 해도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하는 데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유성도 신기해 하긴 했지만 더 이상 말을 하진 않았다. 시비 건 놈을 털어야 할 때다.


하지만 막상 놈과 대결을 펼치려 하니 아쉬웠다. 거기다 한 가지 걱정도 있었다.


“야. 너 나랑 내기 하나 하자.”


“무슨 내기?”


“진 쪽이 이긴 사람한테 경매장의 어떤 물건이라도 사 주는 거 어때?”


“뭐라고?”


김요한은 상대가 하는 말에 어이가 없다. 당연하다. 10대 가문의 자식도 아닌 놈한테 질 자신 따윈 없다.

경매장에서 구경만 하다 가게 생겼는데, 차라리 잘 됐다.


“좋다. 받아들이지.”


“또, 이 경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밖에서 말하지 않는 걸로 알았냐?”


“좋아. 나도 너 같이 이름도 없는 놈한테 이겼다고 축하 받을 생각은 없어.”


요한은 놈을 괴롭히면서 화를 풀고 싶을 뿐이지 일반인을 이겼다고 남들에게 알릴 맘은 없다.


“그럼 마력에 대고 맹세해. 그러면 붙어주지.”


“뭐라고?”


“마력에 대한 맹세 몰라?”


갑작스런 말에 요한은 의문이 쌓인다. 어째서 맹세까지 하란 거지?


“왜? 나한테 질 것 같아서 그러냐. 그러면 빨리 사과해라. 돌아가서 경매장 구경이나 하고 싶으니.”


유성의 도발은 유치했지만 요한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좋아. 내가 진다면 어떤 물건이라도 경매장에서 사주마. 또한 너와의 결투내용은 물론 무슨 일이 있던지 간에 너에 대한 내용을 밖에 밝힐 일은 하지 않겠다. 이 두 가지를 마력에 대고 맹세하지.”


유성도 이어서 맹세를 했다. 마법사나 기공사나 마력을 사용하는 자들. 마력에 대고 맹세한다는 건 아주 중요한 약속을 할 때나 하는 약속이다.

만약 맹세를 어길시 마력에 대한 감응력이 하락 또는 사라질 수 있는 일이다.


요한이 확언을 내뱉은 다음 당당하게 경기장 안으로 들어설 준비를 한다.

절대 놈에게 질 생각 따윈 없다. 기습받아서 다친 팔목은 잠깐 동안, 포션으로 회복이 끝난 상태다.

철저한 응징으로 놈에게 화풀이나 해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반대편의 유성은 들어서기 전 관리자에게도 말했다.


“관리자님도 약속해 주시죠.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함구하겠다고.”


“알겠습니다. 저도 여기서 본 사실을 알리지 않겠습니다. 마력에 걸고 맹세를 하죠.”


순순히 그러겠다며 맹세를 하는 관리인이 이상하게 보였지만 마력에 대한 맹세니 지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저기에 기록도 남기지 않겠다고 해 주시죠.”


관리인은 유성이 가리킨 곳을 향해 눈이 따라갔다. 유성이 가리킨 곳은 씨씨티비. 경기장 안을 기록하고 있었다.


“마력에 걸고 저 곳에 영상이 담길 일은 없을 겁니다.”


관리자가 담담하게 다시 한 번 맹세했다.


“그럼 믿겠습니다.”


유성의 발걸음은 평소와 같았다. 겁먹는 게 이상했다. 지금 유성의 상태를 말하자면 길가다 똥을 밟은 느낌.

위협 같은 것은 일체 느껴지지 않는다.

똥을 밟았으면 깨끗하게 닦아내야 했다. 놈도 마찬가지다.


경기장에 서고 보니 요한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한다.


“아까 전에는 내가 방심해서 그냥 당했지만 이번에는 달라. 어서 항복하는 게 어때?”


조롱기가 잔뜩 담겨있는 말이었다. 유성은 별 말 없이 아공간에서 스태프를 꺼내 들었다. 지팡이를 두르고 있으니 마법사 티가 났다.


“스태프를 쓸 줄도 모르는 녀석이 마법사 같은 약한 족속들을 사칭이나 하고 다니네. 그것도 아티팩트냐? 내가 친히 기공사의 위대함을 보여주지.”


유성이 정말 마법사라고 생각도 하지 않는 태도다.


뒤에서 대기하던 연화의 고운 아미가 찌푸려진다.

한산이가가 아티팩트를 사용하는 기공사 부대를 만든 것이 특이한 일이지 다른 기공사 가문이나 마법사들은 서로를 배척하기 마련이었다.

유성은 한산이가에서만 지내왔기에 이런 반응은 꽤 신기하다.


요한의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한다. 놈도 꽤 사는 집안의 자식인지 아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나온 것은 기다란 창. 1미터에 가까운 창이었다.


“창이라. 처음 상대해 보는데.”


그러나 겁먹을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창이나 검이나, 주먹이나 어차피 거기서 거기. 경기장 안에 있는 인물은 모두가 다 유성의 일을 함구하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유성이 선뜻 대결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녀석을 응징해 주는 것도 있지만 한 가지 실험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내가 너한테 재밌는 걸 보여줄게.”


유성의 스태프에서 검은 마력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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